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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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불안에 대해 살펴보고,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덕분에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안이 어떤 형태로 진화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불안 증세들이 지금의 병명으로 자리 잡게 됐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게 되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소가 어떤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저자가 꼼꼼히 분석하고 살펴 본 예시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고,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다시금 '복잡한 세상 속에서 과연 아무런 걱정 없이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라는 원론적인 질문도 해보게 되었다.


더불어 저자가 제시한 해법들을 통해 회피보다는 직시와 수용을 통해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과 내면에 갇혀 생각에 몰두하기보다 행동함으로써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불안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길임을 배울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때때로 불안과 걱정이 나의 삶을 뒤덮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 그것을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형태로 대응하기보다 의연하고 여유롭게 지켜보는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 그러면 적어도 불안에 짓눌려 자신의 일상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살펴보면서 불안의 현주소는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까지 함께 담고 있다.


덕분에 문화와 역사는 물론 여러 통계와 연구 자료,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모습까지 살펴보면서 불안이 시대를 거쳐 어떤 형태로 흘러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현재를 사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며, 단지 이를 해소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오히려 혼란과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걱정 중독>에 대해 살펴보면서 움켜쥐고 있던 강박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한 일상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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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걱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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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표는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어떻게 미래, 원인과 결과, 위험과 재앙,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좇는다. 이는 세상에 대한 환멸이 증가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정신 건강의 악화는 그에 따른 수많은 증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불안의 패턴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그 원인은 모두 같다. 이 모든 것은 현재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징후다. 그러나 그 방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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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야기한 원인과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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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에 걸쳐 질병의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졌지만, 사실은 같은 주제의 변형이다.

"만약에 ···이면, 어떡하지?" 이런 질문의 기저에 깔린 소위 불안장애까지 합하면, 전체 유럽인의 약 3분의 1이 살면서 한 번은 이런 질병을 앓는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장애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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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상 수많은 질병은 따지고 보면 같은 주제의 변형이다. 수년에 걸쳐 이름이나 증상은 다양해질지언정,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 보면 이것은 곧 불안이라는 장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정신질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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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우리는 위험 회피에 점점 더 능숙해져야만 하고, 위험 회피를 통해 발생하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해야 한다. 계산이나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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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위험 회피는 이제 당연하게 겪는 것이자 능숙해져야만 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문화적인 요소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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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위험 회피 정책에 기반을 둔다면, 적어도 세 가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첫 번째 위험: 파멸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인형극, 발레, 오페라 모두 세상의 종말을 얘기한다. 범죄와 테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킬 뿐이지만, 세상의 종말에는 매력이 있다.


두 번째 위험: 윤리가 계산에 밀려난다.

위험이 확인되는 즉시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위한 출발 신호가 떨어진다. 대응책이 반드시 정치적일 필요는 없고, 대대적인 사회 개혁이 아니어도 된다.


세 번째 위험: 위험과 위험이 대결한다.

임박한 재앙의 위험에 대치하는 방법을 계산할 때, 각각의 제안은 또 다른 위험 계산을 생성한다. 

234~2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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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회피하게 되면 여기에는 또 다른 위험이 뒤따라오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3가지 위험요소를 꼽았다.


첫째로는 우리가 즐겨 하는 문화 속에서 파멸을 매력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계산에 밀려 정작 진짜 중요한 윤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대응책을 찾다가 결국엔 또 다른 위험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험을 피하려다가 결국에는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음에 대한 경고로 느껴져 당장 간편하거나 쉬운 방법만을 좇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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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부작용에 대한 사례>


두 여성의 경우 정신분석학자의 제멋대로 해석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겪게 된다.


●헬레나: 어디를 보든 남자의 성기를 연상시키게 됨

●애니: 마지막에는 가족을 대면하는 것조차 두려움을 느끼게 됨

238~2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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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에는 작은 불안 증세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고자 찾은 정신건강의학과(혹은 심리상담소)에서는 이들에게 자기들 멋대로 이상한 생각을 주입시킴으로써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야기하게 만든다.


덕분에 헬레나는 무엇을 보고, 경험하든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게 되었고, 애니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전문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잘못된 사상과 학설로 이들을 찾은 환자들을 대한다면 이들은 결코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특정 개인을 향한 굳은 신뢰와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처럼 때론 부작용도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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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방식과 행복이 상호 영향을 얼마나 많이 미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외로움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이다. 장기 연구에서 드러나듯이, 정신 건강 문제는 대부분 외로움에서 싹튼다. 외로움 때문에 낙담하고, 불안과 우울이 그 뒤를 따른다. 결과는 심각하다. 친구가 없거나 배우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 의존성 측면에서 이를 살펴보면, 소셜 미디어에 빠지면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을 안 하고, 그로 인해 외로움은 더 커진다.

(...)

외로움이 증가하면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상황이 더 나빠지고,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 내면을 치유해 정신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연한 탓에 외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지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잘못되었나 살핀다.

2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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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된 지금, 이런 우리의 생활방식이 행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생활 방식이 가져온 외로움과 우울증은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우리가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취약함은 지속적으로 불안과 우울증을 야기하기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확실한 인식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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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이면, 어떡하지?" 질문이 승기를 잡는 순간, 불안이 저절로 재확인된다.

2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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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중에 하는 걱정들이 쌓이고 쌓여, 이 질문이 우리를 잠식하는 순간, 불안은 뒤이어 따라오기 마련이다.


만약 일상 속에서 하는 사소한 염려들의 빈도가 잦거나 염려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한 번쯤 내가 불안에 잠식당하는 중은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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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걱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걱정하는 대상 또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7세기 사람들에게는 마법에 걸리거나 마녀라고 고발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러웠다. 또한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갈 때는 수많은 사람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캐스팅된 배우일까 봐 불안해하며 마음수련에 휩쓸렸다. 망상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했던 이런 불안은 주인공이 그런 조건에 놓였던 영화 <트루먼 쇼>가 1998년에 개봉된 이후 널리 퍼졌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병적인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문화에 유입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걱정과 불안이 너무 이색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병든 정신에서 생겨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2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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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가 걱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걱정하는 대상 또한 상황에 따라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17세기 마녀라는 낙인이 찍히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보며 느끼는 불안, 20세기에서 21세에 몰래카메라나 트루먼쇼와 같은 속고 속이는 프로그램으로 불안을 야기했던 것을 통해 세월에 따라 양산되는 문화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불안과 걱정이 퍼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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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이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 영역!

(종교, 성, 공격권,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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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문화권마다 걱정과 불안이 유독 많이 나타나는 영역을 위험 영역이라고 부르고, 우리의 '내면'이 문화적으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네 영역, 종교, 성, 공격성,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종교: 멈출 수 없는 자책

종교적 강박관념은 기독교뿐 아니라 세계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신앙심이 아주 깊은 사람들이 이런 강박관념에 빠진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이 같은 생각을 허용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언제나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보기 때문에 이에 맞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더 끈질기게 만들 뿐이다.


종교가 없어서 생각의 순수성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 사람은 "신을 미워한다" 같은 문장을 더 쉽게 용납할 수 있다. 그 말이 그에게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국가일수록 종교적 강박관념이 있을 확률이 당연히 더 높다. 미국의 연구들을 보면, 강박장애의 5~10퍼센트가 종교와 관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처럼 더 종교적인 국가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그 수치가 50~60퍼센트에 이른다. 아마도 실제 수치는 심지어 더 높을 텐데, 종교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도움을 얻기 위해 병원에 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걱정은 모두 문화적 두려움에 기초한다. 그러나 종교가 반드시 개인의 위험 영역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힌두교도 사이에서 종교적 강박관념은 비교적 드문 일이다. 그러니까 죄, 부도덕, 불결함, 신성모독에 눈길을 주더라도 강박적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아주 작은 일탈이, 설령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탈이라도, 지금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 개인이 확실할 때만 문제가 된다.


특정 가르침을 잘못 해석해 이런 강박적 사고가 생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종교가 다양한 강도의 처벌을 이용해 강박적 사고를 조장하기도 한다.



■성: 수치스럽거나 혐오스럽거나

성적인 내용이나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된 원치 않는 생각이 요즘 가장 흔한 강박적 사고에 속한다. 손 씻기 강박보다도 더 흔하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때때로 원치 않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반드시 동성애와 관련되진 않았지만, 응답자가 역겹거나 끔찍하거나 무섭다고 생각하는 주제였다. 그러므로 강박은 생각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없애려는 욕구에서 생긴다.



