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 엉켜버린 마음을 마법처럼 풀어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김은지 지음, 소우 그림 / 마음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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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영화'와 '상담심리'를 어떻게 엮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물론 상담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내담자에게 다가가는지까지 알 수 있어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단순한 오락거리로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른, 보다 심층적이고 분석적으로 다가간다는 점에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독서모임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단 상담을 통해 각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캐릭터를 통해 나의 상황이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특히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영화를 통해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에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영화'라는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인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방법은 간단한다. 상황에 따라 상담사 혹은 내담자가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를 본 후에 영화 속 캐릭터나 장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어떤 장면 혹은 캐릭터가 내담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면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내담자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담감을 내려놓고 공명한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영화치료 방법 및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니 가끔은 영화를 볼 때 오락적 관점이 아닌 치유적 관점으로 보면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영화치료란?

영화는 한편이지만 관객 개개인에 의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서 제각기 다른 영화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그 과정이 영화치료다.


이처럼 비디오로 문제 해결 기술을 배우는 상징적 모델링은 사회적 기술 향상과 외형적인 문제행동 감소에 효과적이다. 특히 모델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인식할 때 모델링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영화를 볼 때 관점의 차이(오락적 관점 vs 치유적 관점)

오락적 관점에서 영화를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본다면 치유적 관점에서는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계속 분석하며 본다. 오락적 관점의 처음과 끝이 재미가 목적인 것과 다르게 치유적 관점에서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자 한다.


▷오락적 관점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본다

-재미가 목적


▷치유적 관점

-의식적으로 자각하면서 분석하면서 본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이 목적



■감각형과 직관형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 선택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관람자들이 선호하는 영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적절히 맞는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를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받아들이는 감각형은 영화 전개 방식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이해하기 쉬우며 인지적으로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어야 정서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관형은 순차 개념이 아예 없는지라 1차 꿈에서 4차 꿈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기존의 틀을 깨는 자유로움에 신나고 전율을 느끼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유형(감각형/직관형)을 알고 유형에 맞게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영화치료시 주의할 점

영화는 날카로운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도 있고 잘못 사용하면 베여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참가자의 심리적인 보호를 위해 수용 수준(눈높이)에 맞는 영화 선택이 중요하다. 그랬을 때 상담사가 의도한 치유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담사의 자기 노출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자도 강도 높은 민낯을 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사가 자기 노출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내담자를 치유적으로 돕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두 사람 간 신뢰감이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판단될 때, 꼭 필요할 때 아껴 써야 하는 비장의 무기다.


혼자 덩그렇게 벗은 것이 아닌 대중목욕탕이 되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옷 벗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매우 강력하다.


자기 노출의 가장 큰 치유 원리는 보편성이다. 나만 그렇게 힘든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고 느끼는 보편성은 마음에 위안을 주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역할 바꾸기

역할 바꾸기는 역할을 바꾸어서 그 장면을 다시 시도해 봄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길을 안내해 준다.


내담자에게 재경험하고 재조명하게 함으로써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감하게 해준다.


상담사나 내담자 모두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하고, 부담스럽지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매우 효과적이다. 역할극은 객관적인 위치에서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나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나와 상대방을 동시에 보면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제3의 관점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강력한 체험을 통해서 가질 수 있게 한다.



■영화치료의 이점

영화는 나에게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내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극 중 인물을 관찰하면서 행동과 동기를 분석하고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들과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을 파악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탐색할 수 있다.


특히 영화치료는 개인상담보다 집단상담에서 이루어질 때 더 효과가 높다. 같은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각자 다른 관점으로 보고 해석하고 다른 가치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주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고가 점점 확대되고 관점이 통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책 전반적으로 영화를 활용한 심리상담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거나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플러스 페이지에서 영화 <기생충> 캐릭터를 통해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상담 방법을 보여준다.


숨겨진 심리라던가 상황적 묘사들을 분석적으로 짚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오락적 요소로 영화를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한층 더 풍성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꽂히는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를테면 한 번은 오락적 요소에 집중해서 보고, 또 한번은 분석적 요소에 집중해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한층 더 확장된 느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를 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아니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영화모임에 참석해 서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토론을 통해 내가 몰랐던 캐릭터의 이면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문제 해결 방식이나 다양한 대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내 안에 쌓인 묵은 상처들을 하나씩 털어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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