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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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소설!"



<이성과 감성> 너무 대조되는 제목을 가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궁금해 읽게 되었다. 고전인데다 580여 쪽에 달하는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라, 읽기 전에는 다소 따분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이 걱정은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책은 생각보다 쑥쑥 읽혔고, 내용도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초반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만 헷갈리지 않는다면, 더 즐거이 책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단순 로맨스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 결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서로 얽힌 욕망을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이성과 감성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살펴보다 보면 과연 어떤 삶이 맞는 삶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는 <이성과 감성> 그 어떤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는데, 어쩌면 이 자체가 정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엘리너 대시우드의 관점에서 사건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태로 전개된다. 엘리너는 책 제목 중 '이성'을 담당하는 인물로, 동생 메리앤은 '감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대시우드 가족의 서사는 남편의 사망으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며, 당시의 시대상과 부, 욕망, 결혼관, 인간관계 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요즘 시대라면 연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관계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서로를 끌어당기고 돕거나, 때로는 시기하는 일들이 소설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 어떤 캐릭터도 무조건 착하거나 나쁘게만 표현하지 않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야말로 현실과 이상, 이성과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감 있게 잘 유지한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초중반까지만 해도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지켜보며, 크게 어긋날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었는데,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전개 덕분에 어떤 이의 희생도 없이 오히려 관계는 돈독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가깝게 보면 나부터 시작해 가정, 사회, 국가, 세계의 모습도 결국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성과 감성의 충돌이 수시로 벌어지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도 하고, 소설처럼 평온하게 유지되기도 할 것이다.


특히 날뛰는 메리앤과 성향이 비슷한 대시우드 부인을 잘 컨트롤하며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지고 지혜롭게 잘 대처하는 엘리너의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때때로 자신의 상황과 슬픔을 감내하기도 버거웠을 텐데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차분히 헤쳐나갈 일들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 그녀의 노고 덕분에 큰 위기 속에서 가족들은 모두 금세 제자리를 찾게 된다.


'이성과 감성'을 대표하는 엘리너와 메리앤을 비롯해 이 책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어떤 변화와 상황이 펼쳐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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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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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스 놀랜드 파크 저택

-대시우드 가족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살아온 생활의 터전


□바턴 코티지

-헨리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이 새롭게 이주해서 살게 된 곳


■헨리 대시우드

-두 번의 결혼생활을 함

-전 부인에게서는 아들을 얻음(존 대시우드)

-현 부인에게서는 세 딸을 얻음(엘리너, 메리앤, 마거릿)

-영지를 상속받고 일 년 만에 세상을 떠남


■헨리 대시우드 부인

-슬하에 세 딸이 있음(엘리너, 메리앤, 마거릿)

-특히 둘째 딸을 편애하고 끔찍이 사랑함


■엘리너

-열아홉 살

-심지 굳은 이해력과 냉정한 판단력의 소유자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지혜를 가지고 있었음

-헨리 대시우드와 부인 사이의 첫째 딸


■메리앤

-열여섯 살

-분별 있고 영특함

-만사에 의욕적임

-어머니와 성품이 비슷함


■마거릿

-열세 살

-쾌활하고 성격이 둥글둥글한 아이


■존 대시우드

-헨리 대시우드와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패니(존 대시우드 부인)

-존 대시 우드의 아내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물


■페라스 부인

-존 대시 우드의 장모이자 패니의 어머니


■에드워드 페라스

-페라스 부인의 첫째 아들

-존 대시우드 부인의 남동생


■로버트 페라스

-페라스 부인의 둘째 아들

-외양에 신경 쓰는 허영꾼

-속이 텅 비고 오만함


■존 미들턴 경

-바턴 코티지의 집주인

-바턴 파크에 거주

-엘리너 가족을 도와준 인물


■레이디 미들턴

-스물여섯~스물일곱 살로 추정

-존 미들턴의 아내

-제닝스 부인의 첫째 딸


■제닝스 부인

-남편과 사별한 과부

-자산이 풍족

-두 딸이 있으며 둘 다 적당한 혼처에 잘 결혼시킴


■파머 부인

-제닝스 부인의 막내딸


■브랜던 대령

-서른다섯 살

-말이 없고 진중함


■존 윌러비

-남자다운 미모와 기품을 가지고 있음

-재주도 많고 상상력도 활발하고 기운차고 활달한 성격


■루시 스틸

-4년 동안 에드워드 페라스의 약혼자

-삼촌: 프랫

-스틸 자매의 둘째


■낸시 스틸

-스틸 자매의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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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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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잃고 경제적 기반을 상실한 대시우드 가의 사람들은 존 미들턴 경의 도움으로 서식스를 떠나 바턴 코티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곳에서 대시우드 자매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시기와 질투 속에서 심리전을 벌이기도 하는 등 이야기의 대부분이 결혼이나 사랑과 연관 지어지며 진행된다.


