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향수 - The Dreamer 향기를 따라
진노랑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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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추억하는 수많은 방법 중 향으로 추억되는 기억은 어쩐지 더 낭만으로 다가온다. 잊고 있다 무심코 느껴지는 향 하나에 당시의 풍경과 분위기, 기분, 느낌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다가와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런 향을 기본 베이스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오픈될 때마다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특히 가족 간의 사랑과 용서, 화해를 담고 있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데, 이미 흘러간 시간들을 후회나 상처로 남기지 않고 서로 보듬고 어루만져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여느 날과 같이 평범했던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여우비와 우연히 잘못 탄 버스로 인해 손에 넣게 된 작은 향수병 하나. 이것으로 인해 저마다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던 깊은 상처와 후회들은 각기 다른 향으로 다가와 용서와 화해를 구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가 되어 준다.

 

스토리의 시작과 전개는 시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상, 이 에피소드들의 중심에는 덕훈이 있다. 덕훈은 작년 간암으로 투병하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의 죽음은 모두에게 꽤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덕훈이 형제들을 비롯해 자식과 조카들까지 가장 힘든 순간 곁에 다가와 위로와 힘을 건네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독 그의 죽음은 더 시리고 아프게 다가왔는데, 이제 곧 1주기를 앞두고 마음이 흔들리는 이들에게 향수를 통해 잊힌 기억을 다시금 마주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없는 대가족의 면면 속에서 잃어버린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현실 속에 향수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흩뿌려지며 잊어버린 옛 기억을 소환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은데, 관계가 얼기설기 엮여있어 소설을 읽기 전 미리 파악해 보면 좋을듯하다. 이와 더불어 기억별로 달라지는 향과 맞춤형 덕훈표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더하는데, 읽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기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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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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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유덕수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빚독촉에 시달리다 길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왔으나 사망
▷성품이 온화하고 남을 잘 믿음

 

<아내>
▷남편의 보증으로 빚독촉에 시달리던 중 몸이 약해 남편보다 먼저 사망

 

<첫째 아들 유정환>
▷법무사 사무소 대표
▷추운 겨울 어려운 일들을 여러 번 겪어내며 덕훈에게 많은 도움을 받음
▶추억의 향: 화이트 머스크 향

 

<둘째 딸 유미현>
▷집안에서 가장 큰누나와 큰 언니를 맡고 있음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몇 번 낙방하자 지금은 영어학원에서 중,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근무와 공부를 병행 중

 

 


■둘째. 유연주(개명전 이름 덕희)
▷의사이며 남편도 의사
▷형제 중 유일한 여성
▶추억의 향: 복숭아 향

 

<딸 주시아>
▷간호학과 휴학 중이며 현재 새 진료 탐색 중
▷엄마인 연주와 갈등을 겪는 중

 

<아들 주우주>
▷고3 수험생
▷애칭은 쥬쥬

 

 


■셋째. 유덕훈
▷3년 전쯤 갑작스럽게 간암이 발병하여 2년여 동안 굳은 의지와 노력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갔지만 결국 작년에 가족들 곁을 떠남
▷가족들의 정신적 지주
▷좋아하던 과일: 참외
▷품성이 온화하고 따뜻함

 

<아내 수진>
▷남편 덕훈이 세상을 떠난 후 남편의 서재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음
▷연주가 인턴을 시작했을 무렵 같은 대학병원 새내기 간호사로 수진이 들어오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어 가족으로 이어짐
▶추억의 향: 국화꽃 향

 

<첫째 아들 재영>
▷시연보다 오빠로 온화한 성품
▶추억의 향: 짙은 나무 향

 

<둘째 아들 재민>
▷시연보다 동생으로 개성이 뚜렷함
▶추억의 향: 초코 바나나 향

 

 


■넷째. 유정진

 

<딸 유시연>
 ▷항공사 '플라이 제주'의 캐빈승무원으로 5년차
 ▷제주 베이스에 근무하다가 서울 베이스로 발령받음
 ▷발령 후 바로 장기 휴가 예정
 ▷부모님은 수원 본가에 사심
 ▷한동안 서울에 있는 지호의 자취방에서 함께 지냄
 ▶추억의 향: 핑크빛 살구 꽃 향

