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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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푹 빠져 있었다. 고향은 아니지만 향수를 느끼게 했던 그 시절 그 장소, 엄마가 손수 해주시던 맛있는 집밥, 집을 둘러싼 풍경, 호기심을 가지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던 내 모습까지.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 그립고 소중한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충남 공주 제민천 근처 누구나 알법한 ㄷ자형 한옥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읽다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지금은 잊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들이 많아 더 그런듯하다.


늘 사람으로 북적거렸던 한옥집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는 추억거리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대청마루, 솥뚜껑, 장독대, 뒷간, 이웃들, 음식, 미용실, 오토바이, 동네 서점 등등.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나는 그때 그 시절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유년 시절도 함께 떠올려보면 어떨까 한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집이 주는 의미도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충남 공주의 ㄷ자형 한옥집에서 보낸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사랑스럽고 똥꼬발랄한 저자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책 곳곳에는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생활방식과 이웃들 간의 왕래, 그리고 대식구가 복작거리며 사는 모습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그래서인지 인간미와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풍겨오는 듯하다.


저자는 딸만 셋인 집의 막내딸로, 활발한 성격에 호기심이 많은 사고뭉치로 엄마와 할머니를 오가며 온갖 대소사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습들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할머니의 수고와 지금으로 치면 워킹맘이었던 엄마의 끝없는 에너지가 한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이제는 사라진, 하지만 유년 시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옥집에 얽힌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던 저자는 문득 집이 주는 의미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비록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양도 형태도 사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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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어린 시절의 추억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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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싫어! 안 뺄 거야!"

그렇게 실을 감으려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 사이의 실랑이는 계속되었고, 그 순간 할머니의 손에 잡힌 나의 이는 실을 감기도 전에 쑥! 빠져나와 내 입속으로 꿀꺽!


그 순간의 정적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할머니와 나.

순간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잠시 정적.

그리고 밀려온 공포.

'아, 나는 이제 죽는구나. 학교도 못 가보고 나이 여섯에 이렇게 가는구나.'

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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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어린이 치과'가 많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린이 치과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일반 치과에 가서 이를 빼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이에 실을 걸어 이마를 탁! 치는 방법으로 빼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린아이의 입장에서는 둘 다 공포스러웠기에 피하고 싶은 방법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공포스러웠던 추억이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이가 흔들린다는 문장을 보자마자 숨죽이며 읽어 내려갔는데, 결국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도망 다녔다는 부분부터는 침이 꼴깍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도망 다니다 결국 빠진 이를 삼켰다는 부분에서는 왜 내 속이 더부룩한 건지 ㅋㅋ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만큼 공포스러웠을 에피소드라 긴장감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웃음이 나왔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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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였던 저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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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옆으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가자마자 나는 방바닥으로 떨어졌고, 오른쪽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엉덩이에 붕대를 감고 다니던 막내딸이 오른팔까지 부러지고 말았을 때 가족들의 황당함이란 어떠했을지.

(...)

그해 여름 내내 허벅지와 엉덩이는 붕대로 칭칭, 팔은 깁스로 둘둘 감은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긴 여름을 보냈다. 밥도 혼자 못 먹고. 잘 앉지도 못하고, 잠도 엎드려서 자야 했다. 그런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여전히 언니들을 쫓아다니고, 밥도 잘 먹고, 온 집 안을 열심히 뛰어다녔단다. 어지간히도 말괄량이였던 게다.


얼마 후 전기 콘센트의 돼지코 모양이 너무도 궁금해서 집에 있던 드라이버를 쏙 지어 넣었다가 감전되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가 없다. 그건 그냥 없던 일로 쳐야겠다.

78~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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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집에 살 당시 저자가 막내딸로 얼마나 사랑받으며 자랐는지, 또 얼마나 말괄량이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딸 셋만 낳은 며느리가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텐데 할머니는 막내 손녀를 끔찍이도 아끼셨던 것 같다.


