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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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은 내가 책과 그에 관련한 뭔가를 알고 싶거나, 잠들기 전, 혹은 관심 있는 주제가 있을 때 간간이 챙겨 보는 채널이다.


책에 관련된 채널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또 책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도 볼 수 있어 나름 흥미롭게 보고 있다.


그런 저자의 채널을 간간이 챙겨 보다가 문득 그녀가 쓴 책이 궁금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유튜브에서 보던 그 텐션과 비슷한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져 반갑기도 했고, 또 책을 통해 그러한 느낌이 든다는 게 어쩐지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더불어 유튜브 외에 다방면에서 활동한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라디오를 진행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외 다양한 곳에 칼럼 형태의 글 또한 기고했다는 것을 알고 좀 놀라웠다. 현재 대학원에서 철학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말에 의하면 저자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첫 책으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쓴 글 중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전한다.


다시 말해, 이 책에는 8년간의 김겨울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가 담겨 있어 '김겨울'이라는 사람을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글 중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거나 마음에 와닿았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몇 가지 소개해 보려 한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거나 특정한 물건에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동시성의 감각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 같은 세상을 공유하는 일. 더 이상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50%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없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도 누군가에게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트위터에서 하루 종일 회자되는 사건이 페이스북에서는 잠잠하고 지상파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보장받을 수 없다. 현재의 '유행'이란 주류로 분류되는 몇 개의 매체에 동시에 노출될 때에만 간신히 성립하는 종류의 것이다.

(...)

다만 바라건대 그리운 것은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시간에 같은 세상에서 존재한다는 감각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DJ들이 그 자리에 있었기에 나는 또 한 번 돌아오는 하루의 짐을 조금 나눠 질 수 있었다. 혹은 적어도 그렇게 믿을 수가 있었다.

41~42페이지 中

=====


저자는 동시성의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는 현재를 안타까워하며, 한때 라디오를 들으며 다른 공간에 머물면서도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때의 추억을 소환한다.


같은 의미 다른 단어로, 같은 의미 다른 표현으로 우리는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동시성의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심지어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조차 나는 나의 세상, 너는 너의 세상에 머물며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음에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

준비가 무의미해졌을 때,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이 갑자기 의미를 잃고 공허한 구멍으로만 남게 되었을 때, 우리는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뭐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아쉬워하고, 어떤 부모들은 자식의 등짝을 때리면서 그 시간을 타박할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간 콩쿨 준비의 시간은 오랜 숙성을 통해 지금의 김겨울이라는 인간을 만들어냈다. 하루에 네 시간씩 연주를 준비하는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무대의 설렘도, 음악의 즐거움도, 마치 DNA에 새겨진 듯 가지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무의미한 준비의 마법이다.

(...)

그 무의미했던 준비의 시간은 아주 사소한 순간까지도 지금의 내가 되어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하나의 글감이 되어.

48~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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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준비한 무언가가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거나 혹은 인생의 어느 부분이 갑자기 의미를 잃어 공허하게 남겨졌을 때 우리는 '헛짓'을 했다며 자책하거나 아쉬워하고는 한다.


하지만 삶의 전체 그래프로 보면 그 또한 삶을 한 계단씩 쌓아 올리는 재료이자 경험치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는 앞서 겪은 가수, DJ, 작가, 유튜버 등을 포함해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을 경험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런 것들이 잘게 부스러져 DNA에 녹아들어 관심과 즐거움을 유발하고 거기에서 확장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라며,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어떤 독자가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며 '니가'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았다. 그 표현을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독자는 다른 작가도 같은 호칭으로 부를까. 이것은 순수하게 내가 나이와 얼굴을 드러낸 사람이기 때문에 듣게 되는 호칭이 아닐까. 작가로서 고민한 시간을 단숨에 뭉개는 나이의 함정이란 무엇일까. 이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나이와 얼굴을 드러낸 사람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고민임을 깨닫는다. 이것 참 피곤한 일이네. 다른 작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할까. 이런 피곤한 무한 반복.

183~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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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는 아니지만,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 가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요즘은 비대면으로 처리되는 것이 많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것이 대면이었다.


그렇다 보니 외적으로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매우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려 보이면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여자면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헐뜯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기본적으로 어려 보이고 여성이면 그냥 아래로 보고 가는 게 기본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과거에는 잔심부름을 하거나 말을 놓거나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가 거의 같은 이유였다.


