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온기 -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작가의 숨
윤고은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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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빈틈 속에서 만나는 특별한 일상!"


수많은 책 목록 중 한 권을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읽었는데, 뭔가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나를 놀래키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중 하나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무런 정보 없이'인데, 사전에 간단한 소개 글이나 작가 정보, 심지어 장르조차 모르고 읽다가 불현듯 빠져드는 책을 만나게 되면, 마치 보물 찾기를 하다 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수풀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이 책에는 일상의 빈틈 속에서 발견한 소소하지만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쳤던 비슷한 경험들이 절로 소환될 것이다. 더불어 흐릿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억들에 새로운 색이 입혀지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재치 있는 필체에 다소 엉뚱한 허당끼까지 더해진 저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다 보면 흔한 일상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상의 빈틈 속에서 발견한 소소하고 특별한 하루들이 약 60여 편의 산문으로 에피소드처럼 담겨있다.

특히 1장의 내용들은 웃음 포인트가 꽤 많은데,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봄직한 에피소드들이 많아 더 집중하며 읽게 된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상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페이지가 뒤로 넘어갈수록 점차 자신만의 감성이나 취향, 버릇 등이 반영된 에피소드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것들을 만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간략히 살펴보면, 1장에는 일상 속 저자의 빈틈으로 인해 발생한 에피소드들이 주로 담겨있다. 2장에는 왕복 세 시간의 지하철 출근길에서 상상하고 경험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3장에서는 여행과 관련된 저자의 취향과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기록으로 남겨둔 저자의 취향과 일상의 빈틈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인데, 저자의 빈틈(허당끼)과 기록, 여기에 더해 재치 있는 필력이 더해지며 '특별한 일상'으로 기록된다. 덕분에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된다.

일상에서 우리가 매일 겪는 웃음, 고단함, 슬픔 등을 저자만의 감성으로 절묘하게 포착해 낸 빈틈을 살펴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랬는데'하며 위안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살면서 때때로 마음이 무너지거나 회색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웃음 지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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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에 깨어 있으면 책장이 수상해 보일 때가 있다. 섣불리 건드린 책 한 권이 그 에너지를 누적해두었다가 내가 잊고 있을 때 툭, 옆으로 눕거나 아래로 추락하기도 하니까.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 조금은 긴장할 것이다. 책장 뒤에 무엇이 있을지 나는 모른다. 책장 뒤 세계에 대해 장담할 수 없고. 그러니까 다 의도한 거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유영할 뿐이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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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과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지며 유쾌하게 그려진 이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봄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두고 쓰던 물건이 꼭 쓰려고 하면 사라지는 마법!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책이 불현듯 툭 쓰러진다거나, 찾으면 없다가 새로 사면 튀어나오는 일들은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겪는 일 중 하나다.

그런 흔하고 흔한 일상에 영화 <인터스텔라>의 내용을 접목해 상상을 더하니 어쩐지 꽤 참신한 일상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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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의 '오이'→궁남지의 '오리'
오이와 오리, 상관없는 두 세계의 소개팅 성공이다.
(...)
블레이크와 크레이그.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꼭 다니엘 크레이그가 함께 떠오른다는 게 황당하다.
(...)
워런 버핏과 워런 비티. 이 둘도 자꾸 섞여서 워런 버핏과 아네트 베닝을 부부로 만들곤 한다. 워런 비티는 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안데르센과 나폴레옹. 둘 다 우리 동네에 존재하는 빵집인데 늘 두 곳을 혼동한다. 안데르센과 나폴레옹은 전혀 닮지 않았는데 왜 자꾸 섞이는지 모를 일.

따옴표와 깜빡이. 자동차 깜빡이와 문장부호인 따옴표가 흡사하게 보이는 거, 나에게만 해당되나?
(...)
강력한 후보와 덜 강력한 후보의 차이는 미미하다. 오류의 세계에서 어떻게 실력을 논한단 말인가. 다만 올해의 오타상의 후보들이 우리를 피식 웃게 하는 건 확실하니 일단 후보는 많이 모아야 한다.
54~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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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면 황당하다 할 수 있는데, 나만 헷갈리고 나만 버퍼링이 걸리는 단어나 말들이 있다. 경험과 어떤 이미지가 만나 생성되는 나만의 조합은 이처럼 때로 웃음을 유발하며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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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차의 네모난 창문을 액자 삼아 서울의 일몰을 본다는 것은 겨우 몇 초간 허락된 호사인 것이다. 아침에 말간 표정을 짓고 있던 도시가 얼마만큼 화려해지는지 알고 싶다면 해 질 무렵 한강 다리를 지하철로 건너가야 한다.
(...)
압구정역과 옥수역 사이,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노련한 승객이든 서툰 승객이든 3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책갈피 역할을 하고 있다.
(...)
잠시 고개를 들어 저 바깥 풍경에 마음을 내어주고, 열차가 다시 어둠 속으로 내려가면 마음도 제자리를 찾는다.

