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것들은 가끔 서툴다
구혜온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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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쳐버린 순간들에 대한 조용한 고백!"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특히 아주 사소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에서 그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계절, 시간, 사랑, 이별, 감정 등.


어떤 식으로든 그때의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텐데, 서툴렀기에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금 돌아봤을 때야 비로소 흘려보낸 마음의 기억들이 떠올라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 애틋해진 마음을 담아 기록을 써 내려갔고, 그것들을 그러모아 이 시집에 담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놓쳐버린 것들을 뒤늦게 마주하고 섬세하게 보듬어 엮은 시집으로 주요 소재는 계절, 감정, 마음, 기억 등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마음들을 차분히 시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넨다. 그리고선 이내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다.


누구나 한 번쯤 귀한 것을 서투름으로 인해 놓쳐버린 경험이 있기에, 독자에게도 그 물음은 또 다른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가는 듯하다.



=====

혼자 걷는 법



누가 없다고

무너지지 않고

누가 있다고

덜 외롭지도 않다는 걸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게 너무 기대지 않고

기댄다 해도

마음의 한 귀퉁이쯤이면 족하다

22~23페이지 中

=====


깊이 공감하는 시구절 중 한 부분이다. 젊은 날에는 외롭다는 이유로 줄줄이 연애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결국 그 외로움은 옆에 누가 있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늘 혼자인 사람이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자 편견이다.


조금 살아보니 알겠다. 결국 외로움은 내 안에서 피어나고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그러니 타인에게 내어주는 마음은 아주 조금이면 족하다.



=====

깊어지는 일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예전보다 더 잘 듣게 되었다

(...)

조금씩

빠르게 반응하던 마음들이

느려지고

무언가를 잊는 대신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

시간은

무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게 하는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52~53페이지 中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다. 젊음을 앗아가고, 계절이 달라지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모두 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멈춰서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사실은 그것들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은 무언가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관점,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러니 시간에 대해 너무 냉혹하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변화를 불러오는 새로운 언어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

일주일의 행복



(...)

목요일엔

길가에 핀 꽃을 보고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금요일에는

퇴근길 버스 창에 기대

작은 한숨을 놓아주었다

(...)

그렇게,

행복은

특별한 날보다

특별하지 않은 날에

아무 말 없이

옆에 머물렀다

172~173페이지 中

=====


무심코 흘려보낸 일상의 날들을 새롭게 돌아보면, 어느 날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다. 더불어 행복하지 않은 날도 없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 멈춰 선 발걸음, 퇴근길 버스 차창으로 불어오던 상쾌한 바람, 푹신한 침대에 털푸덕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던 순간 모두 그러하다.


행복을 간절히 찾고 있는 중이라면, 지금 당신의 일상에 이미 스며든 행복을 찾아보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넘겨버린 그 하루하루에 행복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


마치 산들바람처럼 간질이며 지나가는 바람에 우리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왔다 갔구나'라는 반응 혹은 왔다 간지도 모르는 상태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는 더 이상 그 바람은 예전의 그 바람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이별을 경험했던 그날을 떠올리게 하고, 서투르고 어설퍼서 실수만 하던 날들을 곱씹어 보게 한다. 내 인생의 찬란한 순간에 그 바람도 함께 했음을 기억하게 한다.


한때 열정적으로 기운을 쏟느라 놓쳐버린 게 있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다독이고 보듬으며, 새로운 날들을 써 내려가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놓쳐버린 행복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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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븐을 켤게요 - 빵과 베이킹, 그리고 을지로 이야기
문현준 지음 / 이소노미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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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멈춰 세우게 만드는 빵 냄새 가득한 베이킹 이야기"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그저 베이킹에 대한 애정과 빵 만드는 시간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풍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법한 레시피를 고안해 수업을 진행하는 저자 덕분에 나도 모르게 '베이킹 한 번 해 볼까?'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다.


그러다가 대놓고 레시피를 공개한 부분까지 이르게 되면, '해 볼까?'가 아니라 '꼭 한 번 베이킹에 도전해 봐야 할 것만 같다'는 느낌으로 바뀌게 된다.


