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 - 미깡의 술 만화 백과
미깡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쾌한 미깡의 흥미로운 술 이야기!"



술을 그다지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술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썰을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주 먹지는 않지만 가끔 '맛있게' 즐기는 편이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유쾌하게 술을 마시거나 혹은 생각날 때 가끔 혼술을 홀짝홀짝 마시는데, 그래서인지 술 마시는 자리는 나에게 있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여행을 갈 때마다 현지의 술은 꼭 한번 체험해 보려 노력한다. 특히 와인이나 맥주 같은 경우 현지 마트에서 구매하거나 레스토랑에서 맛보고는 하는데, 여행했던 나라 중 유일하게 맛보지 못한 술이 바로 터키의 '라크'다.(해외여행 스토리에서 풀 예정이나, 과연 언제 풀지는 미지수!ㅠㅠ)


셋째, 이 책을 제안하면서 보낸 담당자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술........ 좋아하시는 분은 무조건 보십쇼." 🤣


다른 책은 대략 '이런 이런 내용입니다'라고 보낸 것에 비해 이 책만큼은 딱 이 한 줄만 적혀 있었는데, 이 강력한 한 마디 때문에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호기심에 동하여 '읽어 보고 싶어요'라고 회신하게 되었다.


총 2차(서양술과 동양술) 20잔(20개의 술종류)의 술에 대해 담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유쾌한 경험담과 술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깨알 상식까지 더해져 풍성한 내용을 자랑하는 주류 만화책이다.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게 된다. 일상에서 술로 인해 겪는 웃픈 사연부터 각 주류별 맛과 향의 특징, 그리고 술에 얽힌 사연과 알짜배기 정보까지 담아내고 있어 찐 주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0가지 주류 중 그나마 내가 가장 편하게 자주 접하는 술이 '맥주'라서인지 유독 맥주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 한다.



=====

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


-----

구려.. 다 구려..

그중에서도

제일 구린 건 바로...

'그냥 그래도 되니까'야.

권력이 있으니까

과시하는 거라구...

50~51페이지 中

-----


이 문장은 직장의 강압적인 술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부분으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과거 회식과 폭탄주를 강요하던 직장 문화를 떠올리게 했다.


갑자기 잡히는 회식, 그리고 개인 일정은 하찮게 여겨지던 조직문화는 정말이지 나에게는 최악의 문화 중 하나였는데, 퇴근 이후로도 개인 시간은 포기하고 윗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하던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맞다! 구린 것 중에서도 제일 구린 건 권력을 등에 업고 '그냥 그래도 되니까'라고 말하는 자들이다.



-----

케그를 빨리 소비하고

노즐 청소도 정기적으로 하고

깨끗한 잔에 내가면

생맥주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케그를 통째로 냉장 보관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까지 하면 완벽!

92페이지 中

-----


이 글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생맥주 집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그 비결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비결은 바로 '케그!'였던 것이다. 케그 관리를 깨끗하게 잘하고, 통째로 냉장 보관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면 맛있는 생맥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반대로 이야기하면, 생맥주가 맛있는 집은 케그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생맥주가 맛있었다는 것인데 위생 측면에서도 그런 집은 앞으로 더 찾게 될 것 같다.



-----

<에일 맥주에 얽힌 스토리>



12세기 기독교 교회는 주민들의 주일 예배 참석을 방해하는 경쟁자로 에일 하우스를 지목했습니다. 교회는 에일 와이프를 맹렬하게 공격했어요.

(참고로 에일 와이프는 에일을 만드는 여성을 일컫는 말!)


당시 에일 와이프들은 장터에서 눈에 잘 띄기 위해 뾰족하고 기다란 모자를 썼는데요. 에일 하우스 앞에 내걸었던 기다란 빗자루와 함께 보면...

딱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요?


맞아요, 마녀.


중세의 교회와 가부장 사회는 독립성과 경제력을 가진 에일 와이프들을 마녀로 몰아세우고, 핍박했습니다.


그리하여 양조산업의 상업화와 기독교의 합동 공격으로 인해 에일 와이프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이야기.


이제 에일 맥주를 마실 때 한 번쯤 떠올려보아요.

이 술에는 우리가 몰랐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요.

116~120페이지 中

-----


에일 맥주를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그 속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은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세 시대에 죄도 없는 여성들을 마녀 취급하며 화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들었지만, 에일을 만드는 '에일 와이프'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또 에일 맥주를 파는 '에일 와이프'와 '에일 하우스'의 모습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동화책 속에서 보던 마녀 모습으로 에일 맥주를 파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재미있는 콘셉트의 가게를 떠올리게 했다.


참고로 에일 하우스 앞에 걸어두었던 기다란 빗자루는 지금으로 이야기하자면, 'Open'을 상징하는 표시였다고 한다.



=====

깨알 상식 살펴보기

=====


■생맥주란?

똑같은 맥주를 병에 담으면 병맥주, 캔에 담으면 캔맥주, 케그에 담으면 생맥주라는 사실!


그렇다면 생맥주가 더 맛있는 이유는 뭘까? 잔에 따를 때 가스가 주입되면서 탄산감이 좋아지고 거품도 더 쫀득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케그정보

1. 대한민국 최초의 생맥줏집 '을지 OB베어'가 케그를 냉장 숙성한 걸로 유명하죠.


건물주의 횡포로 강제 철거됐던 '을지OB베어'가 다시 문을 열었으니 꼭 가서 '을지OB베어'만의 특별한 맥주를 맛보세요!


2. 만약 손님이 없는 가게에 갔다면 안전하게 병맥주를 시키든가 대의적으로 잔뜩 마시고 케그를 바꿔드리는 것도 방법!


■우리가 몰랐던 맥주에 대한 한 뼘 상식

인류 최초의 술은 과실주지만, 그건 자연 상태에서 우연히 발견된 술이고 맥주는 인간이 기꺼이 노력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맥주를 최초, 최고의 술로 꼽기도 한다.


■청주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청주를 '정종'으로 잘못 부르는 일이 많았죠. 정종은 일본 청주 브랜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소주의 역사

소주가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건 고려 공민왕 때입니다. 처음에는 양반 이상만 마시는 고급주였지만 1920년대에는 한반도 전역에 수천 개의 양조장이 들어설 정도로 두루 즐기는 술이었습니다.



=====

마무리

=====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정보부터, 오해를 바로잡는 이야기, 그리고 술의 기원까지 알 수 있어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릴 적 제사 지낼 때마다 사용하던 '정종'이 '청주'와 같은 술이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은 종류의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닌지라, 모든 정보를 다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맥주(에일과 생맥주)를 마실 때만큼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 같다.


나처럼 꼭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술과 큰 인연이 없어도 이 책은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것 같다. 재미난 술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상식과 흥미도 채우고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 공감대로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