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 - 고요한 공감이 만드는 대화의 기적
마쓰다 미히로 지음, 정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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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바꾸는 36가지 경청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자신을 과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물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세상에서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듣는 힘' 즉, '경청'이 삶의 무기가 된다는 이 책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 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을 가진 '상담사'나 '의사' 혹은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타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경청'의 힘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을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인 '경청의 36가지 기술'에 대해 전하며, 말솜씨보다 중요한 건, 바로 '듣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인 '관계를 바꾸는 듣기의 기술: Good Listener Tip 36'을 먼저 간략히 전한 후 본론에서 이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앞선 간략한 내용을 통해 미리 내용을 확인한 후 본문을 통해 '경청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접하다 보면, 분명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관계를 잘 이어가는 데 있어 '말솜씨'가 좋아야 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바로잡고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말솜씨'보다 '듣는 힘'이 중요하다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 또한 이 책의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말하기가 서툴러서 앞으로 나서거나 누군가와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면 앞으로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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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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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조언도, 뛰어난 화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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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문장으로, 본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이다. 우리는 대체로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 거창한 조언이나 뛰어난 화술을 잘 해야 한다고 착각하고는 하는데, 실제로 오랫동안 관계를 잘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잘 들어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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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사람'이 되기 어려운 이유



①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인간의 특성

②무의식적으로 타인을 따라 하려는 '동조 욕구'

③이야기하며 이해와 공감을 얻고 싶은 본능


이런 이유로,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태도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특성과 심리적 본능 때문입니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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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책하거나 무능력쯤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위의 3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인간의 특성과 심리적 본능으로 인해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이러한 타고난 본능을 억제할 만큼 강력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는 이 또한 대단하다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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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 일, 돈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요소들을 하나둘씩 얻게 될 것입니다.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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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얻게 되는 이득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잘 풀린 인간관계로 인해 줄줄이 복리처럼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말하는 것보다 잘 들음으로써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관계도 평탄하게 이어갈 수 있으니 이보다 효과적인 핵심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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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사람'이 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고, 그 시각의 확장이 나를 바꾸고,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됩니다.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을 바꾸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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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내용에 이어 저자는 잘 들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잘 듣는 사람'이 되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고, 그 시각의 확장이 나를 바꾸고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되며, 이를 통해 '희소성을 지닌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일석다조의 장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사랑받고 특별한 존재로 각인될 수 있다고 전한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고 하니 어쩐지 당장 이 책에 담긴 실천법을 실행해 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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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있는 사람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셀프 질문하기!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면 반응과 질문도 자연스러워집니다.

(...)

셀프 질문에 당장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질문을 통해 상대에게 관심을 두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

셀프 질문은 답이 없더라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124~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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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대체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관심을 가지면 일단 그것에 대해 마음이 열리고, 그만큼 너그럽고 수용적으로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유창한 언어로 대화를 잘 이끌지 못해도 적어도 호감은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관계에서 '호감'은 다음, 또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더 큰 이점을 가져다주는 무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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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가, 이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구와 나누는 어떤 대화든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깨달음 속에서,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中 (189~19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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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에 수록된 이 한 문장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어떤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을 때 내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을까?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었고,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행복해하며 털어놓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


항상 그렇듯 '끝'이라는 것을 대입해 보면 거기에 정답이 있는 듯하다. 삶도,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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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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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처음에는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왔다. '경청'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없고 너무 남의 이야기만 들으라는 식으로 다가와 더 그렇게 느끼게 된 것 같다.


