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소나타 2 - 완결
최혜원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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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경 처음 이 책의 1권을 만났을 때, 오랜만에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만난 것 같아 너무 반가웠다. 학창 시절 웹 소설에 빠져 지내던 그때가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감성감성한 스타일의 사랑 이야기가 많지만, 과거에는 직설적이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때 그 감성에 다시 살짝 발을 담근 느낌이 들었달까?


2권은 1권의 내용이 연결되는 완결 편으로, 1권에서는 이들의 첫 만남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면, 2권에서는 깊게 사랑에 빠지기 위한 위기과정을 거쳐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앞선 1편에 이어 본격적인 사랑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1편에서 발단과 맛보기식 전개를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위기를 보여주고 이를 극복해 나가면서 절정에 다다랐다가 마침내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연애소설은 이 맛에 보는 거라 개인적으로는 큰 불만 없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완독할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과거 귀여니 소설이나, 팬 소설, 웹 소설과 같은 것들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 역시 무난하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운동선수의 직업을 가지고 다소 거친 면모를 보이며 직진하는 승규의 모습이 반갑게 다가오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한편, 바이올린 하나에 올인하며 긴 세월 노력했던 수고를 한방에 포기하고 결혼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은수가 답답하게 여겨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그랬고, 또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완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라 스토리 전반을 소개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워, 간략한 분위기와 내용만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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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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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부 영어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은수와 승규는 은수의 유학 이후에도 간간이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롱디커플만의 애틋함이 빛을 발했는지 이들은 더 깊이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귀국길에 오른 은수는 이제 꽃길만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련은 시작된다. 은수를 오랫동안 보아오면서 결혼 상대자로 생각하고 있던 성준은 결혼을 재촉하고, 은수는 시합으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승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그러다가 은수의 마음이 승규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성준은 몰래 승규를 찾아가 은수의 미래를 위해 놓아줄 것을 강권하고, 이에 설득당한 승규는 자신으로 인해 숱한 염문에 휩싸여 미래를 보장받지 못할 은수를 배려해 놓아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승규는 연락을 두절했고, 은수는 영문도 모른 채 달콤한 꿈을 꾸다 뒤통수를 맞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못하던 둘은 점차 일상까지 망가질 만큼 몸이 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둘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런저런 위기사항을 겪다 마침내 둘은 다시 함께 하기로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뒷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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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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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겁지 않은 전개 방식과 소재를 담고 있는 연애소설로, 지친 일상을 잠시 잊고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겨 줄 히든 키가 되어 줄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거쳐온 사람들이라면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속 연애소설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보는 시각에 따라 유치하거나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끔은 이런 솜사탕 같은 책들을 중간중간 읽어주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나쁘지 않은 선택인듯하다.


만약 잠시 머리 아픈 것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연애감성을 더해주고 싶다면 잠들기 전 이 책을 통해 그 감성을 깨워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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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 엉켜버린 마음을 마법처럼 풀어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김은지 지음, 소우 그림 / 마음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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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영화'와 '상담심리'를 어떻게 엮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물론 상담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내담자에게 다가가는지까지 알 수 있어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단순한 오락거리로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른, 보다 심층적이고 분석적으로 다가간다는 점에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독서모임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단 상담을 통해 각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캐릭터를 통해 나의 상황이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특히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영화를 통해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에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영화'라는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인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방법은 간단한다. 상황에 따라 상담사 혹은 내담자가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를 본 후에 영화 속 캐릭터나 장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어떤 장면 혹은 캐릭터가 내담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면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내담자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담감을 내려놓고 공명한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영화치료 방법 및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니 가끔은 영화를 볼 때 오락적 관점이 아닌 치유적 관점으로 보면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영화치료란?

영화는 한편이지만 관객 개개인에 의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서 제각기 다른 영화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그 과정이 영화치료다.


이처럼 비디오로 문제 해결 기술을 배우는 상징적 모델링은 사회적 기술 향상과 외형적인 문제행동 감소에 효과적이다. 특히 모델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인식할 때 모델링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영화를 볼 때 관점의 차이(오락적 관점 vs 치유적 관점)

오락적 관점에서 영화를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본다면 치유적 관점에서는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계속 분석하며 본다. 오락적 관점의 처음과 끝이 재미가 목적인 것과 다르게 치유적 관점에서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자 한다.


