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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뇌가 중독에 갇히는 심리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챙김'에 대하여!"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중독'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추후 어떤 것에 깊게 심취했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 '술', '담배', '도박'과 같은 극단적인 것들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인터넷', '미디어', '애정', '스마트폰' 등 우리도 모르게 나락으로 빠지게 만드는 의외의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뇌를 자극해 24시간 도파민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 역시 중독의 범위를 알코올, 담배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소셜미디어, 자아, 재미, 생각, 사랑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들을 살펴보며 우리 주변에 있는 중독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독 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자가 어떻게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뇌가 중독에 빠지는 행동양식과 중독으로 인해 뇌가 변화하는 과정, 더불어 중독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중독 유발 행동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뇌는 중독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의외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포인트는 바로 '마음 챙김'으로, 억지로 끊어내거나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 서서히 중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의지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큰 부작용 또한 없다. 그리고 중독에 대한 메커니즘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어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저자는 이것을 스스로의 경험, 그리고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냈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확신과 믿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의 7할 정도를 예시와 설명에 할애했는데,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은 아주 심플하다.
▶갈망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뇌는 특정 행동을 통해 일시적인 보상을 얻으며, 이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가 '트리거(계기)-행동-보상' 회로를 점점 강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중독은 더 깊어진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를 통해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에 빠져드는 과정을 역으로 이용해 반복하다 보면 뇌는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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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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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형수가 결혼식 피로연 겸 새해 전야 파티 후 신혼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스트레스로 인해 몸까지 병이 난 것을 보고 어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플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저자의 인생행로는 180도 바뀌게 된다. 이 질문으로 인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의사과학자 이중 학위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목표는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 알아내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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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내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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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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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란 부정적 결과를 낳는데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도박 또는 그 밖의 무엇이든 특정 물질의 사용이나 특정 행동이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계속한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54~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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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저자는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짚어준다. 뒤에 해결책이 정의와도 맞닿아 있어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한다.
■갈망을 이겨내기 위한 저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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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사니까 내 말대로 하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태도를 취할 수는 없었다. 흡연자가 나를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두 시간 동안 연속으로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 있기를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두 시간 동안 명상 자세로 앉아 있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
이제야 나는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마침내 두 시간을 다 채울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어느 날 마침내 해냈다. 나는 두 시간을 꼬박 앉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나는 '뒤숭숭한 마음'의 끈을 끊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앉아 있기가 점점 더 쉬워졌다. 그리고 내 환자들도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적절한 도구였다.
67~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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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자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상당히 좋아한다. 권력이나 지위로 상대를 짓누르기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전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스스로의 신체를 가지고 '갈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알 수 없었던 흡연자의 고통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해 보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과 이것을 이겨냈을 때 오는 확신과 자신감을 제대로 경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깨닫게 된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인식, 즉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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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경험한 환멸감이 매우 중요하다. 습관을 통해 실제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면, 습관을 더 깊은 수준에서, 뼛속 깊이 이해하면 금연을 위해 우리 자신을 통제 또는 강제할 필요가 없다.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다. 특정 행동에 사로잡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깨달으면, 내장에서부터 환상이 깨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의 결과가 점점 더 명확히 보일수록 우리는 오래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70~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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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중독된 뇌를 바꾸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의 핵심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나쁜 습관을 인식하고, 이후 '무엇(보상)'을 얻는지 깨닫게 되면 누군가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며, 이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나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자 애쓴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삶을 살펴보면, 의외로 무의식중에 행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중독의 메커니즘 또한 이런 무의식에서 시작된 나쁜 습관 중 하나로, 그래서 저자는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법 RAIN

(약식 훈련법 RAIN)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으로 저자는 RAIN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RAIN 이란?
원래 불교 명상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저자가 이 원리를 뇌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우리 삶의 여러 어려움, 특히 '갈망'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RAIN은 다음 네 가지 단계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R: Recognize (인식하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
2. A: Allow (수용하기)
일어나는 일을 허용하거나 인정하기.