사람들이 집을 비울 때면 옆에 끼고 잠을 자고, 함께 파마도 하러 가고,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는 손녀를 혼내지도 않고 매번 애지중지하셨던 걸 보면 그 사랑이 얼마나 컸던 건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막내였기에 부모님 사이에 껴서 잠도 자고, 또 한밤중 몰래 부모님 따라 축제 구경도 하고, 할머니와 도란도란 추억도 많이 쌓았던 것 같다.


어쩌면 저자가 어린 시절 이렇듯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가족들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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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때 그 시절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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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장 날이 좋았다. 할머니 옆에서 "매워, 매워"를 연신 외치면서도 갖가지 김치들을 끝도 없이 먹어댔다. 부엌에서는 양은솥 하나 가득 동태탕이 보글보글 끓고, 수육도 삶아 뭉텅뭉텅 썬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들과 그날 만든 김장김치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

땅에 묻힌 김치 항아리 옆에는 아주 작은 움막도 있었다. 움막 앞을 지푸라기로 막아놓았지만, 그걸 빼고 손을 깊이 넣으면 겨울을 위해 저장해둔 무와 배추가 가득했다. 겨울밤이 깊으면 하나씩 꺼내와서 어석어석 씹어 먹기도 하고, 그걸로 무국을 끓어먹기도 했다.

196~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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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도 비슷한 추억이 존재한다. 김장날이면 몇 포기인지 모를 배추를 하루 전날 소금에 절였다가 하루 종일 내내 배추 속에 양념을 비벼대던 엄마의 모습, 그리고 으레 김장날이면 수육을 삶아 배추쌈에 싸서 먹던 기억, 그리고 정성을 들여 한 김장 김치를 땅속 깊이 묻어둔 항아리에 고이 보관해 두었던 모습까지.


여기에 더해 무청을 바람에 말려두었다가 시래기 국을 끓여먹던 기억까지 수많은 유년 시절의 추억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이거 안 먹어' 하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왜 그렇게 그리운지.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때 그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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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의미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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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집은 우리 가족의 삶의 방식, 생활 이야기, 대인관계의 형태를 결정했다. 한옥집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을 뿐인데 그 이후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같이.

(...)

집 안 곳곳 들어차 있던 그 많은 손님들도, 엄마와 할머니의 요리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손님들의 이야기들도,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집어먹던 우리들의 경쾌한 움직임도 그렇게 한옥집을 뒤로하고 허공중에 사라졌다.


대신 서너 명의 손님으로 족한 작은 모임들과 엄마가 만든 칵테일의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보다 간편한 음식들과 전기밥솥과 아담한 식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

진하고 구수한 행복은 보다 오래 걸리고 보다 힘들었던 한옥집의 잔치에서 더 깊었으니, 불공평하고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84~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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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집이 무엇이겠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많은 이들이 그 집을 사랑하여 드나들고, 그리하여 집과 가족이 하나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집. 그것이 제일 좋은 집이 아닐까.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1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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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한옥집을 떠올리다가 문득 아쉬움을 느낀다. 더 간편해지고 편리해졌지만, 그보다 더 불편하고 오래 걸렸던 한옥집에서의 진하고 구수했던 행복이 뇌리에 깊게 박힌 탓이다.


하지만 이미 그 시절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집이 주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던 중 불현듯 집의 형태나 삶의 방식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그들과 추억을 쌓아가는 집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집이라는 공간은 크기나 가격보다, 그 속에서 어떤 추억을 남겼고,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느냐에 따라 달리 기억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집이라는 것은 저자가 결론 내린 것처럼, 내가 그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또 어떤 추억을 쌓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다른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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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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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요즘 시대, 요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풍경과 모습들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늘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ㄷ자형태의 한옥집, 항상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솥단지, 거리를 오갈 때면 마주치는 정겨운 이웃들,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엄마의 모습, 담장 너머 보이는 이웃 친구들, 분주히 이곳저곳을 오가는 할머니와 그 뒤를 쫓는 어린 저자의 모습까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풍광이자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라서 어쩌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기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봄과 동시에 나를 지탱해 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 곁을 지켜준 사람들, 추억, 감정, 물건들이 있었기에 어쩌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는 것일 테다. 비록 지금은 곁에 없어도 말이다.