▷오락적 관점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본다

-재미가 목적


▷치유적 관점

-의식적으로 자각하면서 분석하면서 본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이 목적



■감각형과 직관형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 선택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관람자들이 선호하는 영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적절히 맞는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를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받아들이는 감각형은 영화 전개 방식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이해하기 쉬우며 인지적으로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어야 정서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관형은 순차 개념이 아예 없는지라 1차 꿈에서 4차 꿈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기존의 틀을 깨는 자유로움에 신나고 전율을 느끼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유형(감각형/직관형)을 알고 유형에 맞게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영화치료시 주의할 점

영화는 날카로운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도 있고 잘못 사용하면 베여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참가자의 심리적인 보호를 위해 수용 수준(눈높이)에 맞는 영화 선택이 중요하다. 그랬을 때 상담사가 의도한 치유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담사의 자기 노출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자도 강도 높은 민낯을 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사가 자기 노출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내담자를 치유적으로 돕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두 사람 간 신뢰감이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판단될 때, 꼭 필요할 때 아껴 써야 하는 비장의 무기다.


혼자 덩그렇게 벗은 것이 아닌 대중목욕탕이 되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옷 벗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매우 강력하다.


자기 노출의 가장 큰 치유 원리는 보편성이다. 나만 그렇게 힘든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고 느끼는 보편성은 마음에 위안을 주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역할 바꾸기

역할 바꾸기는 역할을 바꾸어서 그 장면을 다시 시도해 봄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길을 안내해 준다.


내담자에게 재경험하고 재조명하게 함으로써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감하게 해준다.


상담사나 내담자 모두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하고, 부담스럽지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매우 효과적이다. 역할극은 객관적인 위치에서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나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나와 상대방을 동시에 보면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제3의 관점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강력한 체험을 통해서 가질 수 있게 한다.



■영화치료의 이점

영화는 나에게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내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극 중 인물을 관찰하면서 행동과 동기를 분석하고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들과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을 파악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탐색할 수 있다.


특히 영화치료는 개인상담보다 집단상담에서 이루어질 때 더 효과가 높다. 같은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각자 다른 관점으로 보고 해석하고 다른 가치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주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고가 점점 확대되고 관점이 통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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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반적으로 영화를 활용한 심리상담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거나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플러스 페이지에서 영화 <기생충> 캐릭터를 통해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상담 방법을 보여준다.


숨겨진 심리라던가 상황적 묘사들을 분석적으로 짚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오락적 요소로 영화를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한층 더 풍성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꽂히는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를테면 한 번은 오락적 요소에 집중해서 보고, 또 한번은 분석적 요소에 집중해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한층 더 확장된 느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를 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아니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영화모임에 참석해 서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토론을 통해 내가 몰랐던 캐릭터의 이면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문제 해결 방식이나 다양한 대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내 안에 쌓인 묵은 상처들을 하나씩 털어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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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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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푹 빠져 있었다. 고향은 아니지만 향수를 느끼게 했던 그 시절 그 장소, 엄마가 손수 해주시던 맛있는 집밥, 집을 둘러싼 풍경, 호기심을 가지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던 내 모습까지.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 그립고 소중한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충남 공주 제민천 근처 누구나 알법한 ㄷ자형 한옥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읽다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지금은 잊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들이 많아 더 그런듯하다.


늘 사람으로 북적거렸던 한옥집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는 추억거리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대청마루, 솥뚜껑, 장독대, 뒷간, 이웃들, 음식, 미용실, 오토바이, 동네 서점 등등.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나는 그때 그 시절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유년 시절도 함께 떠올려보면 어떨까 한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집이 주는 의미도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충남 공주의 ㄷ자형 한옥집에서 보낸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사랑스럽고 똥꼬발랄한 저자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책 곳곳에는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생활방식과 이웃들 간의 왕래, 그리고 대식구가 복작거리며 사는 모습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그래서인지 인간미와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풍겨오는 듯하다.