이 구간에서 운이 좋으면 지하철 디제이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에도 디제이가 있다.
(...)
바쁜 하루 중에 잠깐 고개를 들어 창밖의 풍경을 보시라는, 오늘도 힘내시라는 목소리가 열차 안 방송으로 흘러나올 때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출근길에도 사랑받는다, 누군가가 우리의 하루를 응원해 준다. 열차 안의 사람들이 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그 목소리는 지하철에 올라타 무심하게 이동하고 있을 때 우연히 만나야만 가능한 것이니까. 약간의 피로와 권태 속에서 아무 기대 없이 만나야만 가능한 것이니까. 그러니 가장 좋은 건 열차의 승객으로서 우연히 지하철 디제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퇴근길에 선물 같은 순간을 한 번 더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구간인 옥수역과 압구정역 사이에서. 지하철 디제이가 말했다. 한강을 지나고 있으니 고개를 들어 밖을 보시라고, 잠깐이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시라고 마침 해가 지고 있었고 세상에 다시없을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모든 게 엄청나게 황홀한 우연, 그러니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137~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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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이 에피소드가 눈에 딱 들어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내가 탔던 열차 역시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3호선 압구정과 옥수역 사이였을지도 모르겠다.(설사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기에)

당시엔 그런 멘트를 하는 분들을 지하철 디제이라 지칭하는지도 몰랐고, 그저 어느 날 문득 맞닥뜨린 선물 같은 안내 멘트에 울컥 감동이 차올랐던 경험만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 그날 다급히 집으로 돌아와 블로그 <끄적끄적>에 남기며 색다른 경험을 이야기했던 때가 있다.

책을 통해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고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노을과 지하철 디제이의 조합은 지금 떠올려봐도 환상 그 자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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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른쪽에 앉은 사람에게 묻고 싶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자리를 놔두고 모르는 이 옆에 붙어 앉으셨나요? 우리가 그 옛날 박카스 CF를 찍는 건 아니잖아요? 들어올 대답이 크게 기대되진 않는다.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인식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귀찮거나.
1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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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텅 빈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옆 사람에게 꼭 한번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좀 널찍이 떨어져 앉으면 안 되나요?

보통 이런 경험을 하는 경우 떨어지고 싶은 사람은 여성, 붙어앉는 쪽은 남성이 많은데 이상하게 텅 빈 수많은 자리를 놔두고 상대방은 꼭 옆에 붙어 앉는다.

저자의 경우는 이미 앉아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빠진 경우라 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로 정리했는데, 여기에 개인적으로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변수가 한 가지 더 있기 때문이다. 널찍한 지하철에 이제 막 탄 승객이 널찍한 자리를 두고 굳이 꼭, 여성의 옆에 붙어앉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여성의 옆에 붙어앉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하나 더 붙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남성을 그런 취급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지만,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 대게 여성들이 앉아있던 자리를 포기하고 이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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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만남이 그렇듯이 책과의 만남도 시기를 탄다. 그 책을 만날 때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인생의 어떤 계절을 통과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책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거나 도발하거나 위로했다는 말을 들으면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이 만났던 어느 시점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책은 우리 산책의 가로등 같은 것. 가로등이 없어도 우리는 걸을 수 있지만 있으면 더 외롭겠지.

306~307페이지 中

=====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어떤 책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느냐는 결국 당시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책이 유독 내 마음에 깊이 다가온다면 반대로 지금 내 상태는 이렇구나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운명 같은 이끌림에 의해 나와 책이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전제는 혹은 그렇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 존재감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 아닐까 한다.



*****

무심히 지나칠 일상을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니, 세상은 온통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로 넘쳐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놓친 1% 빈틈 사이 자리한 그 온기가 꽤 즐거운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의 엉뚱한 허당끼는 '어쩔'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럽을 손소독제로 알고 식탁을 닦으며 느꼈을 끈적함,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이 밀어달라며 내민 때수건, 여기에 더해 보답이라며 등을 밀어주는 이상한 경험, 치약 대신 사용한 폴리덴트(틀니 접착제) 등.

'윽, 헉, 악'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저자의 일상 에피소드들은 그렇게 웃음과 함께 강력하게 뇌리를 관통한다. 덕분에 오랜만에 따뜻하고 말랑한 마음을 가득 담아 간다.

