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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노현선 낭독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평점 :
"'빵'과 '책'을 매개로 경험을 곁들여 빚어낸 글"
첫 페이지부터 빵과 책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이 책은 '빵'과 '책'을 매개로 한 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묶어 낸 책이다.
누군가에게 온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낸 이 책안에는 빵에 대한 각별한 애정 한 방울과 어우러지는 책, 그리고 여기에 얽힌 자신의 경험담이 얽혀 풀어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인상깊게 읽었던 책과 함께 연결되는 빵,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내용으로 한 챕터를 완성하고 있다.
읽다 보면 저자가 소개한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빵과 책에 얽힌 저자의 삶의 조각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함께 엿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살펴보게 된다.
저자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생각 조각들을 통해 나의 삶, 우리의 삶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거나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봤던 이야기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다정한 매일을 보내기 위해 때로는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마주할 때도 필요한 법! 더 미뤄두기보다 지금 그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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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실린 <여름 거짓말>에는 이렇듯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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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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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 자신을 포함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거짓말 말고, 때론 행복을 위한 하얀 거짓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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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처럼, 소설 속 다른 어른들도 주인공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의 자유를 억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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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한결같이, 갓 성인의 세계에 입문한 주인공에게 말한다.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어른이란 "역겨워서 구역질이" 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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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을 통제하는 일조차 번번이 실패하는 우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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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 누구나 저마다 누려야 할 몫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좌절, 자유와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존중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47~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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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자유가 억압당할지언정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었고, 또 그것이야말로 어른들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몫이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강요고 압박이었나 싶다.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왜 우리는 마땅히 누려야 하는 자유와 행복을 저지 당하고 책임만 강요당하는 현실에 수긍해야 했는지 모를 일이다.
잘못된 인식과 교육이 대대손손 이어져 오다 보니, 평등에서 멀어진 차별이 발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새삼 이제라도 조금씩 바로 잡히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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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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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공포를 야기했던 '무엇'을 살펴보면 귀신이나 바람 소리와 같은 비현실적인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명료하고 명확한 것들이 더 두렵고 무섭게 다가온다. 악의를 가진 사람들의 말과 행동,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자기만의 확신이나 신념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들.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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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인물들이 모두 그러하듯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상처를 타인에게 입히고 후회할 일을 만들지만, 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겠지만, 어둠을 밝히는 다정한 불빛들이 있는 한 길을 잃었던 어린 소녀가 무탈하게 집을 찾아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삶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축복>은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는 일상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몫의 축복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켄트하루프의 <축복>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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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축복을 멀리에서 찾지만, 실상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그 자체가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그 속에서 나름의 몫을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축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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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살아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은 결코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직 그런 상실을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그럴듯한 거짓말쟁이일 뿐일 것이다.
185~1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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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히 공감되는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거기에는 그냥 아는 사람도 있지만, 사랑하고 아꼈던 이들도 포함된다.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죽음이 극복될 거라 쉽게 말하지만,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 말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
진정한 상실은 시간이 지난다고 결코 잊히지 않는다. 치유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한 자극에서 무뎌질 뿐이지 여전히 그 흉터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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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들은 무엇이든 선명한 것을 선호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약과 독, 선과 악. 그래야 시간 낭비 없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에 대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 역시 그런 이유는 아닐까?
하지만 좋고 나쁨은 그렇게 획일적일 수 없다. 인간들이 저마다 고유한 무늬를 손끝에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태어난 존재들인 한, 모든 이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이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결국엔 각각의 인간이 자신만의 역사와 맥락 속에 놓은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점에 대해서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곱씹는다.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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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확실하고 선명한 것을 선호하지만, 인간 자체는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들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저마다의 무늬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사람은 자신만의 경험이 쌓이며 서사와 역사가 더해진다. 점점 더 다른 나만의 뚜렷한 무늬와 색채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와 비교하거나 평가, 판단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인간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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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을 어떤 성취를 위해 쓰고 버리는 도구처럼, 누군가에게 내보이고 평가받아야 하는 전시품처럼 여기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을 살뜰히 아끼면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간만에 해후한 연인을 맞이하듯 애틋하게 보살피며 살고 싶다.
211~2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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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그저 도구로 여기며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딘가에 걸려있는 전시품이나 조각품을 마치 품평하듯 '몸매가 어떻고', '외모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몸은 누군가의 눈요기나 성취를 위해 쓰고 버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평가받거나 품평될 이유가 없다.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본인에게 있어 몸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그렇기에 누구든 자신의 몸에 대해 알뜰히 아끼며 대접해 줄 필요가 있다.
혹여나 스스로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부디 그 생각은 고이 접어두길 바란다.
내가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 줘야 남 또한 귀하게 여겨준다. 나의 생각과 함께 자라고 있는 내 몸을 부디 귀한 손님 대접하듯 애틋하고 귀하게 대접해 주자. 몸은 귀한 대접 받은 만큼 더 오래 건강하게 버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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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을 살아가는 데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소재들이 콕콕 박혀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에서 우리가 제대로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삶에는 기본적으로 빛과 어둠이라는 기본 옵션이 장착되어 있기에 단순히 좋은 것, 예쁜 것만 경험하고 본다고 해서 좋은 날들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회피와 외면으로 상처는 곪고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마주하고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 지어 삶을 환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태껏 그래왔기 때문에'라는 말 대신, 지금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떤 것들에 변화가 필요한지 마주한다면 일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