이는 당시 시대상으로 봤을 때 여성의 생존 수단이 결혼에 의해 좌지우지되었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유달리 인연을 맺고 관계를 형성하는 파티나 모임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속에는 경제력, 가문, 사회적 체면, 욕망, 책임, 사랑 등과 더불어 이성과 감성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이들의 이런 숨겨진 감정선을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극 중 이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엘리너로, 그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자, 전체 스토리의 균형을 맞추는 인물이기도 하다. 엘리너와는 반대 지점에 있는 매리앤은 감정에 충실한 인물로 즉흥적이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들이 추구하는 감정과 이성의 방식은 때에 따라 오해를 사거나 실수를 연발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쪽이 우월하다거나 옳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과 감성의 경계선을 잘 지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이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이 더 '옳은 삶'인지에 대해 질문을 건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그러므로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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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와 메리앤의 성향이 잘 드러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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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처럼 빠르게 말하면서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 열렬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그게 누구든 다 속내를 감추는 사람이라 할 아이잖아요!"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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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성향의 메리앤에 대해 잘 표현한 문장이다. 있는 그대로 느낀 부분을 빠르게 표현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표현하기를 바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음흉하거나 속내를 감추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성향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열정적이고 솔직하지만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실수가 잦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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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는 혼자일 때 더 강했지요. 자신의 바른 사리 판단을 따라서, 갓 벌어진 상처처럼 쓰라린 회한에 아파하면서도, 있는 힘껏 흔들림 없이 초연했고 겉으로는 한결같이 명랑했답니다.

220~2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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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엘리너이기에, 오히려 그녀는 혼자일 때 더 강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 있을 경우 그녀의 말을 곡해하거나 왜곡하는 경우도 있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에, 오히려 엘리너의 경우 혼자일 때 더 강했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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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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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나 전개 내용상으로 보면 큰 위기나 사건은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등장할 뿐이다. 다만 그 속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이성적 사고를 지닌 인물과 감성적 사고를 지닌 인물이 이에 대해 대처하는 방안이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도 선명히 드러나는데, 그런 행위나 사고 자체를 작가는 특별히 좋고 나쁘다는 판단이나 치우침 없이 그저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술한다.


덕분에 이런 성향의 다름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오는 일은 없다.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단계를 거쳐 더 관계가 돈독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이 책에는 극과 극, 상반되는 조건과 상황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그것들이 살아가는데 큰 흠이 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이 융합되고 희석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쩌면 이 소설을 통해 그런 통합과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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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생엔 물고기로 만날까
문서희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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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의 압박 속에서 시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삶과 관계, 그리고 상실과 위로를 담은 책!"



과거부터 학업 스트레스는 존재해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난이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었는데, 학업에 있어서만큼은 점점 요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은 고등학생 작가가 쓴 소설로, 또래가 겪는 불안과 현실을 가까이에서 풀어냈는데 그래서인지 더 실감 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았다.


읽으면서 독자인 나조차 숨이 막힐 것 같은 지점들이 꽤 많았는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답답해졌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학업과 삶의 압박 속에서 길을 잃은 청소년들의 현실을 그린 소설로,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우리가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이면을 그대로 풀어낸 이야기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하는 부모의 잔인함, 더 나아가 아이를 대상화해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행태를 적나라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잃고 삶을 포기하거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방황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깊이 상처 입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보듬으며 버틸 힘을 얻지만, 그마저도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읽는 내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라는 질문이 절로 떠오르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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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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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늘