가끔은 저자처럼 찰나의 시간을 붙잡아 새로운 시선으로 살피고 기록으로 남겨보면 어떨까? 새로운 나만의 에피소드들이 흘러넘쳐 삶을 사랑한 이유가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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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행복 컬러링북 - 색칠할수록 즐거워지는
김민선 지음 / 마음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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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문득, 일상이 무료하거나 지루하다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는 것 없이 시간은 흘러가는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지는 순간, 불행하다 느껴지는 순간 이 컬러링북을 펼쳐보면 어떨까?

하얀색 바탕의 스케치 위에 내가 꿈꾸는 일상과 계절을 색칠하며 어쩌면 또 다른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은지, 또 어떤 행복을 누리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보자.

스케치를 따라 색을 입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잊고 있던 일상의 행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포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계절별 일상 속에서 해봄직한 총 30컷의 스케치 속에는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미처 해보지 못한 일들도 있고, 또 일상 속에서 자주 경험한 일들도 포함되어 있다.

생각 없이 일상을 살아갈 때는 '그저 그런 일'로 치부되던 것들인데, 하나하나 곱씹으며 살펴보다 보면 평소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이다.

더불어 '올 여름엔 뭘 해볼까?', '겨울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와 같은 새로운 도전의식과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봄에는 홈베이킹으로 만든 쿠키를 포장해서 벚꽃을 보러 가고, 여름맞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한편, 종종 집 근처 꽃집에 들러 봄을 만끽해 보자.

무더워진 여름에는 수영장에 가서 더위를 식히거나, 파릇한 홈가드닝으로 온전한 여름을 느껴봐도 좋겠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빗소리를 음악 삼아 걸어보면 어떨까?

가을에는 가까운 곳에 피크닉을 떠나거나,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겨봐도 좋겠다. 1박 2일로 캠핑을 떠나보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겨울에는 기차를 타고 조금 멀리 떠나보자.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거나, 색다른 장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누군가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나 인사말을 남겨보는 것도 일상을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색을 칠하며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면, 결국 몽글몽글한 행복도 덩달아 피어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다른 시각으로 '현재'를 바라보면 어떨까?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응원의 편지를 지금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만나보자. 좌측에는 완성된 이미지를, 우측에는 흰 바탕에 스케치로만 채워진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데 참고용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예시본과 동일하게 색칠해도 되지만, 꿈꾸는 이상향이 있다면 나만의 컬러로 색을 입혀봐도 괜찮다. 행복의 색은 모두 같지 않으므로.



그림체를 마주하는 순간, 어쩐지 책 제목처럼 '몽글몽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내 오늘은, 이번 주는, 이번 달은, 올여름에는 무얼 해볼까 하고 고민해 보게 된다.



하얀 공간을 어떤 색과 무늬로 채워 넣을지는 전적으로 내 선택에 달려있다. 하얀 여백으로 남기고 싶다면 굳이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표현 방법, 방식 모두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채워나가면 된다.



색연필, 마카, 크레파스, 사인펜, 연필, 어떤 도구로 칠하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스케치는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색을 하나씩 입히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기를 반복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가 이내 올여름이 다 가기 전에 비 오는 거리를 우산을 쓰고 걸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지는 가을이 오면, 조금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려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이내 겨울이 오면 뜨끈한 방구석에 드러누워 맛있는 간식과 재밌는 볼거리를 한 아름 쌓아두고 보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에까지 다다랐다.

별것 아니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어느새 일상을 즐기는 방법은 물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은 기분이다. 만일 조금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이처럼 오늘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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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노현선 낭독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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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책'을 매개로 경험을 곁들여 빚어낸 글"


첫 페이지부터 빵과 책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이 책은 '빵'과 '책'을 매개로 한 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묶어 낸 책이다.

누군가에게 온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낸 이 책안에는 빵에 대한 각별한 애정 한 방울과 어우러지는 책, 그리고 여기에 얽힌 자신의 경험담이 얽혀 풀어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인상깊게 읽었던 책과 함께 연결되는 빵,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내용으로 한 챕터를 완성하고 있다.

읽다 보면 저자가 소개한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빵과 책에 얽힌 저자의 삶의 조각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함께 엿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살펴보게 된다.

저자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생각 조각들을 통해 나의 삶, 우리의 삶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거나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봤던 이야기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다정한 매일을 보내기 위해 때로는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마주할 때도 필요한 법! 더 미뤄두기보다 지금 그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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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실린 <여름 거짓말>에는 이렇듯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
행복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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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 자신을 포함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거짓말 말고, 때론 행복을 위한 하얀 거짓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처럼, 소설 속 다른 어른들도 주인공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의 자유를 억압한다.
(...)
어른들은 한결같이, 갓 성인의 세계에 입문한 주인공에게 말한다.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어른이란 "역겨워서 구역질이" 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인 걸까?
(...)
자신의 인생을 통제하는 일조차 번번이 실패하는 우리가 말이다.
(...)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 누구나 저마다 누려야 할 몫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좌절, 자유와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존중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47~49페이지 中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자유가 억압당할지언정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었고, 또 그것이야말로 어른들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몫이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강요고 압박이었나 싶다.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왜 우리는 마땅히 누려야 하는 자유와 행복을 저지 당하고 책임만 강요당하는 현실에 수긍해야 했는지 모를 일이다.