살다가 문득 사는 것이 버겁다 느껴지는 순간, 내가 가장 나다웠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을 추억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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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천홍규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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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기록한 사별에 대한 아픔과 극복 과정!"



이 시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를 먼저 읽기보다 맨 뒤쪽에 있는 '해설' 페이지를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시인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천지차이임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집을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에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그냥 읽었고, 두 번째는 해설을 읽은 후 시가 쓰이게 된 배경을 알고 난 뒤에 다시 한번 읽게 되었는데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다.


앞서 그냥 읽었을 때는 후루룩 넘겼던 시들이, 배경을 알고 난 뒤에는 의미가 담겨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동생과 사별한 직후 느낀 심정, 동생과 함께 했던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 그리고 후에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긍정적 기대감을 함께 담아내며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의 첫 페이지에 쓴 '시인의 말'을 살펴보면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의 감정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함께 했던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들을 거쳐 점차 차분한 심경으로 이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이별에 대한 고통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지만, 이것을 감정적으로만 대하기보다 약간의 이성적 판단을 더해 모두 괜찮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

시인의 말



우리 둘의

맞지 않는

구석 때문에

싸우고

아파해서

그렇게

화해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너에게

미안함

뿐이다

=====


갑자기 떠나버린 동생에 대한 회환과 죄책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첫 구절이다.



=====

나와 꽃



혼자서 흔들리는

그런 꽃이 있다


그 꽃이

아프지는 않을까

슬프지는 않을까


그러나

내가 꽃이 아니기에

꽃의 입장을 모르는 일


(...)

저 흔들리는 꽃이

내가 흔들리고 있진 않은지


꽃이 나고

내가 꽃이고


손가락 하나로

꽃을 지탱한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꽃의 모습이

고단한 나에게 숨을 틔워 주는 순간


우린 아마

그런 작은 하나가 필요했겠지

24~25페이지 中

=====


흔들리는 꽃을 보고 꽃에 자신의 마음을 이입한 시인은 내심 꽃이 아프지는 않을까, 슬프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염려한다. 하지만 자신은 꽃이 아니기에 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이때 시인은 손가락 하나로 흔들리는 꽃을 지탱해 주는데 그제야 비로소 숨이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은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제야 시인은 비로소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줄 작은 뭔가가 필요했던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심적으로 힘들 때 우리는 작은 풀 한 포기, 지나가는 바람,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서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 그런 심정들이 잘 드러난 시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도 공감이 많아 갔다.



=====

사진 한 장



(...)

사진 한 장에 너만 없는 그런 허무함은

무엇으로 채우나

31페이지 中

=====


특히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존재하지 않게 되면 일상 속에서 이런 허무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기억 1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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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는 특정한 기억, 그리고 고통도 포함된다.


그리고 저마다 지워지지 않고 간직되는 기억이나 고통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만한 대가를 치른 것들일 것이다.



=====

기억 3



같이 찍었던

사진이 없다


너를 잊지 않는 방법이

사진뿐인데

42페이지 中

=====


평소에는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추억할 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장 쉬운 것은 사진인데, 언젠가부터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쏟을 때가 있다.