-엄마의 끝없는 공부의 압박과 현실적 불안과 피로를 겪는 인물

-해성고에서 항상 1등을 했던 성실한 아이

-오빠가 자살한 후 갑자기 수재들만 있는 해성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감

-오빠가 죽은 이후 엄마로부터 늘 의심받고, 감시당하고, 통제당함


■한서결

-세 살 때부터 엄마의 감시를 받으며 자람

-일곱 살에 의대반을 준비함

-수재가 되어야 했고, 영재를 거쳐, 결국 천재가 되어야 했음

-원하던 서울대 의예과 수시 최종 합격 발표 후 자살함


■문여울

-10반의 문제아로, 출석을 잘 하지 않음

-서늘의 짝꿍

-자유롭고 평안해 보이지만 다른 이유로 삶의 무게를 안고 사는 인물


■도이

-여섯 살 때부터 공부로 이름을 날린 영재

-열일곱에 해성고에서 서결을 만남


■서결과 서늘의 엄마

-자신의 감정을 딸이라는 존재 안에 밀어 넣고 '너밖에 없다'는 말로 구속하고, 위협하고, 기대하는 인물

-남편과는 이혼

-알코올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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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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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은 오빠의 죽음 이후 해성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모든 면에서 최고였던 오빠는 열일곱 살 무렵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고, 엄마와의 다툼도 잦아졌다. 잠시 방황의 시간을 거친 끝에, 결국 엄마가 원하던 서울대 의예과에 수시로 합격하지만 그 직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오빠는 서늘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자 숨 쉴 수 있는 존재였다. 그가 사망한 뒤, 엄마의 기대는 고스란히 서늘에게로 옮겨오고, 서늘은 더욱 옥죄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 서늘은 짝꿍 여울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그의 사정을 엿듣게 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반에서 누구와도 섞이지 못했던 둘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그렇게 둘은 어느새 우정을 넘어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서늘과 개인사로 꿈을 포기한 여울은 함께 탈출을 꿈꾸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감춰둔 비밀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회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망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방황의 길에서 다시 찾게 된 오빠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낯선 인물 도이를 통해 듣게 되는 진실과 끝끝내 서늘을 위해 자신의 길을 떠난 여울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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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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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야, 가끔 그게 제일 무서운 것 같아. 막막하게 어른이 돼 버릴까 봐."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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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의 막막함 속에는 많은 것들이 겹쳐 있다. 경제적인 부분, 할머니, 건강, 미래, 꿈 등.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온 여울은 그래서 어쩌면 어른이라는 단어가 더 낯설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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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생엔 물고기로 만날까?"

서늘은 여울에게 마음을 품은 뒤로 이렇게 생각했다.


물고기로 만나자. 그렇게 아무 말도 필요 없는 곳에서, 누구도 부르지도, 기억하지도 않은 채 그저 조용히 흐르는 물살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면.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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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자신을 위한다고 떠나버린 오빠, 집착적인 엄마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녀는 어쩌면 관계 자체를 맺지 않는 것으로, 그저 안온한 곳에서 잠시 머무르다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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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래. 공부는 나중에 성공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나중에 가면 다 도움 된다고 말야. 근데 그 나중이 오기 전에 내가 무너졌으면, 그건 뭐야? 그 도움은 누가 받아?"

2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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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자 의문이 아닐까 싶다. 모두 ‘나중’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행복을 미루라고 말하지만, 이미 내가 망가진 상태라면 과연 나중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대단한 것을 바라기보다, 그냥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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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아픈 만큼 깊고, 견딜 수 없는 만큼 순수하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가장 큰 상실 앞에서도 살아남아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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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운 서늘은, 그녀를 떠난 여울의 빈자리를 통해 비로소 사랑의 깊이와 애정을 깨닫는다. 더불어 그가 남긴 흔적이 결국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리라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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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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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나칠 정도로 학업만을 내세우는 현시대의 모습을 꼬집는 동시에,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랑과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며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이다.


이야기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세상이 정해 놓은 길의 피해자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받는다.


그중 유일하게 이 길의 바깥에 서 있는 인물이 여울인데, 그는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이다.


학업과 현실의 한계에 내몰린 아이들은 끝내 벼랑 끝으로 몰리고, 누군가는 삶을 스스로 내려놓고, 누군가는 살아 있으되 살아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서늘 역시 그런 삶을 살아오다 우연히 여울을 만나게 되고, 서로 인연을 맺으면서 꺼져가던 삶에 조금씩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살아오던 방식과 익숙한 틀을 깨는 일이었기에 쉽지 않은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소소하더라도 자신만의 꿈과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울의 위기를 목도하게 되면서, 서늘은 또 한 번 삶의 벼랑 앞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언젠가 서늘은 딛고 일어서게 될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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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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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심심했지만, 읽는 내내 속은 편안했던 소설!"