잘못된 인식과 교육이 대대손손 이어져 오다 보니, 평등에서 멀어진 차별이 발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새삼 이제라도 조금씩 바로 잡히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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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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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공포를 야기했던 '무엇'을 살펴보면 귀신이나 바람 소리와 같은 비현실적인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명료하고 명확한 것들이 더 두렵고 무섭게 다가온다. 악의를 가진 사람들의 말과 행동,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자기만의 확신이나 신념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들.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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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인물들이 모두 그러하듯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상처를 타인에게 입히고 후회할 일을 만들지만, 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겠지만, 어둠을 밝히는 다정한 불빛들이 있는 한 길을 잃었던 어린 소녀가 무탈하게 집을 찾아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삶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축복>은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는 일상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몫의 축복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켄트하루프의 <축복>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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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축복을 멀리에서 찾지만, 실상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그 자체가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그 속에서 나름의 몫을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축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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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살아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은 결코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직 그런 상실을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그럴듯한 거짓말쟁이일 뿐일 것이다.
185~1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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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히 공감되는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거기에는 그냥 아는 사람도 있지만, 사랑하고 아꼈던 이들도 포함된다.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죽음이 극복될 거라 쉽게 말하지만,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 말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

진정한 상실은 시간이 지난다고 결코 잊히지 않는다. 치유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한 자극에서 무뎌질 뿐이지 여전히 그 흉터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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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들은 무엇이든 선명한 것을 선호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약과 독, 선과 악. 그래야 시간 낭비 없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에 대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 역시 그런 이유는 아닐까?

하지만 좋고 나쁨은 그렇게 획일적일 수 없다. 인간들이 저마다 고유한 무늬를 손끝에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태어난 존재들인 한, 모든 이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이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결국엔 각각의 인간이 자신만의 역사와 맥락 속에 놓은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점에 대해서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곱씹는다.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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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확실하고 선명한 것을 선호하지만, 인간 자체는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들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저마다의 무늬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사람은 자신만의 경험이 쌓이며 서사와 역사가 더해진다. 점점 더 다른 나만의 뚜렷한 무늬와 색채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와 비교하거나 평가, 판단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인간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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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을 어떤 성취를 위해 쓰고 버리는 도구처럼, 누군가에게 내보이고 평가받아야 하는 전시품처럼 여기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을 살뜰히 아끼면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간만에 해후한 연인을 맞이하듯 애틋하게 보살피며 살고 싶다.
211~2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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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그저 도구로 여기며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딘가에 걸려있는 전시품이나 조각품을 마치 품평하듯 '몸매가 어떻고', '외모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몸은 누군가의 눈요기나 성취를 위해 쓰고 버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평가받거나 품평될 이유가 없다.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본인에게 있어 몸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그렇기에 누구든 자신의 몸에 대해 알뜰히 아끼며 대접해 줄 필요가 있다.

혹여나 스스로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부디 그 생각은 고이 접어두길 바란다.

내가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 줘야 남 또한 귀하게 여겨준다. 나의 생각과 함께 자라고 있는 내 몸을 부디 귀한 손님 대접하듯 애틋하고 귀하게 대접해 주자. 몸은 귀한 대접 받은 만큼 더 오래 건강하게 버텨줄 것이다.


*****

다정한 매일을 살아가는 데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소재들이 콕콕 박혀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에서 우리가 제대로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삶에는 기본적으로 빛과 어둠이라는 기본 옵션이 장착되어 있기에 단순히 좋은 것, 예쁜 것만 경험하고 본다고 해서 좋은 날들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회피와 외면으로 상처는 곪고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마주하고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 지어 삶을 환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태껏 그래왔기 때문에'라는 말 대신, 지금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떤 것들에 변화가 필요한지 마주한다면 일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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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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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들"


'원태연'이라는 이름과 '원태연 시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찾아보니 정작 그가 쓴 시는 읽어 본 적이 없는듯하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다가 문득 그의 이름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냉큼 그가 쓴 에세이를 먼저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검색해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생각보다 대중과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만 쓰는 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작사 분야까지 매우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그가 쓴 시와 책들을 보다 다양하게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짧지만 속 깊은 저자의 마음을 담고 있는 책으로,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와 같은 짧은 구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두 문장만으로도 전해지는 속 깊은 이야기와 톡톡 튀는 발상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치 실로폰을 통통 튕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제목에서 본문으로 이어지는 리듬감과 현재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연결되는 구문 등이 그런 느낌을 선사하는 것 같다.