그만큼 저자의 베이킹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이 책에서 자세히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애정 이상의 기쁨과 고민의 시간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베이킹 클래스를 시작하게 된 시작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안에는 레시피를 고민하고, 사람들과 빵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내용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


빵에 대한 내용이라서일까? 이상하게 읽는 내내 잔잔한 클래식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여러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다가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베이킹의 향기에 취해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는 처음에 베이킹을 취미로 시작한다. 그러다 사람들을 모아 공유 주방에서 베이킹을 하고, 마침내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현재는 꾸준하게 베이킹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과정들을 지나온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읽다 보면 나처럼 저자의 힘듦보다 빵의 향기와 베이킹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어릴 적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빵에 대한 기억을 더 먼저 소환하게 될 것이다.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베이킹이 아니라 생각보다 쉬워서 누가 만들더라도 나중에 또 해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베이킹이다. '이게 이렇게 쉽게 완성이 되네?'

(...)

'이 정도는 나도 하겠는데?' 또는 '정말 쉬워 보인다!'가 좋다. 혹은 '나중에 또 할 수 있겠지.' 정도.


내가 준비한 레시피와 베이킹을 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계속 쉬운 레시피를 준비할 생각이다. 재료 하나가 빠지고 도구 하나가 필요 없는 그런 레시피로.

82~83페이지 中

=====


저자가 베이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베이킹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다른 여느 요리와는 다르게 베이킹은 '도구'와 '적정 용량'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멋모르고 할 때는 쉽게 도전해도, 막상 한 번이라도 해봤거나 엉망진창의 결과물을 확인한 이들이라면 두 번, 세 번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쉬운 베이킹이 고맙게 느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맛있는 추억을 마음껏 쌓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문득 이해되는 이전의 말들이 있다. 특히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마치 공기청정기 조심하라는 말처럼.

210페이지 中

=====


누군가 자꾸 반복적으로 하는 말들이 때론 귀찮거나 번거롭게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자리,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면 문득 그때 그 말이 이해되는 때가 있다.


관점에 따라, 자리에 따라 중요시하는 부분이 달라 생기는 단순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때론 그 자리에 있어 봐야 이해되는 일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공간을 갖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전 직장 대표가 '공기청정기를 조심하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가끔은 누군가의 반복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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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불행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나는 기대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것이 회사에서건, 삶에서건 간에.

2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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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때론 기대가 너무 커서 생기는 부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가 언급한 위 문장은 그런 부분을 다시 한번 더 상기시키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너무 맹목적으로 기대의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그만큼 받는 타격도 크기에. 때로는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


베이킹이라고 하면 으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따뜻함, 달콤함과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베이킹 역시 사람과 대면하는 일이다 보니 실상 현실적으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실제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 중에 그런 내용들이 언급된 부분이 있는데,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기본 예의와 매너는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하는 거짓말은 절대 거부!)


책 속 이야기인 만큼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 일 아무도 모른다. 남의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갖지 않기를 바란다.


따뜻한 오븐 속에서 피어나는 달콤한 베이킹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도 훈풍과 함께 달달함이 느껴지는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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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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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삶 이면에 자리한, 사라짐과 죽음에 대한 여러 조각을 모아놓은 책!"



조금 이색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더불어 세상에 참 많은 죽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득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바깥이 여름이면 안은 '겨울'이라는 뜻인데, 정말이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모두 살얼음 낀 겨울을 보냈겠구나 하고 말이다.


'여름'하면 뜨거운 태양과 후덥지근한 날씨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마 혹독한 겨울보다 무더운 여름이 낫다고 여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라짐'과 '죽음'의 여러 조각들을 모아놓은 퍼즐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대상자와 상황 또한 그만큼 다양한데, 어린 자녀, 반려견, 사랑하던 배우자와 연인,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휴게소, 여행지, 처음 마련한 아파트, 외국, 길거리 등에서 펼쳐진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불안하고 암울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를 풍기는데, 모두 '죽음' 혹은 '사라짐'과 연관되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더 감정적인 부분에 치중해 읽게 된다. 이들이 느낀 상실감과 고통, 불안에 대해, 그리고 그 상황들을 겪어내야만 했던 시간들에 대해.