실상 내 인생에서는 '남'보다 '내'가 더 중요한데, '관계'를 위해 왜 내가 남의 이야기를 줄곧 들어주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 섞인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책 내용을 정리하고 쓰고 곱씹으면서 모든 이들에게 '경청'을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은 '경청의 힘'을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혹은 관점을 아예 바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 속에서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섣부른 말을 내뱉기보다, 귀 쫑긋 세우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다면, 적어도 새로운 관점과 시각의 확장을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나에 대해 뭔가 말하기가 껄끄러운 어색한 자리에서 '경청'은 타인에게 신뢰와 호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그야말로 최고로 좋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또 내향적이거나 말솜씨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경청'은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무기가 될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분명 '듣는 사람'은 특별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신도 이 책에 소개된 36가지의 팁을 잘 활용해 경청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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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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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중독에 갇히는 심리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챙김'에 대하여!"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중독'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추후 어떤 것에 깊게 심취했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 '술', '담배', '도박'과 같은 극단적인 것들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인터넷', '미디어', '애정', '스마트폰' 등 우리도 모르게 나락으로 빠지게 만드는 의외의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뇌를 자극해 24시간 도파민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 역시 중독의 범위를 알코올, 담배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소셜미디어, 자아, 재미, 생각, 사랑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들을 살펴보며 우리 주변에 있는 중독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독 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자가 어떻게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뇌가 중독에 빠지는 행동양식과 중독으로 인해 뇌가 변화하는 과정, 더불어 중독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중독 유발 행동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뇌는 중독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의외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포인트는 바로 '마음 챙김'으로, 억지로 끊어내거나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 서서히 중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의지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큰 부작용 또한 없다. 그리고 중독에 대한 메커니즘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어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저자는 이것을 스스로의 경험, 그리고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냈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확신과 믿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의 7할 정도를 예시와 설명에 할애했는데,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은 아주 심플하다.


▶갈망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뇌는 특정 행동을 통해 일시적인 보상을 얻으며, 이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가 '트리거(계기)-행동-보상' 회로를 점점 강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중독은 더 깊어진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를 통해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에 빠져드는 과정을 역으로 이용해 반복하다 보면 뇌는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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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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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형수가 결혼식 피로연 겸 새해 전야 파티 후 신혼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스트레스로 인해 몸까지 병이 난 것을 보고 어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플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저자의 인생행로는 180도 바뀌게 된다. 이 질문으로 인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의사과학자 이중 학위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목표는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 알아내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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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내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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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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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란 부정적 결과를 낳는데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도박 또는 그 밖의 무엇이든 특정 물질의 사용이나 특정 행동이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계속한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54~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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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저자는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짚어준다. 뒤에 해결책이 정의와도 맞닿아 있어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한다.



■갈망을 이겨내기 위한 저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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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사니까 내 말대로 하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태도를 취할 수는 없었다. 흡연자가 나를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두 시간 동안 연속으로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 있기를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두 시간 동안 명상 자세로 앉아 있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

이제야 나는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마침내 두 시간을 다 채울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어느 날 마침내 해냈다. 나는 두 시간을 꼬박 앉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나는 '뒤숭숭한 마음'의 끈을 끊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앉아 있기가 점점 더 쉬워졌다. 그리고 내 환자들도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적절한 도구였다.

67~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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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자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상당히 좋아한다. 권력이나 지위로 상대를 짓누르기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전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스스로의 신체를 가지고 '갈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알 수 없었던 흡연자의 고통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해 보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과 이것을 이겨냈을 때 오는 확신과 자신감을 제대로 경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깨닫게 된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인식, 즉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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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경험한 환멸감이 매우 중요하다. 습관을 통해 실제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면, 습관을 더 깊은 수준에서, 뼛속 깊이 이해하면 금연을 위해 우리 자신을 통제 또는 강제할 필요가 없다.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다. 특정 행동에 사로잡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깨달으면, 내장에서부터 환상이 깨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의 결과가 점점 더 명확히 보일수록 우리는 오래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70~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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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중독된 뇌를 바꾸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의 핵심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나쁜 습관을 인식하고, 이후 '무엇(보상)'을 얻는지 깨닫게 되면 누군가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며, 이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나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자 애쓴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삶을 살펴보면, 의외로 무의식중에 행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중독의 메커니즘 또한 이런 무의식에서 시작된 나쁜 습관 중 하나로, 그래서 저자는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법 RAIN

(약식 훈련법 RAIN)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으로 저자는 RAIN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RAIN 이란?

원래 불교 명상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저자가 이 원리를 뇌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우리 삶의 여러 어려움, 특히 '갈망'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RAIN은 다음 네 가지 단계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R: Recognize (인식하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


2. A: Allow (수용하기)

일어나는 일을 허용하거나 인정하기.


