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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생엔 물고기로 만날까
문서희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학업의 압박 속에서 시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삶과 관계, 그리고 상실과 위로를 담은 책!"
과거부터 학업 스트레스는 존재해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난이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었는데, 학업에 있어서만큼은 점점 요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은 고등학생 작가가 쓴 소설로, 또래가 겪는 불안과 현실을 가까이에서 풀어냈는데 그래서인지 더 실감 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았다.
읽으면서 독자인 나조차 숨이 막힐 것 같은 지점들이 꽤 많았는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답답해졌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학업과 삶의 압박 속에서 길을 잃은 청소년들의 현실을 그린 소설로,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우리가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이면을 그대로 풀어낸 이야기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하는 부모의 잔인함, 더 나아가 아이를 대상화해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행태를 적나라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잃고 삶을 포기하거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방황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깊이 상처 입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보듬으며 버틸 힘을 얻지만, 그마저도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읽는 내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라는 질문이 절로 떠오르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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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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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늘
-엄마의 끝없는 공부의 압박과 현실적 불안과 피로를 겪는 인물
-해성고에서 항상 1등을 했던 성실한 아이
-오빠가 자살한 후 갑자기 수재들만 있는 해성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감
-오빠가 죽은 이후 엄마로부터 늘 의심받고, 감시당하고, 통제당함
■한서결
-세 살 때부터 엄마의 감시를 받으며 자람
-일곱 살에 의대반을 준비함
-수재가 되어야 했고, 영재를 거쳐, 결국 천재가 되어야 했음
-원하던 서울대 의예과 수시 최종 합격 발표 후 자살함
■문여울
-10반의 문제아로, 출석을 잘 하지 않음
-서늘의 짝꿍
-자유롭고 평안해 보이지만 다른 이유로 삶의 무게를 안고 사는 인물
■도이
-여섯 살 때부터 공부로 이름을 날린 영재
-열일곱에 해성고에서 서결을 만남
■서결과 서늘의 엄마
-자신의 감정을 딸이라는 존재 안에 밀어 넣고 '너밖에 없다'는 말로 구속하고, 위협하고, 기대하는 인물
-남편과는 이혼
-알코올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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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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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은 오빠의 죽음 이후 해성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모든 면에서 최고였던 오빠는 열일곱 살 무렵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고, 엄마와의 다툼도 잦아졌다. 잠시 방황의 시간을 거친 끝에, 결국 엄마가 원하던 서울대 의예과에 수시로 합격하지만 그 직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오빠는 서늘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자 숨 쉴 수 있는 존재였다. 그가 사망한 뒤, 엄마의 기대는 고스란히 서늘에게로 옮겨오고, 서늘은 더욱 옥죄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 서늘은 짝꿍 여울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그의 사정을 엿듣게 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반에서 누구와도 섞이지 못했던 둘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그렇게 둘은 어느새 우정을 넘어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서늘과 개인사로 꿈을 포기한 여울은 함께 탈출을 꿈꾸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감춰둔 비밀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회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망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방황의 길에서 다시 찾게 된 오빠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낯선 인물 도이를 통해 듣게 되는 진실과 끝끝내 서늘을 위해 자신의 길을 떠난 여울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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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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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야, 가끔 그게 제일 무서운 것 같아. 막막하게 어른이 돼 버릴까 봐."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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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의 막막함 속에는 많은 것들이 겹쳐 있다. 경제적인 부분, 할머니, 건강, 미래, 꿈 등.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온 여울은 그래서 어쩌면 어른이라는 단어가 더 낯설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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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생엔 물고기로 만날까?"
서늘은 여울에게 마음을 품은 뒤로 이렇게 생각했다.
물고기로 만나자. 그렇게 아무 말도 필요 없는 곳에서, 누구도 부르지도, 기억하지도 않은 채 그저 조용히 흐르는 물살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면.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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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자신을 위한다고 떠나버린 오빠, 집착적인 엄마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녀는 어쩌면 관계 자체를 맺지 않는 것으로, 그저 안온한 곳에서 잠시 머무르다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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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래. 공부는 나중에 성공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나중에 가면 다 도움 된다고 말야. 근데 그 나중이 오기 전에 내가 무너졌으면, 그건 뭐야? 그 도움은 누가 받아?"
2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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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자 의문이 아닐까 싶다. 모두 ‘나중’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행복을 미루라고 말하지만, 이미 내가 망가진 상태라면 과연 나중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대단한 것을 바라기보다, 그냥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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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아픈 만큼 깊고, 견딜 수 없는 만큼 순수하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가장 큰 상실 앞에서도 살아남아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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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운 서늘은, 그녀를 떠난 여울의 빈자리를 통해 비로소 사랑의 깊이와 애정을 깨닫는다. 더불어 그가 남긴 흔적이 결국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리라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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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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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나칠 정도로 학업만을 내세우는 현시대의 모습을 꼬집는 동시에,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랑과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며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이다.
이야기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세상이 정해 놓은 길의 피해자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받는다.
그중 유일하게 이 길의 바깥에 서 있는 인물이 여울인데, 그는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이다.
학업과 현실의 한계에 내몰린 아이들은 끝내 벼랑 끝으로 몰리고, 누군가는 삶을 스스로 내려놓고, 누군가는 살아 있으되 살아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서늘 역시 그런 삶을 살아오다 우연히 여울을 만나게 되고, 서로 인연을 맺으면서 꺼져가던 삶에 조금씩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살아오던 방식과 익숙한 틀을 깨는 일이었기에 쉽지 않은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소소하더라도 자신만의 꿈과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울의 위기를 목도하게 되면서, 서늘은 또 한 번 삶의 벼랑 앞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언젠가 서늘은 딛고 일어서게 될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