=====

삶 3



지상철을 타고

밖을 내다보는 일은


사랑을 시작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다


방금

밖에서


두 쌍의

나비가


사랑을 노래하며

날아갔다


모습에


마음 구석 어느 한편

쌓였던 먼지가


간들거리며

날아간 순간

51~52페이지 中

=====


슬픔과 그리움에 푹 담가져 있던 시인의 심적 변화가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로, 일단 배경이 지상철이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지상철 너머, 시인은 나비 한 쌍을 마주한다.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며 날아가는 모습에, 어느새 쌓여있던 오랜 짐이 날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이미 슬픔과 고통이 어느 정도 덜어졌기에 '사랑을 노래하며 날아간다'라고 느꼈을 수 있고, 거기에 더해 '한 쌍'으로 함께 하는 모습에서 더없이 마음이 편안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언젠가 함께 할 그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삶 4



세상이 삐그덕삐그덕 굴러간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하다

53페이지中

=====


내가 사랑하는 이가 없는 세상이 너무 완벽하게 돌아가면 되려 더 슬프고 참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삐그덕삐그덕 돌아가는 작은 흠결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그걸 위안 삼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

너무



우린

혼자가 되었다


괜찮아

곧 만날 거야


잠시

볼 수 없는 것뿐인데


(...)

너를 만났을 때

해줘야 할 말이 많았으면 좋겠어


너 없는 삶이

눈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고

54~55페이지 中

=====


동생을 향한 그리움이 희망으로 변하면서 삶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언젠가 다시 동생을 만나게 되었을 때 너 없는 삶을 눈물로만 채우지 않았다고, 너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았다고 전하고픈 마음을 가득 담은 게 느껴진다.


이후 시인은 동생을 위해 매일을 더 알차게 살아내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을 해보게 된다.



=====

2024年 9月 15日 1



딱 몇 분 만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날

63페이지 中

=====


그럼에도 이 날 만큼은 잊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생이 세상을 떠나던 날. 돌아갈 수 있다면 꼭 한번 돌아가고 싶은 날.



***


진짜 가까운 이를 잃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시인의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이런 마음 과정 또한 공감할 것이다.


초반에 찰랑이던 슬픔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슬픔이나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흉터로 남아 문득문득 통증으로, 추억으로, 기억으로 떠올라 가끔씩 눈물짓게도 하고 또 웃음 짓게도 하다가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해 읽고 난 후 마음이 아려왔다. 누구나 거쳐가는 삶이고, 또 누구나 겪는 죽음이지만 쉽게 적응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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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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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마스다 미리의 책이 은근히 매력 있어 도서관에서 다른 책도 대여해 보았다. 이번에는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으로, 앞서 읽었던 <누구나의 일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이번에는 앞뒤 모두를 살펴본 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뒤가 앞이고, 앞이 뒤인 상황!


표지가 너덜너덜해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얼른 읽고 반납하자는 생각에 일단 책을 펼쳐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고, 생각보다 공감 가는 포인트가 많아 다른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읽다 보니, 은근히 병렬 독서하기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거나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랑 잘 매치해서 읽으면, 뭔가 힐링 되고 공감까지 할 수 있는 책이란 느낌이 든달까?


이번 책은 주인공 수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소개 글을 살펴보니 시리즈물로 있는 책인듯하다. 수짱시리즈는 처음이지만, 읽어보니 중간에 끼어들어 읽어도 괜찮은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요 내용들은 '특별한' 뭔가를 다루고 있기보다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고민, 생각, 상황들에 대한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냈는데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수짱은 마흔 살에 접어들게 되는데, 그때쯤 으레 한 번쯤 하게 되는 나이, 미래, 건강, 부모님, 취향, 결혼, 연애 등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맞아맞아'를 속으로 연발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하는 고민이나 불안 등을 혼자 끌어안고 있기보다 이런 책을 통해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풀어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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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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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마흔 살

-어린이집에서 3년째 조리사로 근무 중

-혼자 살고 있는 여성



■사와코

-마흔다섯 살

-22년째 한 직장에서 근속 중

-혼자 살고 있는 여성

-대출은 받았지만 작은 멘션을 소유 중



■쓰치다

-서른여섯 살

-서점 직원으로 일한 지 13년째

-아내와 아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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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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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위태해

내 발밑.