현실 세계 속 우리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고 있는 중이라면,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꽝꽝 얼어붙은 겨울 속을 정처 없이 방황하며 견디고 있었다.


물론 이들 중 몇몇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이제 막 봄으로 접어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이야기들은 모두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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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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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불우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망가진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찬성과 에반

아버지를 차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찬성은 어느 날 개 한 마리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면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내게 된다. 그러다 개(에반)가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찬성은 개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허무한 일이 되고 만다.



■건너편

한 시절을 함께하며 서로 위로가 되어주었던 연인은 약 8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특별한 어느 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 그저 시절연인으로만 남은 연인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침묵의 미래

수없이 많은 언어가 사라지고 또 보존되는 '소수 언어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풍경의 쓸모

아버지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했던 시절, 가족을 버리고 홀연히 떠난 아버지가 오랜 세월이 흘러 아들을 찾아왔다. 그는 어머니와의 해외여행을 앞둔 시점 불현듯 돈을 빌려 달라는 요청을 한다.


하지만 아들은 이를 거절하고 가족과 함께 예정대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랬듯 사진을 찍으며 지금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 애를 쓴다.


이 와중에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문자 하나를 보내는 데, 돈의 목적이자 가족을 떠나게 만들었던 원흉인 여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 문자였다.


아들은 풍경을 잠시 눈에 담으며 복잡한 현실 문제들을 그렇게 잠시 흘려보낼 시간을 갖는다.



■가리는 손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들이 사회적 편견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것 같아 늘 안쓰럽게 여기던 엄마는 어느 날 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건은 십 대 무리와 한 노인이 실랑이하다 노인이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이 담긴 영상 속에는 자신의 아들 또한 등장한다.


앞서 그저 순진무구한 아들이자 안쓰럽게만 여겼던 아들이었건만, 이 사건을 계기로 엄마는 아들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막 희망이 꽃 피던 시절 다정했던 남편이 한 아이를 구하려다 함께 사망하게 된 후 홀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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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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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입동 中 (36~3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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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처음에는 모두들 한결같이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실상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 또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바라거나 채찍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일이 아니기에, 알지만 모른 척하고 또 귀찮아한다. 혹여 어떤 이들은 그저 빨리 잊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부정적인 사회 이슈가 더 이상 내 일상생활을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그렇게 뭉쳐진다.


이 소설은 '입동'이라는 제목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를 잘 대변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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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거든..

가리는 손 中 (21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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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이해'가 과거에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면,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 '이해'는 품이 드는 다소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다들 피하려고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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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같은 비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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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는 손'이라는 소설에는 찰떡같은 비유가 유독 많이 쓰였다. 그래서 시선을 잡아 끈 매력적인 문장을 몇 개 꼽아보았다.


수돗물을 틀자 스테인리스 볼에 뽀얀 물안개가 인다. 손가락을 성글게 벌린 채 천천히 손목을 돌린다. 손가락 사이로 곡식 낟알이 시간처럼 빠져나간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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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저절로 그려지는 대목이다. 한 번쯤 쌀을 씻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뽀얗게 이는 물안개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곡식 낟알의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뿌옇게 변하는 물 색깔을 '뽀얀 물안개'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낟알을 '시간처럼 빠져나간다'로 표현하면서 흑백의 스케치에 컬러를 덧입힌 느낌이 들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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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밥 물이 손등 위에서 고요히 찰랑인다. 늘 반복하는 일인데 밥물 잴 때마다 목숨 재는 기분이 든다.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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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재는 일'이라는 표현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물 양을 재려고 노력했는지가 엿보인다. 나 역시 한때 이렇듯 신중하게 물 양을 재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어 더 공감이 갔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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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 소리와 함께 사방에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콩의 고소함이나 깨의 풍미와는 비교가 안 되는 포식자의 고소함, 남의 살을 먹고 사는 생물의 깊은 고소함이. 은빛 몸통 주위로 황금빛 공기 방울이 풍요롭게 자글거린다.