일본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에 식당을 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소설로, 영화화까지 됐다는 것에 비해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다.


전반적으로 술에 물 탄 듯 밍밍한 맛이 느껴지지만, 휴식이나 힐링의 관점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 특히 일본 고유의 분위기를 소설 곳곳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을 통해 전해지는 소박함과 정겨움, 따뜻한 맛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핀란드 헬싱키에 카모메 식당을 연 주인 사치에를 중심으로, 찍기로 핀란드에 오게 된 무계획 여행자 미도리, 별난 대회에 반해 이곳에 오게 된 마사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식당 주인 사치에는 손님이 없어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한 메뉴들을 내놓으며 장사를 이어가는데, 대표적인 메뉴로는 오니기리와 시나몬롤이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 우연히 마주한 일본인 중년 여성 세 명은 의기투합해 함께 식당을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 현지에서 만난 오타쿠 청년 토미까지 합세하며, 식당은 점점 번성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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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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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헬싱키 시내 길 한 모퉁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음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


■하야시 사치에

-서른여덞 살

-아버지는 합기도 고수로 외동딸 사치에는 어릴 때부터 합기도를 배움

-사치에가 열두 살 때 어머니는 트럭에 치여 사망


■사에키 미도리

-40대 초반

-가족관계: 부모님, 오빠 둘, 남동생 하나

-세계지도 위 아무 곳이나 찍어 핀란드에 온 무계획 여행자


■신도 마사코

-50세

-별난 대회에 반해 핀란드에 온 여행자


■토미 힐트넨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에 빠져있는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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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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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

공부를 하는 동안 사치에의 그런 꿈은 부풀어갔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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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식이 떠올랐다. 대단히 화려하지 않아도 입맛을 돋우고,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한식. 한식을 하는 식당은 여럿 있지만, 사치에가 말하는 소박하지만 제대로 된 한 끼를 내는 곳은 많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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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둘러싸여 있다고 모두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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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완전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이 하기 나름이다. 환경 탓을 하며 망가진 사람이 되기보다, 어디에 있든 스스로 반듯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면 어떨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 중년 여성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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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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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에 비해 다소 심심한 느낌이 많이 들었던 소설이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가 없어서일까? 읽고 난 뒤 크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또한 없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기억에 남았다.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조용한 가운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모습은 저절로 '힐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평소 궁금했던 핀란드 헬싱키의 풍경을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없어 다소 아쉽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따뜻함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소박하지만 속이 편안한 한식을 먹은 느낌처럼 다가왔다. 숨 가쁜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휴식이 필요한 순간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중년 여성들처럼 잠시 멈춰서 '잘 산다는 것의 의미', '함께 있다는 것',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내 인생을 돌아보고 고민하다 보면, 나만의 이정표에 맞는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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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래 - 파리 여행그림책
이병률 지음, 최산호 그림 / 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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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이 좋아하는 파리의 다채로운 모습과 감정의 온도를 기록한 책!"



<좋아서 그래>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막상 읽으면서는 맥락이 잘 잡히지 않아 다소 헤맸던 책이다.


처음에는 무엇이 좋았는지를 찾아 헤맸는데, 결국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저자가 풀어놓은 감정과 문장 그 자체를 즐기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각 에세이들을 독립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파리의 온기와 모습들을 풍광처럼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거였다.


총 20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파리에서 이 년간 머무르며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고, 그 사이에서 느낀 감정과 시선을 담아낸 여행산문집이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떤 순간과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결이 느껴진다.


다만 이 책은 대중적인 공감보다는 작가 개인의 감정과 온기에 더 가까워, 읽는 이에 따라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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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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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창고에서 숨 쉬고 있을 재능들에게, 아직 피어나지 못한 청춘의 가슴들에게, 이 카페는 넌지시 말해주는 것만 같다.


시간이 우리를 잠시 막고 있을 뿐,

시간은 당신의 모든 가능성을 숙성시키는 중이라고.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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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가능성을 숙성시키느라 잠시 우리를 막고 있는 시간.