한번 줄에서 떨어지면

아마, 더 이상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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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 발밑이 위태위태해서 언제든 떨어지면 그대로 인생 끝날 것 같은 느낌.


22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 중인 사와코는 마흔다섯 살, 곧 오십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홀로 사는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으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뭔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일상에 작은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의 상황이 뭔가 위태위태하다고 느끼고 있는듯하다. 이러다가 불현듯 더 큰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또다시 현재의 기분은 잊고 더 큰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이 '오늘'을 보내고는 한다.


사와코도 그랬다. 삼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니, '사는 게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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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내 고민은 뭐지?

그렇게 물어보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어쩌면 그건 고민이 아니라 막연한 불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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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게 고민은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지금 내 고민이 뭐지?'하고 물으면 딱히 또 떠오르는 건 없는듯하다.


고민이라고 말하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고, 또 어찌어찌 넘기다 보면 고민이 아니게 될 때도 있어서 더 그런듯하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문득 '이건 고민이 아니라 불안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런 심정적 상황을 잘 풀어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남겨본다.



***


마흔이 넘어서면서 많이 또 자주 겪게 되는 일들을 에피소드처럼 엮어 만화로 구성한 이번 편은 읽으면서 일상 속 공감 가는 내용들이 정말 많았다.


부모님의 병환과 사망, 미래에 대한 불안, 가까운 이들의 병원행, 새로운 취향과 취미를 찾는 일, 직장에 대한 회의감, 연애와 결혼, 여성으로서의 매력에 대한 부분 등등.


페이지는 금방금방 넘어가는데, 마음과 머릿속은 그만큼 더 바빠지는 느낌이랄까? 읽으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추임새도 넣어보고, 고개도 끄덕여보면서 다들 이런 과정을 거치는가 보다 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되었다.


문득 '나만 그런가'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시리즈를 통해 (참고로 시리즈물이 나이대별로 출판되고 있는듯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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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바리스타
송유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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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를 통해 조용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이곳은 별다방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카페, 동네'와 같은 키워드들이 보여 선뜻 읽어보게 된 <별다방 바리스타>는 표지 디자인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듯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소설책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설정한 몇 가지 소재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예상을 뛰어넘는 민감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치매'나 '장애', '동성 커플'과 같은 것들 말이다.


어쩌면 위화감이 들 수도 있는 소재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자가 잘 풀어낸 덕분에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연대의식을 가지고 함께 살아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됐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요 등장인물인 예빈과 달순을 비롯한 몇몇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각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과 상황들을 전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배경은 별다방으로, 고요하고 안온한 그 공간 안에서 따뜻한 음료와 함께 건네는 온기와 다정함은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다.


한때는 매상을 걱정할 만큼 손님이 적었던 이곳이 어느 누구에게도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 공간으로 불리게 되며 어느새 성황을 이루게 되는데, 그 가운데에는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치매 할머니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카페 사장 예빈이 있다.


위태로운 삶의 끝에서 마주하게 된 별다방에서 이들이 어떤 식으로 위로를 받고 마음을 회복해 가는지는 책을 통해서 직접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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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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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빈

-죽율동에서 별다방을 운영 중이다

-별다방 주인이자 바리스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 필담으로 소통한다



■이달순

-1952년생

-별다방에서 바리스타로 근무 중

-알코올 유도성 치매를 앓고 있음

-가족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음



■윤명숙

-죽율동의 붙박이 '원형 슈퍼' 사장

-60대 중반의 여성

-교편을 잡다가 정년퇴직후 남편의 가게 일을 돕고 있음

-별다방이 생긴 후로 단골손님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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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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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살림에 여섯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달순은 성인이 되자마자 중매 시장에 끌려나가 공무원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4남 1녀 중 장남이었는데, 다행히 시어머니가 인품이 좋아 달순은 큰 어려움 없이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시어머니가 중풍(뇌졸중)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큰 슬픔을 겪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째 지현이 수험생이 되던 해 남편이 뺑소니에 치여 식물인간이 되면서 또다시 시련을 겪게 된다.