■공격성: 내가 사이코패스인 걸까?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폭력에 관한 강박적 사고는 잠재적 재앙으로 만드는 불행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그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문이 들불처럼 퍼져 당사자가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작가 올리비아 러빙은 이것은 "강박의 어두운 면"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금기시되는 문화에서 살아가고, 이런 문화에서는 뭔가 의심스러운 순간 즉시 경보를 울린다. 그러다 보니 강박증 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심리치료사들의 일반적인 권유를 따르지 않는다.


둘째, 심리치료사가 환자가 상상하는 장면, 그러니까 살인, 폭행, 시체 훼손 등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위험 인물로 여기고 피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나쁜 일을 저지를까 봐 불안하다고 치료사에게 설명하면 이후 신고 당할 수도 있다. 요즘은 출산 후 겪는 산후 우울증이 흔한 질병이지만 과거에는 청소년 복지부에 신고되기도 했었다. 이런 오해는 그저 유례없이 폭력에 집착하는 문화에 살면서도 폭력의 실제 모습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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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산업이 사람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미디어 연구에서는 연애 산업이 소위 '비열한 세계 증후군'을 조장한다는 데 상당히 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세상이 실제보다 더 폭력적이라고 여기고, 모든 사람에게 폭력성이 잠재해 있다고 여기는 거의 편집증적 견해를 갖게 된다.

(...)

사실 누구나 폭력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심지어 감정도 싣는다. 출퇴근 시간에 도로로 나가기만 해도, 금세 '살인 충동' 이 생길 수 있다.

(...)

그러나 연애 산업은 폭력에 신비한 오라를 씌워 미화한다.

(...)

공격성이 선천적이라는 견해는 성 정체성을 선천적으로 보는 견해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

비록 두개골 모양보다는 뇌와 유전자와 더 관련이 깊지만, 아무튼 이런 연구의 수많은 결과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3~3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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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등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폭력성은 은연중에 우리에게 자연스레 편집증적 견해를 갖게 만든다. 일상 속에서 때로 '살인 충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 혹은 감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면서 공격성이 선천적이라거나 폭력이 마치 정당한 정의 구현처럼 미화되어 인식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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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천적 사이코패스 가정 자체가 사이코패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정의 전제조건이 바로 사이코패스의 기계론적 인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를 고쳐 쓸 수 없는 망가진 기계로 여기고, 사이코패스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냉담하게 대한다.


또한 '과잉된 자존감' '죄책감 부족' '무책임' '짧게 끝난 수많은 연애' 등 사이코패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자신이 실제로 내면 깊은 곳에서 사이코패스일까봐 제일 심하게 걱정할 것이다.

3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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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인식과 특정 조건만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게 되면 결국 이것은 부메랑처럼 또다시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를 염려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특정 조건에 끼워 맞춰 폄훼하거나 낙인찍는 것은 곧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것이라 말한다.



■관계: 정말로 사랑에 빠진 걸까?

자신의 행복을 평가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멀어지고 불행해지기 딱 좋은 방법이다. 이 주제에서 특히 까다로운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정말로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나?


이 질문은 이제 강박장애 연구에서 별도의 분야가 생길 정도로 아주 일반화되었다. 영어로는 줄여서 R-OCD라고 한다. 대략 관계 강박장애라는 뜻이다. '만약에 이것이 옳은 관계가 아니면 어떡하지?'이런 질문이 계속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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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세기에 걸쳐 이어진 종교와 문화의 영향으로 더는 금지된 쾌락이 핵심이 아니며, 성 해방 및 소비문화 시대로 오면서는 불충분한 쾌락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311~3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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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적 사고는 쾌락에 있어 걸림돌처럼 작용한다. '만약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불안을 키우며 자기 자신을 불안과 걱정 속에 휩싸이게 만든다.


때문에 관계에서도 만약 이런 강박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쾌락과 행복 속에서 불안만 떠안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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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치료 안내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온화한 사람이 폭력적인 내용을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매우 도덕적인 사람이 성적인 내용을, 매우 꼼꼼한 사람이 실수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그것을 부정하는 생각이 더욱 심하다."


그러나 강박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왜 우리의 생각에 그토록 큰 의미를 부여할까?

이 질문은 어떤 형태의 불안을 겪든 매우 중요하다. 불안장애에 관한 한 인지과학 논문은 문제의 근원을 "재앙에 가까운 잘못된 해석"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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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장애는 지속적이다. 생각이 떠오르고 죄책감이 생기며, 맞서 싸워야 할수록 그 생각은 점점 더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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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질문과 솟구치는 자기 의심에는 분명 문화적 배경이 있다. 문화적 배경을 시간의 틀로 제한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항상 존재했던 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는 내가 소개한 위험 영역에도 적용된다. 물론 다른 강박이나 불안장애와 연결된 또 다른 문제도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위험 자체가 아니라 '내면의 비판가'다.

320~3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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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결국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부정적 생각이 강하게 깃들면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그 생각이 지속성을 띠면서 박차를 가하게 되고 점점 더 위험수위가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이것과 연결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살펴보면, '내면의 비판가'를 꼽을 수 있다. 내 안의 내가 나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자기 의심은 결국 관계마저 흐트러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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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과 해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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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병든 것과 문제가 있는 것은 다르다. 정신병에 걸렸고 건강해지려면 내면의 무언가를 고쳐야 한다고 믿는 것은 백곰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만큼 전망이 어둡다. 질병과 연결된 단 하나의 생각, 단 하나의 감정이 우리의 의식을 파고드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아프다'. 질병 모델은 걱정에 대한 걱정과 절망감 때문에 생긴 절망의 하향 나선을 더욱 강화한다. 이 하향 나선을 멈추려면 정신질환이라는 개념과 작별해야 한다.

(...)

그렇게 '장애' '증후군' '질병' '신경증' 같은 모든 언어적 변형과 작별하는 데 성공하면 급진적 결과를 얻게 된다. 정신질환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환자 치료라는 말도 쓸 수가 없다. 그저 문제가 있을 뿐인 사람을 치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 세기 동안 그래왔듯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356~3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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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었다고 우리가 진단 내렸기 때문에 어쩌면 병에 대해 더 생각하고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불안과 우울과 같은 정신질환은 지속성을 띤다. 그래서 더 치료가 어렵다.


그런데 만약 그런 진단 자체와 결별하면 어떻게 될까? 환자나 치료라는 말도 결국 해당되지 않으므로 그저 사는데 조금 문제가 있다 정도로만 인식될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급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말한다.


때문에 낙인찍힐 일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도우려 할 테고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그것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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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싸워 이겨야 하는 적으로 생각한 것이 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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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를 겪으며 우리가 불안에서 벗어나려 애쓸수록 불안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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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직면은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370~3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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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불안을 적대시했기에 우리 삶에 불안이 더 크게 번졌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기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취했다면 불안은 위험요소를 인지시키는 정도에서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과한 처치가 더 큰 불씨로 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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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 그렇다'는 식의 체념으로 수용을 이해해선 안 된다. 수용은 생각, 감정, 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들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3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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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명확하고 바르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용은 체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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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걱정이 멈춘다. 그것이 헤이즈의 이론이다. 우리의 감정 상태를 수용하면 우리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3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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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불러온다. 내 감정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수용하는 태도로 끌어안아보면 어떨까? 맞서 싸워야 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수용하고 끌어안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걱정과 불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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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걱정하고 불안해할 때, 존재의 불확실성에 가닿는다. 불확실성은 단지 무한히 많은 위험과 뭔가 잘못될 가능성에만 있지 않다. 불확실성은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우리 자신과 환경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의 일부다. 불확실성의 수용이 가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불확실성 속에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 태도는 불교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불교는 불확실성뿐 아니라 고통 전반의 수용을 긍정한다.

3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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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다는 것에 우리는 불안과 걱정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꼭 위험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고, 변화를 꿈꿀 수 있다. 불확실성에서 피어나는 고통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거기에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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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유일한 것은 불안정에 대한 현대인의 편협함이 아니라 구체적 형태의 억압이라고 주장하면 차라리 쉬울 것이다. 그런 접근 방식에는 전략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불안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3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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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들여다볼 때 한쪽으로 치우쳐 상황을 판단하는 편협한 자세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이것을 객관적 형태로 떼어놓고 바라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상황에 대처하는 형태를 취하면 걱정거리가 개인적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며, 특정 상황에 대해 큰 책임감에 짓눌리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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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안고 산다는 것이 방어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생각 없는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재앙이 닥칠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3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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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전체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안고 산다는 것은 곧 성장과 도전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멈춰있을 것인가에 따라 불확실성의 의미 또한 달라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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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없애기 위해 불안에 담긴 모순을 파고드는 것은 불행히도 불안이 가장 좋아하는 생각놀이다.