그리고 이런 것을 한번, 두 번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저자와 같은 고민을 무한 반복하게 된다. '여성이기 때문일까', '나이가 어려서 일까', '어려 보여서일까' 와 같은 피곤한 무한 반복에 빠지게 된다.


지금은 과거보다 줄었다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여전한' 사람들이 있어 피곤하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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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듯 커피를 준비하는 건 일종의 의식이다. 내가 지금부터 자리에 앉겠다는 다짐이다. 자리에 앉아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겠다는 신호다.

(...)

나는 나를 커피로 평생 속여왔기 때문에, 즉 매일 그날의 커피 덕분에 삶을 꽤 견딜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삶이 원래 견딜 만한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

오늘이 끔찍할 때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일을 생각했을 때 도저히 좋은 게 하나도 없을 때도 나는 나를 속일 수 있다. 그 향과 그 맛과 그 안온함, 그 풍부함이 어찌 되었든 나의 좋은 부분을 지켜줄 것이라고 나를 위로한다.


아침에 의식이 돌아왔지만 아직 몸이 잠들어 있는 그때 커피를 생각한다. 기분이 개운해지면서 모든 게 리셋되는 느낌이 든다. 삶에는 리셋 버튼이 없고, 그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커피는 매일의 가짜 리셋 버튼이 되어준다.


가짜라고 해도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무엇보다도 그것을 누르는 내가 매일 기꺼운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그것을 리셋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뉴-셋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의 시작을 위한 새로운(뉴) 세팅. 매일의 목표는 그날의 커피를 마시는 것, 그럴 수 있게 살아 있는 것이다.

253~254페이지 中

=====


저자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새롭게 환기시킬 수 있는 뭔가를 가진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게임처럼 원할 때 언제든 삶을 새롭게 리셋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우리의 삶은 그럴 수 없기에 나만의 의식이나 방식을 통해 리셋의 버튼을 눌러주는 것이다.


현재 개인적으로 루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데, 내가 내 삶을 컨트롤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런 나 자신만의 암호 같은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커피를 하루의 다짐, 목표에 대한 의지, 정신적 고양감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나만의 다른 의미를 추가해도 좋고, 혹은 다른 무언가를 담아 활용하는 방식을 취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많기에 커피는 여러 수단이나 목적, 상징으로 활용하기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로 하여금 아침을 일깨우는 무언가, 나로 하여금 책상에 앉게 하는 무언가, 나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하는 무언가, 나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는 무언가 등등.


나로 하여금 '어떤 것'을 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지금부터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다.



*****


이 책을 읽으며 현재의 김겨울이 아닌, 지금을 있게 한 김겨울의 시간을 엿볼 수 있었다. 항상 잘 웃고 밝아 보이는 모습 뒤에 새삼 다른 면모가 있구나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머릿속, 기억 속을 탐구하고 파헤쳐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저자 자신이 풀어놓는 글을 통해 잠시 잠깐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할 수 있어 반가웠다.


이런 속 깊은 이야기들을 요즘은 쉽게 풀어놓거나 공유하는 일이 드물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매일 매 순간 SNS 통해 가짜 행복을 말하거나, 좋은 순간만 전하려고 하는 세상 속에서 어쩐지 진짜를 만난 것 같아 더 그렇다.


그녀만의 어법과 문체가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 겹쳐져 어떤 부분은 음성지원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재밌게 다가오기도 한다.


더불어 홀로 마음에 새겨두었던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오랜만에 빗장문을 풀고 마주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반가운 글을 마주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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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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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 상을 수상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그 유명세가 뉴스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처음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유수의 각종 세계 00에서 수상을 했다는 몇몇 작품들을 접하면서 은근히 '약간 따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다.


실제로 프랑스 00 수상했다는 영화나 00에서 극찬받은 등과 같은 수식이 붙은 책 등을 접해보면서 작품으로서는 대단한 평가를 받는 작품들도 대중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들이 묻어나면서 접하기 쉽지 않았던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치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느낌이랄까?ㅡ.ㅡ;;;


그렇게 잊고 살다가 우연히 다시 이 책의 제목을 보게 되었고 마침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던 나에겐 '그래, 한번 읽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서관 대여목록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아서 읽고, 대여하고, 예약중인 상태로 인하여 이 당시에는 순번에 밀려 미처 대면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접어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 사태 이후로 closed 상태였던 도서관이 다시 open 하면서 관심있는 책 목록에 넣어두었던 리스트 중에 대여하기 힘들었던 이 책이 마침 보여 드디어 책을 읽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목차를 들여다보면 3개의 소제목이 단촐하게 기재되어 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읽기전에는 각각 다른 단편글 3개를 엮은 책인가보다 생각했는데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주체가 다른 입장에서 전개 되는 형태였다.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지만, 화자가 다르다보니 바라보는 시각이나 중점이 되는 사건들이 조금씩 다른형태를 띄고 있어 입체적인 상황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 형태라 흥미로웠다.