그리고 몇 달 후 남편이 떠나고 이후 10년을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 때쯤, 달순은 술을 즐겨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쑥불쑥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일들이 잦아진다.


그렇게 달순은 알코올중독 판정을 받게 되는데, 아무리 벗어나려 노력해도 쉽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견디지 못하고 번호까지 바꿔가며 달순과의 단절을 선언하게 되고, 그렇게 혼자 남겨진 달순은 자신을 병원에 가두게 된다.


홀로 중독과 싸우던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던지 이내 알코올 유도성 치매 진단을 받게 된다. 재미도 의욕도 없는 상태로 무심하게 병원생활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병원에 자원봉사를 온 예빈을 만나게 되면서 달순은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다.


예빈은 그때쯤 죽율동에 2층짜리 허름한 구옥을 수리해 카페를 열 생각이었는데, 달순을 눈여겨보고 있던 그녀가 달순과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둘은 가족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예빈은 치매를 앓고 있는 달순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외롭고 힘겨웠을 달순을 품어주었고, 또 달순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 소통이 쉽지 않았던 예빈을 도와 '별다방'의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직업을 얻는 데 있어 페널티가 될 수도 있는 이들이 만나 연대하게 되었고, 그것이 점차 시너지를 내게 되면서 어느새 별다방은 상처받고 고통으로 얼룩진 이들이 찾는 위로의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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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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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잊고 있었다. 소중한 것을 손에 너무 꽉 쥐고 있으면 반드시 부서져 버린다는 것을.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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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 똥 된다'라는 속담처럼, 소중하다고 해서 너무 아끼다 보면 결국 쓸모없는 것이 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소중하다고 해서 너무 꽉 쥐고 있다면 결국 부서지기 마련이다.


아끼는 것일수록, 소중한 것일수록 적당히 사용하고 풀어줄 줄도 알아야 제대로 그 가치를 다할 수 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유난히 더 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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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내가 느끼는 이 분노로 달라지는 것이 대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분노는 나를 좀먹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왜 내가 나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걸까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 분노를 사포로 조금씩 갈아내야겠다고 결심했죠!

(...)

세상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쁜 일들이 무척 많잖아요. 그럼 적어도 나는 나한테 친절을 베풀고, 나 자신을 아껴줘야 하지 않겠어요? 나까지 그 나쁜 일들에 편승해 나 자신을 싫어한다면, 내 안의 내가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요.

39~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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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빈이 달순에게 한 말 중 일부분인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라 옮겨본다. 불공평함과 불공정한 상황을 당하면 우리는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화를 내고 분노한다.


달순이 술을 먹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것도 어쩌면 이와 같은 맥락에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을 좀먹는 일뿐이었다. 예빈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고 그녀는 스스로 이 상황을 탈피해야겠다 마음먹게 된다.


그래서 조금씩 자신만의 방법으로 분노를 흘려보내게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 자신을 위해, 나한테 친절을 베풀고, 아껴주면서 말이다.


더 많은 억울함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한 예빈의 이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 일이었는지는 이 책의 후반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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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 괜찮아질 거예요.'

'어떻게 사는 게 내내 화창하기만 하겠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이거면 도착할 때까지 비를 피할 수 있을 거야.'


그날, 별다방에서 들었던 말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흔했던 그 말이 위로가 되었던 건 어쩌면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위로는 이해로부터 시작되며, 뜻을 해석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말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말이야말로 머리를 지나 가슴까지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어 비로소 고된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거라고.