3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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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앞서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것을 없애겠다고 지속적으로 불안을 파고들어 원인과 모순을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불안 속에 잠식당하는 것은 본인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불안에서 멀어지고자 한다면 불안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거나 파고들기보다 다른 것에 주목하여 행동하는 것을 오히려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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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안하는 것은 선택이다. 깨지기 쉽고 비현실적이며 있을 법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무언가에 접근하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선택지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결정과 위험은 계속해서 존재할 테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은 논의할 수 있다. 내가 염두에 둔 것은 안전한 세상이 아니다.

3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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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불완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안전만을 추구하는 삶은 그 자리에 머물며 불안과 우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색다른 모험을 감행하며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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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해야 한다!'

이런 이념적 공세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해독제는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과 여타 '부정적 감정'을 없애기 위해 억지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그런 수용은 거짓일 뿐이다. 영원한 마음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허황된 약속을 믿고 현재 상태를 수용하는 것은 생각의 힘으로 생각을 없애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수용을 통한 초월 경험은 기대하지 않는 순간에 비로소 얻게 되는 역설적 보상이 아니다. 감정 대신 진실을 선택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3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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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는 이념에 젖어 때로 우리는 어쩌면 억지스럽게 행복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라는 말을 담기 전에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에 감정을 덧입히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수용할 때 행복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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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걱정에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진실이 담겨 있다. 이런 진실은 가장 평판이 나쁜 강박적 사고에도 깃들어 있다. 불확실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강박적 사고의 특징이다. 얼마나 많은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느냐는 각자의 상상력에 달렸다. 그러므로 걱정은 통찰력이 모자라서 생기기도 한다.

(...)

우리는 자신의 불안에 다가감으로써 비로소 세상의 본질에 깊이 가닿는다. 그런 점에서 용기는 감정도 아니고 미덕도 아니다. 용기는 행동이다. 그것은 세상을 특정 방식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3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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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불확실성에서 온다. 그렇기에 오히려 용기 있게 행동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 안갯속에 가려진 사물을 만지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우리는 점차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합리적 계산에 대한 요구는 위험 정치의 비합리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

가능성과 실제 상실이 아닌 이미지와 이야기가 위험 정치의 기본 화폐고,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무효화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을 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위험 정치와 결별한다는 것은 하향식 대응책을 상향식 대응책으로 바꾸고, 더 좋은 일에 대한 갈망으로 걱정에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부적 필요성을 정치적 주장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즉 거짓말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

위험에 초점을 맞추면 양자택일이 안된다. 우열이 가려지고, 우리가 무엇을 하든 걱정은 그대로 남는다. 우리는 걱정이냐 마음의 평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이 기반으로 삼을 원칙을 선택해야 한다.

395~3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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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에 대한 갈망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판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뒤늦은 대책이 아니라 앞선 대응책을 마련하게 됨으로써 사회 발전은 물론 의미 개혁까지 이뤄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치판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 또한 양자택일이 아닌 정책 기반의 원칙을 기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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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생각을 관찰한다면, 우리는 생각의 비현실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생각에 적용된다.

3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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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나를 삼인칭 관찰자로서 바라보면 어떨까?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이것이 정말 현실에 당장 다가올 불안인지 등등. 그럼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떠올리는 감정이나 생각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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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힘은 행동에서 나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 말고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독재 정권의 사상에 반대해 행동한다는 뜻이다. 사회학적으로 스스로를 도울 수 있으려면 내면에 대한 관심을 외부에 대한 관심으로 돌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400~4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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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행동하지 않고 내 생각에만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수천 번의 회로만 돌리기에 우울해지는 것이다.


스스로를 돕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제 그만 홀로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외부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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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불확실함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과거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함으로써 생기는 혼란을 매번 적응해 가는 것도 버거운데, 여기에 더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온갖 정보는 온통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 와중에 행복해야 한다는 관념적 사고는 우리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며 마치 경쟁하듯 불안을 죽이고, 행복할 방법을 찾게 만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고, 불확실함은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시대적 기준을 벗어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왜 우리는 그토록 엉뚱한 사고에 사로잡혀 늘 불안에 떨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그만 내면의 소리에서 벗어나 외부에 눈을 돌려보자. 생각에만 머무르면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더 많은 불안만 초래할 뿐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불안은 있는 그대로 수용해 보자.


미지의 세계를 한발 내디뎌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우리의 불안이 현실에 존재하는지, 아니면 허황된 생각인지 판단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우리 생각만큼 부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불확실성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때로 안갯속을 헤매는 것이자 폭탄을 안고 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자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기에 의미 있는 일이다.


수만 가지 방법 중에 내가 선택한 길을 통해 불안은 잠식시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 보자. 그리고 행동을 통해 나만의 불확실성을 채워가 보자.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명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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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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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



100세 시대, 마흔을 삶의 변곡점이라고 본 저자는 마흔이 된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엮어 이 책을 냈다. 사십 대는 저자 자신에게도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시기였는데, 그 지점을 무사히 잘 보내고 삶의 진짜 가치를 찾으며 살아낸 그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전에는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있어 갑자기 찾아온 파킨슨이라는 병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이 일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을 가장 우선순위로 진행하게 된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마흔세 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저자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면서 느낀 속 깊은 이야기와 인생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담고 있다.


특히 마흔에 찾아오는 마음의 지진을 어떻게 하면 잘 이겨낼 수 있는지, 또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여러 가지 인생 교훈과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 진한 감동과 깨달음을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글보다 진정성이 느껴져 더 좋았는데, 환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경험이나 지식으로만 치장된 글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병을 겪으며 느낀 인생의 비밀에 대해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더 바짝 다가앉아 귀 기울이게 되었다.


자신이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사십 대, 그리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십 대, 여기에 더해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병원을 닫게 되면서 환자들에게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음으로 전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 역시 인생을 재미있고, 후회 없이 살기를 바란다.



*****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병마와 싸우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해 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오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인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이 너무나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불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한 채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아직 자신은 죽은 게 아니며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대신에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 둔 일들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라고.

*****



=====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 있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달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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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을 때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후의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낼지 마음먹느냐에 달려있는데, 그 선택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일을 불안에 떨며 좌절감과 무력감에 빠져 살 것인가, 아니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아 다시 일어날 것인가.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삶을 다시 이어나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덕분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것이 아닐까?



=====

내 경험상 틀린 길은 없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니었고 길을 잘못 들었다 싶어도 나중에 보면 그 길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배움으로써 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

(...)

그러므로 가장 빠른 직선 코스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버린다면 한 발짝을 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이유는 없다.

(...)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말고 용기 내어 일단 한 발짝만 내디뎌 보라.

(...)

당신이 누구든, 어떤 상황에 있든 한 발짝을 내디딘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용기를 내기를 참 잘했다는 것을.

37페이지 中

=====


무엇이든 첫발을 내딛는 것이 가장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용기 내어 한 발짝만 내디뎌 보면, 별거 아님을 알게 된다.


처음 홀로 가는 해외여행, 홀로 하는 자취, 홀로 밥 먹는 일상 등 세상 처음이 어려운 우리들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본다면, 더 풍요로운 오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삶을 즐기는 것은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못 당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의무감과 책임감만으로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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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가는 인생,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해야 하는 일에 주목한 나머지 하고 싶은 일들을 미뤄두기 시작하면 인생에는 의무와 책임감만 가득해진다.


때론 꿈과 이상이 더해진 하고 싶은 일에도 시간을 내어줘보자. 살아갈 날들이 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즐거워질 것이다.



=====

나는 당신도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면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공부의 즐거움을 느껴 보았으면 한다. 그것이 춤이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무엇이든 좋다. 하고 싶어 하는 공부는 호기심의 영역을 점점 넓혀 주고 인생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

죽을 때까지 알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또 즐기려고만 한다면 공부야말로 기력이 달리고 활동 반경이 좁아지는 노년에도 인생을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젊은 시절부터 갈고 닦지 않으면 나이 들어 즐기기가 어렵다.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호기심을 발동시켜 공부의 세계를 탐험해 볼 일이다.

1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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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공부의 즐거움을 맛본 자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깊이 빠져드는 몰입감과 즐거움은 어느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더불어 그 맛을 알기에 또 다른 기회를 엿보는 하이에나가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에 도전해 보자. 그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 얻게 될 엄청난 열의와 성장은 덤이다.



