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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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시민을 만든 '청춘의 독서', 그 안에서 발견한 오늘을 사는 지혜!"



유시민이 출연한 방송은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막상 그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듯하다. 한때 그가 쓴 <항소 이유서>가 유명세를 타면서 '언젠가 한번 읽어 봐야지'하고 독서 리스트에 올려두고선 막상 아직까지 읽어보진 못했다.(다른 책 읽는다고 계속 밀림)


그러다가 이번에 그가 쓴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이 출간되면서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그가 '청춘'일 때 읽었던 고전 중의 고전인 책들을 다룬 덕분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가 소개한 15권의 책들 모두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시대적 배경, 정치, 경제 상황 그리고 그의 감상평까지 파악하려다 보니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그래서 여러 번 끊어 읽으며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중후반쯤에 이르러서는 그의 책에 익숙해졌고 조금씩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내가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는 시대적 배경으로 넘어온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소개한 책과 유시민이라는 작가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접했음에도, 나의 시선을 잡아 끈 책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원문을 찾아 읽어 볼 예정이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오래전 읽었던 책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체험이었다고 전하는데, 이 글을 읽는 순간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과연 나는 저자와 같이 그때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 아니면, 시대가 변하고 나이도 들었으니 뭔가 다르게 느낄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런 궁금증을 안고, 저자의 젊은 시절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했던 질문들과 사회를 바라보던 관점들을 흥미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며 읽게 되었는데, 옛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볼법한 내용들이 바로 여기 있었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험난한 모험처럼 여겨지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들이 마치 3D처럼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래된 필름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현실 속 이야기가 저자의 삶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물론 후반부에 언급되는 몇몇 내용들은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겪어 본 일들이다. 후대에는 이 또한 먼 과거의 이야기로 남아, 지금 우리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그들 또한 보고 듣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렇듯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그의 청춘을 채워 주었던 책과 함께 만나고 보니, 역사와 시대의 한 페이지를 마주한 느낌이 들어 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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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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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다시 <인구론>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 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이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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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나 권력, 훌륭한 무언가를 창출한 것과는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너무 지나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구론>을 쓴 맬서스의 사례를 통해 저자 역시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지나친' 무언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경계하고 돌보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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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새 시대는 새사람을 부른다. 구시대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새 시대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도태되고 만다.


<사기>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역할의 전도' 현상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 인물이 한신이다. 그런데 한신의 비극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숙손통이라는 지식인이다.

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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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쉽게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는 구시대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새 시대에 맞게 빠르게 맞춰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사고방식과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아 은근히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ATM, 키오스크, 모바일 주문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AI를 활용한 도구, 사고방식, 관념 등 다양한데,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도태되고 낙오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어쩌면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한신'보다 더 큰 리스트를 안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현시대는 과거와 다르다. 에헴 하고 앉아 있는다고 해서 누군가 도움을 주거나 대우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이, 성별, 국적 불문 '숙손통'처럼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응전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것은 어쩌면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값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새 시대에 필요한 새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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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면서,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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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15개의 작품 중,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였는데,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별다른 내용은 없는데도 잔상이 남았던 소설이라 평하고 있다.


이 책은 수용소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기록한 소설인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다.


비인간적인 체재의 잔혹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작은 행복을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마 저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 게 아닐까 한다.


때로 삶이 피폐하고 불온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럴 때 환경이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마음에 작은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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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이것은 철학적 '개인 독립 선언'이다. 밀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던 건 아니다. 자유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나는 이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믿는다.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국적과 고향과 부모 형제를 선택한 이도 없다. 우리는 온갖 것을 '운명'으로 받아안고 세상에 나온다. 주어진 사명 같은 건 없다. 정해진 의미도 없다. 우리는 세상을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에 살러 왔다.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남의 방식을 따라 살 필요는 없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3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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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우리 삶에 부여하는 가장 큰 가치를 적용해, 내가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때때로 사람들은 특정 조건이나 타인이 만든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가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임시 정답일 뿐이다.


만약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정답 또한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삶에 마음껏 활용하고 적용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라고 표현하며, 제대로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것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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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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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낯선 고전을 만나 처음에는 다소 고군분투했지만, 읽으면서 점차 저자에게 이 책들이 당시 어떤 의미였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되면서 깊이 스며들게 된 것 같다.


혼란하고 공포스러웠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눈 깜짝할 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때도, 지금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고전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다. 저자는 호기심으로 인해 젊은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 읽어보게 된 것이지만,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러시아 소설을 좋아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과거와 현재 느낀 깨달음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음 또한 알게 된다.


어쩌면 이번에 다시 <청춘의 독서>를 독파하면서 자신 안에 품고 있던 생각과 가치관이 그때 그 고전 속에서부터 꽃피워 현재에 이르렀음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살펴보면, 모두 옳다거나 현명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반대되는 이야기도 함께 다룸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가 무엇인지 더 현실감 있게 일깨워 준다.


이 때문일까? 한때는 낡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고전이 요즘은 오히려 필독서처럼 느껴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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