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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평점 :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들"
'원태연'이라는 이름과 '원태연 시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찾아보니 정작 그가 쓴 시는 읽어 본 적이 없는듯하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다가 문득 그의 이름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냉큼 그가 쓴 에세이를 먼저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검색해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생각보다 대중과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만 쓰는 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작사 분야까지 매우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그가 쓴 시와 책들을 보다 다양하게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짧지만 속 깊은 저자의 마음을 담고 있는 책으로,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와 같은 짧은 구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두 문장만으로도 전해지는 속 깊은 이야기와 톡톡 튀는 발상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치 실로폰을 통통 튕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제목에서 본문으로 이어지는 리듬감과 현재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연결되는 구문 등이 그런 느낌을 선사하는 것 같다.
내용적으로는 그다지 밝은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성 자체가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듯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꽁꽁 마음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풀어두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산문 형태와는 다른 형태로 풀어내고 있어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인생의 여러 순간을 떠올리고, 언제나 함께 했지만 혼자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그동안 미처 나에게 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마음을 전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에는 사과, 위로, 위안, 응원, 고마움 등의 감정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지금껏 기꺼이 함께해 준 나 자신에게 사과와 고마운 마음을 전하게 되면서, 나 자신과 비로소 화해를 하게 된다.
이런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연결됨을 깨닫게 되는데, 그 속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맞아, 내가 원했던 것은 이거였어!'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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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를 보낸 날 술친구에게
친구야, 내가 힘들다고 얘기할 때 내 눈을 바라보면서 해결책을 내놓거나 돌파구를 찾아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술잔을 채워줘. 혹시 내 잔이 채워져 있다면 그 잔에 쨍! 건배하면서 "마셔, 태연아" 하고 이름을 불러줘.
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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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순간, 술친구에게 가장 바라게 되는 건 이런 태도가 아닐까? 여러 말보다 그냥 술 한 잔을 채워주며 옆을 지켜주는 행동.
그저 들어주는 것. 그것만큼 큰 위로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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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친구야
(...)
알아, 다 내 생각 해서 그런다는 거. 근데 그렇게 나를 생각한다면 내가 지금 뭐가 필요한지, 당장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닐까? 아냐? 나 같으면 그럴 것 같은데....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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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인 이 말이 때로 목구멍에 걸려 차마 내놓지 못하는 때가 있다. 어쩌면 친구가 건네는 자존감이니, 자긍심이니 하며 말들은 어쩌면 본인을 위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사실.
마음이 너덜너덜 걸레처럼 허물어져 있을 때는 부디, 상대방이 듣기에 거북한 말은 삼가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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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보존의 법칙
모든 일에는 다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세상에 공짜란 엄마의 밥상 단, 하나뿐이니까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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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온몸으로 나를 품어주는 사랑이 담긴 엄마의 따뜻한 밥상에 그토록 눈물이 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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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잔
탐욕,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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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잔
거짓말. 모두의 거짓말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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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차 있는 잔
교만. 희망을 잃어버린 괴물들
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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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잔
여행. 미지와의 조우
비행기를 놓치는 건 무섭지 않아, 멤버가 중요하지
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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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에는 각종 잔에 대한 글이 실려있는데, 그중에서 완전 마음에 와닿았던 공감 가는 잔에 대한 글을 모아봤다. 딱 읽는 순간 '맞아'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는 글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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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항상 함께 하는 '나'이기에, 누구보다 가까운 나' 이기에 그 어떤 관계보다 더한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 같지 않아서, 실망스러워서, 부끄러워서 언젠가부터 그런 '나'는 저편에 미뤄두고 못 본척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내 속의 나, 세상과 나, 타인과 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으로 인한 균열은 점점 커져 어느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부디 더 멀어지기 전에 그런 나 자신에게 사과하며 고마움을 전해보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한 그런 나 또한 나 자신이기에, 더 잘하고 싶어 노력한 또 다른 나 자신이기에 이제 그만 두 팔 벌려 꼭 안아주며 응원과 고마움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마음이기에 기꺼이 더 아껴주고 사랑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