저자는 딸만 셋인 집의 막내딸로, 활발한 성격에 호기심이 많은 사고뭉치로 엄마와 할머니를 오가며 온갖 대소사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습들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할머니의 수고와 지금으로 치면 워킹맘이었던 엄마의 끝없는 에너지가 한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이제는 사라진, 하지만 유년 시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옥집에 얽힌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던 저자는 문득 집이 주는 의미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비록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양도 형태도 사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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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어린 시절의 추억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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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싫어! 안 뺄 거야!"

그렇게 실을 감으려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 사이의 실랑이는 계속되었고, 그 순간 할머니의 손에 잡힌 나의 이는 실을 감기도 전에 쑥! 빠져나와 내 입속으로 꿀꺽!


그 순간의 정적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할머니와 나.

순간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잠시 정적.

그리고 밀려온 공포.

'아, 나는 이제 죽는구나. 학교도 못 가보고 나이 여섯에 이렇게 가는구나.'

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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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어린이 치과'가 많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린이 치과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일반 치과에 가서 이를 빼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이에 실을 걸어 이마를 탁! 치는 방법으로 빼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린아이의 입장에서는 둘 다 공포스러웠기에 피하고 싶은 방법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공포스러웠던 추억이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이가 흔들린다는 문장을 보자마자 숨죽이며 읽어 내려갔는데, 결국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도망 다녔다는 부분부터는 침이 꼴깍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도망 다니다 결국 빠진 이를 삼켰다는 부분에서는 왜 내 속이 더부룩한 건지 ㅋㅋ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만큼 공포스러웠을 에피소드라 긴장감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웃음이 나왔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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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였던 저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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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옆으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가자마자 나는 방바닥으로 떨어졌고, 오른쪽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엉덩이에 붕대를 감고 다니던 막내딸이 오른팔까지 부러지고 말았을 때 가족들의 황당함이란 어떠했을지.

(...)

그해 여름 내내 허벅지와 엉덩이는 붕대로 칭칭, 팔은 깁스로 둘둘 감은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긴 여름을 보냈다. 밥도 혼자 못 먹고. 잘 앉지도 못하고, 잠도 엎드려서 자야 했다. 그런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여전히 언니들을 쫓아다니고, 밥도 잘 먹고, 온 집 안을 열심히 뛰어다녔단다. 어지간히도 말괄량이였던 게다.


얼마 후 전기 콘센트의 돼지코 모양이 너무도 궁금해서 집에 있던 드라이버를 쏙 지어 넣었다가 감전되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가 없다. 그건 그냥 없던 일로 쳐야겠다.

78~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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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집에 살 당시 저자가 막내딸로 얼마나 사랑받으며 자랐는지, 또 얼마나 말괄량이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딸 셋만 낳은 며느리가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텐데 할머니는 막내 손녀를 끔찍이도 아끼셨던 것 같다.


사람들이 집을 비울 때면 옆에 끼고 잠을 자고, 함께 파마도 하러 가고,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는 손녀를 혼내지도 않고 매번 애지중지하셨던 걸 보면 그 사랑이 얼마나 컸던 건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막내였기에 부모님 사이에 껴서 잠도 자고, 또 한밤중 몰래 부모님 따라 축제 구경도 하고, 할머니와 도란도란 추억도 많이 쌓았던 것 같다.


어쩌면 저자가 어린 시절 이렇듯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가족들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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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때 그 시절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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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장 날이 좋았다. 할머니 옆에서 "매워, 매워"를 연신 외치면서도 갖가지 김치들을 끝도 없이 먹어댔다. 부엌에서는 양은솥 하나 가득 동태탕이 보글보글 끓고, 수육도 삶아 뭉텅뭉텅 썬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들과 그날 만든 김장김치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

땅에 묻힌 김치 항아리 옆에는 아주 작은 움막도 있었다. 움막 앞을 지푸라기로 막아놓았지만, 그걸 빼고 손을 깊이 넣으면 겨울을 위해 저장해둔 무와 배추가 가득했다. 겨울밤이 깊으면 하나씩 꺼내와서 어석어석 씹어 먹기도 하고, 그걸로 무국을 끓어먹기도 했다.