내용적으로는 그다지 밝은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성 자체가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듯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꽁꽁 마음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풀어두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산문 형태와는 다른 형태로 풀어내고 있어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인생의 여러 순간을 떠올리고, 언제나 함께 했지만 혼자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그동안 미처 나에게 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마음을 전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에는 사과, 위로, 위안, 응원, 고마움 등의 감정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지금껏 기꺼이 함께해 준 나 자신에게 사과와 고마운 마음을 전하게 되면서, 나 자신과 비로소 화해를 하게 된다.

이런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연결됨을 깨닫게 되는데, 그 속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맞아, 내가 원했던 것은 이거였어!'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술친구에게


친구야, 내가 힘들다고 얘기할 때 내 눈을 바라보면서 해결책을 내놓거나 돌파구를 찾아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술잔을 채워줘. 혹시 내 잔이 채워져 있다면 그 잔에 쨍! 건배하면서 "마셔, 태연아" 하고 이름을 불러줘.
61페이지 中
=====

힘든 순간, 술친구에게 가장 바라게 되는 건 이런 태도가 아닐까? 여러 말보다 그냥 술 한 잔을 채워주며 옆을 지켜주는 행동.

그저 들어주는 것. 그것만큼 큰 위로가 또 있을까?


=====
그러니까 친구야


(...)
알아, 다 내 생각 해서 그런다는 거. 근데 그렇게 나를 생각한다면 내가 지금 뭐가 필요한지, 당장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닐까? 아냐? 나 같으면 그럴 것 같은데....
63페이지 中
=====

직설적인 이 말이 때로 목구멍에 걸려 차마 내놓지 못하는 때가 있다. 어쩌면 친구가 건네는 자존감이니, 자긍심이니 하며 말들은 어쩌면 본인을 위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사실.

마음이 너덜너덜 걸레처럼 허물어져 있을 때는 부디, 상대방이 듣기에 거북한 말은 삼가주길 바라본다.


=====
질량보존의 법칙


모든 일에는 다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세상에 공짜란 엄마의 밥상 단, 하나뿐이니까
93페이지 中
=====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온몸으로 나를 품어주는 사랑이 담긴 엄마의 따뜻한 밥상에 그토록 눈물이 나나 보다.


=====
남의 잔


탐욕,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148페이지 中
=====

=====
막잔


거짓말. 모두의 거짓말
150페이지 中
=====

=====
가득 차 있는 잔


교만. 희망을 잃어버린 괴물들
153페이지 中
=====

=====
첫 잔


여행. 미지와의 조우
비행기를 놓치는 건 무섭지 않아, 멤버가 중요하지
155페이지 中
=====

5장에는 각종 잔에 대한 글이 실려있는데, 그중에서 완전 마음에 와닿았던 공감 가는 잔에 대한 글을 모아봤다. 딱 읽는 순간 '맞아'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는 글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한다.


*****

살다 보면 항상 함께 하는 '나'이기에, 누구보다 가까운 나' 이기에 그 어떤 관계보다 더한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 같지 않아서, 실망스러워서, 부끄러워서 언젠가부터 그런 '나'는 저편에 미뤄두고 못 본척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내 속의 나, 세상과 나, 타인과 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으로 인한 균열은 점점 커져 어느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부디 더 멀어지기 전에 그런 나 자신에게 사과하며 고마움을 전해보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한 그런 나 또한 나 자신이기에, 더 잘하고 싶어 노력한 또 다른 나 자신이기에 이제 그만 두 팔 벌려 꼭 안아주며 응원과 고마움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마음이기에 기꺼이 더 아껴주고 사랑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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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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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마음과 속을 채워주는 밤의 도서관!"


밤에만 열고, 사망한 작가들의 책만 수집하는 도서관이 있다면 어떨까? 밤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서관. 어쩐지 음침할 것 같지만, 실상 이 도서관이 주는 느낌은 그 반대다.

삶에 지쳐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치유의 장소이자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는 장소가 되어 주고, 장서를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온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준다. 또 학자들에게는 연구에 도움이 되는 희귀자료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주기도 한다.

덕분에 여타 도서관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여전히 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있으며, 특히 생전 작가들이 사후 자신의 장서를 이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약조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죽음'과 '밤'이 주 무대지만, 그에 반해 내용면에서는 '힐링'과 '치유'가 주된 키워드다. 이는 목차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밤의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야식 메뉴로 목차를 설정함으로써 허기진 배와 마음을 채워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도서관은 운영시간이나 운영되는 방식, 또 도서관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조합들이 매우 흥미로운데,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밤에만 운영되는 이 도서관은 '밤의 도서관'이라 불리며, 통상 일반적인 도서관이 문을 닫는 시간에 열어 자정까지 운영된다. 도서관이지만 입장료가 있고, 작고한 작가들의 책을 기부받아 운영되는 형태다.