1부 채식주의자에서 화자인 '나'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영혜의 남편으로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육식을 멀리하게 되면서 발생되는 사건들을 남편인 '나'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평범해서 그녀와 결혼했고 특별할것 없는 그저 여느날과 같은 결혼생활을 하다 어느날 갑자기 '변한' 아내로 인해 그는 자신의 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이에 대해 처가 식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들은 처가식구들은 마침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 모임에서 육식을 강요하며 그녀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한다. 그런 가족들의 강요로 인해 아내는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에서는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아들을 목욕시켜주다 우연히 처제에게 아직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아내(인혜)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갑자기 그 이야기에 꽂혀 처제를 욕망하게 된다.


사실상 백수에 가까운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그는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내던 와중 '몽고반점'이라는 말에 꽂히면서 그녀를 통해 비디오를 찍을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손목을 긋는 사건이후 정신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이후 아직은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지 못하고 혼자 생활하고 있는 처제를 찾아가 그는 그가 그리고 있는 작품을 찍기 위해 모델을 제안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하고 비디오를 찍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후배에게 남자모델 제의를 하여 은밀히 교합장면을 찍기를 원했지만 후배가 거절하자

그는 자신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한 후 영혜와 교합하는 장면을 찍고 정사를 나눈다.

다음날 이 모든것들은 아내에게 발각된다.



3부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집들이 때 영혜가 손목을 긋는 사건이후로 모든것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정신을 놓아버린 동생 영혜, 그런 동생을 버린 제부와 가족들, 그리고 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이후 두문불출해 버린 남편, 유일한 핏줄인 어린아들과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상황 등 순식간에 그녀에게 모든 악재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와중에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마저 거부하는 영혜는 나뭇가지처럼 말라 곧 '나무'가 될꺼라고 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과 이를 거부하는 동생, 그녀는 꺼져가는 동생의 생명력을 지켜보면서 서울의 큰 병원으로 다시 이송할 결심을 한다.



*****


책을 읽기 전 막연히 '따분할것 같다'는 생각은 명확한 나의 오류였다.

생각보다 술술 읽히고 매력적인 문체는 따분함보다 흥미로움을 유발했다.

그렇지만 스토리상의 내용은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것 같은 막막함과 무미건조함, 답답함이 한껏 느껴져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영혜가 있는데 정작 영혜의 이야기는 없었다.

이야기 중간중간 화자입장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객관적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이 종종 언급되는데 사랑과 존중없는 결혼생활, 필요에 의한 인간관계, 강압과 강요로 점철되는 사건들이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고 끝이었다.


마지막에 인혜는 나무가 되겠다며 아예 생을 놔버린 동생을 바라보며 사실 영혜가 먼저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먼저 정신을 놔버렸을거라는 것을 은연중에 이야기 한다.


이야기의 처음 시작은 영혜의 끔찍한 꿈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알 수 없는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꿈을 꾸고 난 뒤 그녀는 육식을 멀리하고 그로인해 남편과 가족들과 멀어지게 된다.


이 꿈은 불행했던 영혜의 어린시절, 그리고 결혼한 이후에도 어린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편의 폭력적인 행태가 지속되면서 아마 또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녀는 꿈을 통해 현실도피의 계기를 만들게 되고 나름대로 육식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처음에 남편이 무슨이유 때문인지 묻기는 하나 허무맹랑한 꿈 이야기라며 가벼이 넘기는데 실상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어느 누구도 영혜에게 무슨사연이 있는지, 속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물어봐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중간중간 영혜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현실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하는것들이 엿보인다.

이를테면, 형부의 제안으로 비디오를 찍고 정사를 나눈 이후 그녀는 '고기 때문인줄 알았는데 고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는 무섭지 않다. 무서워하지 않을것이다'라고 혼잣말하는 장면을 통해 살기 위한 투지 혹은 과거의 편린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자 하는 의지를 엿보이는데 다음날 갑작스런 언니의 방문으로 정사장면을 들키고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되면서 그녀의 결심과 의지는 모두 무산된다.