196~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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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도 비슷한 추억이 존재한다. 김장날이면 몇 포기인지 모를 배추를 하루 전날 소금에 절였다가 하루 종일 내내 배추 속에 양념을 비벼대던 엄마의 모습, 그리고 으레 김장날이면 수육을 삶아 배추쌈에 싸서 먹던 기억, 그리고 정성을 들여 한 김장 김치를 땅속 깊이 묻어둔 항아리에 고이 보관해 두었던 모습까지.


여기에 더해 무청을 바람에 말려두었다가 시래기 국을 끓여먹던 기억까지 수많은 유년 시절의 추억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이거 안 먹어' 하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왜 그렇게 그리운지.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때 그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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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의미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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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집은 우리 가족의 삶의 방식, 생활 이야기, 대인관계의 형태를 결정했다. 한옥집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을 뿐인데 그 이후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같이.

(...)

집 안 곳곳 들어차 있던 그 많은 손님들도, 엄마와 할머니의 요리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손님들의 이야기들도,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집어먹던 우리들의 경쾌한 움직임도 그렇게 한옥집을 뒤로하고 허공중에 사라졌다.


대신 서너 명의 손님으로 족한 작은 모임들과 엄마가 만든 칵테일의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보다 간편한 음식들과 전기밥솥과 아담한 식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

진하고 구수한 행복은 보다 오래 걸리고 보다 힘들었던 한옥집의 잔치에서 더 깊었으니, 불공평하고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84~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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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집이 무엇이겠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많은 이들이 그 집을 사랑하여 드나들고, 그리하여 집과 가족이 하나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집. 그것이 제일 좋은 집이 아닐까.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1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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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한옥집을 떠올리다가 문득 아쉬움을 느낀다. 더 간편해지고 편리해졌지만, 그보다 더 불편하고 오래 걸렸던 한옥집에서의 진하고 구수했던 행복이 뇌리에 깊게 박힌 탓이다.


하지만 이미 그 시절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집이 주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던 중 불현듯 집의 형태나 삶의 방식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그들과 추억을 쌓아가는 집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집이라는 공간은 크기나 가격보다, 그 속에서 어떤 추억을 남겼고,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느냐에 따라 달리 기억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집이라는 것은 저자가 결론 내린 것처럼, 내가 그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또 어떤 추억을 쌓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다른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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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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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요즘 시대, 요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풍경과 모습들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늘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ㄷ자형태의 한옥집, 항상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솥단지, 거리를 오갈 때면 마주치는 정겨운 이웃들,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엄마의 모습, 담장 너머 보이는 이웃 친구들, 분주히 이곳저곳을 오가는 할머니와 그 뒤를 쫓는 어린 저자의 모습까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풍광이자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라서 어쩌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기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봄과 동시에 나를 지탱해 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 곁을 지켜준 사람들, 추억, 감정, 물건들이 있었기에 어쩌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는 것일 테다. 비록 지금은 곁에 없어도 말이다.


살다가 문득 사는 것이 버겁다 느껴지는 순간, 내가 가장 나다웠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을 추억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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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천홍규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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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기록한 사별에 대한 아픔과 극복 과정!"



이 시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를 먼저 읽기보다 맨 뒤쪽에 있는 '해설' 페이지를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시인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천지차이임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집을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에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그냥 읽었고, 두 번째는 해설을 읽은 후 시가 쓰이게 된 배경을 알고 난 뒤에 다시 한번 읽게 되었는데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다.


앞서 그냥 읽었을 때는 후루룩 넘겼던 시들이, 배경을 알고 난 뒤에는 의미가 담겨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동생과 사별한 직후 느낀 심정, 동생과 함께 했던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 그리고 후에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긍정적 기대감을 함께 담아내며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의 첫 페이지에 쓴 '시인의 말'을 살펴보면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의 감정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함께 했던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들을 거쳐 점차 차분한 심경으로 이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이별에 대한 고통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지만, 이것을 감정적으로만 대하기보다 약간의 이성적 판단을 더해 모두 괜찮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

시인의 말



우리 둘의

맞지 않는

구석 때문에

싸우고

아파해서

그렇게

화해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너에게

미안함

뿐이다

=====


갑자기 떠나버린 동생에 대한 회환과 죄책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첫 구절이다.