204~2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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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오감이 자극되는 느낌이다. 은빛 갈치를 튀기면서 내뿜는 고소한 향과 자글거리며 기름에 튀겨지는 시각적 효과가 더해지며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더해 콩이나 깨와 같은 식물성 제품과는 비교가 안되는 포식자의 고소함이라니! 당장 어떤 생선이라도 구워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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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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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가 다소 어둡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독자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 듯하다.


그중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가리는 손'에서 보여준 찰떡같은 비유를 통해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전해준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만약 저자가 어둠과 불행을 그저 그 자리에 놔뒀다면, 나는 아마 내 불행에 더해 소설 읽기를 더 전진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들을 오롯이 견뎌낸 주인공들이 다시 희망을 찾는다는 뉘앙스를 슬쩍 얹었다.


독자가 불행에 매몰되지 않도록, 몇몇 장치들을 심어두면서 '현실은 괴롭지만,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더럽혀진 벽지를 새로 바르고, 헤어질 결심을 하며 그렇게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슬픔과 고통이지만, 거기에 잠식당하지 않으려 더 큰 고통을 감내하며 변화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그들은 여름인 바깥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다 읽고 난 뒤 '그럼 그렇지'라는 느낌보다, '역시 그래도, 한 번 더 해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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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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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시민을 만든 '청춘의 독서', 그 안에서 발견한 오늘을 사는 지혜!"



유시민이 출연한 방송은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막상 그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듯하다. 한때 그가 쓴 <항소 이유서>가 유명세를 타면서 '언젠가 한번 읽어 봐야지'하고 독서 리스트에 올려두고선 막상 아직까지 읽어보진 못했다.(다른 책 읽는다고 계속 밀림)


그러다가 이번에 그가 쓴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이 출간되면서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그가 '청춘'일 때 읽었던 고전 중의 고전인 책들을 다룬 덕분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가 소개한 15권의 책들 모두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시대적 배경, 정치, 경제 상황 그리고 그의 감상평까지 파악하려다 보니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그래서 여러 번 끊어 읽으며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중후반쯤에 이르러서는 그의 책에 익숙해졌고 조금씩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내가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는 시대적 배경으로 넘어온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소개한 책과 유시민이라는 작가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접했음에도, 나의 시선을 잡아 끈 책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원문을 찾아 읽어 볼 예정이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오래전 읽었던 책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체험이었다고 전하는데, 이 글을 읽는 순간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과연 나는 저자와 같이 그때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 아니면, 시대가 변하고 나이도 들었으니 뭔가 다르게 느낄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런 궁금증을 안고, 저자의 젊은 시절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했던 질문들과 사회를 바라보던 관점들을 흥미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며 읽게 되었는데, 옛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볼법한 내용들이 바로 여기 있었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험난한 모험처럼 여겨지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들이 마치 3D처럼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래된 필름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현실 속 이야기가 저자의 삶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물론 후반부에 언급되는 몇몇 내용들은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겪어 본 일들이다. 후대에는 이 또한 먼 과거의 이야기로 남아, 지금 우리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그들 또한 보고 듣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렇듯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그의 청춘을 채워 주었던 책과 함께 만나고 보니, 역사와 시대의 한 페이지를 마주한 느낌이 들어 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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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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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다시 <인구론>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 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이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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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나 권력, 훌륭한 무언가를 창출한 것과는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너무 지나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구론>을 쓴 맬서스의 사례를 통해 저자 역시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지나친' 무언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경계하고 돌보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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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새 시대는 새사람을 부른다. 구시대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새 시대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도태되고 만다.


<사기>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역할의 전도' 현상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 인물이 한신이다. 그런데 한신의 비극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숙손통이라는 지식인이다.