언니가 온것을 안 이후 그녀의 시선안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는 내용을 통해서 어쩌면 또 저 세상 너머 어딘가로 그녀는 다시 도피를 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도 그녀를 궁지로 내모는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그녀는 결국 '정말' 삶을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각자의 욕망에 충실했던 사람들..


이를테면 자신이 적절히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내조해줄 평범한 아내를 골라 결혼한 남편!


자신이 원할때 관계를 맺고, 맘에들지 않을땐 윽박과 화를 냈으며 필요에 의해 아내를 소유했던 남편!!


어릴때 자신을 물었다며 끔찍한 방법으로 개를 죽인 아버지!

성장하는 내내 강압과 강요로 지배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곁에서 따뜻하게 보듬어주기 보다는 방관했던 어머니!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런태도는 바뀌지 않아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부모는 그녀의 상처 본질 그 자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 생각하며 사는 형부!

생계는 오로지 아내의 몫이었고 자신이 내키는 대로

집을 오고가며 어느날 갑자기 꽂힌 처제를 겁탈하고 욕망했던 그!!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면을 한때나마 동경해서 인혜와 결혼까지 했지만 단지 그뿐, 결혼후에도 그의 패턴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들은 영혜의 삶에, 인혜에 삶에 많은영향을 주었다.



아이가 있어 버텨내고 살아내야하는 인혜와는 다르게 버티다 끝끝내 정신을 놓아버린 영혜는 그 너머에서는 과연 행복했을까?


3부 나무 불꽃에서 인혜는 과거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며 의미없는 되새김을 한다.

늘 우리가 하는 후회와 반복..

인혜를 통해 그런 자신과도 마주할 수 있었다.



어쩌면..

1부 채식주의자에서 처음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는 그저 육식을 하지 않는 일반적인 베지테리안들과(그저 야채위주로 식사하는)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되겠다 선포한것도 아니고 그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만 했을뿐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식습관을 마치 병이라도 걸린것마냥 매도하고 강제하는 행위를 하는 그들(남편이하 가족들)의 행위가 그녀의 잠재의식속에 있던 어떤 흉포한 것을 일깨운것은 아닐런지..


손목 자해를 한 이후 입원한 병원의 분수대 벤치에서 동박새를 쥐어뜯은 행위 자체는

그런 것들로부터의 탈피 혹은 동박새 자체가 자신의 처지는 아니었을까?


탈코르셋 운동에서 말하는 00다움, 00처럼 해야한다는 규제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것처럼 영혜가 브레지어를 입지 않는다던가, 병원에서 상의를 다 벗어버렸다는 문장들을 통해 그녀는 주변에서 강제해왔던 모습들을 어쩌면 벗어나고 싶어 그런 행동들을 보였던것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나무가 되고 싶다던 그녀..

그녀가 말하는 '나무'는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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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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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전하는 니체의 조언!"


앞서 니체의 책을 만나면서 니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또 한 권을 찾아 읽어본다. 아직 니체가 쓴 원문을 읽어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여러 의견들을 살펴보면 니체가 쓴 책은 생각보다 좀 어렵다는 의견도 다소 보인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의 철학적 사고가 깊어 접근이 어려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 여러 사람들에 의해 쉽게 풀어쓴 책도 다수 존재하는 듯하다. 앞서 읽었던 책들이 그러하고, 또 이 책도 마찬가지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번역가가 니체의 저서 중 핵심적인 내용만 선별해 엮은 책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여러 조언들이 가득하다.

삶에 불어닥친 여러 고난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또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읽다 보면 다소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문장들도 있는데, 그래서 더 확실하게 각인되는 느낌이다.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로 변화할 수 있는 니체의 조언 중 특별히 더 마음으로 다가왔던 문장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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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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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19세기 후반 독일의 철학자로, 그의 사상은 전통적인 도덕, 종교,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서구 사상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

니체는 편안함과 평범함을 넘어서는 삶을 지향했으며,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초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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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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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찾아가는 길


남이 만든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 일에 지쳐
나만의 지도를 그려나갔다.

과거에는 폭풍 같은 어려움에 휩쓸렸지만
이제는 바람을 타고
나 자신만을 의지하고 나아간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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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쫓다 보면, 금세 휩쓸리거나 지치고 만다. 하지만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나가다 보면 내면이 보다 단단해짐을 느끼게 된다.