3. I: Investigate (탐색/관찰하기)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기.


4. N: Nurture (자애심 갖기) 또는 Non-identification (동일시하지 않기)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거나,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기.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따뜻함과 친절함을 보내는 단계이다)



■이 책의 토대

촉발 요인-행동-보상


저자는 중독된 뇌의 사이클은 '촉발 요인-행동-보상'으로 연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무의식중에 특정 촉발 요인(트리거)가 발생하면, 그것을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이후 보상받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쌓이면(촉발 요인) 즉시 단것을 먹고(행동) 이것으로 인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보상)이다.


이를 습관 고리라고 하는데, 이 책의 토대가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보상 기반 학습 체계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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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순간에 우리의 행동을 통해 얻는 보상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에 관심, 호기심, 매력 등을 느낄 때, 이런 느낌을 그저 주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호기심이 생기면 개방적이고 활기차고 즐거운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칠각지의 첫 두 요소인 마음 챙김과 관심이 함께 있을 때 얻는 보상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런 경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 느끼는 잠깐의 '들뜬 행복'과 다르다.

(...)

흥분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긴장되고 들뜬 충동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호기심에서 비롯한 기쁨은 긴장되기보다 부드럽고 열린 느낌이 든다.


이런 두 가지 보상의 결정적 차이는 주의 깊은 호기심에서 기쁨이 생긴다는 점이다.

(...)

흥분에서 기쁜 참여로 전환하는 출발점은 촉발 요인(스트레스)을 알아차리고 행동(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각 상태에서 머물기)을 통해 받는 보상(기쁨, 평온, 평정)에 유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보상 기반 학습 과정을 활용해 이런 단계를 더 깊이 밟을수록 더 깊이 집중하고 (흥분하지 않으면서) 더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실제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특히 습관적 행동방식에서 벗어나면, 이런 존재 방식은 언제나 가능하다.

217~2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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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에게는 보상 기반 학습에 기초한 중독이나 들뜬 행복을 극복하기 위해 습관 형성의 기초가 되는 보상 기반 학습 체계를 활용한다는 것이 허황되거나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흥분'이나 '잠깐의 들뜬 행복'과는 다른 보다 안정적이면서 행복한 느낌이 드는 보상을 떠올리며, 그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꼭 허황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맛을 알고 난 뒤에 그것을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 무의식중에 패턴화되어 있는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그것을 따라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우리는 그것에 더 집중하며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중요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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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마음 챙김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왜곡하는 ("음, 재밌네"라는 식의) 주관적 편향의 안경을 벗어야만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모든 것이 명확히 보인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즉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를 보지 못하면, 엉뚱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230~2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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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직시'하는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잘못된 수순을 이어가다 보면 당연히 결과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스스로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 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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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은 우리의 나침반을 사용해 우리가 고통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거기서 멀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구멍을 더 깊이 파고 있는지 아니면 삽을 내려놓고 있는지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즉 우리의 마음을 챙기기만 해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훈련이 개시된다는 점이다.

272, 2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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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삶의 특정 부분을 루틴 화하여 무의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이롭고 또 많은 이점을 준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나쁜 습관이나 중독에까지 미친다면, 대단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인식을 통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되는 반복적 루틴은 무의식 속에 담아 두고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자. 하지만 무언가 스스로 꺼려지는 행동이나 후회되는 일 등이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 챙김을 통해 자각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후에 그 행동을 천천히 관찰해 보자.


그리고 그 일을 다르게 변화시켰을 때 주어지는 보상(편안함, 즐거움 등)을 떠올리면서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킨다면, 분명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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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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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과 뇌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막상 결론에 도달해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시시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파고들어 보면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시시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결책이든 문제든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나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지식을 토대로 일상생활과 임상 경험의 여러 사례를 통해 그것을 입증해냄으로써, 중독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 그것을 역으로 활용함으로써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삶, 세상과 더 깊이 교감하며 더 큰 행복을 누리고 몰입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습관이 되고, 또 그것은 습관의 순환고리가 될 수 있다. 마치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것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이 촉발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은 결국 우리 자신을 좀먹고 죽음으로 이끄는 습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러니 평소 마음 챙김을 통해서 스스로를 잘 살펴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나 패턴은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을 통해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켜 보면 어떨까 한다.