언젠가 무르익으면 그 모든 가능성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올 걸 생각하니, 하루도 헛되이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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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이 년 산 적 있어요.

(...)

그곳의 빛들은 달랐습니다.

봄날에 쏟아지는 칼날 같은 빗줄기를

파리로 몰려든 인상파 화가들은 저마다 잡아챘죠.

(...)

길고 어둑한 겨울 기운이 걷히고 나면 파리 사람들은 햇빛 아래서 살짝 미쳐요.

미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미치도록 드센 아름다움인지 나는 알거든요.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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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느낌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것만 같다. 어떤 것에 한 번쯤 미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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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오늘을 사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파리를 물들이고 어디쯤에다 벽돌 하나쯤 쌓아 올린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누구를 만나느냐는 곧 어떤 미래를 살 거냐의 문제와 닿아 있어요.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내 인생의 기준을 좌우한다면

나는 파리를 알게 된 것을 고마워하는 일로 앞으로의 생을 채워가려고요.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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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얼마나 애정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에게 파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인생의 기준을 바꿔 놓은 시간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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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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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저자처럼 내 인생을 바꾼 경험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풍경, 물건, 순간들을 떠올려봐도 좋겠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남겨, 그때 우리가 느꼈던 마음과 온기를 간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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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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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용인되고 있는 가짜 정의를 분석하고 진짜 정의를 되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책 제목을 보고는 '가짜 정의'가 뭘까 은근한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날카롭고 핵심적인 내용들을 많이 품고 있는 책이었다. 그만큼 읽는 게 쉽진 않았다.


살면서 '정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은연중에 사용하지만 실제 우리가 제대로 알고 정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용인하고 있는 정의란 무엇이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사상과 상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다룬다.


고비고비 문단을 넘으며 한 세대가 살아온 시대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가진 불안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세대별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잘못된 가짜 정의에서 벗어날 방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정의를 되찾아 건강한 나, 우리,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정의'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마음을 진단하여 사회구성원들마다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는 이유와 그 배경, 그리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짜 정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진짜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함께 제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현시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거나 가독성이 좋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조목조목 읽다 보면 세대갈등이나 사회조직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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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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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특징


1. 중장년 세대

앞으로 나이를 더 먹더라도 변질될 가능성이 별로 없을 정도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대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면, 중장년 세대는 분명 이를 강력히 지지하는 주요 추진 세력이 될 것이다.


2. 극우 세력의 강력한 지지집단인 노인 세대

오늘날 한국의 노인 세대는 '공포형 보수'다. 보수는 크게 합리적 보수와 비합리적 보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합리적 보수란 이성적 사고로 보수 이념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고 신봉하는 이들을 뜻한다.


한국 보수 성향 국민 중 압도적 다수는 비합리적 보수로, 이성적 사고에 기초하여 따져봤을 때 보수 이념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신봉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보수 성향 국민 대부분은 대체로 힘없고 못 배운 어르신이다. 사회적 약자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보수 지지자가 된 것일까? 반국가 세력으로 몰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이들은 이런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수 완장을 차고 보수 집회에 나가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재 정권으로부터 자신이 열렬한 보수임을 인정받으면, 적어도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들 노인 세대는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공포를 통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보수 이념을 선택한 공포형 보수 혹은 생존형 보수 집단이다. 그렇기에 마음 깊은 곳의 극우 세력, 군대, 국가폭력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들은 보수 이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


3. 청년 세대

청년 세대는 여전히 집단주의적 정의나 사회정의보다 개인주의적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사회 개혁을 통해 부조리나 불평등을 해결하기보다 개인 간 경쟁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청년 세대는 사회적 차원의 정의보다 개인적 차원의 정의를 선호하며, 이를 '공정'이라 일컫는다. 공정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가치다.


청년 세대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믿기에 부정의한 사회에 체념하고 개인 간 경쟁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경쟁을 지배하는 규칙만이라도 공정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과도하게 집착한다.