만약 누군가 니체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위의 글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니체는 '너만의 방식으로 살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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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절망 속에 있다면


세상을 보는 눈과
옳고 그름을 느끼는 감각이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아무리 깊은 어둠 속에 있다 할지라도
작은 틈 사이로 비춰 나오는 태양을 추구하라.

절망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니.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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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불어닥칠 때면 보통 사람들은 두 눈과 귀가 멀어 버린다. 불행이 지속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삶을 포기하거나 주저앉아 모든 감각을 일시에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조차 니체는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만약 절망이 우리를 잠식시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게 아니라 되려 숨죽이며 세상의 감각을 놓치지 않게 애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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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


"저 높은 곳은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 거지?"

당신은 지금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은 건가?"

아니면 고통을 감수하기 전에
마음가짐을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는 것인가?

모든 생각을 멈추고 움직여라.
그리고 오르기 시작하라.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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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제목부터 따끔하게 한 소리 듣는 기분이 드는 문장이다. '그냥 해!' 하니깐 '넵 알겠습니다'라고 응답해야 할 것만 같다.

이 문장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우리가 발전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어떤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 삶은 유한하다.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할 만큼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러니 부디 여기에서 생각은 그만 멈추고 움직이자. 움직이면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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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천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올라가야만 한다.

사람들이 말한다.
그것은 너무 어렵고 가혹한 일이라고.

"당신은 바라고 꿈꾸는 것이 많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천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단 위의 공기는 탐하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부정한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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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듯하지 않은가? 수많은 바람과 욕망은 취하려고 하면서 정작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스킵 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욕망을 보고 있는 듯해 얼굴이 뜨거워진다.

최근 출간되는 여타 수많은 자기개발서에서는 과거의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성공과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니체는 이에 대해 탐욕만 부리고 있다며 반드시 과정을 잘 겪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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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내 행복한 모습이 친구에게 지나치게 가까우면
그의 마음속에 불안과 시기를 일으킬 수 있다.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해 주길 바라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조차 소유하려는 나의 이기심일 뿐일 테니.

소중히 여기는 친구일수록
모든 것을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

그를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3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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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문장을 통해 삶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배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보통 시기 질투와 같은 일이 먼 사이가 아닌,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그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오픈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가까운 사이일수록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동기화되기를 바라기 마련인데, 사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조차 사실은 나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니체의 말은 직격탄처럼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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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휴식


나는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공간에서 휴식을 찾는 모습을 봤다. 잠이 필요한 이들은 방을 어둡게 하거나 동굴처럼 조용한 곳을 찾는다. 이는 그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힌트다.

때로는 외부의 소란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평화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휴식을 얻는 방법일 수 있다.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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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휴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문장이다. 니체는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때로 '외부의 소란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평화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표현했는데, 어쩌면 이것은 문장 너머 나만의 '동굴'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나만의 방'을 의미하는 공간일 수도 있고, 혹은 어딘가로의 여행이나 책으로의 도피와 같은 물리적, 공간적으로 다른 설정을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문장을 계기로 나만의 진정한 휴식 방법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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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배워라


우리는 자신이 답을 알고 있는 질문에만 귀를 기울인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지식과 이해 범위 내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알려진 것에 대한 확신을 찾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의 학습과 성장을 제한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지식과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모르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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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그 끝없는 질주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앞으로는 모르는 것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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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행동


현재의 행동이 과거의 큰 사건만큼 중요하며, 미래의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모든 행동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중요하다.
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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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오늘은 작은 발걸음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고 중요하다.

더불어 큰 결정이나 거대한 사건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결정과 행동은 더 조심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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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과 "나쁨"의 인지


오직 "이것은 좋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삶을 개선할 것이다.
1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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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개선의 여지를 가질 이유가 없다. 모두 좋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자꾸만 떠올릴 수밖에 없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인류 역사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좋지 않다'고 느낀 이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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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진정한 가치


책이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지 않는다면, 그 책이 과연 어떤 가치를 갖는가? 진정한 책의 가치는 새로운 생각을 자극하고, 우리의 지식을 확장시키며, 기존의 생각에 도전하는 데에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1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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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거나 무던하게 책장을 덮게 된다면 당신에게 그 책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책이다.