P.S. 참고로, 팁을 하나 주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확실히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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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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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을 찾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서!"



살다 보면 한 번씩 마음의 평정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원인은 다양한데, 내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타인이나 상황 때문에 벌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채근담>을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고, 고요하고 단단하게 마음을 붙들어 줄 문장들과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 여기에 담겨 있는 문장들을 통해 내 삶의 진짜 가치를 찾고, 마음의 평화와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활용하다 보면, 일상을 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중용의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초역 채근담'에 실린 356개의 삶의 지혜를 에세이 형태로 모아 엮은 책이다.


본문에는 한 페이지에 하나씩 철학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 설명하고, 하단에는 중국 고전 원문과 해석본을 별도로 기재하고 있어 한눈에 뜻과 의미를 파악하기 쉽게 되어 있다.


편의에 따라 원문과 에세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실생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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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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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물들지 않는 단단한 중심



복잡한 세상일수록 바깥을 단절하는 것보다 내면을 다스리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막는 깨끗함보다 안에서 지키는 고요한 절제가 더 깊은 품격을 드러냅니다.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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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를 차단하기에 앞서 내면을 먼저 단단히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이며, 차단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럴 때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불행으로 빠뜨리는 타인의 말이나 행동들을 적당히 걸러내어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단단한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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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남길 줄 아는 지혜



마음에도 공간이 필요하듯, 삶에도 여유가 필요합니다. 채우기보다는 덜어내고, 이룬 후에 멈출 줄 아는 것. 그것이 오래도록 복을 누리는 길입니다.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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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을수록 비울 줄 아는 미덕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모든 것들은 점차 우리를 짓누르는 짐이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니 여유롭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비워내고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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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생각할수록 삶은 맑아진다



마음이 고요할수록 삶은 가볍고 단순해지며, 단순할수록 우리는 더 본질적인 기쁨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니 복은 많은 것을 이루는 데 있지 않고, 마음을 덜 쓰며 살아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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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살아보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단순할수록 삶은 가벼워졌고, 고요할수록 마음은 편안해졌다.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하다면, 삶을 단순하게 변화시켜보자. 그러면 어느새 우리를 괴롭혔던 불면증도 싹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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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 하나가 세상을 덮는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빛과 어둠은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처럼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평온은 외부 조건보다는 내면의 정직함과 명료함에서 비롯됩니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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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느냐, 아니면 빛으로 둘러싸여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어도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소용 없다. 삶의 빛을 찾고 싶다면, 일단 내면의 평안과 평온부터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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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단 한 번뿐인 삶



천지는 만고불변하지만, 인간의 생은 한 번뿐이며, 그조차 짧디짧은 백 년에 불과합니다. 그 백 년조차도 하루하루 흘러가다 보면 금세 사라지고 맙니다.

(...)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비로소 생의 무게와 가치를 알게 됩니다.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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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히 공감하는 말 중 하나다. 더불어 요즘 내가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문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산다. 그리고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 중이다.


빛처럼 흩뿌려지듯 사라지는 시간을 최대한 붙잡아 알차게 채워보려 오늘도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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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품격이고, 평정은 지혜다



속임수를 알면서도 침묵하고, 모욕을 당해도 표정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요한 강처럼 깊고도 넓은 내면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태도는 단지 인내의 미덕을 넘어, 진정한 품격이자 삶을 관통하는 지혜입니다. 이런 태도는 순간의 승부를 넘어서 인생 전체의 균형을 지켜주는 든든한 지주가 됩니다.

1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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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힘든 게 바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우리의 감정을 뒤흔드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일까? 속임수를 알면서도 침묵하고, 모욕을 당해도 표정이 흔들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현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어느 정도는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가끔 겉으로 표현할지언정 내 마음의 평정만큼은 지킬 수 있다면 이것만큼 든든한 무기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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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기 전에 멈추는 지혜,

부러지기 전에 쉬는 용기



인간은 종종 '조금 더'를 욕망하다가 모든 것을 잃습니다. 진정한 지혜는 바로 그 '마지막 한 방울'을 스스로 멈출 줄 아는 절제에서 나옵니다.


