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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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핍과 고난을 각오하며 이 한 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것은 오히려 풍요로움이었다."
(411페이지 中)

 

 


요즘 어쩐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에 더 시선이 가선지 이 책이 유독 더 눈에 들어왔다. 미래 식품으로 인공육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라 이것들을 배제하고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 어떻게 조리하여 한 끼 식사를 채울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일 년을 오직 채집과 수렵한 동식물로 버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혹여 저자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다.

 

저자는 채집 생활을 하기 전 몇 가지 규칙과 예외사항, 과학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일 년간의 채취 생활을 이어나갔는데, 사전에 채집에 대한 기본 지식이 풍부한 것은 물론 주변 지형과 동식물에 대한 충분한 습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사히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주변에 있는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 덕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된다.

 

슈퍼마켓을 가지 않고, 돈을 쓰지 않고 오로지 채집 생활로만 사는 일 년간의 삶을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한다.

 

스스로 실험체가 되어 산과 바다를 오가며 보낸 수많은 나날들 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나누는 삶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풍요로움과 다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약간의 무모함에, 실험정신이 투철했던 저자의 일 년간의 채집일기 속에서 어떤 새로운 일상을 만나볼 수 있을지 지금부터 만나보자!

 

총 6부로 이루어진 이 일기에는 수렵과 채집의 일상들 속에 봄여름가을겨울 이외에도 두 계절 사이를 지나는 새로운 계절도 포함된다. 마치 보너스처럼 맞이한 그 계절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라 그런지 새로움과 설렘을 안겨준다.

 

더불어 채집 생활 속에서 주를 이루는 '버섯'의 존재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버섯이 존재했었나 하는 생각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도 식탁에 올라오는 낯선 채취 식물들의 조리방법과 저자가 표현하는 맛과 향, 식감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 더 호기심을 자아낸다.

 

한편으로는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 고대 인류처럼 수렵과 채집 생활을 재현하는 것처럼 느껴져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자연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이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든다.

 

고대 인류에서 진화한 만큼 똑똑한 방식으로 도구를 활용하고, 저장을 통해 현명한 일상을 누리는 현명한 방식으로 차리는 야생 식탁에서 공존과 모두의 건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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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채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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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과 사랑에 빠진 채취인이자 약초 연구자인 저자는 4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보낸 어린 시절, 특히 케냐의 자연 속에서 지내던 대부터 식물과 허브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스코틀랜드 시골에 집을 짓고 버섯을 좋아하는 두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마음껏 '와이드'한 삶을 살고 있다.

 

"채취만으로 정말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채취 강습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 년간 야생식만 먹는 실험을 했다. 마치 고대 인류처럼. 지금 이곳의 자연에서 직접 구한 것들로만 스스로를 먹여 살린 사계절 동안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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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지구의 단절을 치유할 방법이라고 직감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정말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보기로 했다.
(...)
오늘, 즉 11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이곳 스코틀랜드 중부에서 직접 채취할 수 있는 음식만 먹기로 다짐했다.
(...)
야생식을 먹는 것은 요리인 동시에 치유이고, 사회적이자 정치적인 행위이며, 우리 후손들이 자연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지구 중심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다.
(...)
젊은 층에서 더 단순하고 진정성 있는 삶과 생활 방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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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채취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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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가 사는 집

 

▶게저
건축가이자 사과주, 맥주, 와인 양조의 달인이다. 게저는 22년 전 헝가리를 떠나 스코틀랜드에 정착한 이후로 쭉 저자의 절친인 친구로 바람 부는 언덕 위의 목조 주택을 직접 지은 사람이자 하우스메이트이기도 하다.

 

▶맷(버섯 맨)
이 집에는 온화하고 친절한 채취인 동료인 맷도 함께 사는데, 25년이나 버섯을 길러 와서 '버섯 맷'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 셋은 모두 독신이지만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기술과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한층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린다.

 


2. 식탁에 자주 올라왔던 다양한 버섯들


3. 다양한 식물과 채취도구들


4. 야생 식탁으로 꾸린 한 끼
텍스트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훌륭한 한 끼 식탁이 완성되었다. 다채로운 색상과 풍요로운 한 끼가 군침을 돌게 한다. 사계절을 넘나드는 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먹거리들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피고 지며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음을 이제서야 확인한다.