책의 진정한 가치는 생각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이끌어 내며, 지식을 확장시키고, 기존의 생각에 새로운 생각을 입혀 도전의식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그러니 당신의 눈과 생각, 가치, 시선 중 무엇 하나라도 변화시키지 않는 책은 고이 접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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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함으로써 우리는 하지 않음을 남긴다


나는 "하지 마라, 포기하라, 자신을 극복하라"고 명령하는 도덕 체계를 거부한다. 이런 체계보다 나를 활기차게 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 밤에도 꿈꾸게 하는 긍정적인 도덕 체계가 나에게 더 매력적이다. 이런 방식으로만 나는 내 일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해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삶을 살면 내 삶에 맞지 않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나는 증오나 반감없이 내 삶에서 필요 없는 것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거나 때로는 그것들이 떠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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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부정을 부정하지 않고 내 삶에 맞지 않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최고의 방법을 제시했다. 니체처럼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표어들은 이제 그만 내려두고, 나를 깨어나게 하고 꿈꾸게 하는 도덕 체계를 내 몸에 입혀 매일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이끌어 보자.

그것에 기분 좋게 몰두하는 동안, 나와 내 삶에 맞지 않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제거될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

현실적이면서 긍정의 면모가 돋보이는 니체의 글은 읽을 때보다 오히려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더 마음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필사하면서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읽고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삶에 녹아드는 방법을 활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챕터별 각각의 내용도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필사하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삶이 괴롭거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이들에게 고통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다. 그리고 그 고난을 잘 맞이하고 과정을 겪은 이들만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믿는 것, 나로부터 삶을 만들어 가는 것, 더불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가지고 거침없이 뛰어드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바라 마지않던 진정한 삶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니체는 여러 문장들을 통해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방법들을 살펴보면 내가 '나를 보호'하고, 내가 '나로서 바로 서고', 내가 '나로서 도전'하면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진심 어린 조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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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가족의 사계 컬러링북 -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전선진 지음 / 마음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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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이 지나고 나면 곧 만나게 될 긴 겨울. 올해는 유난히 더 추울 거라는 소식이 들리는 걸로 봐선, 역시 집콕, 방콕이 최고일 듯하다. 그리고 그런 방구석 생활을 즐기기 위한 핫 아이템 중 하나로, 컬러링 북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한다.

사각사각 스케치에 맞게 색칠하며 힐링의 시간도 가지고, 나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또 파릇한 새봄을 맞을 시기가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만나 볼 컬러링북은 <판다 가족의 사계 컬러링북>으로, 사계절을 보내는 판다 가족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봄에는 꽃과 어우러지는 판다의 모습, 여름에는 물장구치며 여름을 나는 모습, 가을에는 낙엽에 뒹굴며 풍경을 즐기는 모습, 겨울에는 썰매 타고 눈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 모습들 하나하나에서 어떤 이들은 나처럼 바오 가족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스케치를 살펴보면 실제로 바오 가족들을 연상시키는 여러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아이바오가 아가들을 배 위에 올려두고 둥가둥가 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모습, 생일이면 할부지들이 준비해 주던 대나무 생일 케이크의 모습, 해먹에서 늘어져 노는 모습,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풍경을 즐기던 푸바오의 모습, 눈을 유난히 좋아해 썰매 타듯 미끄러지던 모습, 쌍둥이를 연상시키는 모습 등.

현실 속에서는 다섯 가족이 함께 할 수 없지만, 이 스케치에서만큼은 모두 함께 행복한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더 미소가 지어졌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사계절 안에서 행복한 판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개구지고 귀여운 아기 판다의 모습부터, 모성애가 돋보이는 판다 모습, 매 계절마다 가족이 함께 계절을 만끽하는 모습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특히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지금은 멀리 중국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푸바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스케치들이었는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라 유난히 더 애틋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상상을 더한 판타지 세계 속에 있는 판다들의 모습은 유쾌하고, 유난히 더 신나 보였는데 색칠하는 나도 덩달아 동화되는 기분이었다.


각 페이지는 간단한 소개글과 함께 저자가 색을 입힌 색칠본과 스케치가 짝을 이루어 마주 보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참고해서 비슷한 컬러감으로 색을 채워도 되고, 나만의 개성 있는 컬러로 옷을 입혀도 된다.



누군가 '판다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던데, 그림을 통해 보는 판다도 역시 사랑인 것 같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사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한편, 온 가족이 모여있는 장면에서는 어쩐지 부산스러움이 한껏 느껴진다.

