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합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 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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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안의 우울을 직면하고, 행복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은 책!"



이 책 저 책 다양하게 읽다 보면, 자주 언급되거나 인용되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였는데, 아주 '빈번하게'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잊힐 때쯤 어딘가에서 한 번씩 언급이 되고는 했다. 또 특이한 제목으로 인해 더 잔상처럼 남았던 듯하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는 얼마나 떡볶이를 좋아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썼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극과 극의 감정을 나타낸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를 겪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의 상태를 깨닫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늘 뭔가 알 수 없는 갈증과 공허함,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싶었던 저자는 상담을 통해 자신 안의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게 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생각의 틀을 깨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 더 무던하고 차분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실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전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한동안 자신 안의 공간에서 꼼짝하지 않던 저자는 자신의 찌질하고 어두운 모습에서 탈피하려 큰 용기를 낸다. 그리고 감추고 있던 속내를 거침없이 전문의에게 털어놓으며 잘못된 사고와 관점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덕분에 홀로 생각의 주머니에 갇혀 떠돌던 생각들이 바른 길을 찾게 되고, 비로소 자신 안에 깊게 자리한 우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자세하게 서술되진 않았지만, 치료 중간에 저자는 자해를 하거나 도돌이표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전문의의 도움, 그리고 스스로 이겨내겠다는 의지 덕분에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정상 범주에 들어온 듯 하다.


살다보면, 때때로 우울과 결핍, 불안 등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 외 여러 이유들로 인해 보통은 내 안에 꽁꽁 감추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처럼 무조건적으로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회피하고 감춘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느껴진다면 왜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온 건지 탐색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직시하다보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일일수도 있고, 또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불안 만큼은 분명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내일과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면 밝고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나의 어둡고 찌질한 모습까지도 다 그대로 포용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병이 들지 않는다.


만약 지금 어딘가 초조하거나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저자처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거나, 전문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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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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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으며 정신과를 전전했고, 2017년 잘 맞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벙행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떡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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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준 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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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건이 좋다는 건, 가기전까지만 좋은 거예요. 직업이든 학교든 마찬가지죠. 합격하는 순간까지만 좋고, 가고 나면 불만이 시작돼요. 처음부터 끝까지 '난 여기가 너무 좋아!' 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정작 나는 아닐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왜 즐겁지 못한 거야'하며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어요.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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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특히 이직 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리 겉으로 볼 때 조건이 좋았어도, 막상 입사해보면 다 거기서 거기였던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는 '너무 좋아!'하는 기대감은 좀 내려놓게 되었다.


저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왜 나만' 이라는 생각에 깊이 침잠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전문의는 모두 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이야기 해주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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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거 자체를 소중히 여긴다면 만족을 얻을 수도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어떤 관계냐가 큰 의미가 있을까요?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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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옛 인연들이 많이 생각났다.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 자체를 소중히 했던 나와 달리, 다른 목적이나 의도에 더 치중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던 손절한 친구들과는 어쩌면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는 뭘 먹어도 어디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도 만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고 재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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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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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나 역시 계속해서 찾고 있는 부분으로, 몇 년동안 지속하다보니 생각보다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 물건, 사람, 그리고 불편함을 느낄 때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등등.


내가 편안한 상태에 머물러야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 모두 이 숙제만큼은 꼭 제대로 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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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내 욕을 한다고 해도, 내가 듣지만 않는다면 뭔 상관인가요. 그들이 자기네끼리 내 흉을 보든 말든, 물론 그 말이 나한테 들린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결국 그들은 내게 중요하지 않으니 상관없죠. 거꾸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엄청 상처를 받겠죠. 그 구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

조금 더 이기적으로, 나한테 의미 있는 관계와 그다지 중요치 않은 관계에 대해서 편 가르기처럼 나누어 놓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누구나 다 그렇게 하니까요. 그리고 내 이익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방법, 손해를 덜 보고 내 이득을 더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 선택을 하는 것도 우선순위로 두면 어떨까요?

266~2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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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리저리 치이는 경험을 하다보니 저절로 나와 관계 없는 사람과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예전에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는 험담이나 혹은 이상한 분위기만 감지해도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험담을 하거나 흉을 보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럴테면 그러라지'와 같은 마음이다.


반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이들이 만약 나를 싫어하거나 흉을 본다면 큰 흉터가 남을 만큼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미 그 관계를 진작에 끝난 관계라고 본다.


어쩌면 나만 '좋은 관계'라고 착각하거나 유지해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때론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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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들이 내게 연관성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내 말이 내게 스미는거죠. 예를 들어 '이거 최악이야'라고 한다면 최악이라는 단어를 쓰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육하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을 더 붙이면 좋겠어요.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 형용사를 사용해서요. 그러면 내 감정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거든요.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429~4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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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을 담은 언어를 배출하는 글쓰기(이를테면 일기 등)를 할 때 이 문장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 혼잣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일수록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앞으로는 단순히 '싫어, 좋아'로 표현하기 보다, 보다 구체화시켜 이러이러해서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하면 더 좋을 듯하다.


최근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 '명사'보다 '동사'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식의 글을 많이 봤는데, 정말로 그런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직업, 감정뿐만 아니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문장과 형태로 표현한다면,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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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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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보고, 초반에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어두운 이야기로 인해 덩달아 나까지 우울한 기분이 될까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다보니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중간중간 어떤 추임새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선생님'으로 기재된 전문의의 이야기는 꼭 우울증을 겪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이 많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살고 있어, 혼자 끙끙 앓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데,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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