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것들은 가끔 서툴다
구혜온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놓쳐버린 순간들에 대한 조용한 고백!"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특히 아주 사소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에서 그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계절, 시간, 사랑, 이별, 감정 등.


어떤 식으로든 그때의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텐데, 서툴렀기에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금 돌아봤을 때야 비로소 흘려보낸 마음의 기억들이 떠올라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 애틋해진 마음을 담아 기록을 써 내려갔고, 그것들을 그러모아 이 시집에 담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놓쳐버린 것들을 뒤늦게 마주하고 섬세하게 보듬어 엮은 시집으로 주요 소재는 계절, 감정, 마음, 기억 등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마음들을 차분히 시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넨다. 그리고선 이내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다.


누구나 한 번쯤 귀한 것을 서투름으로 인해 놓쳐버린 경험이 있기에, 독자에게도 그 물음은 또 다른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가는 듯하다.



=====

혼자 걷는 법



누가 없다고

무너지지 않고

누가 있다고

덜 외롭지도 않다는 걸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게 너무 기대지 않고

기댄다 해도

마음의 한 귀퉁이쯤이면 족하다

22~23페이지 中

=====


깊이 공감하는 시구절 중 한 부분이다. 젊은 날에는 외롭다는 이유로 줄줄이 연애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결국 그 외로움은 옆에 누가 있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늘 혼자인 사람이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자 편견이다.


조금 살아보니 알겠다. 결국 외로움은 내 안에서 피어나고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그러니 타인에게 내어주는 마음은 아주 조금이면 족하다.



=====

깊어지는 일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예전보다 더 잘 듣게 되었다

(...)

조금씩

빠르게 반응하던 마음들이

느려지고

무언가를 잊는 대신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

시간은

무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게 하는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52~53페이지 中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다. 젊음을 앗아가고, 계절이 달라지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모두 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멈춰서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사실은 그것들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은 무언가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관점,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러니 시간에 대해 너무 냉혹하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변화를 불러오는 새로운 언어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

일주일의 행복



(...)

목요일엔

길가에 핀 꽃을 보고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금요일에는

퇴근길 버스 창에 기대

작은 한숨을 놓아주었다

(...)

그렇게,

행복은

특별한 날보다

특별하지 않은 날에

아무 말 없이

옆에 머물렀다

172~173페이지 中

=====


무심코 흘려보낸 일상의 날들을 새롭게 돌아보면, 어느 날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다. 더불어 행복하지 않은 날도 없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 멈춰 선 발걸음, 퇴근길 버스 차창으로 불어오던 상쾌한 바람, 푹신한 침대에 털푸덕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던 순간 모두 그러하다.


행복을 간절히 찾고 있는 중이라면, 지금 당신의 일상에 이미 스며든 행복을 찾아보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넘겨버린 그 하루하루에 행복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


마치 산들바람처럼 간질이며 지나가는 바람에 우리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왔다 갔구나'라는 반응 혹은 왔다 간지도 모르는 상태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는 더 이상 그 바람은 예전의 그 바람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이별을 경험했던 그날을 떠올리게 하고, 서투르고 어설퍼서 실수만 하던 날들을 곱씹어 보게 한다. 내 인생의 찬란한 순간에 그 바람도 함께 했음을 기억하게 한다.


한때 열정적으로 기운을 쏟느라 놓쳐버린 게 있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다독이고 보듬으며, 새로운 날들을 써 내려가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놓쳐버린 행복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