 

가까이에 두고 먹던 식재료가, 입안을 즐겁게 해주던 달고 매운 향신료들이 더 이상 크게 필요치 않음을 깨닫는다.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면 이렇듯 매 계절 색다른 야생의 재료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채취 생활은 어쩌면 필연 혹은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사람들에게 채취 생활을 가르쳐 온 지 15년쯤 되었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항상 똑같다고 한다.

 

"선생님은 정말 채취만으로 한 해 동안 먹고 살 수 있으세요?"

 

저자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숙고해 왔고, 마침내 11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채취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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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생활 전 점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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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채취 생활을 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것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채취 생활을 위한 네 가지 조건
1. 내가 한 해의 식생을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서식지에 관한 지식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2. 해변, 울타리, 숲 등 다양한 지형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발견한 음식을 마음대로 수확할 수 있어야 한다.
3. 지금까지는 90퍼센트 정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4. 겨울에 대비할 시간을 갖기 위해 춘분 직후에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채취를 하는 데 있어 현대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이점
1. 전기 : 겨울에 먹을 음식을 저장할 수 있다.
2. 연료 : 오븐과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
3. 은신처 : 지붕이 있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이 없었다면 얼어 죽지 않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데 훨씬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채취 생활 전 저자가 정한 규칙
1. 오로지 야생식만 먹는다.
2. 일 년 동안 다양한 서식지를 돌아다니며 현지 식량을 구한다.
3. 돈은 쓰지 않는다. 모든 식량을 채취, 사냥, 선물, 물물교환으로 얻거나 내 기술과 교환한 대가여야 한다. 선물 받는 음식도 선물한 사람이 자연에서 직접 얻은 식재료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4. 야생 조류의 알 대신 내가 직접 유기농으로 풀어 키운 암탉의 달걀을 섭취할 것이다.
5. 봄에 새끼 염소가 태어나면 농부들과의 물물교환으로 염소젖을 구할 수 있다.
6. 이상적으로는 제철 음식을 먹되, 특히 겨울철에는 미리 채취하여 냉동, 건조 또는 보존 처리한 야생식도 섭취한다.

 

■예외사항
1. 부족한 분량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 과수원에서 헤이즐넛을 구입해야 했다. 내년 여름과 가을에는 야생에서도 충분히 헤이즐넛을 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동일한 무게의 헤이즐넛을 직접 채취할 계획이다. 사전에 구입한 식량과 채취한 식량을 전부 목록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한 해가 지난 뒤 결산하기로 한다.



2. 단 하나 예외로 할 품목이 있으니 바로 올리브기름이다.

 

3. 설탕을 쓰거나 새로 구입하진 않겠지만, 이미 만들어 놓았고 일 년 넘게 보관할 수 없는 잼은 버리지 않고 쓰려 한다.

 

■과학적 요소
장내 세균을 분석하기 위해 첫날의 대변 샘플을 실험실로 보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하면서 장내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다. 체중, 지방과 근육 비율, 혈압과 혈중 산소 수치도 계속 체크하고 있다.

 

 


오랫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들어와서인지, 조금 급하게 채취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규칙과 가이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 년간 저자는 꾸준한 채취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곳을 직접 방문하여 채집하고 낚시 등을 통해 부족한 단백질을 충당한다.

 

간혹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긴긴 겨울에 떨어져 가는 식량을 채워주는 친구들의 선물이 어쩐지 눈물 나게 고맙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종종 이것은 물물교환이 되기도 하고, 직접 채집한 사냥감이나 식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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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에 대해 저자의 철학 혹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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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채취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한번 먹을거리를 찾아낸 곳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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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인으로서 스스로 자부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문장이었는데, 마치 자신이 숨겨둔 보물의 위치를 꿰차고 있는듯한 느낌으로 다가온 문장이었다.

 