경계의 순간에 조심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함이 보존되고, 위기의 문턱에서 물러남으로써 삶은 다시 균형을 찾습니다.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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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조금만 더'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 한 방울의 욕망 때문에 때론 불행을 맞닥뜨리거나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여행, 식욕, 욕심, 돈 등등. 조금 부족해도 멈출 줄 아는 절제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오늘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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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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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독이고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을 곁에 두고 읽어보면 어떨까? 평정심은 물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현인이나 지혜를 가진 어른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시대에는 '사람'보다 '책'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열 길 물속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책은 파면 팔수록 더 진실과 지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를 종합해 보면 결국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좁혀진다. 그리고 저자는 그 방법을 356가지로 정리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사람마다 삶의 방향과 목표가 다른 만큼, 필요한 부분과 적용 가능한 부분이 다를 것이다. 그러니 하나씩 살펴보며, 나의 마음을 고요하고 단단하게 해줄 방법들을 삶에 적용해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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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 - 미깡의 술 만화 백과
미깡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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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미깡의 흥미로운 술 이야기!"



술을 그다지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술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썰을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주 먹지는 않지만 가끔 '맛있게' 즐기는 편이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유쾌하게 술을 마시거나 혹은 생각날 때 가끔 혼술을 홀짝홀짝 마시는데, 그래서인지 술 마시는 자리는 나에게 있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여행을 갈 때마다 현지의 술은 꼭 한번 체험해 보려 노력한다. 특히 와인이나 맥주 같은 경우 현지 마트에서 구매하거나 레스토랑에서 맛보고는 하는데, 여행했던 나라 중 유일하게 맛보지 못한 술이 바로 터키의 '라크'다.(해외여행 스토리에서 풀 예정이나, 과연 언제 풀지는 미지수!ㅠㅠ)


셋째, 이 책을 제안하면서 보낸 담당자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술........ 좋아하시는 분은 무조건 보십쇼." 🤣


다른 책은 대략 '이런 이런 내용입니다'라고 보낸 것에 비해 이 책만큼은 딱 이 한 줄만 적혀 있었는데, 이 강력한 한 마디 때문에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호기심에 동하여 '읽어 보고 싶어요'라고 회신하게 되었다.


총 2차(서양술과 동양술) 20잔(20개의 술종류)의 술에 대해 담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유쾌한 경험담과 술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깨알 상식까지 더해져 풍성한 내용을 자랑하는 주류 만화책이다.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게 된다. 일상에서 술로 인해 겪는 웃픈 사연부터 각 주류별 맛과 향의 특징, 그리고 술에 얽힌 사연과 알짜배기 정보까지 담아내고 있어 찐 주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0가지 주류 중 그나마 내가 가장 편하게 자주 접하는 술이 '맥주'라서인지 유독 맥주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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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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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려.. 다 구려..

그중에서도

제일 구린 건 바로...

'그냥 그래도 되니까'야.

권력이 있으니까

과시하는 거라구...

50~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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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직장의 강압적인 술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부분으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과거 회식과 폭탄주를 강요하던 직장 문화를 떠올리게 했다.


갑자기 잡히는 회식, 그리고 개인 일정은 하찮게 여겨지던 조직문화는 정말이지 나에게는 최악의 문화 중 하나였는데, 퇴근 이후로도 개인 시간은 포기하고 윗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하던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맞다! 구린 것 중에서도 제일 구린 건 권력을 등에 업고 '그냥 그래도 되니까'라고 말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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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그를 빨리 소비하고

노즐 청소도 정기적으로 하고

깨끗한 잔에 내가면

생맥주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케그를 통째로 냉장 보관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까지 하면 완벽!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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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생맥주 집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그 비결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비결은 바로 '케그!'였던 것이다. 케그 관리를 깨끗하게 잘하고, 통째로 냉장 보관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면 맛있는 생맥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반대로 이야기하면, 생맥주가 맛있는 집은 케그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생맥주가 맛있었다는 것인데 위생 측면에서도 그런 집은 앞으로 더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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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 맥주에 얽힌 스토리>



12세기 기독교 교회는 주민들의 주일 예배 참석을 방해하는 경쟁자로 에일 하우스를 지목했습니다. 교회는 에일 와이프를 맹렬하게 공격했어요.