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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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뒤집는 문장이라 남겨본다. 보통은 특별한 말, 흔치 않은 말들이 더 위로가 되고 기억에 남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수는 오히려 너무 흔한 그 말이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선명히 떠올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머리를 지나 가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온전히 흡수된 그 말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말이었기에 더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고 전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누군가 영혼 없이 하는 겉핥기식 위로는 그냥 특별한 말로 끝난다. 반면, 이미 나보다 앞서 비슷한 일을 겪고 그것이 자신의 몸을 관통해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는 위로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경수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그 말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고, 진심이 담긴 그 말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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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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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속에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꺼릴만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 치매 노인, 동성애자, 실패자, 은퇴자 등등.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우리를 불행으로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더불어 작은 연대가 모여 큰 희망을 만들 수 있음도 보여준다.


별다방은 이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핵심 공간으로, 우연히 들른 이 카페에서 사람들은 쉼과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간다. 덕분에 처절하게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점점 더 유명세를 치르게 되면서 누군가에게는 핸디캡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언어장애와 치매를 자신들의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 확실한 물증으로 생각하고 이곳에 방문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의 이기적인 면모가 소설 속에서도 거론되는데, 이에 대해 달순과 예빈은 서로를 걱정하기는 하나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그저 자신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 인해 혼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카페는 서서히 평정심을 찾아가게 된다. 누군가는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달순을 찾아오고, 달순은 그런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 당황하는 장면들이 어느새 별다방의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그렇게 지나간다.


이제 별다방은 많은 사람들의 쉼터이자 회복의 장소로 거듭나게 된다. 더불어 장애를 가진 사람도, 치매 노인도 누구 나와 같이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우리가 가진 편견이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 주기도 하는데,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만 있다면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 시스템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또 몇 번씩 겪게 되는 실패가 인생 전반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또 꼭 그것을 혼자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저자는 소설 속에 사회의 약자나 핸디캡을 가진 사람들을 대거 등장시켜 결국 사람은 똑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저마다 마음속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통이나 아픔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함께 보여주며, 그렇기에 우리는 연대하여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고 아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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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박사 박주홍의 두뇌 홈트레이닝 1 - 부모님을 위한 치매 예방 3개월 두뇌 훈련 프로그램, 하루 한 장 두뇌 깨우기! 치매박사 박주홍의 두뇌 홈트레이닝 1
박주홍 지음 / 성안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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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물론 두뇌까지 깨우는 일석이조의 치매 예방 두뇌 홈트레이닝!"



요즘 현대인들이 겪는 질병들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달리 나이와 크게 상관없이 경험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치매, 다시 말해 알츠하이머도 마찬가진데 유달리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서인지 조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꽤 있는듯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질병에 관한 부분은 사전에 미리 정보를 알아두면 후에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인해 읽는 내내 푹 빠져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 같다.


사실 읽기 전에는 이론이나 정보성 글들이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처음 몇 페이지를 제외하면 그 외에는 두뇌 홈트레이닝을 위한 실전 프로그램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예방을 위한 3개월(12주 차) 실전 두뇌 홈 트레이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억력 증진과 두뇌력 향상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주의집중 계산력〉, 〈주의집중 내용 파악〉, <주의집중 숫자계산>, 〈주의집중 시각적 내용 파악〉, <언어표현 문장이해>, <상황 유추 숫자 계산>, 〈주변 상황 파악 공간 지각력〉, 〈언어 및 시각 이해와 결합〉, 〈공간 파악 변화 이해〉 등으로 구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두뇌 훈련을 돕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3개월(12주 차) 분을 매일매일 트레이닝 시키는 일정으로 짜여 있는데,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훈련을 한다기보다 오히려 즐거운 놀이를 하는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했던 학습지의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어릴 때는 그렇게 하기 싫던 학습지가 어른이 된 후에는 왜 이렇게 재밌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치매와 같은 기억력과 관련된 치료는 병원 치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훈련하는 것도 중요한 걸로 알고 있다.