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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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쉽게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는 구시대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새 시대에 맞게 빠르게 맞춰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사고방식과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아 은근히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ATM, 키오스크, 모바일 주문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AI를 활용한 도구, 사고방식, 관념 등 다양한데,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도태되고 낙오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어쩌면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한신'보다 더 큰 리스트를 안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현시대는 과거와 다르다. 에헴 하고 앉아 있는다고 해서 누군가 도움을 주거나 대우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이, 성별, 국적 불문 '숙손통'처럼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응전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것은 어쩌면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값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새 시대에 필요한 새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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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면서,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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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15개의 작품 중,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였는데,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별다른 내용은 없는데도 잔상이 남았던 소설이라 평하고 있다.


이 책은 수용소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기록한 소설인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다.


비인간적인 체재의 잔혹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작은 행복을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마 저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 게 아닐까 한다.


때로 삶이 피폐하고 불온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럴 때 환경이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마음에 작은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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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이것은 철학적 '개인 독립 선언'이다. 밀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던 건 아니다. 자유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나는 이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믿는다.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국적과 고향과 부모 형제를 선택한 이도 없다. 우리는 온갖 것을 '운명'으로 받아안고 세상에 나온다. 주어진 사명 같은 건 없다. 정해진 의미도 없다. 우리는 세상을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에 살러 왔다.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남의 방식을 따라 살 필요는 없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3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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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우리 삶에 부여하는 가장 큰 가치를 적용해, 내가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때때로 사람들은 특정 조건이나 타인이 만든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가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임시 정답일 뿐이다.


만약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정답 또한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삶에 마음껏 활용하고 적용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라고 표현하며, 제대로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것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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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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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낯선 고전을 만나 처음에는 다소 고군분투했지만, 읽으면서 점차 저자에게 이 책들이 당시 어떤 의미였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되면서 깊이 스며들게 된 것 같다.


혼란하고 공포스러웠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눈 깜짝할 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때도, 지금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고전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다. 저자는 호기심으로 인해 젊은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 읽어보게 된 것이지만,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러시아 소설을 좋아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과거와 현재 느낀 깨달음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음 또한 알게 된다.


어쩌면 이번에 다시 <청춘의 독서>를 독파하면서 자신 안에 품고 있던 생각과 가치관이 그때 그 고전 속에서부터 꽃피워 현재에 이르렀음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살펴보면, 모두 옳다거나 현명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반대되는 이야기도 함께 다룸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가 무엇인지 더 현실감 있게 일깨워 준다.


이 때문일까? 한때는 낡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고전이 요즘은 오히려 필독서처럼 느껴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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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합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 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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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안의 우울을 직면하고, 행복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은 책!"



이 책 저 책 다양하게 읽다 보면, 자주 언급되거나 인용되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였는데, 아주 '빈번하게'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잊힐 때쯤 어딘가에서 한 번씩 언급이 되고는 했다. 또 특이한 제목으로 인해 더 잔상처럼 남았던 듯하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는 얼마나 떡볶이를 좋아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썼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극과 극의 감정을 나타낸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를 겪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의 상태를 깨닫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늘 뭔가 알 수 없는 갈증과 공허함,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싶었던 저자는 상담을 통해 자신 안의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게 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생각의 틀을 깨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 더 무던하고 차분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실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전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한동안 자신 안의 공간에서 꼼짝하지 않던 저자는 자신의 찌질하고 어두운 모습에서 탈피하려 큰 용기를 낸다. 그리고 감추고 있던 속내를 거침없이 전문의에게 털어놓으며 잘못된 사고와 관점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덕분에 홀로 생각의 주머니에 갇혀 떠돌던 생각들이 바른 길을 찾게 되고, 비로소 자신 안에 깊게 자리한 우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자세하게 서술되진 않았지만, 치료 중간에 저자는 자해를 하거나 도돌이표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전문의의 도움, 그리고 스스로 이겨내겠다는 의지 덕분에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정상 범주에 들어온 듯 하다.