(참고로 에일 와이프는 에일을 만드는 여성을 일컫는 말!)


당시 에일 와이프들은 장터에서 눈에 잘 띄기 위해 뾰족하고 기다란 모자를 썼는데요. 에일 하우스 앞에 내걸었던 기다란 빗자루와 함께 보면...

딱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요?


맞아요, 마녀.


중세의 교회와 가부장 사회는 독립성과 경제력을 가진 에일 와이프들을 마녀로 몰아세우고, 핍박했습니다.


그리하여 양조산업의 상업화와 기독교의 합동 공격으로 인해 에일 와이프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이야기.


이제 에일 맥주를 마실 때 한 번쯤 떠올려보아요.

이 술에는 우리가 몰랐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요.

116~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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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 맥주를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그 속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은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세 시대에 죄도 없는 여성들을 마녀 취급하며 화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들었지만, 에일을 만드는 '에일 와이프'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또 에일 맥주를 파는 '에일 와이프'와 '에일 하우스'의 모습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동화책 속에서 보던 마녀 모습으로 에일 맥주를 파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재미있는 콘셉트의 가게를 떠올리게 했다.


참고로 에일 하우스 앞에 걸어두었던 기다란 빗자루는 지금으로 이야기하자면, 'Open'을 상징하는 표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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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상식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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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란?

똑같은 맥주를 병에 담으면 병맥주, 캔에 담으면 캔맥주, 케그에 담으면 생맥주라는 사실!


그렇다면 생맥주가 더 맛있는 이유는 뭘까? 잔에 따를 때 가스가 주입되면서 탄산감이 좋아지고 거품도 더 쫀득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케그정보

1. 대한민국 최초의 생맥줏집 '을지 OB베어'가 케그를 냉장 숙성한 걸로 유명하죠.


건물주의 횡포로 강제 철거됐던 '을지OB베어'가 다시 문을 열었으니 꼭 가서 '을지OB베어'만의 특별한 맥주를 맛보세요!


2. 만약 손님이 없는 가게에 갔다면 안전하게 병맥주를 시키든가 대의적으로 잔뜩 마시고 케그를 바꿔드리는 것도 방법!


■우리가 몰랐던 맥주에 대한 한 뼘 상식

인류 최초의 술은 과실주지만, 그건 자연 상태에서 우연히 발견된 술이고 맥주는 인간이 기꺼이 노력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맥주를 최초, 최고의 술로 꼽기도 한다.


■청주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청주를 '정종'으로 잘못 부르는 일이 많았죠. 정종은 일본 청주 브랜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소주의 역사

소주가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건 고려 공민왕 때입니다. 처음에는 양반 이상만 마시는 고급주였지만 1920년대에는 한반도 전역에 수천 개의 양조장이 들어설 정도로 두루 즐기는 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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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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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정보부터, 오해를 바로잡는 이야기, 그리고 술의 기원까지 알 수 있어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릴 적 제사 지낼 때마다 사용하던 '정종'이 '청주'와 같은 술이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은 종류의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닌지라, 모든 정보를 다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맥주(에일과 생맥주)를 마실 때만큼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 같다.


나처럼 꼭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술과 큰 인연이 없어도 이 책은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것 같다. 재미난 술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상식과 흥미도 채우고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 공감대로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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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알고 싶다 : 인상 카페 편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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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을 친근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어 훅 빠져들게 만든 책!"



평소 클래식과 같은 고전음악에 관심이 많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져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거리감을 좁혀보면 어떨까?