우당탕탕, 정신없고 어수선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은 여전한 것 같다.


이제 판다들의 사계절을 나만의 컬러로 채워줄 시간이다.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는 아기 판다, 나무 위에서 한껏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판다, 생일을 맞이한 판다, 겨울 눈썰매를 타며 신나게 즐기고 있는 판다를 당신만의 감성으로 꽉꽉 채워보자.


캠핑을 떠난 판다 가족의 하루는 어땠을까? 캄캄한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엄마 판다는 아기 판다를 재우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았을까?
달콤한 사과를 유난히 좋아하는 판다들. 만약 사과가 잔뜩 열린 과수원에 갈 수 있다면, 분명 이들은 온갖 사과들을 섭렵하며 점령하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판다들의 습성을 고려해 보면, 풍월을 즐기는 판다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

힐링 포인트 저격하는 판다 가족의 사계절을 하나하나 채워가며, 나의 사계절을 돌아보고 또 새로운 사계절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런 생각들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차오르는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때론 기분이 꿀꿀하거나 우울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의 기분을 전환시켜줄 수 있는 가벼운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컬러링북이 그런 취미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색을 칠하며 슬픔 한 줌 지우고, 거기에 행복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말이다.

단순히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컬러링북을 활용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스트레스를 날리고 기쁨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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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시한부의 찬란한 인생 계절
서달 지음 / 온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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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자신이 감정적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 자발적 시한부 기간을 정해두고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처럼, 현재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부디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버텨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이 책에는 당시 저자가 겪었던 감정적 고충이 그대로 담겨 있다.


덤덤하게 써 내려간 그 글에서는 아픔, 상처, 외로움, 힘듦, 상실, 허무함 등의 감정이 엿보이는데, 그 끝에 자리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다.


저자는 꼭 육체적인 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인생에 끝없는 고난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 또한 매일, 매 순간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매 순간 자발적 시한부로 살며, 시한부 기간을 스스로 늘려오며 살아왔다고 전한다. '이때까지만 버텨보자', '미래의 나는 과연 해냈는지 궁금해서 버티자'라고 되뇌는 스스로의 다짐과 결심 덕에 현재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계절의 변화를 통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다가왔던 저자만의 감정적 변화를 계절에 빗대어 담고 있다.


봄은 지독한 외로움을, 여름은 여러 가지의 불안을, 가을은 무뎌짐을 넘어 초연함을, 겨울은 마침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에 대해 다루면서 왜 계속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혐오로 인해 자기 자신을 해하거나 혹은 삶을 종식시키려는 시도를 하고는 하는데, 저자처럼 자발적 시한부 인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꼭 다른 이들처럼 멀고 먼 미래를 꿈꾸거나 계획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끝날 때까지 삶을 약간 미루고, 또 궁금해서 조금 미루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하며 조금 더 연장하는 삶을 살아봐도 괜찮다.


그렇게 조금씩 연장하다 보면 언젠가 자기혐오가 자기애로 돌아오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조금 오래 걸려도 말이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면서 내가 혐오했던, 실수하는 순간조차 사랑하고 안아줄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보면 어떨까?



=====

그 아이는



뭐든지 혼자 힘으로

버텨왔던 그 아이는,


장녀로서 책임감을

가장 먼저 깨달아버린 그 소녀는,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그 어른은,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던 그 아이는,

더 이상 어려질 곳이 없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서

나는 어디로 무너져야 덜 아플까.

26페이지 中

=====


요즘은 외동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아이가 둘 이상이던 시절, 유독 첫째들은 일찍이 어른이 된다. 자발적 혹은 타의적으로 은연중에 지어지는 책임감은 그들을 일찍이 성숙함에 도달하게 만들어 버린다.


허울은 아이인데, 속은 어른인 아이들을 우리는 애어른이라고 말하는데, 그들은 자신을 돌보기보다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는 것에 더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진짜 어른이 되어서는 이제 어른 아이가 되어버린다. 어른의 외형을 가지고 내면에는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머물며 자신의 아픔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몰라 헤매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조금씩 내면의 아이를 성장시켜 보면 어떨까? 나를 보듬고 돌보는 것부터 천천히 그렇게 '여기까지만'이라는 나만의 명제를 정해두고서 그렇게 조금씩 연장해 가는 것이다.



=====

방황하는 일기



초등학교 때 의무감으로 썼던 일기.

