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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래 - 파리 ㅣ 여행그림책
이병률 지음, 최산호 그림 / 달 / 2025년 10월
평점 :
"이병률 시인이 좋아하는 파리의 다채로운 모습과 감정의 온도를 기록한 책!"
<좋아서 그래>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막상 읽으면서는 맥락이 잘 잡히지 않아 다소 헤맸던 책이다.
처음에는 무엇이 좋았는지를 찾아 헤맸는데, 결국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저자가 풀어놓은 감정과 문장 그 자체를 즐기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각 에세이들을 독립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파리의 온기와 모습들을 풍광처럼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거였다.
총 20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파리에서 이 년간 머무르며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고, 그 사이에서 느낀 감정과 시선을 담아낸 여행산문집이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떤 순간과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결이 느껴진다.
다만 이 책은 대중적인 공감보다는 작가 개인의 감정과 온기에 더 가까워, 읽는 이에 따라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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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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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창고에서 숨 쉬고 있을 재능들에게, 아직 피어나지 못한 청춘의 가슴들에게, 이 카페는 넌지시 말해주는 것만 같다.
시간이 우리를 잠시 막고 있을 뿐,
시간은 당신의 모든 가능성을 숙성시키는 중이라고.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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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가능성을 숙성시키느라 잠시 우리를 막고 있는 시간.
언젠가 무르익으면 그 모든 가능성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올 걸 생각하니, 하루도 헛되이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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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이 년 산 적 있어요.
(...)
그곳의 빛들은 달랐습니다.
봄날에 쏟아지는 칼날 같은 빗줄기를
파리로 몰려든 인상파 화가들은 저마다 잡아챘죠.
(...)
길고 어둑한 겨울 기운이 걷히고 나면 파리 사람들은 햇빛 아래서 살짝 미쳐요.
미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미치도록 드센 아름다움인지 나는 알거든요.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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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느낌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것만 같다. 어떤 것에 한 번쯤 미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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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오늘을 사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파리를 물들이고 어디쯤에다 벽돌 하나쯤 쌓아 올린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누구를 만나느냐는 곧 어떤 미래를 살 거냐의 문제와 닿아 있어요.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내 인생의 기준을 좌우한다면
나는 파리를 알게 된 것을 고마워하는 일로 앞으로의 생을 채워가려고요.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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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얼마나 애정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에게 파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인생의 기준을 바꿔 놓은 시간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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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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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저자처럼 내 인생을 바꾼 경험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풍경, 물건, 순간들을 떠올려봐도 좋겠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남겨, 그때 우리가 느꼈던 마음과 온기를 간직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