이 책은 인상주의* 시대 거장 뮤지션 7명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와 음악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읽고 난 후에는 분명 보다 친근하게 클래식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시작해,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들과 좌절을 안겨주었던 인물, 그리고 작곡가의 길에 이르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놀라운 일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물이나 동화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 꽤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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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시대에 대해 살펴보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약 188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 중반까지), 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순간의 인상'과 '분위기', '색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요 특징으로는,


1. 분위기와 색채 중시: 멜로디나 형식보다는 악기의 음색(음악적 색채)과 화음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즉 '음향적 인상'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2. 모호하고 신비로운 화음: 전통적인 화성학의 규칙에서 벗어나 불협화음을 부드럽게 사용하거나, 온음음계, 5음음계, 교회 선법 등을 도입하여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냈다. 이는 화음이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3. 부드러운 리듬과 다채로운 음색: 명확한 리듬보다는 유동적이고 부드러운 리듬을 사용하며, 관현악의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하여 풍부하고 미묘한 음색 변화를 시도했다.


4. 자연의 묘사: 회화의 인상주의처럼 자연의 풍경, 물의 움직임, 안개, 빛의 변화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클로드 드뷔시와 모리스 라벨 등을 꼽을 수 있다.


음악의 인상주의는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이 가지던 거대하고 감정적인 서사에서 벗어나, 청자에게 '무엇을 표현하려 한다'기보다 '어떤 감각적이고 분위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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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시대 뮤지션 7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비롯해 시대적 배경과 얽힌 인간관계와 내밀한 고민과 사랑 이야기까지 두루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연과 얽혀 있는 명곡들을 즉시 들을 수 있는 'QR 코드'와 깨알 상식을 담고 있는 '래알깨알' 코너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생생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잘 모르거나 어려운 것일수록 더 파고들어 정면 승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더 쉽게 클래식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어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아래는 7명의 작곡가 이야기 중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몇 가지 부분을 선정해 소개해 보려 한다. 그저 명곡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로만 알고 있던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 속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색다른 모습을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금과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했던 여성편력과 바람기, 그리고 출중한 능력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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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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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외모의 청년 차이콥스키는 남자를 사랑했어요.

(...)

그의 삶엔 늘 남자들이 있었어요. 동생 모데스트도 동성애자였기에 그의 비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었습니다. 안토니나와의 결혼은 '위장 결혼'이었어요. 당시 차이콥스키의 애인이었던 실롭스키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지요.

(...)

그의 마지막 사랑은 사샤의 아들인 조카 다비도프였습니다. 차이콥스키는 그를 향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편지마다 절절히 담았어요. 유언장에는 다비도프를 전 작품의 로열티 상속인으로 지정했고, 마지막 교향곡 '비창' 역시 그에게 헌정해요.


차이콥스키 사후, 다비도프는 우울증과 마약 중독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차이콥스키의 비극은,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비극으로도 이어졌어요.


그의 음악이 왜 그토록 아름답고도 슬픈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45~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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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의 음악만 들어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의외로 과거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들을 읽다 보면 차이콥스키와 같이 동성을 사랑한 인물들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동성을 사랑한 정도가 아니라 가까운 가족 혹은 친인척과 관계(연인이 되거나 결혼까지 하는)를 맺는 인물들도 많았던 것을 보면, 현시대보다 과거가 어쩌면 조금 더 개방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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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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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할 때는 손짓과 시선뿐 아니라 입과 입술로도 오케스트라와 소통합니다. 모든 표정과 얼굴의 작은 움직임으로 음표를 가리킬 수 있죠. 얼굴이 수염으로 덮여 있다면 불가능해요. 지휘를 위해서라면 얼굴의 어느 부분이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면서 말러는 안경을 다리가 없는 코안경으로 교체해요. 지휘를 더 잘하기 위해서였지요.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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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라는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얼마나 음악에 있어 진심이고 열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어느 작곡가보다 많은 곡을 공연했는데, 작곡가로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지휘자로서 그가 내딛는 발걸음을 살펴보면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다.