그때는 써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미뤄서 쓰기 바빴다.


이제는

기록의 소중함을 알아서

일기를 쓴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이 지구에서 잠시 존재했다는 사실은

남기고 싶어서.


아니, 사실은 생전에 전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도망쳐서.


도망친 내가 할 수 있는 건

처절하게 할 말을 적어 가는 것.


그렇게 모인 일기의 조각들은

지금 읽어보니 죄다 유서였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못다 한 말들이었다.


이렇게 공허하게 떠돌아다니는

유서가 어디에 또 있을까.


이렇게 한 줄기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서가 또 있을까.

29~30페이지 中

=====


어딘가에 마음을 풀어둘 곳이 없을 때 일기를 활용해 보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상처받고 힘든 날들을 기록하면서 담아둔 응어리를 풀어내고, 하고 싶은 일, 하지 못한 일을 적어내려가면서 새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또 새삼 누군가에게 풀어놓지 못한 나만의 목표나 계획을 적어가면서 또 다른 희망과 목표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니 마음이 공허하게 떠돌아다닐 때는 나만의 기록으로 부유하는 마음을 다잡아 보면 어떨까 한다.



=====

위험한 위로의 땔감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제일 불쌍한 사람 같죠.

뭘 해도 다 실패하고,

되는 일 하나 없고.


좋아하는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홀로 온 힘을 다해 몸을 내던지고 있죠.


맞아요.

맞는데, 다른 사람도 그래요.


자기 연민에 빠져서

타인의 힘듦을 함부로 측정하지 마세요.


타인의 위로를 땔감 삼아

자기 연민을 점화하지 마세요.


(...)

우리는 위로의 땔감 없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101~102페이지 中

=====


'위로'가 대체적으로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때론 위험하게 작동할 때가 있다. 바로 '연민'으로 변화할 때다. 특히 자기 자신에 '연민'이 붙어 버리면 갇힌 생각에 살게 된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불쌍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되어버린다. 마치 깊은 우물에 빠져든 것처럼 자신만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과 슬픔은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니 부디, 타인의 위로에 깊이 빠져들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는 짓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신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어차피 인생은 내가 꾸려 가는 것이다. 타인의 위로는 멀리서 보면 삶은 작은 유희이자 약간의 양념일 뿐이다. 그저 감사하는 것으로 그 마음은 곱게 접어두면 된다.



=====

다정한 물음표



(...)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처음에는 그저 굶고 다니는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낸다는 게

얼마나 기특한 일인지 깨달아서,

그래서 저는 자신에게 물음표를 마구 던집니다.

(...)

밥을 먹었냐고 타인이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자신에게 질문해 주는 게 애틋하거든요.


다정한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던 저는

사실 저를 가장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56~1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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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제외한 주변에는 너무 쉽게 물음표를 던지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 다정한 물음표를 건네는 이는 잘 없다. 사실 이런 질문을 가장 먼저 챙기고 질문해야 할 이는 자기 자신인데도 말이다.


오늘부터라도 '밥 먹었어?', '잘 잤어?', '오늘은 즐거운 하루를 보냈니?'와 같은 다정한 안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일분일초, 하루하루가 얼마나 기특한 일인지 깨닫는다면, 아마 당장 그런 질문은 절로 하게 될 것이다.



=====

도망가자



그냥 도피하고 싶을 때,

저는 잠을 택해요.


잠이 너무 안 와서 괴로우면,

청소를 택하고요.


이제 괴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저를 해방하게 하는 방법을 알았거든요.


그렇게 도망가요.


그다음에 돌아와도 늦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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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항상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망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삶이다. 그러니 도망가는 것에 대해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컨대, 피곤할 때만 꼭 잠을 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복잡할 때나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을 때 잠으로 도피할 수도 있다.


반대로 불면증으로 힘들어할 때 꼭 누워서 잠들기만을 바랄 필요는 없다. 청소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흥미를 가지고 있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으로 도망쳐도 된다.


그렇게 빙 둘러 돌아와도 늦지 않으니, 도망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


모두 같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 가만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다. 직진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고, 이상하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사는 사람들도 있으며, 빙 에둘러 굳이 먼 길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남들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꼭 나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지금 내 삶이 어딘가 불행으로 점철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저자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을 넘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여기까지'라는 자신만의 자발적 시한부 인생을 정해두고, 한고비 한고비 넘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처럼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으로 분명 자신의 삶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믿는 만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니 부디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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