=====

삶과 연애해 보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모두 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멈추고 그냥 삶을 살아보면, 연애하는 마음으로 기대와 설렘을 가진다면, 세상은 당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또 재미있는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라보!"라는 감탄사 하나로도 연주 분위기가 바뀌고 연주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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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삶과 연애하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남녀의 연애보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처음 알아가는 느낌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따지고 밀당하는 게 아닌, 처음 보는 것들에 기대감을 가지고 도전해 보는 것,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꿔보는 것,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삶과의 연애가 아닐까 한다. 우리 삶은 아주 작은 무언가로도 순식간에 변화될 수 있음이다.



=====

몸도 뇌도 때론 쉬어야 한다. 쉬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져 평소에 할 수 있는 적절히 확장된 수준의 사고를 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잠시 멈추어 선 시간에 우리는 그동안 경험한 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그러니 몸은 피곤한데도 계속 쉬지 못하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잠시 멈춤'을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라.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함은 줄어들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1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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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럴 때 잠시 멈춤을 선언하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자. 피로가 누적되면 사고는 좁아지고, 시간은 배로 소요된다. 만약 이때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면, 갇힌 생각 안에서 빙빙 돌며 상황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을 취하게 되면 불안함을 줄어들고 해결책 또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있어서 여유를 갖는 게 아니라 여유를 가져야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두 사람이 친밀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자신을 열고 상대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친밀함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상대가 모든 걸 받아 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지 말고, 자존심을 할퀼 수 있는 말은 피하며, 신뢰를 지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212~213페이지 中

=====


이 글을 읽으며 꽤 많은 사람들이 '친밀함'에 대한 정의를 잘못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존중하고 더 소중히 대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왜 우리 사회에서는 친할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함부로 대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친밀한 사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고 상대방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친한다는 말로 관계를 매듭짓기보다,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는 하는 관계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

관계를 만들어 갈 때는 먼저 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마음이 상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감정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한계선을 기준으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 삶까지 망가질 것 같을 때는 '미안하지만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정작 자기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 상처받아 온 사람일수록 한계 설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끝까지 사람을 믿고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한계 설정인 것이다.

223~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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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을 말하라고 하면 '관계 맺기'를 꼽을 수 있는데, 이런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나의 감정적 한계선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도 지키고 상대방과의 적정선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회복할 수 있는 수준,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한계 설정을 해두면 상황에 따라 거절 의사를 표함으로써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덕분에 관계로 인해 삶 전체가 무너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

새로운 경험을 수없이 해 본 사람과 매일 똑같은 행동만 반복하는 사람의 내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웬만한 일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기 때문이다.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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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만일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하며 살고 싶다 말한다. 두려워 하느라 미처 해보지 못한 일들도 맘껏 해보며 값진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고 싶다 말한다.


우리의 행동 패턴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우리의 내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일 같은 테두리 안에서 반복적인 삶을 살며 지루한 삶이라 말하지 말고,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하며 새로운 매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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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이제껏 그들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굴곡을 지나고 삶의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나아가면 된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쭉 그래왔듯이. 다만 '내 인생은 결국 내 책임'이라는 사실 하나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된다.

2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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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에 대해 큰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나이 듦이란 여태껏 살아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그저 여태 그래왔던 앞으로도 쭉 그렇게 나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이미 우리들은 태어난 이후로 나이 들어왔고, 그것이 현시점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다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내 인생은 내 책임이기에, 살아온 날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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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미칠 줄 알면 다른 것에도 미칠 수 있다. 열애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게 되면 세상과도 연애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안에서 피어오른 열정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세상,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

어떤 것에 미친다는 것은 열정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

그러니 한 번쯤은 일이든, 취미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을 다 던져 보라. 미치도록 무엇엔가 열중했던 경험은 당신이 훗날 무엇에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당신에게 안겨 줄 것이다.

255~256페이지 中

=====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한 번쯤 무언가에 미쳐보는 경험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는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라고, 허무한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경험이 훗날 어떤 식으로 삶에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전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떠한 조건도 따지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평생 마음에 남는 일을 가슴에 새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앞뒀을 때 평생 잘한 일로 기억될 그 무엇이라 할 수 있다.



=====

나는 믿는다.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없어 보인다 해도 당신은 분명 자신을 추스른 다음 움직일 것이고, 하루하루를 이겨 낼 것이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그러니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껏 그래왔듯 당신 내부에 잠재돼 있던 놀라운 힘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다.

266페이지 中

=====


어떤 순간에도 내가 나를 믿어주면 무슨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포기해버리면 그다음은 장담하기 어렵다.


삶은 바다와 같아서 잔잔하다가도 불현듯 거대한 파도를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이럴 때 내가 나를 믿고 있다면 파도를 뚫고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러므로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자. 삶의 키는 거기에 있다.



=====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순간의 삶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면,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를 다독여 주며 나의 공포를 나눠 가질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그의 손에 내가 이제껏 들고 있던 삶의 바통을 넘겨줄 수만 있다면 죽음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연속된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죽음은 오히려 내 인생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2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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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마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려고만 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매 순간 삶을 느끼고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해법이라 말하며, 여기에 더해 죽음을 끝이 아니라 삶의 연속으로 본다면 두렵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보통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할 때 두렵다 느끼는 것은 살아생전 무언가를 해내지 못한 것,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혹은 알지 못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일상 속에서 온전히 삶 그 자체를 느끼며 산다면 두려움 또한 사라질 것이라 말한다.




환자들을 상담하며 느낀 간접경험과 파킨슨병을 앓으며 여러 차례 수술을 감행하며 몸소 느낀 직접 경험이 더해진 이야기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이것만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이야기 속에는 진심 어린 깨달음과 어떤 결연함이 느껴진다.


마흔셋, 파킨슨병을 진단받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며 그냥저냥 살았을 것이다. 역할에 충실하며 바쁜 하루에 녹초가 되어도 늘 그렇듯 일상이라 생각하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었던 모든 날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며 파킨슨병이라는 독으로 다가온다.


병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어쩌면 여느 누군가처럼 문 걸어 잠그고 모든 것을 포기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현듯 누워있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저자는 또 다른 삶을 계획하게 된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둔 일을 우선하게 되면서 책도 내고, 강의도 나가고, 병원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며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새로운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덕분에 병의 진행은 더뎠고 22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이렇듯 큰 병에 걸리거나 죽음이 코앞에 닥치고서야 얼마나 삶을 허비하며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제야 중요한 가치가 사실은 우리가 놓친 일상에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렇듯 나중에 후회할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인생 교훈을 전한다. 고민하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보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재미있게 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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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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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더 잘 사는 삶을 위해 일본의 인기 상담사는 마음 훈련법을 제안한다. 특히 그녀는 일본인들의 특성과 국민성을 언급하며, 가장 나다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결국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전한다.


그녀가 제시하는 훈련법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SNS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무난하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으로 확인되지만, 특히 일본인들에게는 더 특화된 훈련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제안한 내용 중에 자신에게 적용되는 비슷한 사례가 있거나 마음을 다스리는데 참고가 될 내용들은 선택적으로 적용해 보면 좋겠다.



*****

여담 1

*****


여담이지만, 일본인 저자가 쓴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을 여럿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특징적인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훅 파고드는 내용도, 매력적으로 눈에 띄는 요소도 없다. 그저 잔잔하고 무난하게 읽기 좋은 정도의 내용만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무난하게 다가오지만, 약간의 거리감은 느껴진다. 그냥 지나치고 나면 존재감 없이 잊힐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친구에 비유하자면 확 가까워질 수 없는 친구, 속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

여담 2

*****


역사, 뉴스 등을 접하며 '일본인들은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살짝 이해(?) 되는 포인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국민성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어쩐지 영영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겉껍질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이미 썩어 들어간 빚 좋은 개살구 같아서 고치거나 변화시켜보자는 마음보다 그냥 포기해버리는 게 더 낫겠다는 마음이 든다.


만약 대부분의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이 책에서 언급한 형태의 국민성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그들이 쓴 이런 책들조차 모두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토록 대를 이어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 걸까? 항상 친한 척 굴다가 어느새 사기꾼같이 뒤통수 후려치는 일들을 일삼고 있는 걸까? 연이은 의문이 뒤따른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마음 훈련 방법으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 내 마음 들여다보는 법,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겪는 여러 증상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하며, 외부로 향해있는 시선을 내부로 가져와 '내'가 중심이 되어야 가장 나답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타인 눈치 보기, 무리해서 열심히 일하기, 늘 부족하다 느끼기, 내 감정이나 상태 무시하기는 그만 멈추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 현실을 수용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해보라고 말한다. 쉬고 싶을 때 쉬기, 부족한 것 인정하기, 내 마음이 원치 않을 때 하지 않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만약 지금 SNS에 펼쳐진 지인 혹은 친구의 모습을 보고 위축된 느낌을 받는다면, 남들은 쉬운 것 같은데 나만 힘들다 느낀다면, 성과를 올려도 부족하다 느낀다면, 열심히 일하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당신은 기준점을 잘못 세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나로서 행복해 위한 방법은 결국 타인이 아닌 '나'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방법론 또한 내부에서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일본인들의 특징>


▶행복지수가 낮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편이다

▶체면 차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유독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기혐오가 강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자, 일본인을 상담하는 상담사이기에 그녀가 언급한 일본인들의 특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특징들이 고스란히 상담 내용에 반영되어 이 책에 녹아든 것은 물론, 이들의 내적 심리 요소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어 더 그렇다.