그는 지휘할 때 자신의 온몸으로 오케스트라와 소통했다. 손짓과 시선뿐 아니라, 모든 표정과 입과 입술로도 소통했다. 그래서 표정을 가리는 수염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표정 전달과 시야 확보를 위해 코안경으로 교체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그의 모습은 현시대와 비교해도 남다른 프로페셔널함과 유난함이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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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을 위한 투표에서 총 96표 중, 말러는 61표를 받아요. 즉, 단원의 3분의 1은 말러를 싫어한다는 명백한 근거를 목도합니다. 말러는 이 정도로 분열된 오케스트라와는 일할 수 없다며 오히려 다음 해 임명을 거부해요. 그런데 그의 강경한 태도가 오히려 승부수가 된 건지, 2차 투표에서는 90표를 획득하는 반전이 일어납니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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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대목을 읽고 '96표 중 61표면 꽤 선전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3분의 1이 자신을 반대한다는 말에 오히려 임명을 거부한 말러를 보며 대담함과 승부사 기질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멋져)


어쩌면 합이 중요한 오케스트라이기에 더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가 참여한 어마어마한 공연과 지휘한 무대 횟수를 살펴봤을 때 사실 그게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함부르크에서는 1년에 150회의 공연을 올렸고, 이후 총 60편의 오페라 중 36개를 처음으로 지휘한 이력들을 보면 그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그가 지휘한 무대가 700회가 넘는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수백수천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완벽하게 합이 맞는 공연을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그가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말러가 이끈 오케스트라 단원 수

-보통 약 70명에서 100명 이상의 대규모 악단으로 구성!

-교향곡 제8번 '천인 교향곡'의 경우 1910년 독일 뮌헨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 연주자만 약 170~171명이었고, 여기에 성악가와 합창단 850여 명이 더해져, 지휘자 말러 자신을 포함하여 총 1,030명에 이르는 연주 인원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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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드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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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러운 작곡가였던 드뷔시는 평생 경제관념이 없었어요. 수입을 고려하지 않는 낭비벽, 고급스러운 취향, 품위 유지를 위한 소비로 늘 파산 상태였어요. 그의 취향은 섬세하고 화려했어요. 넓은 차양의 모자, 고급 망토, 비싼 목도리, 돌출된 이마를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정교하게 일자로 자르지요. 게다가 캐비어 같은 고급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였어요.

(...)

드뷔시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리듬대로 살았어요. 때로는 너무 자유롭게, 때로는 너무 제멋대로. 그 대가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었지요. 세상에 남은 건 그의 위대한 음악만이 아니었어요. 빚과 거짓말이 켜켜이 쌓인 민망한 이야기들도 함께였지요.

258~2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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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음악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의 방탕한 일상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지인이었다면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여성편력은 물론 방탕함과 사치스러움까지 가지고 있어 말년에는 거의 가까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역시 겉으로 봐서는 절대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드뷔시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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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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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그냥 한 명의 인물 중심으로 거장들을 만나보니, 그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신과 맞지 않는 학교에서 깽판을 치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동성을 사랑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 결혼했다가 된통 당하는 모습에서는 쌤통이라는 감정이 드는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동시에 잃어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먹먹함이 일기도 했다.


반면, 자신만의 오두막을 지어 열정적으로 작곡을 하는 모습이라든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면서도 완벽한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하는 모습에서는 남다른 포부와 열의가 느껴져 절로 시선이 갔다.


마지막 '나가며' 단락을 통해서 이들이 살았던 인상주의 시대에서 작곡가와 지휘자가 갖는 권력과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음악과 인물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작곡가에게는 작품의 초연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곡을 작곡해도 결국 제대로 비평가나 청중을 만나지 못하면 서랍 속 악보로 남거나 사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연주로 인해 초연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작곡가의 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낙인찍히게 되어 무능함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작곡가에게 있어 초연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반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면 안정된 삶뿐 아니라 초연이 보장된다. 그래서 너도나도 지휘봉을 잡으려 하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더  나은 조건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과정 중에 많은 비리와 뇌물이 오고 갔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작곡가에게 있어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당시 최우선 직업이 아니었을까? 보통 작곡가와 지휘자를 따로따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인상주의를 살았던 작곡가들만큼은 내 곡을 알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휘봉을 잡아야만 했을 것이다.


이처럼 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대적 배경,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내용 중에는 우리가 알 법한 화가나 유명 인물들도 여럿 등장한다), 다소 인간적인 면모까지 함께 살펴보다 보니 클래식이 꼭 어렵거나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 듯하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 책에 수록된 QR 코드를 통해 명곡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이들의 뒷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은 물론 몇몇 명곡들과도 친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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