살다보면, 때때로 우울과 결핍, 불안 등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 외 여러 이유들로 인해 보통은 내 안에 꽁꽁 감추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처럼 무조건적으로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회피하고 감춘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느껴진다면 왜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온 건지 탐색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직시하다보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일일수도 있고, 또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불안 만큼은 분명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내일과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면 밝고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나의 어둡고 찌질한 모습까지도 다 그대로 포용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병이 들지 않는다.


만약 지금 어딘가 초조하거나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저자처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거나, 전문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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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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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으며 정신과를 전전했고, 2017년 잘 맞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벙행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떡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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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준 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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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건이 좋다는 건, 가기전까지만 좋은 거예요. 직업이든 학교든 마찬가지죠. 합격하는 순간까지만 좋고, 가고 나면 불만이 시작돼요. 처음부터 끝까지 '난 여기가 너무 좋아!' 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정작 나는 아닐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왜 즐겁지 못한 거야'하며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어요.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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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특히 이직 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리 겉으로 볼 때 조건이 좋았어도, 막상 입사해보면 다 거기서 거기였던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는 '너무 좋아!'하는 기대감은 좀 내려놓게 되었다.


저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왜 나만' 이라는 생각에 깊이 침잠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전문의는 모두 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이야기 해주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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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거 자체를 소중히 여긴다면 만족을 얻을 수도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어떤 관계냐가 큰 의미가 있을까요?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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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옛 인연들이 많이 생각났다.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 자체를 소중히 했던 나와 달리, 다른 목적이나 의도에 더 치중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던 손절한 친구들과는 어쩌면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는 뭘 먹어도 어디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도 만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고 재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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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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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나 역시 계속해서 찾고 있는 부분으로, 몇 년동안 지속하다보니 생각보다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 물건, 사람, 그리고 불편함을 느낄 때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등등.


내가 편안한 상태에 머물러야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 모두 이 숙제만큼은 꼭 제대로 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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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내 욕을 한다고 해도, 내가 듣지만 않는다면 뭔 상관인가요. 그들이 자기네끼리 내 흉을 보든 말든, 물론 그 말이 나한테 들린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결국 그들은 내게 중요하지 않으니 상관없죠. 거꾸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엄청 상처를 받겠죠. 그 구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

조금 더 이기적으로, 나한테 의미 있는 관계와 그다지 중요치 않은 관계에 대해서 편 가르기처럼 나누어 놓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누구나 다 그렇게 하니까요. 그리고 내 이익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방법, 손해를 덜 보고 내 이득을 더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 선택을 하는 것도 우선순위로 두면 어떨까요?

266~2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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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리저리 치이는 경험을 하다보니 저절로 나와 관계 없는 사람과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예전에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는 험담이나 혹은 이상한 분위기만 감지해도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험담을 하거나 흉을 보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럴테면 그러라지'와 같은 마음이다.


반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이들이 만약 나를 싫어하거나 흉을 본다면 큰 흉터가 남을 만큼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미 그 관계를 진작에 끝난 관계라고 본다.


어쩌면 나만 '좋은 관계'라고 착각하거나 유지해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때론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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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들이 내게 연관성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내 말이 내게 스미는거죠. 예를 들어 '이거 최악이야'라고 한다면 최악이라는 단어를 쓰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육하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을 더 붙이면 좋겠어요.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 형용사를 사용해서요. 그러면 내 감정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거든요.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429~4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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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을 담은 언어를 배출하는 글쓰기(이를테면 일기 등)를 할 때 이 문장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 혼잣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일수록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앞으로는 단순히 '싫어, 좋아'로 표현하기 보다, 보다 구체화시켜 이러이러해서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하면 더 좋을 듯하다.


최근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 '명사'보다 '동사'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식의 글을 많이 봤는데, 정말로 그런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직업, 감정뿐만 아니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문장과 형태로 표현한다면,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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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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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보고, 초반에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어두운 이야기로 인해 덩달아 나까지 우울한 기분이 될까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다보니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중간중간 어떤 추임새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선생님'으로 기재된 전문의의 이야기는 꼭 우울증을 겪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이 많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살고 있어, 혼자 끙끙 앓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데,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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