거대한 악에 저항하지 못하니 소소한 악에 분노할 뿐이다.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는데, 개인 간 경쟁마저 불공정한 규칙의 영향을 받는다면 더 이상 기대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가짜 정의 유형 4가지


1. 능력주의 정의론

▷개인의 능력과 성과만으로 정의를 판단하는 관점

▷사회적·구조적 불평등을 무시하고, '노력했으면 당연히 얻는다'는 논리로 포장된 정의


2. 기계적 공정

▷형식적·절차적 공정만 강조하고, 결과나 맥락은 고려하지 않는 정의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평등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

▷예시: 학교 시험에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시험 문제와 시간을 제공. 겉으로 보면 완전히 공평해 보이지만, 집안 환경, 사교육, 건강 상태, 개인 능력 차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임.


3. 페미니즘이 문제라는 착각

▷사회적 약자의 권리 주장이나 평등 요구를 과도하게 공격하며 정의를 왜곡

▷여성이나 특정 집단의 요구를 '정의의 문제'로 잘못 판단


4. 내가 곧 정의라는 착각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신념을 정의로 착각

▷자신의 판단이 곧 사회적 정의라고 믿으며, 실제 정의와 공정성을 혼동



■진짜 정의로운 사회


1. 기본생활권 보장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을 누리는 것

▷생존권·기본적 필요 충족이 먼저 되어야 진정한 정의 실현 가능


2. 실질적 평등

▷단순한 형식적 공정(절차만 맞춤)이 아닌 맥락과 환경을 고려한 결과적 정의

▷기계적 공정만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


3. 사회 구조 개선

▷법·제도·정책을 통해 약자와 소외된 계층 보호

▷개인의 능력·운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 강화


4. 개인과 공동체 균형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존중하면서, 모든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를 유지

▷단순히 개인의 정의감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정과 평등을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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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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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부정의한 한국 사회를 어쩔 수 없이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부정의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다.

(...)

능력주의는 배경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을 긍정하는 상태에서 공정한 기회와 경쟁만을 떠드는 가짜 정의론이기 때문이다.

105~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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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문장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부정의한 사회를 한 개인이 어쩔 수 없어 용인하지만, 그렇기에 마음 깊은 곳에는 깊은 분노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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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삶을 강요당하는 한국인은 고통을 경쟁하는 중이다. 더 큰 고통에 더 큰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해 차별을 찬성하는 셈이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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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경쟁 중'이라는 말이 공감 가면서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행복한 삶을 꿈꾸면서 우리는 왜 항상 고통을 경쟁 중인 걸까.


그래서 어쩌면 더 고통만큼 보상에 대한 욕망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남이 잘 되거나 쉽게 되는 꼴을 못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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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는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1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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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위의 문장을 가슴에 잘 새겨 두었으면 좋겠다. 함께 고민하고 다른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현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귀중한 가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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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차원의 불평등은 해결 불가능하다고 보는 청년 세대의 눈에 시험은 불공정의 대척점에 있는 공정, 혹은 정의로 보일 수 있다.


나아가 대부분 한국인에게 시험은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자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

한국인이 기계적 공정과 시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은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할 테니 제발 개인 간 경쟁만이라도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처절한 호소에 가깝다.

132~1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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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문장 중 하나다. 사회적 불평등은 용인할 테니 개인 간 경쟁만이라도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니.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지 않으면 청년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사실 나 역시 공감되고 이해되는 문장이라, 한편으로는 이들의 호소가 눈물겹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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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중 가장 중요한 정의가 인간관계의 정의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의론은 이 문제에 지극히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여러 번 말하지만, 불평등은 관계의 정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관계의 평등이 전제되어야 관계가 정의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평등은 관계 정의를 실현하는 전제이자 필수조건이다. 결과의 불평등은 인간관계를 불평등하게 만들어 정의를 파괴한다. 부의 재분배, 즉 결과의 불평등을 교정하려고 하지 않는 정의론은 관계 정의를 회피하므로 부족한 정의론이다.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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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이자 필수조건인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 살기에, 이처럼 모든 것이 가짜인 세상에 놓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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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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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부릅뜨고 읽다 보면 꽤 날카롭고 비판적 시각에서 잘 쓰인 책이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뭔가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뜯어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전체를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세대갈등의 원인이나 심화의 이유는 제대로 마주 볼 수 있다.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스템, 가치관 등이 잘못된 방향으로 잡혀 있다는 것 또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이것들을 바로잡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방법까지 제시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알려준다.


항상 불공평한 사회 속에서 욱여넣듯 꾸역꾸역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말한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된다면 지금보다 심적으로 많이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샘솟는다.


언제쯤 우리는 이처럼 이상적인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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