일본인들에게만 드러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유달리 더 도드라지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는 내용으로, 최근 들어 더 민감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는 전 세계인들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일본인에 더 초점을 맞춘 이유는, 최근 불거진 특성이 아닌, 꽤 오래전부터 뿌리 깊이 이어져 온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더 날카롭게 현대사회의 문제점들과 매칭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특징 없이 읽어나가면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어쩐지 이번만큼은 그냥 그렇게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

사회의 시선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주위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하고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비난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에 대한 삼엄한 감시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혀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매사 사회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무난하며' '평범하고' '딱히 해가 되지 않는' 행동밖에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늘 남의 눈을 의식하며 행동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그 스트레스는 결국 어디를 향해 분출될까요?


'내가 이렇게 하니 너도 이렇게 해!'

상대방에게도 자신과 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의미 없이 공격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이나 과도한 비난이 그렇습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시대에 많이 등장한 표현이 '동조 압력'이라는 것입니다.


'다들 참고 있으니 너도 참아야 한다.'

이 또한 암묵적 규칙 중 하나입니다. 사회의 시선이 이런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3~34페이지 中

=====


집단적 사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드는 문장이다. 더불어 앞서 일본인들의 사상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했던 부분 또한 이 부분으로,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씀으로 인해 미치는 영향력이 한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형태로 서술되는 글을 보니 일본인 사회의 어긋난 부조리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 것만 같다.


보통은 스트레스가 쌓인다에서 끝나고 이것이 개인의 행동반경 안에서 부정적 행동(움츠러들거나 피하거나)으로 나타난다에서 그치는데, 이 책에 서술된 내용을 보면 어긋난 마음이 타인에게 잘못된 방향으로 뻗쳐 나가며 의미 없는 공격과 과도한 비난, 동조 압력을 부추기거나 암묵적 규칙이 만들어져 사회에 퍼진다는 점에서 무섭게 다가온다.


과도한 한혐이나 우기기 등의 모습들이 어쩌면 이렇듯 사회에 기준을 두면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로써 외부에 시선을 두기보다 나 자신에게 기준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에 기준을 둔다고 해서 모두 다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앞선 사례를 통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상주의자와 완벽주의자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신에게 요구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를 바꿔 말하면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58페이지 中

=====


너무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때로는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상적인 것, 완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나의 능력이 닿지 않는 것을 추구하느라 지금 당장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루어낸 것에 대해 성취감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므로, 이것을 구분하여 적절히 삶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그렇게 자기 자신이 미운가요?'

'그렇게 자신에게 상처 주고 싶은가요?'

'그렇게 자신을 벌줘야 하나요?'


나 자신에게 소홀한 배경에는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죄책감은 나 자신을 죄인으로 만들어 감옥에 가두어버립니다. 스스로에게 중노동을 부과하는 엄벌을 가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빼앗아가므로 삶이 재미없어 집니다. 자신에게 그토록 엄격한 것은 자신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늘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채찍질하는데 어떻게 자신을 소중히 대할 수 있을까요?

소중히 대하기는커녕 끊임없이 자신에게 상처 주고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소홀합니다.

이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70페이지 中

=====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가끔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문제는 지나치다는 것에 있다. 타인에게는 오히려 너그러운 면모를 보이면서, 스스로에게는 왜 작은 잘못조차 용납하지 못하는가?


너무 나를 다그치거나 스스로가 만든 규칙에 얽매여 버리면 행복은 날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실수 혹은 상황 때문에 일정과 생각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죄책감에 휩싸여 하루를 망치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피곤하면 일정을 취소하고 잠을 더 잘 수도 있고, 마음이 갑자기 바뀌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소중히 여기며 행복을 좇아보면 어떨까?



=====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당연히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이 자기 마음을 무시하고 자신을 매섭게 채찍질하는 것이라면 무턱대고 좋게만 볼 수는 없겠지요.


지금 스스로를 채찍질하느라 당신의 마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79페이지 中

=====


대중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로 인식되는 말이 때로는 한 사람을 채찍질하는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다. 너무 큰 기대 속에 자리한 굳혀진 이미지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착한 사람, 노력하는 사람, 베푸는 사람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 속에 파묻혀 스스로가 그 이미지 속에 들어가려 하지 말자. 타인이 좀 실망하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대로 부디 살아가기를 바란다.



=====

장기간에 걸친 일을 할 때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두려움을 활용해도 좋지만 일단 시작한 후에는 목표를 향한 '애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애정은 기쁨, 즐거운, 흥, 유쾌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의미합니다.


(...)

'두려움에서 비롯된 노력'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하고 꼭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분명 스스로 행복해지는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112페이지 中

=====


애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은 이내 곧 실패하기 마련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돈이나 의무감, 두려움에 바탕을 둔다면 한동안은 속도감을 낼지도 모르나 이내 엔진이 꺼져버릴 것이 자명하다.


이제는 '지금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않으면 평생 연애할 수 없을 거야'라든지, '지금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평생 실패자가 될 거야'와 같은 두려움에 기반을 둔 노력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원하는 옷 마음껏 입어야지'라던가 '시험에 합격하면 걱정 없이 여행 갈 수 있을 거야'와 같은 행복해지는 생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 보자.



=====

자기긍정감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현재 위치)'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일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찾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지금 내게는 어렵다'는 생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럼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

'어쩔 수 없지. 그게 지금의 나니까'라고 우선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세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어디를 향해 나갈까?'하고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52~153페이지 中

=====


지금의 내 상태를 명확히 안다는 것만큼 좋은 시작점도 없다. 문제는 아무것도 나 자신에 대해 모른다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곧 확실한 방향과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지금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인정하자. 이후에는 보다 쉽게 그것을 채워나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에 가까워지는 마음 습관 훈련을 저자가 이 글을 쓴 배경(일본의 국민성)과 함께 살펴보았다. 단순히 마음 훈련 습관을 보자면, 그저 행복을 찾는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두자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이 쓰인 배경과 연관 지어 살펴보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스쳐 지나가듯 넘기는 내용들을 다른 각도에서 검토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 자신을 너무 바닥에 내려두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나를 내버려두거나, 체면 때문에 내 욕망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타인에게 유한만큼 나 자신에게도 유한 태도로 돌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를 좋게 보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자기혐오에 빠져드는 일에서 멀어졌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들이 지켜진다면 행복지수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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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남몰래 난치병 10년 차,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양유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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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어느 힙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제목은 그저 거들 뿐 10년 동안 난치병 환자로 살아온 20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면에서는 힙한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제목이 좀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완전 상관있는 제목이기도 한 갱스터 할머니에 대한 사연은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태 어떤 책을 읽어도 책 제목에 대해 그다지 궁금하지도 '왜'라는 의문이 든 적도 없는데, 유독 이 책은 내용과 제목의 갭이 커서인지 읽고 난 후에 더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제목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두 가지로 의견이 좁혀졌다.


첫 번째는 이 책을 출판한 마케팅 담당자 혹은 출판담당자가 임팩트 있는 제목을 고민하다가 갱스터 할머니라는 단어에 꽂히면서 탄생하게 된 제목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두 번째는 저자가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시작할 수 있게 된 동기가 바로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였기에 여기에서 착안해 지금의 제목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시작이자 어쩌면 되고자 하는 사람. 저자에게 있어 갱스터 할머니는 어쩌면 시작과 목표라는 정의로 대변되지 않았을까?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루푸스 최초 발병 시기부터 치료 과정을 거쳐 현재 이야기로 연결되며 이내 가족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투병기라고 말하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충만해 투병기라는 말보다는 '나를 발견하고, 내 몸과 친해지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서는 담담히 아무렇지 않은 과거 시제의 일로 유쾌하게 마무리 지었지만, 짤막하게 요약한 한 줄에서 느껴지는 당시의 긴박함과 심각한 상황들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현재도 완치가 아닌, 진행 중인 상황이기에 쉽지 않은 기록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참 맑고 따뜻하고 밝게 그 모든 시기를 이겨낸다. 한때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체조건을 핑계로 도망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보며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내기도 하고, 꿈을 꾸며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큼성큼 내딛는 모습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스물다섯! 보통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들 사이에서 방랑과 방황의 시기를 겪게 되는 나이지만, 그녀는 일찍이 겪은 일들로 인해 오히려 안정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태다.