 


■다섯째. 유진영

 

<딸 유지호>
▷아나운서 지망생
▷카메라 울렁증으로 연습 삼아 유튜브 '유죠의 하루' 운영 중

 

<아들 유민석>
▷고3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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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향수 사용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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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연
핑크빛 살구 꽃 향

 

2. 정환(시연의 사촌 오빠)
화이트 머스크 향

 

3. 연주(고모)
복숭아 향

 

4. 수진(덕훈의 아내)
국화꽃 향기

 

5. 재민(덕훈의 둘째 아들)
초코 바나나

 

6. 재영(덕훈의 첫째 아들)
초록나무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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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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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훈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들 형제는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된 시점에서도 모두 자주 왕래하며 꽤 가까운 사이로 지낸다.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좋은 일은 함께 나누며 물심양면으로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은 약간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럼에도 각 에피소드들이 전하는 진정성이나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서 감정에 앞서 후회와 자책했던 일들을 마주할 때면 누구나 겪을법한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에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가족들에게 절실한 화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지난날을 후회하게 되는 자책, 이제 희미해져 다시금 꼭 추억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 부모가 되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지난날의 회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이에게 이정표 같았던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

 

이 모든 것들은 마치 환상처럼 향기를 싣고 하룻밤 단잠 속을 파고들어 찾아온다. 지친 마음을 훈훈하고 따스하게 데워주는 것은 물론 나만의 향기를 남기고 특별한 기억을 다시금 전해준다.

 

가까이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선뜻 향수를 건네며 마음을 나누는 이들의 치유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참된 의미와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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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청각만큼 후각도 기억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더라고. 가끔 외국에서 샀던 바디워시같이 향기 나는 제품을 한국 와서 다시 사용할 때 그날의 비행, 도착했던 목적지의 분위기, 인상 깊었던 손님들이 떠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런 맥락인 건가?"
"오.. 뭔가 굉장히 로맨틱한 기억법 같은데?"
(...)
시연이 선물한 향수 하나에 갑자기 향수와 있었던 일화들을 서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을 나누면서 향기가 단순히 좋은 냄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어떤 이미지, 경험, 때로는 기억이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낀 시연이었다.

23~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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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기억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들에서 후에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복선이 되는 대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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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영상이나 음악 못지않게 향기에도 참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아. 그냥 좋은 냄새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기분전환이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와 기억이 되는 걸 보면 말이야."

3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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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리머에서 만든 향기를 통해 새로운 기억을 떠올린 이들에게 향기는 단순히 향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절망이 희망이 되고, 위로와 기쁨을 안겨준다. 과거의 기억을 엿본 덕분에 이들은 기분전환을 한 것은 물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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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차치하더라도 너를 위한다는 건 우리의 생각이었고 네 생각은 달랐을 수 있는데 마음대로 결정하고 그런... 결과를 멋대로 감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

네게서 아빠의 마지막 순간을 빼앗아서 미안했고, 엄마와 내 진심을 몰라준다며 제멋대로 이기적이라 치부했던 것도 사과할게. 동의 할 수 없는 마음을 널 위한 진심이라며 강요하는 것도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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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감정을 푸는 데 있어 유일하게 향수의 힘을 빌리지 않은 상황으로, 덕훈과 같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가 아닌, 가까이 있는 이들이기에 전할 수 있는 진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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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친근한 장소이기 때문도 있지만 시장에 가면 왠지 힘이 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다양한 소음들이 모여 뒤섞이며 만들어 낸 에너지가 따뜻하게 느껴져서. 가끔 무기력해지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일부러 사람들 틈에 섞여 거닐다 가고는 해.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사람이 사람에게 전해주는 기운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어서."