저자는 채취에 있어 작물 찾기를 할 때는 투자 시간 대비 수익률이 확실히 좋은 것을 찾도록 했는데, 차로 이동하는 거리마저 철저히 계산하여 가급적 머무는 집 근처에서 채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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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라 땅이 꽁꽁 얼어 뿌리를 파낼 수 없고, 무리에서 벗어난 외톨이 산비둘기 말고는 알을 품는 새도 없다. 게다가 푸성귀도 없으니 먹을거리를 채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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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듯하다. 이럴 때 미리 저장해둔 식재료가 있다면 조금 안심이다. 하지만 재료가 부족하거나 떨어져 간다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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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서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매 끼니를 자연에서 구하려고 애쓰며 날마다 죽음의 존재를 확인하다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백해진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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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다 보면 종종 자연의 섭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채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새삼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사회적 상황에(기후변화, 낙농업, 육류의 기준, 건강 문제. 토지 불평등) 영향을 받는지 깨닫는다. 더불어 '죽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으며 자연을 가까이할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옴을 느끼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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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고 싶은 건 싱싱한 식물인데, 그들은 모두 아직 눈 속에 파묻혀 있다.
(...)
아이고 힘들다! 봄과 함께 싱싱한 식물이 돌아오면 얼마나 기쁠까.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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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는 365일 언제든 싱싱한 식물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속 채취를 통해서는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순응하고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겨울 싱싱한 식물이 더 그리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싱싱한 식물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때론 음식이 역겹게 느껴지거나 아무것도 먹고 싶어지지 않을 때도 발생한다. 먹는 게 전혀 즐겁지 않고 하루 종일 머리가 어질어질 한때는 아마도 저혈당과 칼로리 결핍 증상이 왔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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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하얗게 부풀어 오른 석잠풀 덩이뿌리를 캔다. 생으로 먹어도 되고 찌거나 절여 먹어도 좋다. 아삭아삭하고 즙이 많아 촉촉하며 콩나물이나 물밤을 연상시키는 풍비가 일품이다.

1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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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식물 종류도 많아 어떤 맛인지, 어떤 생김새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이렇듯 저자는 식감과 맛, 향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독자들의 입맛을 돋운다. 요리하는 방법도 함께 기재되어 있는데 요리방법은 대체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읽다 보면 평소 먹는 식품의 색다른 대체 식품으로 야생의 식탁을 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석잠풀 덩이뿌리를 콩나물 대신 사용하면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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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이 식물이 어디서 자라는지 떠올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갈아엎어서 시멘트로 덮은 땅에는 항상 그곳을 되찾으러 돌아오는 식물 종들의 질서가 있다고. 
(...)
첫째로는 해독과 영양 공급, 둘째로는 정체와 막힘 제거, 그다음에는 회복과 재정비와 균형잡기, 에너지 흐름 복구. 아마도 환경 건강의 회복과 인체 건강의 회복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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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 생활은 조금 더 내 주변을, 내 환경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듯하다. 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저자는 인간과 환경이 회복하고 바로 서는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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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채취하든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탐욕스러운 자유방임적 채취는 습지를 파괴할 것이다. 반면 신중한 솎아내기는 주변 식물들이 더 크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한다. 자연이 공짜로 내주는 것을 받을 때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228~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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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는 채취의 과정에서 욕심은 금물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로 신중을 기한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을 채취하는 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성장시켜 습득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탐욕이 부른 파괴는 돌이킬 수 없기에 채취에 있어 늘 주의가 당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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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인에게 자기만의 채취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존중과 우정의 표시다.
(...)
따라서 그런 공간에는 진정한 친구만이 입장할 수 있다. 그곳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소중히 여겨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탐욕스럽지 않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사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랑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람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한 채취인은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라는 게 자연의 기본 법칙임을 이해한다.

3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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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장이다. 나만이 알고 있는 맛집, 나만이 알고 있는 장소 등을 소중한 이와 나눌 때의 감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본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줄 것 같은 신의와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줄 것 같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공유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그만큼 비슷한 철학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가 비슷해야만 나눌 수 있는 유대감으로 비치기도 한다.

 

꼭 채취가 아니더라도, 나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공간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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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나무와 식물에 달려 있다. 나무와 식물 없이는 숨 쉴 산소도, 먹을 음식도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되새기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3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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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잊고 살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 나무와 식물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본다. 삶의 근간이 되는 것들은 모두 나무와 식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없어지면 가장 절실한 것들 중 하나인 나무와 식물의 소중함을 한 번쯤 되새겨볼 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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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훼손되긴 했지만 아직 전부 다 잃은 것은 아니다. 개척종 식물은 지구를 치유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쐐기풀, 엉겅퀴, 소리쟁이 같은 잡초는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수 있으며, 느타리버섯은 석유 찌꺼기를 분해할 수 있다. 도시의 버려진 부지는 언제나 순식간에 야생 상태로 돌아간다. 식물 군락이 뿌리를 내려 다시 토양을 조성하고 공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식물은 유능한 조력자인 균류와 함께 자연을 복원할 수 있고, 또 복원할 것이다. 나는 식물에 큰 희망을 품고 있다.