중학교 3학년, 갑작스럽게 다가왔던 루프스(난치성 자가면역 질환)와의 만남으로 인해 죽을 고비도 넘기고, 많은 것들에 제약을 받기도 했지만 때문에 더 자신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법도 알게 되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까지 끊임없이 크리에이티브 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양유진(일명 빵먹다살찐떡)의 이야기를 통해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 책은 저자가 10년 동안 난치병 환자로 살아오며 겪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담고 있는 투병기로,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루프스(난치성 자가면역 질환) 투병기, 두 번째는 자신을 일으켜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 번째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어린 나이부터 꽤 오랜 시간 투병 시간을 보냈음에도 털털하고 쾌활한 면모로 자신이 배운 인생 교훈을 담담히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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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난치성 자가면역 질환)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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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겨울, 별명이 갑자기 '바나나 소녀'로 바뀌는데, 그 이유는 피부가 바나나처럼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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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지속하던 공부와 부실한 식습관으로 인해 내 얼굴은 급속도로 바나나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굴하지 않고 여느 날과 같이 학원에 가기 위해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를 불러 일어날 수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이전에도 계속 힘들다고 노래를 불러온 업보로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얼른 일어나라고 다그쳤다.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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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마침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모가 걷는 모습이 이상한 것을 보고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겠다며 저자를 데리고 집 앞 소아과 병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피검사를 하게 된다.


대기실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저자를 향해 간호사 선생님은 휠체어를 밀고 뛰어왔고, 이어 의사 선생님은 저자에게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하며,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소식을 듣고 놀란 엄마가 병원으로 달려와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아쉽게도 당시 병명은 '알 수 없음'으로 판명된다.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자 입원 후 정밀 검사를 진행하면서 골수 검사까지 받게 된다. 그렇게 온갖 검사 결과 나온 병명은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로, 나를 보호할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아무 문제 없는 건강한 내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바나나와 같이 변한 이유는 황달 때문이었다.


보통 자가면역질환 증상 중 네 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루푸스라는 병명으로 불리는데, 당시 저자는 혈액에만 이상 반응이 있었기에 루푸스는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증상 도장 깨기에 성공해 루푸스 진단을 받게 된다.


루푸스는 난치성이라는 무서운 병명과 달리 생존율이 90퍼센트나 되는 생각보다 온순한 병이었기에 생존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불편하지만 함께 잘 살아가면 되는 질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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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타고나기를 과도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너무 긍정적이야.

(...)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상태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내 모습이 사실 때로는 너무 안쓰럽기도 했다.

(...)

하지만 위기를 잘 견뎌내는 나만의 방식이기에 그런 내 모습도 나는 나름 괜찮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버거움은 창작으로 풀어보려 했다. 다행히 그림이나 영상같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20~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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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루푸스로 진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면모는 또래 아이, 아니 어른이 된 사람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마저 포용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며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과정들을 반복적으로 겪어나가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또 파악해 가는 과정을 겪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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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계기로 외모에 대한 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외모로 평가받기 싫은 만큼 나도 다른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런 내 외모도 하나의 특별함이 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갖자고 마음먹었다. 그 외에도 내 안에 있을 여러 가지 장점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통해 부작용이 점차 사라지면서 나의 대인기피증과 우울증도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나를 받아들이고 성장시키는 긍정의 힘을 얻었다. 또한 외모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하나의 깨달음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주었다.

28~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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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스라는 병을 앓게 되면서 저자는 급격히 변하는 외모에 한동안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으며 자신감이 바닥을 치던 때도 있지만, 생각의 전환을 통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과감히 뜯어고치게 된다.


더불어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과 장점을 찾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하면서 점차 긍정의 힘을 얻게 된다. 이에 더해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도 덤으로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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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나의 모습이라도 각자의 취향과 원하는 것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나의 그런 구석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 칭찬한다면 어떨까? 타인의 말 한마디에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좀 더 깊이 있는 인식과 사고의 전환으로 잘 지켜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나의 콤플렉스를 오히려 사랑하고 예뻐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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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습을 두고도 어떤 이들은 좋다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나쁘다 말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두고 나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명확한 기준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가 나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판단해 보면 어떨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고 자랑스러워하며 콤플렉스조차 사고의 전환을 통해 다르게 바라본다면 어쩌면 나는 있는 그대로 꽤 괜찮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더불어 그런 사고로 나를 존중하고 지켜본다는 것은 곧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디서든 당당하고 빛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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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가장 빛나고 있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하면 내일도 사랑할 것이고 지나간 어제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내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 모습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여유가 생기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해주길 부탁한다.


"너 지금 빛나."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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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루푸스 병을 통해 절망과 좌절이 아닌, 희망을 엿보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당신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채로 살라고, 그리고 어떤 상황과 상태에 놓여 있더라도 지금을 사랑하고 즐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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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을 내려놓는 방법을 잘 몰랐던 나는 일단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한 번의 실수는 오히려 인간미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고쳤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나와 같은 연기 괴물은 연기과 생태계 균형 조절을 위해 운명이 정해줄 거라는 생각으로 돌렸다. 매 순간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매 순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려 했다. 이런 장난스러운 나의 시도들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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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리면 없던 강박도 생기게 마련인데,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생각, 외모가 달라 자신감이 없다는 생각, 병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 이 모든 것은 생각의 전환으로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음이다.


건강한 사람들조차 면접이나 오디션, 발표 자리와 같은 남들 앞에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장소에 놓이게 되면 때로 과한 긴장감이나 강박에 사로잡혀 정작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잠시 깊게 숨을 내쉬며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런 생각의 전환은 마음의 여유를, 숨겨진 매력을 이끌어 내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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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하면 뒤늦게라도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파악하려 애쓴다. 나도 모르는 새로운 강박이 생기진 않았는지 혹은 나도 모르게 불편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좀 더 편하게 모든 걸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A4 용지를 펼치고 해답을 찾으려 한다. 해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 상태를 파악해 보려 적은 여러 가지 문장들을 들여다보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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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병을 앓게 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남들보다 떨어지는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끝까지 버텨보기도 하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숨기고 숨기다 결국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기도 하며, 이상을 감지하지만 무시하며 넘기다 결국 더 큰 화를 입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해법을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데, 이상이 감지되면 무시하기보다 A4 용지에 문제점을 적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자신을 더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보이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온전히 나를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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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일으켜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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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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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볼일 보는 것마저 고군분투해야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번거로울까 봐 애써 도움을 거절하는 모습, 삶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이는데도 알뜰살뜰 생활하는 모습, 주변 사람들이 못되게 굴어도 그럼에도 내 사람이라고 여기는 모습,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도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은 나를 한동안 허망하게 했다.


처음 접한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사무치다니. 작은 손길조차 건네지 못한 나의 행동이 못내 아쉬웠다.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는 아직 어린 나에게 조금 벅찼지만, 내 삶의 모양만을 바라보며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고 있던 내게 좀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56~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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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고층 입원실에 머물며 할머니들과 한 병실을 썼던 저자는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할머니들의 대화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갱스터 할머니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면서 세상을 향한 염세주의는 사라지고, 지금 당장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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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초라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지는 이분을 저자는 갱스터 할머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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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조금이라도 괜찮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면서,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외에도 각자의 모양에 맞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배우게 되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2.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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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그저 같이 있는 것, 다양한 것을 나누는 것, 서로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때로는 배우고 때로는 알려주는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도 학창 시절처럼 끈끈한 친구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미숙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찾아내 조금씩 채우며 살아가는 것, 그게 진짜 맛있게 사는 것 같다.

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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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저자는 친구의 범주를 아주 좁게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러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친구의 범주를 확장하게 된다. 덕분에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친구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같이 있는 것, 다양한 것을 나누는 것,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때로는 배우고 때로는 알려주는 각각의 사람들을 친구의 범주로 넣게 되면서 맛있는 삶을 살게 된다.


덕분에 살아갈 또 다른 힘을 얻게 된다.



3.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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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헷갈리는 일이 생길 때면 나는 둘째를 찾아가곤 한다. 내게 없는 진중한 모습을 가진 희수를 볼 때면 나도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노력하게 된다.

(...)

나는 둘째를 생각하면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또 그래서 나의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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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걱정되었던 유현이가 비로소 하고자 하는 걸 찾은 후에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꿈이 주는 힘을 느낀다. 기특한 막내 곁에서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한다.