직원들을 위해 무상으로 기숙사를 제공하며, 유료로 야식도 제공된다. 야식 메뉴는 책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맛은 기가 막힌다.

직원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 발굴되어 오너의 얼굴, 목소리 등 그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은 형태로 면접이 진행된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사정이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신기한 것은 도서관 안에 헌책방 주인, 서점 직원, 도서관 직원이 함께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
밤의 도서관 소개
=====

▶도쿄에 위치

▶티켓 판매대와 입장 게이트가 별도로 있음

▶유료로 진행
-입장료 1000엔
-월간 이용권 1만 엔
-연간 이용권 5만 엔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오픈

▶직원 근무시간: 오후 4시부터 심야 1시까지(휴식시간 1시간)

▶작고한 작가들의 장서를 보관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는 없는 귀중한 책이 보관되어 있음

▶도서관 직원들은 까만색 앞치마를 입음

▶도서관 직원들의 업무는 작가가 작고한 뒤 책을 기부받아 도서관에서 전시하고 정리하는 일이 주요 업무

▶대여는 하지 않음

▶실수령액 월 15만 엔, 무료 기숙사 제공

▶오너와는 Zoom으로 면접 진행하며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음성으로만 면접 진행

▶책을 전시하기 전에 반드시 장서인을 책 뒤표지 안쪽에 찍어서 누구 건지 알 수 있도록 표시

▶보통 저녁 10시쯤 야식을 먹으며, 2층 한쪽 끝에 식당이 있으며, '도서관 카페'라고 적힌 나무 간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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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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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직원>

■히구치 오토하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요 등장인물
-키가 160센티미터 조금 못됨
-책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문학을 전공하고 국어 교원 자격증과 서예 교사 자격증까지 땀. 하지만 취업활동에 실패하면서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서점에서 계약 사원으로 일함. 그러나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됨.
-퇴사를 고민하던 중 취직 후 운영하던 SNS를 통해 취업 제안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고 밤의 도서관에 입사하게 됨
-입사 후 장서 정리 부서에서 근무


■사사이 유즈루
-도서관 매니저
-키가 175센티미터 정도에 말랐고, 생김새는 평범하지만 코의 형태가 아름답다.
-기숙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별도로 생활
-약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도서관 오너
-누구와도 직접 만나지 않는 미스터리한 인물
-세븐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SNS에 올라온 사람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도서관으로의 이직을 권유


■기타자토 마이
-접수처 담당
-가라테 전국 대회 우승자


■에노키다 미나미
-약 160센티미터 정도로 보임
-시 계약조건으로 인해 3개월 단위로 도서관 사서로 아르바이트하다가 밤의 도서관으로 이직


■도카이 나오토
-180센티미터쯤 되는 큰 키에 몸집이 단단해 보임
-10년 넘게 헌책방에서 일했음


■아코
-장서 정리 부서에서 근무
-작은 서점에서 근무하다 밤의 도서관에 입사하게 됨
-딸이 하나 있지만 연락 두절 상태


■마사코
-장서 정리 부서에서 근무
-대형 도서관에서 일하다가 밤의 도서관으로 이직


■도쿠다
-몸집이 통통하고 둥근 안경을 썼음
-반년 전 입사
-사사이 매니저보다 열 살 연상이지만 평사원인 것에 불만
-조금 신경질적이고 연공서열에 집착하는 면이 있지만 그 외에는 다정하고 일도 잘함


■구로이와
-도서관 탐정
-전직 경찰
-도서관 이용 시간에 근무하며 경비원 역할

■기노시타
-전직 유명 셰프로 현재 밤의 도서관 식당에서 근무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책에 등장하는 음식을 실제로 요리하여 야식으로 제공

■고바야시
-도서관의 청소원 겸 연립주택 관리인
-나이 든 여성으로 작고 마름
-새하얀 단발머리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는 것이 특징


<단골 고객>

■니노미야 기미코
-도서관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살며, 단골 고객 중 한 명
-거의 매일 같이 와서 다카기 고노스케의 책장 앞에 머무름
-다카기 작가의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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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야식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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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메뉴는 책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하는 방식이며, 식사에 커피 포함해서 300엔!


▶월요일은 <시로밤바>
-이노우에 야스시의 <시로밤바> 책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한 것으로 오누이 할머니가 만드는 카레라이스다.