3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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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 가는 지구 속 우리가 그나마 아직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식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식물이 가진 고유의 특성들이 지구를 치유하기 때문인데, 망가진 도시에 돋아난 식물들은 군락을 이뤄 뿌리를 내리고 공기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자연을 복원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식물들조차 이제는 자세히 보고,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온난화와 생태 파괴로 점점 축소되고 있는 자연의 형태를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한 우리의 작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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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에서 10년 동안 버섯을 땄더니 내가 채취한 모든 버섯 균 자체의 범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딴 버섯 하나하나가 머릿속 지도에 중간 기착지를 표시하는 점으로 남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점점 더 점들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시야가 완성되었다. 나는 심지어 버섯이 없는 시기에도 균사체를 '볼' 수 있다. 서로 겹치는 동시에 뚜렷이 구분되고, 균사체 전체를 통해 파동 신호를 보내는 각각의 솜털 같은 신경망들, 마치 상대가 말하려던 것을 내가 먼저 말해 버릴 만큼 서로를 잘 아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 같다. 집단 무의식의 놀라운 동시성이다.

3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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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과는 서로 통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저자에게 있어 버섯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함께 하면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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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의 상황은 위태롭다. 비만 증가와 그에 따른 건강 문제로 인해 수명 연장은 지연되고 있으며, 우리 자녀 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수명이 짧은 세대가 될 것이다.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인류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제약회사가 기적을 일으키기만을 바라며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조치를 취할 것인가?
(...)
식습관 변화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3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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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 도래했다는 말속에는 '건강한' 신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 상황은 매우 위태롭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론적으로는 수명연장이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만약 건강한 삶 혹은 수명 연장을 꿈꾸고 있다면 가장 먼저 식습관의 변화부터 시작해 보자.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식습관 개선'이 우선되어야 차선책의 다른 대안도 대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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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모두 야생초를 채취하여 요리에 쓰거나 약차를 끓였다. 놀라울 정도로 명백한 연결고리였다.
(...)
식물에는 비타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항산화제뿐만 아니라 면역 강화, 항염, 항암 효과가 있는 화합물이 풍부하며, 향기로운 허브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차(특히 녹차)를 마시는 것이 중국과 일본에서 초고령층의 사망 위험을 10퍼센트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한다.

3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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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이들에게 비결을 묻는다면 생각보다 꽤 다양한 소견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야생초를 가까이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채식 식단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차를 가까이하는 문화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강을 지키겠다고 멀리에서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자연에서 얻는 야생초로 매일을 장수의 길로 이끌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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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새로운 사람, 아니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더 밝고 젊고 가벼워진 기분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빈틈없고 민첩하며, 한층 더 영적이면서 동시에 더욱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다. 인생에 대한 접근 방식도 더 다정하고 온화해졌으며 삐딱하고 냉소적인 생각이 줄어든 것 같다.

40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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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생활을 통해 확실히 그녀는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 이는 스스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포함해 신체적,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어쩌면 우리 역시 그녀처럼 평소 느끼지 못하던 우울과 불안을 채취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온화하게 품어주는 자연에서 건강은 물론 삶의 방향을 새로이 다져보자. 생각보다 훨씬 더 생기 넘치는 하루하루를 선물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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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생활 동안 기록한 체중 및 신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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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야생식을 시작한 지 65일차. 처음보다 체중이 12킬로그램이나 줄었고 청바지 솔기도 더 이상 찢어지지 않는다. 체중을 줄이려고 야생식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쁜 일이다. 

 

▶3월 31일
아침 식사 전에 체중을 측정한다. 내 체중이 4개월 동안 18킬로그램이나 줄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맷은 8킬로그램 줄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소식은 맷의 혈당 수치도 급락했다는 것이다. 3년 전 맷이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추천하고 혈당 조절 효과가 있는 야생초를 복용하라고 권했다.

 

▶10월 12일
지금 내 체중은 76.7킬로그램이다. 야생식의 해를 시작한 뒤로 정확히 31킬로그램이 줄었다.

 

▶11월 26일
오늘 밤 자정이면 오직 야생식만 먹어온 365일간의 대장정이 끝난다. 최종 측정 결과 맷의 몸무게는 70킬로그램이다. 전체적으로 12킬로그램이 빠졌다가 다시 4킬로그램이 쪘다. 그는 마른 편이다.

