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성과 감성 ㅣ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소설!"
<이성과 감성> 너무 대조되는 제목을 가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궁금해 읽게 되었다. 고전인데다 580여 쪽에 달하는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라, 읽기 전에는 다소 따분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이 걱정은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책은 생각보다 쑥쑥 읽혔고, 내용도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초반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만 헷갈리지 않는다면, 더 즐거이 책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단순 로맨스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 결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서로 얽힌 욕망을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이성과 감성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살펴보다 보면 과연 어떤 삶이 맞는 삶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는 <이성과 감성> 그 어떤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는데, 어쩌면 이 자체가 정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엘리너 대시우드의 관점에서 사건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태로 전개된다. 엘리너는 책 제목 중 '이성'을 담당하는 인물로, 동생 메리앤은 '감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대시우드 가족의 서사는 남편의 사망으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며, 당시의 시대상과 부, 욕망, 결혼관, 인간관계 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요즘 시대라면 연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관계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서로를 끌어당기고 돕거나, 때로는 시기하는 일들이 소설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 어떤 캐릭터도 무조건 착하거나 나쁘게만 표현하지 않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야말로 현실과 이상, 이성과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감 있게 잘 유지한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초중반까지만 해도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지켜보며, 크게 어긋날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었는데,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전개 덕분에 어떤 이의 희생도 없이 오히려 관계는 돈독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가깝게 보면 나부터 시작해 가정, 사회, 국가, 세계의 모습도 결국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성과 감성의 충돌이 수시로 벌어지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도 하고, 소설처럼 평온하게 유지되기도 할 것이다.
특히 날뛰는 메리앤과 성향이 비슷한 대시우드 부인을 잘 컨트롤하며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지고 지혜롭게 잘 대처하는 엘리너의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때때로 자신의 상황과 슬픔을 감내하기도 버거웠을 텐데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차분히 헤쳐나갈 일들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 그녀의 노고 덕분에 큰 위기 속에서 가족들은 모두 금세 제자리를 찾게 된다.
'이성과 감성'을 대표하는 엘리너와 메리앤을 비롯해 이 책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어떤 변화와 상황이 펼쳐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한다.
=====
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
□서식스 놀랜드 파크 저택
-대시우드 가족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살아온 생활의 터전
□바턴 코티지
-헨리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이 새롭게 이주해서 살게 된 곳
■헨리 대시우드
-두 번의 결혼생활을 함
-전 부인에게서는 아들을 얻음(존 대시우드)
-현 부인에게서는 세 딸을 얻음(엘리너, 메리앤, 마거릿)
-영지를 상속받고 일 년 만에 세상을 떠남
■헨리 대시우드 부인
-슬하에 세 딸이 있음(엘리너, 메리앤, 마거릿)
-특히 둘째 딸을 편애하고 끔찍이 사랑함
■엘리너
-열아홉 살
-심지 굳은 이해력과 냉정한 판단력의 소유자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지혜를 가지고 있었음
-헨리 대시우드와 부인 사이의 첫째 딸
■메리앤
-열여섯 살
-분별 있고 영특함
-만사에 의욕적임
-어머니와 성품이 비슷함
■마거릿
-열세 살
-쾌활하고 성격이 둥글둥글한 아이
■존 대시우드
-헨리 대시우드와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패니(존 대시우드 부인)
-존 대시 우드의 아내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물
■페라스 부인
-존 대시 우드의 장모이자 패니의 어머니
■에드워드 페라스
-페라스 부인의 첫째 아들
-존 대시우드 부인의 남동생
■로버트 페라스
-페라스 부인의 둘째 아들
-외양에 신경 쓰는 허영꾼
-속이 텅 비고 오만함
■존 미들턴 경
-바턴 코티지의 집주인
-바턴 파크에 거주
-엘리너 가족을 도와준 인물
■레이디 미들턴
-스물여섯~스물일곱 살로 추정
-존 미들턴의 아내
-제닝스 부인의 첫째 딸
■제닝스 부인
-남편과 사별한 과부
-자산이 풍족
-두 딸이 있으며 둘 다 적당한 혼처에 잘 결혼시킴
■파머 부인
-제닝스 부인의 막내딸
■브랜던 대령
-서른다섯 살
-말이 없고 진중함
■존 윌러비
-남자다운 미모와 기품을 가지고 있음
-재주도 많고 상상력도 활발하고 기운차고 활달한 성격
■루시 스틸
-4년 동안 에드워드 페라스의 약혼자
-삼촌: 프랫
-스틸 자매의 둘째
■낸시 스틸
-스틸 자매의 첫째
=====
간략 줄거리
=====
아버지를 잃고 경제적 기반을 상실한 대시우드 가의 사람들은 존 미들턴 경의 도움으로 서식스를 떠나 바턴 코티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곳에서 대시우드 자매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시기와 질투 속에서 심리전을 벌이기도 하는 등 이야기의 대부분이 결혼이나 사랑과 연관 지어지며 진행된다.
이는 당시 시대상으로 봤을 때 여성의 생존 수단이 결혼에 의해 좌지우지되었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유달리 인연을 맺고 관계를 형성하는 파티나 모임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속에는 경제력, 가문, 사회적 체면, 욕망, 책임, 사랑 등과 더불어 이성과 감성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이들의 이런 숨겨진 감정선을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극 중 이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엘리너로, 그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자, 전체 스토리의 균형을 맞추는 인물이기도 하다. 엘리너와는 반대 지점에 있는 매리앤은 감정에 충실한 인물로 즉흥적이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들이 추구하는 감정과 이성의 방식은 때에 따라 오해를 사거나 실수를 연발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쪽이 우월하다거나 옳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과 감성의 경계선을 잘 지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이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이 더 '옳은 삶'인지에 대해 질문을 건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그러므로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
엘리너와 메리앤의 성향이 잘 드러난 문장
=====
-----
"자기처럼 빠르게 말하면서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 열렬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그게 누구든 다 속내를 감추는 사람이라 할 아이잖아요!"
151페이지 中
-----
감성적인 성향의 메리앤에 대해 잘 표현한 문장이다. 있는 그대로 느낀 부분을 빠르게 표현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표현하기를 바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음흉하거나 속내를 감추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성향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열정적이고 솔직하지만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실수가 잦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
엘리너는 혼자일 때 더 강했지요. 자신의 바른 사리 판단을 따라서, 갓 벌어진 상처처럼 쓰라린 회한에 아파하면서도, 있는 힘껏 흔들림 없이 초연했고 겉으로는 한결같이 명랑했답니다.
220~221페이지 中
-----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엘리너이기에, 오히려 그녀는 혼자일 때 더 강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 있을 경우 그녀의 말을 곡해하거나 왜곡하는 경우도 있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에, 오히려 엘리너의 경우 혼자일 때 더 강했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
마무리
=====
스토리나 전개 내용상으로 보면 큰 위기나 사건은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등장할 뿐이다. 다만 그 속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이성적 사고를 지닌 인물과 감성적 사고를 지닌 인물이 이에 대해 대처하는 방안이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도 선명히 드러나는데, 그런 행위나 사고 자체를 작가는 특별히 좋고 나쁘다는 판단이나 치우침 없이 그저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술한다.
덕분에 이런 성향의 다름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오는 일은 없다.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단계를 거쳐 더 관계가 돈독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이 책에는 극과 극, 상반되는 조건과 상황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그것들이 살아가는데 큰 흠이 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이 융합되고 희석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쩌면 이 소설을 통해 그런 통합과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