▶<마마야>의 당근밥
-수프, 반찬 두 개, 그리고 주황색 당근밥
-무코다 구니코 씨가 여동생에게 운영하길 권한 요릿집으로 '마마야'의 콘셉트는 여자 혼자서 연근조림이나 고기 감자조림 같은 안주로 술을 한잔하고, 마무리로 한 입 카레를 먹을 수 있는 가게였다고 함

▶<빨간 머리 앤>의 밤
-버터 오이 샌드위치와 로스트 치킨 샌드위치
-식후 커피와 함께 주사위 모양의 앤의 초콜릿 캐러멜까지 포함

▶다나베 세이코 나이트
-매주 금요일은 다나베 세이코의 날
-그녀의 날은 다른 작가와 달리 '오코노미야키의 날'이나 '오사카식 오뎅의 날'등이 있어서 메뉴가 하나는 아니다.

▶모리 요코의 통조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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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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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는 야식 메뉴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상 이 이야기의 메인은 도서관과 관련된 이야기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주라고 할 수 있다.

비밀스러운 도서관이 생겨나게 된 배경, 그리고 미스터리한 오너와 매니저, 도서관 직원들이 '밤의 도서관'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배경과 그들의 속 사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허기진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잠 못 드는 밤, 특별하지만 소박한 야식과 함께 밤이 주는 침묵을 친구 삼아 작고한 이들이 남긴 희귀한 장서들에 둘러싸여 힐링의 시간을 맛보면 어떨까?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히구치 오토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중간중간 도서관 직원들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속 사정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야기를 한 층 더 풍성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오너와 매니저에 얽힌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 볼법한 사랑 이야기에 더해 가족 간의 애틋한 이야기가 남다르게 다가와 더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스릴러와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밤의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쓴맛 없이 깔끔하고 개운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오점도 없이 밝혀지는 이들의 숨겨진 속 사정에는 사랑, 이별, 그리움, 질투, 새 출발, 단념, 다짐 등등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데, 밤의 도서관에서 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나가는 장면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오너의 마음을 오토하가 정직하게 마주함으로써 매니저와의 관계 변화는 물론, 도서관 재오픈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까지 예감할 수 있어나도 모르게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오토하가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이자 화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휴무 이후 어떤 식으로 밤의 도서관이 재오픈할지, 또 그때 이들의 관계와 상황은 어떻게 변화할지 내심 기대가 된다.


<오토하 ep>

책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도쿄에서 방법을 찾지 못한 그녀는 고향으로 내려와 서점의 계약 사원으로 일하게 된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연일 부려먹는 상사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쳤던 오토하는 마침 어떤 일에 휘말리게 되면서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서점 취직 후 SNS를 통해 평소 익명으로 글을 올리고는 했는데, 현재 상황에 대한 넋두리 글을 올리게 되면서 다이렉트 메시지 하나를 받게 되고, 이 일로 인해 밤의 도서관으로 이직을 하게 된다.


<미나미 ep>

시 규약 때문에 3개월 단위로 사서 아르바이트가 연장되는 시스템에 불공정함을 느끼던 미나미는 SNS를 통해 이런 처우에 대해 토로 글을 올리게 되고, 이를 본 오너의 제안으로 그녀 또한 '밤의 도서관'으로 이직하게 된다.

지금보다 3만 엔이나 많아지는 급여, 무료 기숙사에, 부모님의 잔소리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결혼 전 혼자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던 차에 이 모두를 이룰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미나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고민이 한 가지 있었는데, 특별히 책을 좋아하거나 많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책만 읽고 그 이상은 특별히 더 찾아서 읽거나 공부하지 않았는데, 남들은 그녀를 독서가처럼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괴리감 때문에 그녀는 언젠가 이 가면이 벗겨질까 봐 늘 두려워한다.


<마사코 ep>

대형 도서관에서 오래 일한 마사코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낀다. 집에 읽지 않는 책이 쌓여만 가고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고, 그다음은 시간이 없으니까, 바쁘니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이 걸려 간신히 자신의 이런 상태를 인정하게 된다.

한때는 다독가라 할 만큼 책을 즐거하고 집중력이 좋았던 그녀가 책을 읽지 못하게 되면서, 그녀는 독서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에 관해 인터넷 커뮤니티 도서관 관련 게시판에 무심코 글을 남기게 되고 그것을 본 어떤 이의 제안으로 면접을 보고 밤의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된다.


<도카이 ep>

10년 넘게 헌책방에서 일한 도카이는 학생 때 우연히 들른 헌책방 사장님과의 인연으로 프랜차이즈 헌책방부터 시작해 꽤 일찍이 성공한 케이스다.