1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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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웠던 어느 겨울, 정환에게 있어 처음 겪는 빨간 딱지는 그저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그렇게 무기력에 빠져있는 정환에게 말뿐인 충고가 아닌 새벽시장 속 활기와 기운을 전해준 덕훈의 노력은 정환을 다시금 일으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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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이 너도 매사 열심히 성실하게 임하는 건 좋지만 열의에 차서 처음부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보다는 꾸준히 오래오래 한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부담 갖지 않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잘할 수 있지?"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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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겨울, 또 찾아온 위기 앞에 덕훈은 다시 한번 정환에게 필요한 최선의 맞춤형 조언을 건넨다. 이 기억은 후에 방향성을 잃어 방황하는 정환에게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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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두에 있는 게 뭐가 중요해. 레이스에서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완주하는 것, 그리고 달리는 동안 그 속에서 참된 의미를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누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게 아닐까 걱정하지만, 나처럼 정말로 정반대의 사람은 이미 나가떨어졌을 거야. 지금 누나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걸맞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해."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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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라는 이유로 원하는 공부조차 마음껏 할 수 없었던 연주는 부모가 된 후에는 이를 까마득히 잊고 딸 시아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 대하게 된다. 덕분에 가까웠던 모녀 사이는 틀어지기 일쑤였다. 



향수를 통해 돌아본 과거 속에 덕훈이 건네는 이야기를 되새기며 연주는 진짜 중요한 삶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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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잖아.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서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로 인해 찾아낸 다른 무언가 덕분에 또다시 가슴 설레기도 하는 그런 게 삶 아니겠니? 더 기다리게 하지 않고 먼저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

3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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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속였다는 죄책감에 오랫동안 가슴에 미안함을 품고 있던 아들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기억의 말은 어쩐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또 다른 선택마저 지지해 주는 아버지의 마음과 더불어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먼저 자신의 번복된 결정을 먼저 알려주는 아들에게 전하는 고맙다는 말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덕훈은 모두에게 온기였고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살짝 엿본 향기 덕에 덕훈을 기억하는 향기가 각자 다름을 알 수 있었지만, 저마다 품고 있는 빛은 모두 따뜻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요즘 세상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이야기이기에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가족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요즘에는 우스갯소리로 가'족'같은 사이가 '가족'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단단한 유대관계를 통해 기쁨과 슬픔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6~7번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극히 미량의 용량을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나누고, 또 믿기 어려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믿어주며 함께 나누는 삶.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가족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한 집안에서도 마주하기보다 문자와 톡으로 소통하는 세상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가족'을 이제는 되찾아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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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빵을 먹지 마라 - 음식의 노예로 만드는 탄수화물에서 벗어나기
후쿠시마 마사쓰구 지음, 이해란 옮김, 다카스기 호미 외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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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루에 적어도 한 끼 이상은 먹게 되는 탄수화물!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 탄수화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제로 건강, 노화, 소화기 질환, 장수, 다이어트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특히나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과 밀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것을 제외한 식단으로 건강을 챙기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어느새 탄수화물에 의지하지 않는 식단으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케톤식, 지중해식 등 한 번쯤 들어봄직한 식사법과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탄수화물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통해 올바른 식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여기에 더해 건강과 노화, 장수 그리고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귀가 쫑긋할만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니 저자 역시 경험한 탄수화물의 중독에서 벗어난 식단을 통해 새로운 나로 태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듯하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구성에서는 탄수화물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소화/흡수의 원리, 당질에 대한 설명, 탄수화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화기계 질환, 밀가루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만나볼 수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당질 제한식 레시피를 통해 위장&소화에 좋은 음식 다섯 가지와 케톤식 추천 메뉴 다섯 가지도 만나볼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들 하는 이야기 중에  '탄수화물 중독'이라던가, 다이어트할 때는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 평소에는 확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 비로소 탄수화물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게 된다.

 

탄수화물을 줄임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 실로 많아 자신의 건강 상태나 목적성에 따른 페이지를 읽고 이번에 탄수화물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흔하게 먹는 아침 빵이 안되는 이유와 소화 흡수의 원리, 위장에 좋은 식습관을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평소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 증상 등을 겪고 있다면 이번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 가길 바란다. 그리고 음식 노예에서 벗어나 올바른 식사법과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보길 바란다.