2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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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병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가족의 힘이 컸다. 아픈 맏이로 인해 희생해야 했던 동생들과 이들을 돌보며 힘든 나날을 보냈을 부모님 덕분에 저자는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은 아마 꽤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소외감이나 외로움도 느꼈을 것이고, 날카로운 감정에 베이고 다치면서 방황의 시간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부딪혀가며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퍼즐이 완성된 시점에는 이제 하나의 완연한 그림처럼 마침내 편안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 과정을 겪으며 저자는 첫째 동생 희수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동시에 이제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둘째 동생 유현에게는 안쓰러운 마음과 동시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일에만 빠져있던 엄마도 루푸스라는 병을 앓게 된 딸과 함께 하며 화해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엄마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세 남매를 품어주는 아빠 덕분에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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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은 꿈을 갖게 한다. 내가 살면서 어떤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고 싶은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고 싶은지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많이 해보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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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경험은 나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만든다. 덕분에 경험은 내가 부족한 부분, 잘하는 부분,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성장시키게 만든다.


두렵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피하기보다, 세상 많은 것들을 해보고 느끼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경험으로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풍성한 경험을 가지고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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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낭만과 취향, 원하는 일, 그리고 삶의 모양 모두 꿈이다. 이것들을 품고 느끼며 살아가는 삶은 매우 달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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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단 꿈에 젖어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단꿈에 젖어 사는 삶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낭만, 취향, 원하는 일, 삶의 모양을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살면 그것이야말로 단 꿈에 젖어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당신은 어떤 낭만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삶의 모양으로 살고 싶은가? 그것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단 꿈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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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라고 이렇게 상처받고 생각도 많이 꼬이는지 참 요망하다. 그럼에도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주는 내 꿈이 너무 좋고 앞으로도 계속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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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덕분에 웃고, 울었던 저자는 때로 꿈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꿈이 있어 너무 좋고,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 역시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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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건 그만큼 잘 살고 싶어서인 것 같다. 손해 없이 실패 없이 완벽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에 더욱더 신중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그때 내가 생각과 고민에 치여 용기조차 내지 않았다면 지금껏 무엇을 이루었을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할까 말까'가 아닌 '해볼걸'로 후회가 가득가득 남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와, 안 해서 진짜 다행이다' 싶은 경우도 있겠지만 여러 경우의 수가 걱정되어 도전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일단은 해보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이라는 걸 배웠다.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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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꿈꾸고 있다면,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가끔 있겠지만, 그럼에도 '해볼걸'하고 후회하는 일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해본다는 것은 결국 도전한다는 말이고,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경험한다는 말로, 이것은 곧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한다는 말과도 같다.


도전해야 기회가 생기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가 만약 고층 입원실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거기서 멈췄다면 과연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을까? 100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꾸던 것을 시작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 창출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연결되고 또 연결되면서 지금의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꿈꾸는 것에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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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복잡해지면 그렇게 커피를 찾는다. 종이와 펜을 들고 가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한 시간 내에 모든 생각이 정리된다. 각성을 위해 한 잔, 생각 정리를 위해 한 잔, 휴식을 위해 한 잔을 마신다. 건강을 위해 마시는 양을 조절해야겠지만, 나에게 커피는 삶을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음료다.

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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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 주는 나만의 음식이 있는가? 저자는 자신의 삶에 활력을 주는 음료로 '커피'를 꼽는다. 생각이 복잡할 때, 휴식이 필요할 때, 각성이 필요할 때 저자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한다.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는 무수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럴 때 나를 위로해 주고, 힘을 주는 힐링 음식을 통해 잠시 쉼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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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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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무언가를 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이 책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행동하도록 부추겼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다.


무릇 사람은 큰일을 겪고 나면 철이 들거나 삶의 관점이 크게 바뀐다는 말을 하고는 하는데, 어쩌면 저자 역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는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발병한 루푸스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며, 삶의 관점을 다르게 가지게 된다. 가족과도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게 되고,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친구를 가질 만큼 범위가 확장된다.


병이라는 핑계로 도망치지 않음으로써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생각의 전환을 통해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올바른 가치관, 이를테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됨으로써 건강한 정신도 갖게 된다.


때때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의 유명세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방법(A4 용지에 써보기)으로 문제점과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10년의 난치병 환자로서의 삶은 저자를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이 책은 그간의 과정을 담음으로써 자신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반향을 일으키게 만든다.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통해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 그 꿈이 가져다준 미소가 얼마나 값진 선물이었는지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전하며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나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 나의 꿈, 나를 다독이는 음식이나 공간들을 떠올려보며 미래를 향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도 내보았으면 좋겠다.


그 한 발이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전환점을 맞이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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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는 위로 - 불안과 두려움을 지난 화가들이 건네는 100개의 명화
이다(윤성희) 지음 / 빅피시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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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원하는 만큼 쉬고, 고요히 힘을 얻어 다시 자신의 삶을 채우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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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사람이 좋고,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껴 무리에서 어울려 지내던 때가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이 많은 곳은 피곤한 곳이 되면서 홀로 있는 시간을 더 즐기게 되었다.

덕분에 꽤 많은 것을 즐길 시간과 여유를 얻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오래전부터 관심 있던 분야를 탐구해 보는 것, 평소 가보지 못했거나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마음 편히 도전해 보는 것, 눈치 보지 않고 내 스케줄을 내 맘대로 정해보는 것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도 이런 변화 덕분에 얻게 된 즐거움 중 하나인데, 관심 있는 전시회를 가서 보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보기도 하고, 책을 통해 명화나 작가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지식의 목마름도 채우고, 힐링과 위로도 얻게 된 것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 재미를 알고 나니 더더욱 찾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개인적 호기심과 관심이 이어져 읽게 된 책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읽으며 깊은 위로를 얻는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기쁨도 누려본다.


위로, 희망, 치유, 휴식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은, 100개의 명화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한다. 화가에 대한 간단한 배경 이력과 함께 대표작들을 선보이며, 독자들이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 내면에 깊이 각인된 삶들이 그림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상, 꿈, 고통, 죽음, 행복, 불안, 추억, 희망 등이 떠올랐다 이내 마음으로 들이친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고, 힐링이 된다.

그림들은 화가가 가진 스타일에 따라 저마다의 색감과 빛, 모양새로 인물이 되었다가, 불현듯 풍경이 되기도 하고, 그 외에 어떤 것이 되어 그들 안에 깃든 무엇을 마치 선물 꾸러미처럼 풀어놓는다.

마음이 불안한 순간, 위로가 필요한 순간 가만히 명화를 들여다보며 숨죽여보자. 어쩌면 나를 다독이는, 즐거움을 야기하는, 희망을 노래하는, 고통을 이겨낸 순간들을 포착하게 되면서 새로운 긴긴밤을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텍스트로 무언가를 대단히 설명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간단한 설명과 대표작으로만 페이지를 채움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건네준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그림을 더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나아가 더 알고 싶은 것들은 탐구하고 찾아보게 만든다.



19인의 화가와 100여 점의 작품 중 이번에 나의 눈을 사로잡은 화가와 작품들을 위주로 선별해 보았다. 그저 한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작품들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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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마 모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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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1860년 미국 뉴욕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남

▶강과 언덕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10남매와 함께 자람

▶12세에 가사도우미로 사회생활을 시작, 이후 토마스 모지스라는 남자를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림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시기는 76세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거치지 않았기에 데생이나 채색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농장 마을 풍경과 이웃과의 소박한 일상을 담은 그림들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가 되어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는 본명보다 '그랜마 모지스'라고 불렸다.

▶그녀의 그림들은 엽서와 기념품으로 제작되어 고향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을 위로했으며 그녀의 열정적인 삶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랜마 모지스, <창밖 후식 밸리의 풍경>, 1946년

(좌) 그랜마 모지스, <5월의 케임브리지>, 1943년
(우) 그랜마 모지스, <시럽 만들기>, 1955년

그랜마 모지스, <7월 4일>, 19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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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물건 하나라도
또 다른 쓸모가 있는 것처럼,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늦은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힘은
분명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을 것입니다.

-그랜마 모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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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더해 '편안함'과 '정겨움'도 느껴진다. 작은 액자에 담아 두고, 내내 지켜보고 싶은 시골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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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카유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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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대 부유한 파리 상류층 가문에서 자라난 카유보트는 법대를 졸업했지만 화가가 되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고전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철교와 도로가 깔린 파리의 모습과 도시인의 고독한 감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화가였다.