그러다 업계에서 유명한 라이트노벨 작가 '토리코롤 미쓰미'와 친분을 가지게 되었고, 심지어 작가로부터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책을 도카이 씨가 처분해 달라는 부탁 말까지 듣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급사하게 되면서 책은 모두 '밤의 도서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에 도카이는 '밤의 도서관'에서는 책의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책이 죽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밤의 도서관'의 연락처를 알아냈고, 토리코롤 미쓰미 선생의 장서 정리를 돕고 필요 없는 책은 양도받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하게 된다.

이에 오너는 최소 3년간 도서관에서 일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도카이가 받아들이게 되면서 밤의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어느새 3년의 기한 중 반년을 채운 도카이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종종 생각하고 있다.


<아코 ep>

아코에게는 유일한 가족인 딸이 한 명 있다. 하지만 연락 두절이 된지는 오래되었다. 남편은 딸이 어렸을 때 죽었는데, 이후 딸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기대를 과하게 하면서 어느 날 딸이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되었다.

아코는 시골에 있는 아주 작은 서점을 어떻게 할까 내내 고민하다가, 이번 도서관 휴무일을 계기로 마침내 팔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판 금액을 딸의 계좌번호로 보내주고 딸을 놓아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사사이 유즈루 ep>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는 뒤늦게 이모와 연락이 닿으며 이모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모는 세계 곳곳을 떠돌며 생활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사사이 역시 특별한 걱정 없이 이모를 따라 전 세계를 누비며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중 사사이가 갑자기 앓아눕게 되면서 이모는 자유롭게 살던 생활을 청산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이들의 떠돌이 생활은 방향을 달리하게 된다.

그리고 사사이 역시 자유롭게 살던 생활을 접고 학교를 성실히 다니며 졸업까지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의 도서관'을 운영하겠다는 이모의 계획에 사사이가 동참하게 되면서 이들은 함께 밤의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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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하고 싶은 일이 '밤의 도서관'이었다. 이모는 미술을 공부하면서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았다.
(...)
"그러니까 나는 과거를 봉인하려고 해."
나는 '밤의 도서관'이라는 구상을 듣고 바로 말했다.
"그거 나도 같이하게 해줄래요?"
(...)
이모가 그 일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이모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것도.
내 말을 듣고 이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334~3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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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에 숨겨진 비밀 ep>

■이모가 '밤의 도서관'을 만든 이유
사랑하는 이가 쓴 유일한 소설책을 사후 자기 곁에 두기 위해. (그는 사후 장서를 일본 '밤의 도서관'에 기증한다고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건 정체 모를 동양인 여성 개인으로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밤의 도서관'을 밤에만 여는 이유
1)낮에는 햇빛 때문에 귀중한 책이 상하기 때문
2)낮 시간의 도서관을 자기가 쓰고 싶기 때문

낮이면 이모는 도서관의 진실한 주인이 된다. 오로지 책과 언어의 바다에 푹 빠져 독서를 이어간다.

■도서관 현관에 있는 나방 표본
도서관 현관에 있는 나방 표본은 그(이모가 사랑하는 사람)가 보낸 것으로, 나방의 이름은 곧 도서관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힌트가 된다.

이모의 이름은 고바야시 고코, 무지개의 아이라고 쓰고 고코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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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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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서관의 좋은 점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거야."
(...)
"월급은 박봉이고 대우도 그냥 그렇고, 일도 조금 지루한 면이 있지만 생각할 시간만은 충분해. 그런 것 같지 않아?"
2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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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시간,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 자기 안에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여유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덕분에 '밤의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미래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 외에 많은 것들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인 직장 생활에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을 '밤의 도서관'에서 만큼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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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른다.
그래도 영원하지 않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라고 오토하는 생각했다.
3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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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답다'라는 말은 중의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밤의 도서관이 작고한 이들의 책을 기부받아 전시하는 장소이기에 그 의미는 더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를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우리 삶 또한 영원하지 않기에 어쩌면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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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크게 부딪히지 않아 스트레스가 적으며, 고요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은 환경, 여기에 더해 맛있는 야식은 물론 무료로 제공하는 기숙사까지!

월급이 조금 적을지언정 그럼에도 어찌 보면 요즘 사람들에게 이곳 '밤의 도서관'은 최고의 꿈의 직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너가 누구인지, 어떤 경로로 이곳에 취직할 수 있는지 등 알려진 정보가 없어 이곳은 미스터리하면서 신비감을 조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소설을 살펴보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상처를 안고 이곳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지각색의 화려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조합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하며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돌아보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마침내 숨죽이며 고민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전진한다.

어쩌면 '밤의 도서관'은 이처럼 방황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자, 외부 세계에서 빠져나와 도망칠 수 있는 아늑한 도피처와 같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야식)을 먹으며, 고요히 지낼 수 있는 곳. 여기에 더해 서로를 보듬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

마음의 안식을 얻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 어쩌면 '밤의 도서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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