=====

나와 꽃



혼자서 흔들리는

그런 꽃이 있다


그 꽃이

아프지는 않을까

슬프지는 않을까


그러나

내가 꽃이 아니기에

꽃의 입장을 모르는 일


(...)

저 흔들리는 꽃이

내가 흔들리고 있진 않은지


꽃이 나고

내가 꽃이고


손가락 하나로

꽃을 지탱한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꽃의 모습이

고단한 나에게 숨을 틔워 주는 순간


우린 아마

그런 작은 하나가 필요했겠지

24~25페이지 中

=====


흔들리는 꽃을 보고 꽃에 자신의 마음을 이입한 시인은 내심 꽃이 아프지는 않을까, 슬프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염려한다. 하지만 자신은 꽃이 아니기에 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이때 시인은 손가락 하나로 흔들리는 꽃을 지탱해 주는데 그제야 비로소 숨이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은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제야 시인은 비로소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줄 작은 뭔가가 필요했던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심적으로 힘들 때 우리는 작은 풀 한 포기, 지나가는 바람,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서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 그런 심정들이 잘 드러난 시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도 공감이 많아 갔다.



=====

사진 한 장



(...)

사진 한 장에 너만 없는 그런 허무함은

무엇으로 채우나

31페이지 中

=====


특히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존재하지 않게 되면 일상 속에서 이런 허무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기억 1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40페이지 中

=====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는 특정한 기억, 그리고 고통도 포함된다.


그리고 저마다 지워지지 않고 간직되는 기억이나 고통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만한 대가를 치른 것들일 것이다.



=====

기억 3



같이 찍었던

사진이 없다


너를 잊지 않는 방법이

사진뿐인데

42페이지 中

=====


평소에는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추억할 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장 쉬운 것은 사진인데, 언젠가부터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쏟을 때가 있다.



=====

삶 3



지상철을 타고

밖을 내다보는 일은


사랑을 시작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다


방금

밖에서


두 쌍의

나비가


사랑을 노래하며

날아갔다


모습에


마음 구석 어느 한편

쌓였던 먼지가


간들거리며

날아간 순간

51~52페이지 中

=====


슬픔과 그리움에 푹 담가져 있던 시인의 심적 변화가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로, 일단 배경이 지상철이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지상철 너머, 시인은 나비 한 쌍을 마주한다.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며 날아가는 모습에, 어느새 쌓여있던 오랜 짐이 날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이미 슬픔과 고통이 어느 정도 덜어졌기에 '사랑을 노래하며 날아간다'라고 느꼈을 수 있고, 거기에 더해 '한 쌍'으로 함께 하는 모습에서 더없이 마음이 편안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언젠가 함께 할 그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삶 4



세상이 삐그덕삐그덕 굴러간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하다

53페이지中

=====


내가 사랑하는 이가 없는 세상이 너무 완벽하게 돌아가면 되려 더 슬프고 참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삐그덕삐그덕 돌아가는 작은 흠결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그걸 위안 삼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

너무



우린

혼자가 되었다


괜찮아

곧 만날 거야


잠시

볼 수 없는 것뿐인데


(...)

너를 만났을 때

해줘야 할 말이 많았으면 좋겠어


너 없는 삶이

눈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고

54~55페이지 中

=====


동생을 향한 그리움이 희망으로 변하면서 삶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언젠가 다시 동생을 만나게 되었을 때 너 없는 삶을 눈물로만 채우지 않았다고, 너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았다고 전하고픈 마음을 가득 담은 게 느껴진다.


이후 시인은 동생을 위해 매일을 더 알차게 살아내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을 해보게 된다.



=====

2024年 9月 15日 1



딱 몇 분 만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날

63페이지 中

=====


그럼에도 이 날 만큼은 잊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생이 세상을 떠나던 날. 돌아갈 수 있다면 꼭 한번 돌아가고 싶은 날.