 

100세 시대라고 말하지만, 우리 모두는 실상 어딘가는 늘 불편한 상태로 살아간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을 수정해야 괜찮아지는지 원인도 이유도 모르고 그저 그냥 살아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가장 먼저 식사부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건강수명을 늘리고 더 나은 인생을 보내기 위해 지금부터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살펴봐야 하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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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아침에 빵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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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과 의사인 저자는 늘 아침마다 빵을 먹으며 계속 탄수화물만 먹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있었다. '당질 제한식'으로 당뇨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에 일단 해보자고 마음먹고 저녁에 먹는 탄수화물을 끊어보기로 한다.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면서 진심으로 깜짝 놀라게 되는데, 아무리 칼로리를 제한해도 나아지지 않던 비만과 이상지질혈증이 개선된 것이다.  더불어 젊어서부터 시달린 식후의 더부룩함과 위통,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싹 사라지는 효과도 맛보게 된다.

 

이 체험은 저자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었고 약만 처방하던 치료방식에서 식이조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료방식도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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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몸에 해로운 이유와 아침에 먹으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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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빵이 위장에 나쁜 이유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사실 밀이 주원료인 식물은 하나같이 소화가 잘 안되는 위에 해로운 음식이다. 이는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의 잔류물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고기는 거의 보이지 않고, 밥알, 우동 면발, 빵 부스러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글루텐이 소화와 흡수를 방해한다
글루텐은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채 소장의 점막에 흡수되기 일쑤라 소화, 분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갖가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끈적끈적한 물질이 소장의 융털에 들러붙어서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데 이는 복통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빵 섭취를 피해야 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글루텐이 아닌 당질에 있다. 글루텐은 어디까지나 밀가루에 함유된 성분 중 하나로 소화, 흡수 방해를 일으킬 뿐이다. 당질과 비교하면 그 해악은 비교가 작다.

 

또 글루텐 알레르기가 없는 동양인에게는 당질이 글루텐보다 해롭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소금이 위에 상처를 낸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위의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이 파괴되어 점막에 상처가 나고, 만성 염증이 생긴다.

 

▷가열 조리가 몸을 그을린다
밀을 빵으로 구우려면 쌀로 밥을 지을 때보다 높은 열을 가해야 한다. 밀이 가열되면 단백질과 당이 결합하여 AGE(최종 당화 산물)라는 노화 물질이 만들어진다.

 

당뇨 합병증을 일으키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인 AGE는 몸속의 단백질 혹은 지질과 결합하여 세포를 손상시키고, 신체의 콜라겐 부위에 영향을 주어 주름이며 기미의 원인이 된다. 심지어는 혈관, 콩팥, 근육 등의 장기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경색, 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식품에 포함된 AGE는 약 7%가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쌓이는데, 소화, 분해가 지극히 어려운 데다 덜 소화된 상태로 흡수되는 것도 문제다. 

 

단, 큰 문제가 되는 쪽은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AGE로 식사에서 유래한 AGE는 장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에 너무 예민해질 필요는 없다.

 

 


2. 아침 빵이 안 되는 이유

 

▷혈당치를 급격하게 올린다
아침에는 혈당을 높이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아침에 당질을 섭취하면 낮에 섭취할 때보다 혈당치가 쉽게 상승한다.

 

▷탄수화물의 무한 반복에 빠진다
'아침 빵'을 삼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침 이후의 식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질이 당질을 부르는 '당질 과다'의 무한 반복은 탄수화물 대사(당대사)를 이해하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이 일어나고 있는 줄 모르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진다
아침은 자율신경이 부교감신경에서 교감신경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간대이기에 자율신경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위 속에서 팽창하여 장시간 머무르는 음식을 아침에 먹으면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진다. 애써 교감신경으로 전환한 것이 무색해지게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어려워진다.