이미 짜인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이니, 누구의 도움 없이도 쉽게 매일매일 훈련을 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뇌를 훈련시켜보면 어떨까 한다.


더불어 현재 건강한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휴대폰만 들여다보지 말고 이런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에 더해 두뇌를 일깨우는 훈련을 통해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려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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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홈트레이닝을 위한 3개월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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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홈트레이닝 3개월(12주) 집중 체크리스트)



실천해 보겠다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이 모든 것을 제공한다. 주차별/일일 계획표에 따라 그냥 실천만 하면 된다. 그리고 실천했다면 기록으로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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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자가 진단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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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경도인지장애 자가 진단 테스트)



혹시 평소에 깜빡깜빡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나의 상태가 궁금하다면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점검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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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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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멀 메모리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긍정적인 생활습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적의 기억력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최적의 기억력에 도달하는 길' 13가지 수칙을 제시했다.


13가지 수칙의 영문 앞 글자를 따면 '옵티멀 메모리(OPTIMAL MEMORY)'가 된다.


1.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2. 담배를 끊어라.

3. 비타민을 섭취하라.

4. 남들과 잘 어울려라.

5. 건강 식단을 유지하라.

6. 밤에 잘 자도록 노력하라.

7. 새로운 것을 배워라.

8. 술은 적당히 마셔라.

9. 적극적인 삶을 살아라.

10.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라.

11. 생각과 생활을 잘 정리하라.

12. 뇌를 보호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예방 조치를 취하라.

13. "그래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3R 평생 치매 예방법

채우자(Refill), 풀자(Release), 휴식하자(Relax)


1. 아침: 채우자

우리의 뇌는 밤에 자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에너지 소모를 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뇌의 에너지가 부족하다. 이처럼 부족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것이 아침밥과 뇌 건강에 좋은 소올차, 소올차주스다.


아침밥으로 먹는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바뀌는 데 8시간이 걸리는 것에 반해 약차와 주스는 3~4시간 만에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때문에 오전에 쓸 뇌의 에너지를 채워 주면서 뇌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아침밥을 먹은 후 소올차를 마시면 뇌의 활동이 오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며, 이로 인해 치매, 파킨슨병, 중풍(뇌졸중), 공황 장애, 우울증 등의 예방 및 극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점심: 풀자

스트레스를 계속 담아 두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뇌 쪽으로의 혈액 순환을 방해하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낮에는 혈액을 좋게 하는 뇌 건강 지압법 해피버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해피버튼은 눈썹 바깥쪽의 사죽공혈과 귀 뒤쪽의 예풍혈을 지그시 누르면서 마사지하는 것이다.



3. 저녁: 휴식하자

저녁이 되면 아침과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뇌에 피로가 느껴지며, 대뇌 활성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저녁에는 될 수 있으면 지친 뇌에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럴 때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 마음으로 몸을 다스리는 명상이다.


뇌 건강 명상 치료법으로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흠싸 명상 치료법이 있다. '흠싸'는 힌두교의 주문으로, 치매, 파킨슨병, 중풍(뇌졸중), 공황 장애, 우울증 등의 뇌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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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홈트레이닝 프로그램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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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패 계산하기(주의집중 계산력)

▶미로찾기(주변 상황 파악 공간 지각력)

▶물건 가격 계산하기(주의집중 계산력)

▶컬러링(정신집중과 이완을 통한 기분 전환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하다보면 푹 빠져들어 하루에 1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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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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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뇌 건강을 위해 학습지를 구독한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 책도 그것과 비슷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웰빙,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어떻게 보면 스스로 자신의 뇌 건강을 챙기는 모습처럼 보며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책 외에도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실제로 치매예방을 위한 컬러링북, 필사책, 건강노트 등 특정 타깃을 위한 제품들이 은근히 많이 나와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앞으로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실버 관련 제품들이 출시될 거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치매나 기억상실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뇌가 건강할 때 미리 챙겨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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