***


진짜 가까운 이를 잃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시인의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이런 마음 과정 또한 공감할 것이다.


초반에 찰랑이던 슬픔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슬픔이나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흉터로 남아 문득문득 통증으로, 추억으로, 기억으로 떠올라 가끔씩 눈물짓게도 하고 또 웃음 짓게도 하다가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해 읽고 난 후 마음이 아려왔다. 누구나 거쳐가는 삶이고, 또 누구나 겪는 죽음이지만 쉽게 적응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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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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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마스다 미리의 책이 은근히 매력 있어 도서관에서 다른 책도 대여해 보았다. 이번에는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으로, 앞서 읽었던 <누구나의 일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이번에는 앞뒤 모두를 살펴본 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뒤가 앞이고, 앞이 뒤인 상황!


표지가 너덜너덜해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얼른 읽고 반납하자는 생각에 일단 책을 펼쳐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고, 생각보다 공감 가는 포인트가 많아 다른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읽다 보니, 은근히 병렬 독서하기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거나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랑 잘 매치해서 읽으면, 뭔가 힐링 되고 공감까지 할 수 있는 책이란 느낌이 든달까?


이번 책은 주인공 수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소개 글을 살펴보니 시리즈물로 있는 책인듯하다. 수짱시리즈는 처음이지만, 읽어보니 중간에 끼어들어 읽어도 괜찮은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요 내용들은 '특별한' 뭔가를 다루고 있기보다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고민, 생각, 상황들에 대한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냈는데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수짱은 마흔 살에 접어들게 되는데, 그때쯤 으레 한 번쯤 하게 되는 나이, 미래, 건강, 부모님, 취향, 결혼, 연애 등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맞아맞아'를 속으로 연발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하는 고민이나 불안 등을 혼자 끌어안고 있기보다 이런 책을 통해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풀어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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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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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마흔 살

-어린이집에서 3년째 조리사로 근무 중

-혼자 살고 있는 여성



■사와코

-마흔다섯 살

-22년째 한 직장에서 근속 중

-혼자 살고 있는 여성

-대출은 받았지만 작은 멘션을 소유 중



■쓰치다

-서른여섯 살

-서점 직원으로 일한 지 13년째

-아내와 아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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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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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위태해

내 발밑.

한번 줄에서 떨어지면

아마, 더 이상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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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 발밑이 위태위태해서 언제든 떨어지면 그대로 인생 끝날 것 같은 느낌.


22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 중인 사와코는 마흔다섯 살, 곧 오십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홀로 사는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으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뭔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일상에 작은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의 상황이 뭔가 위태위태하다고 느끼고 있는듯하다. 이러다가 불현듯 더 큰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또다시 현재의 기분은 잊고 더 큰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이 '오늘'을 보내고는 한다.


사와코도 그랬다. 삼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니, '사는 게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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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내 고민은 뭐지?

그렇게 물어보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어쩌면 그건 고민이 아니라 막연한 불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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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게 고민은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지금 내 고민이 뭐지?'하고 물으면 딱히 또 떠오르는 건 없는듯하다.


고민이라고 말하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고, 또 어찌어찌 넘기다 보면 고민이 아니게 될 때도 있어서 더 그런듯하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문득 '이건 고민이 아니라 불안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런 심정적 상황을 잘 풀어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남겨본다.



***


마흔이 넘어서면서 많이 또 자주 겪게 되는 일들을 에피소드처럼 엮어 만화로 구성한 이번 편은 읽으면서 일상 속 공감 가는 내용들이 정말 많았다.


부모님의 병환과 사망, 미래에 대한 불안, 가까운 이들의 병원행, 새로운 취향과 취미를 찾는 일, 직장에 대한 회의감, 연애와 결혼, 여성으로서의 매력에 대한 부분 등등.


페이지는 금방금방 넘어가는데, 마음과 머릿속은 그만큼 더 바빠지는 느낌이랄까? 읽으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추임새도 넣어보고, 고개도 끄덕여보면서 다들 이런 과정을 거치는가 보다 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되었다.


문득 '나만 그런가'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시리즈를 통해 (참고로 시리즈물이 나이대별로 출판되고 있는듯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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