 

나는 비만에 가까웠는데 무려 31킬로그램이 빠졌다. 현재 체중은 76킬로그램이고 BMI도 양호하다. 코로나 봉쇄 절정기에 내 옷 사이즈는 18이었지만 지금은 25년 전과 같은 12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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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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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를 위해 작은 고리버들 바구니와 함께 쇠스랑과 한국산 호미도 챙겨 왔다. 호미는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때 쓰는 괭이의 일종인데, 맛있지만 끄집어내기 쉽지 않은 땅 감자를 캐는 데 완벽한 도구다.

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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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외국 저자가 쓴 에세이에서 우리나라 '호미'를 발견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농기구와 농기계가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으나 직접 실감하기는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만난 '호미'에 반가움이 일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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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계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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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보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 어쩐지 '계절의 소리'를 담고 있는 단어들처럼 느껴져 더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야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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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른 계절보다 길고, 식량 접근 가능성의 관점에서 두 단계로 나뉜다. 해산물과 봄나물에 의존해야 하는 춘궁기가 지나면 나무에 잎이 돋고 새가 알을 품는 진짜 봄이 온다. 켈트어로 봄은 '야라흐'라고 하며, 1월에서 2월로 바뀌는 이몰륵에 시작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봄은 부활절 이후 4월 말과 5월에 가깝다.

 

야라흐는 '배고픈 시기라는 뜻으로, 겨울 전에 비축한 식량이 떨어졌지만 밭에 심은 과일과 채소는 아직 싹트지 않은 사춘절 기간에 해당한다.

1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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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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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의 루나스탈(또는 루그나사드)은 처음 딴 과일을 바치며 수확철의 시작을 축하하는 날로, 현재는 남부의 전통 수확제인 라마스 데이와 통합되었다.

(...)

루나스탈은 여름과 가을이 겹치는 시기다.

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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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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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먹기 위해 채집하는 활동을 내내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먹는 것'에 온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채집하는데 반나절, 다듬고 요리하고, 치우는데 또 반나절을 보내고 하면 하루가 그냥 저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반복되는 일상을 지켜보다 보니 묘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숲과 나무 구석구석을 살피며 식물과 버섯을 채집하고, 또 이것을 볶거나 말려서 저장하는 일상이 어느새 편안하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채집을 위해 먼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채집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어 색다른 식감과 향, 맛을 음미하기도 하는 등 패턴 자체가 단순해지면서 이번에는 어떤 걸 채취할지, 또 어떻게 다듬고 요리할지 점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실제 요리한 한 끼가 대체재로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서는 실상 명확히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자연 속에서 생각지 못한 맛과 향을 얻어 배도 채우고 마음도 어느새 넉넉히 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저 흐뭇하다.

 

매 끼니로 무얼 먹어야 할지, 어떤 것을 채집해야 할지 늘 고민이지만,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가뿐해진다. 계절에 변화에 따라 열매를 얻기도 하고, 인생 첫 낚시에 도전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도 얻는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은 먹거리를 찾기 위한 모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듯하다. 때론 달콤한 것들이나 견과류들은 아껴먹어야 하지만, 숲과 바다를 쏘다니며 식물과 버섯 등을 채취하는 일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곳곳을 누비며 버섯을 찾아내는 법, 채취하는 방법들을 전하는 저자의 발걸음은 그저 가벼워 보인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계절의 변화를 느낄수록 저자는 자연에 대한 존중과 법칙을 더 절절히 느끼게 된다. 끝도 없이 내어주고 품어주는 자연 속에서, 새삼 망가져가는 지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식물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복원력에 새삼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자신이 한때 우울함에 빠져 기력을 잃었던 그날을 이겨내고 다시 에너지를 되찾았듯 야생에 숨어있는 수많은 생명의 움틈과, 햇살, 새싹이 곧 에너지가 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는 자연과 공존해야 함을 강조하며,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한다. 실상 저자처럼 극단적으로 매일을 자연에서 채집하는 것만으로 식탁을 차리지는 못하더라도, 종종 가까이에 있는 바다와 숲을 둘러보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조금 무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야생의 식탁이, 어느새 풍족한 식탁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목도하면서, 어쩌면 우리가 자연과 멀어졌기에 다양한 불행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때론 단순함이 더 큰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가까운 숲을 산책하거나 나를 위한 근사한 한 끼를 직접 요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생기발랄한 하루를 보내봤으면 좋겠다. 아마 예상치 못한 달콤 쌉싸름한 야생의 다채로운 맛이 인생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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