 

 


3. 빵을 끊지 못하는 이유

 

▷밀의 의존성은 마약과 같다
빵의 주원료인 밀 그리고 쌀은 중독성이 높은 식품이다. 밀 중독(탄수화물 중독)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상태는 빵을 끊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밀에 함유된 탄수화물이 혈당치를 올릴 때 뇌의 측 좌핵을 자극해서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현상은 사실상 다른 중독 물질과 다르지 않다.

 

▷편의성과 경제성이 지나치게 좋다
빵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간단히 먹을 수 있고,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값이 싸고, 심지어 맛있으니 충분히 아침 식사로 보급될 만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까 봐
여성들의 경우 꼬르륵 소리가 나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빵을 끊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고민도 빵을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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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로 범벅된 소화·흡수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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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더부룩함의 원인으로 지질과 단백질을 꼽는데 저자는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더부룩함의 주범은 탄수화물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소화/흡수에 있어 오해를 해명하고 소화, 흡수의 원리를 생리학적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소화시간은 영양소에 따라 다르다

 

1)위에 머무르는 시간
▶단백질: 30~1시간
▶지질: 30~1시간
▶탄수화물: 4~8시간

 

섬유질로 이뤄진 탄수화물은 위산에 녹지 않아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2)소장에서 소화, 흡수되는 시간
▶단백질: 30분가량
▶지질: 30분가량
▶탄수화물: 15~30분


3)흡수된 성분이 이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단백질: 5~6시간
▶지질: 12시간 이내
▶탄수화물: 흡수 직후부터 이용

 

요컨대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은 각각 소화되는 시간이 다르다. 이 '시간 차이'가 결과적으로 소화기관의 활동을 교란하여 일상에서 여러 증상과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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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일으키는 소화기계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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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이 식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 점막이 녹아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심해지면 음식물 섭취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식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기는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 위산 분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탄수화물은 4시간 이상 위 속에 머물러서 위산이 내리 분비된다. 이는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위통과 더부룩함의 40~60%는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독립된 병명이 아니라 '위궤양, 위암 등의 기질적인 질환은 없으나 더부룩함, 명치 통증과 같은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병태'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이러한 증상은 남성보다 여성, 고령자보다 젊은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습관 및 생활습관, 사회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염증, 궤양 없이 장이 안 좋다면 과민 대장증후군
과민 대장증후군은 대장에 염증, 종양 등의 기질적인 질환이 없는데도 복통이 계속되거나 변비와 설사 같은 증상이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이어지는 기능성 질병이다.

 

저자는 직접 운영하는 클리닉에서 밀을 중심으로 한 탄수화물을 제한하여 호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과민 대장군 환자 중에는 미네랄이 부족한 사람이 많은 듯하다. 여성이라면 철분과 마그네슘을, 남성이라면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것도 추천한다.

 

■소장 점막에 이상이 생기는 흡수장애증후군
흡수장애증후군은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되어 음식물의 영양소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병의 총칭이다. 대부분 소장 점막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데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는 셀리약병(복강병), 감염증, 크론병 등이 있다. 이 중 셀리약병은 밀 알레르기가 원인이기 때문에 밀 제한이 중요하다.

 

또 이 증후군은 위에서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를 절제한 사람, 위산 분비 억제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장내 세균의 이상 과증식 SIBO
SIBO란 소장에서 장내 세균이 폭증하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별로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식후에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오는 증상이 있다면 이 질환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유해균이 증식하기 쉬운 음식을 먹는 행위가 SIBO를 악화시키기 쉽기 때문에 세균 증식을 막으려면 유해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창된 식이요법이 '저 포드맵식'이다. 포드맵에 포함되는 성분은 유해균의 번식을 보조하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위의 표로 미루어 봐도 위가 찢어질 듯한 팽만감, 설사, 변비가 있는 사람은 역시 밀을 멀리해야 한다. 곡물을 끊기 힘든 사람은 밀, 쌀, 우동보다는 메밀이 위장에 영향을 덜 미치는 듯하니 참고하자.