▶살롱전 낙선 후 드가를 통해 인상파 화가들을 소개받고 이후 인상파 전에 참여하며 재정적인 후원자가 된다. 가난한 모네에게 자신의 화실을 빌려주고 르누아르와 피사로의 그림을 사주는 등의 배려로 그들의 열정을 지지하면서 차츰 화가보다 예술가의 후원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카유보트는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의 예술적 재능은 1970년대에 이르러 재조명 받게 된다. 근대화 속 지친 도시인을 위로하는 평온한 전원생활의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그림에는 차분한 여유가 흐른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 비의 효과>, 1905년

귀스타브 카유보트, <산책하는 두 사람>, 1881년

전반적으로 여유와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더 오랫동안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은 풍경들이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첫 번째 그림을 들여다보며 비가 주는 차분함과 리듬감을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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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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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 파리 9구역에서 태어난 모네는 아버지의 일로 프랑스의 해안 도시 르아브르로 이주한 후 외젠 부댕을 만나 풍경 화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1890년 이후부터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장의 작품을 그렸는데 <건초더미>와 <루앙 대성당>, <수련>이 대표적인 연작 작품이다. 이 연작들은 빛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바뀌는 사물의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야외에 캔버스를 펴놓고 태양이 뜨고 지는 모든 순간, 하루 종일 빛을 바라보면서 작업했고 이 때문에 시력이 크게 손상됐다.

▶<수련> 연작은 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만년에는 거의 시력을 잃게 되지만 그는 끝내 붓을 놓지 않았으며, 과학자의 탐구 정신과 예술가의 감성을 모두 보여주며, 길고 긴 시간 동안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낸 화가다.

클로드 모네, <수련>, 1906년

(좌) 클로드 모네, <수련>, 1919년
(우) 클로드 모네, <해돋이, 인상>, 1872년

(좌) 클로드 모네, <라방꾸에서 본 센강>, 1879년
(우) 클로드 모네, <에트르타의 절벽>, 1885년

(좌/위) 클로드 모네, <여름의 끝, 아침의 건초더미>, 1891년
(좌/아래) 클로드 모네, <석양 속의 건초더미>, 1891년
(우/위) 클로드 모네, <한낮의 건초더미>, 1891년
(우/아래) 클로드 모네, <눈 위의 건초더미>, 1891년

같은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 있다. 모네의 작품이 그렇다. 어쩜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잘 담아냈는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순간 포착의 힘이 대단하다.

삶의 놓치고 싶지 않은 명장면들이 모네의 그림 속에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장하고픈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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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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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오스트리아 황제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미술전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단연 클림트의 <키스>였다. 관능적인 곡선과 황홀한 장식, 정교한 금세공 기술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이 작품을 통해 클림트는 빈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았고 '황금의 화가'로 불렸다.

▶그러나 이 작품을 완성하기 4년 전만 해도 사회적인 비난에 시달리다가 주문받은 계약을 자진 반납하고 빈의 중심에서 떠나야 했다.

▶1862년 빈의 외곽에서 가난한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등교육을 마친 후 빈 장식공예학교에서 장식 미술을 배웠다. 17세부터는 남동생과 동창생 프란츠와 함께 예술가 컴퍼니를 결성해 빈 미술사 박물관의 장식을 맡는 등 빈에서 많은 일감을 소화했다.

▶1892년 아버지와 남동생이 사망한 뒤로,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3년간 창작의 위기를 맞았다.

▶그의 고난이 본격화된 것은 빈 대학의 의뢰로 그린 <철학> 등이 공개되면서부터로 빈 대학 교수들과 정면 충돌한 것이다.

▶그러나 클림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장식적인 패턴, 금을 사용한 독창적인 양식을 강화하여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등을 내놓으며 이른 '황금시대'를 연 것이다. <키스>는 바로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8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907년

(좌) 구스타프 클림트, <캄머성의 고요한 공원>, 1899년
(우) 구스타프 클림트, <캄머성 공원>, 1909년

금으로 장식된 그림들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클림트의 그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안에 무수히 자리한 색감과 디테일은 자꾸만 더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디테일을 눈으로 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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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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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스톡홀름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에서 태어난 그는 술과 도박으로 집을 떠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다. 이때 어린 남동생을 잃기도 했다.

▶가난했지만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과 친구들 도움으로 스웨덴 왕립예술 아카데미에 다니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그는 장학금을 받고 파리 유학을 떠나게 된다.

▶파리 유학은 가난에서 벗어날 희망의 빛이었지만, 1883년 살롱전에 입선하기까지 9년 동안 가난한 이방인의 삶을 견뎌야 했다.

▶이 시기 그에게는 평생 짝이 되는 여인 카림 베르그가 찾아오는데, 1883년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을 때 그는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혔던 불행의 그늘이 마침내 걷히는 감정에 북받쳐 울었다고 전해진다. 그에게 결혼은 마침내 찾은 삶의 진정한 보금자리였다.

▶8명의 아이를 낳은 두 사람은, 고향 스웨덴으로 돌아와 훗날 '릴라 히트나스'라 불리게 되는 집을 아름답게 가꾸고 돌보았다. 후에 그는 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다양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집안의 러그와 꽃무늬로 장식한 벽난로, 차분한 컬러로 톤을 맞춘 의자와 소파 커버 등의 장식은 부부가 함께 꾸민 것이다.

칼 라르손, <영명 축일의 날>, 1895년

칼 라르손, <자작나무 아래 아침식사>, 1895년

(좌) 칼 라르손, <꽃이 있는 창문>, 1894년
(우) 칼 라르손, <벌 받는 자리>, 1900년

(좌) 칼 라르손, <화실에서 아내와 딸>, 1885년
(우) 칼 라르손, <브리타와 나>, 188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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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입니다.

-칼 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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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동화책에서 볼법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 속에서 기념하고 추억할 만한 내용들을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평생 간직할 앨범이 완성된 셈이다.

그의 집 '릴라 히트나스' 속 유쾌하고 즐거운 가족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을 애정하고 아꼈는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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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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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는 마흔 즈음하여 기존의 성공적인 화풍을 버리고 약 10년간의 고투 끝에 자신만의 새로운 화풍을 확립해 낸 위대한 화가다.

▶184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청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미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예술 인생은 1881년의 이탈리아 여행을 계기로 크게 바뀌게 되는데 인상파에서 이탈하여 다소 고전적인 성향을 띤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49세에 르누아르 특별전에 전시한 <피아노 치는 자매>는 호평 속에서 프랑스 정부에 판매되기도 했다.

▶1900년에는 예술에 기여한 공로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기를 계속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라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베니스의 도제 궁전>, 1881년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자매>, 1892년

오귀스트 르누아르, <뱃놀이 일행의 오찬>, 1880~1881년


그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아름다움이 그림 속에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 이 그림들을 배치하고 하루에 한 번씩 마주하며 행복한 기운을 받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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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페르메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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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는 화려하거나 멋진 그림을 그리기 보다, 그저 집안에서 우유 따르는 주방 일에 분주한 여인, 영수증 고지서를 정리하는 여인의 일상을 담았다.

▶처가댁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거들며 살았던 그의 눈은 평범한 여인들의 내면세계를 향해 있었다.

▶내면도 들여다보면 보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가 창조한 걸작이 <진주 귀걸이 소녀>다.

▶렘브란트만큼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기에 동시대 사람들은 집안 여인들의 인상을 담는 그림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담아낸 평범함의 가치는 오랜 시간을 거슬러와 지금까지도 은은하게 진줏빛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고리 소녀>, 1665~1666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델프트 풍경>, 1661년

(좌)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물병을 든 젊은 여인>, 1662~1665년
(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목걸이를 하는 여인>, 1664년


담담하고 담백한 느낌이 전해지는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은 당시 여성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평범함이 가지는 가치, 내면의 모습들을 심도 있게 작품에 담아내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진다.

그림 속 여인의 의복, 머리모양, 분위기, 액세서리, 배경 등을 통해 무엇을 하던 중인지 유추해 보며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 상상 덕분에 화가나 작품이 더 친밀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다양한 작품을 만나다 보면, 나만이 느끼는 특별한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컬러가 되기도 하고, 디테일이 될 때도 있으며, 어떨 때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특정 형태에 꽂혀 한참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어떤 이들은 이론과 배경지식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가나 작품을 제대로 모르면 어떤가? 그냥 내가 보는 느낌을 소중히 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감상하면 된다.

음악이 그러하듯, 그림 또한 내면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슬프고 우울한 날,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날,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 당한 날 명화와 시간을 보내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로, 희망, 치유, 휴식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 너무 애쓴 나에게 그림이라는 작은 위로를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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