3. I: Investigate (탐색/관찰하기)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기.
4. N: Nurture (자애심 갖기) 또는 Non-identification (동일시하지 않기)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거나,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기.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따뜻함과 친절함을 보내는 단계이다)
■이 책의 토대
촉발 요인-행동-보상
저자는 중독된 뇌의 사이클은 '촉발 요인-행동-보상'으로 연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무의식중에 특정 촉발 요인(트리거)가 발생하면, 그것을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이후 보상받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쌓이면(촉발 요인) 즉시 단것을 먹고(행동) 이것으로 인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보상)이다.
이를 습관 고리라고 하는데, 이 책의 토대가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보상 기반 학습 체계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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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순간에 우리의 행동을 통해 얻는 보상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에 관심, 호기심, 매력 등을 느낄 때, 이런 느낌을 그저 주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호기심이 생기면 개방적이고 활기차고 즐거운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칠각지의 첫 두 요소인 마음 챙김과 관심이 함께 있을 때 얻는 보상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런 경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 느끼는 잠깐의 '들뜬 행복'과 다르다.
(...)
흥분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긴장되고 들뜬 충동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호기심에서 비롯한 기쁨은 긴장되기보다 부드럽고 열린 느낌이 든다.
이런 두 가지 보상의 결정적 차이는 주의 깊은 호기심에서 기쁨이 생긴다는 점이다.
(...)
흥분에서 기쁜 참여로 전환하는 출발점은 촉발 요인(스트레스)을 알아차리고 행동(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각 상태에서 머물기)을 통해 받는 보상(기쁨, 평온, 평정)에 유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보상 기반 학습 과정을 활용해 이런 단계를 더 깊이 밟을수록 더 깊이 집중하고 (흥분하지 않으면서) 더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실제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특히 습관적 행동방식에서 벗어나면, 이런 존재 방식은 언제나 가능하다.
217~2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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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에게는 보상 기반 학습에 기초한 중독이나 들뜬 행복을 극복하기 위해 습관 형성의 기초가 되는 보상 기반 학습 체계를 활용한다는 것이 허황되거나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흥분'이나 '잠깐의 들뜬 행복'과는 다른 보다 안정적이면서 행복한 느낌이 드는 보상을 떠올리며, 그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꼭 허황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맛을 알고 난 뒤에 그것을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 무의식중에 패턴화되어 있는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그것을 따라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우리는 그것에 더 집중하며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중요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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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마음 챙김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왜곡하는 ("음, 재밌네"라는 식의) 주관적 편향의 안경을 벗어야만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모든 것이 명확히 보인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즉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를 보지 못하면, 엉뚱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230~2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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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직시'하는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잘못된 수순을 이어가다 보면 당연히 결과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스스로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 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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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은 우리의 나침반을 사용해 우리가 고통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거기서 멀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구멍을 더 깊이 파고 있는지 아니면 삽을 내려놓고 있는지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즉 우리의 마음을 챙기기만 해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훈련이 개시된다는 점이다.
272, 2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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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삶의 특정 부분을 루틴 화하여 무의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이롭고 또 많은 이점을 준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나쁜 습관이나 중독에까지 미친다면, 대단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인식을 통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되는 반복적 루틴은 무의식 속에 담아 두고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자. 하지만 무언가 스스로 꺼려지는 행동이나 후회되는 일 등이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 챙김을 통해 자각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후에 그 행동을 천천히 관찰해 보자.
그리고 그 일을 다르게 변화시켰을 때 주어지는 보상(편안함, 즐거움 등)을 떠올리면서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킨다면, 분명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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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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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과 뇌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막상 결론에 도달해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시시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파고들어 보면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시시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결책이든 문제든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나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지식을 토대로 일상생활과 임상 경험의 여러 사례를 통해 그것을 입증해냄으로써, 중독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 그것을 역으로 활용함으로써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삶, 세상과 더 깊이 교감하며 더 큰 행복을 누리고 몰입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습관이 되고, 또 그것은 습관의 순환고리가 될 수 있다. 마치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것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이 촉발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은 결국 우리 자신을 좀먹고 죽음으로 이끄는 습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러니 평소 마음 챙김을 통해서 스스로를 잘 살펴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나 패턴은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을 통해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켜 보면 어떨까 한다.
P.S. 참고로, 팁을 하나 주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확실히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