 

■호산구성 식도염, 위장염
호산구성 식도염과 호산구성 위장염은 음식물 등을 원인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호산구'라는 백혈구가 소화기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난치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주된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눌리는 느낌, 음식물을 삼켰을 때 발생하는 가슴 통증 등이며, 대부분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삼켜도 잘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저자의 경우 호산구성 식도염이 확인되면 환자 본인의 식생활을 물어보고 식단에 밀가루 음식이 많은 경우에는 최대한 삼가도록 지도한다.

 

호산구성 위장염은 식도 점막에 발생하는 호산구성 식도염과 달리 위, 소장, 대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가리킨다. 대게 설사와 복통을 계기로 발견된다.

 

해외에서는 6가지 식품(밀, 유제품, 달걀, 콩, 견과류, 어패류)을 배제하는 식이요법이 제안되고 있는데, 그중 항시 섭취하고 있을만한 식품은 밀일 가능성이 높기에 밀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의 아토피라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
젊은 층에서 많이 발견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주된 증상은 설사, 하혈, 발열이다. 자가면역이 대장의 점막을 공격해서 생기는 질환인지라 '장의 아토피'라고도 불린다.

 

궤양성 대장염 또한 난치병으로 지정된 질환으로, 저자는 밀을 포함한 당질의 과잉섭취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위장이 약한 사람일수록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
위장이 약한 사람들은 식사의 재료며 횟수, 시간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느라 위장에 좋은 식생활을 실천하여 결과적으로 다른 질병을 피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만능 식이요법은 없다. 다만 소화기과 의사로서는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다른 장기에도 부담이 가지 않아 건강수명이 길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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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에 좋은 식사&식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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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안 먹는 편이 낫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상황에서는 식사를 건너뛰는 편이 낫다.

 

■1일 3식은 장에 좋지 않다
1일 3식은 곡물을 많이 소비하게 되면서 생긴 식습관이므로 1일 3식을 지켜야 건강하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1일 3식이라는 식생활은 뇌가 만들어낸 습관이지, 장이 만들어낸 습관이 아니다.

 

■아침보다는 '아점'을 추천
직장인은 대부분 저녁을 오후 7시 이후에 먹게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기상하자마자 아침을 먹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배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로 일하는 상황이 불안한 사람에게는 '아점'을 추천한다.

 

■아침 대신 단백질 음료를 마신다
무리하게 아침을 먹기보다 일하면서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때 핵심은 단백질 음료를 한꺼번에 들이켜지 않고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단백질 보충제를 소개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위장의 컨디션을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다. 단백질 보충제의 1회 섭취량은 20g 이내부터 시작해야 몸에 부담이 적다.

 

■채소부터 먹고, 채소로 끝낸다
저녁 식사는 여섯 시 전에 마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바쁜 현대인에게는 이 또한 좀처럼 쉽지 않다. 추천하는 식사법은 먼저 채소를 먹고, 그다음으로 고기 생선을 먹고, 마지막에 다시 채소를 먹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채소를 먹고 나서 탄수화물을 먹는 다이어트 방법이 혈당을 올리지 않는 식사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방법은 혈당 상승과 식욕 과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저자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또한 밤늦게 식사할 때는 채소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편이 좋다. 식사를 시작할 때 먹는 채소는 혈당 상승과 식욕 과잉을 억제하고 끝낼 때 먹는 채소는 더부룩함을 줄여준다.

 

■위장 상태가 나쁠 때는 전골을
전골은 채소, 고기, 생선, 버섯 등 소화가 잘 되거나 소화를 돕는 재료가 풍부한 요리이다. 다만 마무리로 먹는 우동과 죽은 잘 소화되지 않으니 꼭 생략해야 한다.

 

먹는 사람의 위장 상태에 맞춰 나눠먹기가 수월하다는 것이 전골의 장점인데 기본적으로 재료를 썰어서 끊이기만 하면 되니까 조리 시간도 짧다. 바쁜 사람에게는 참 고마운 메뉴다.

 

■단식은 위장 상태를 조절해 준다
위장은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을 4~5시간 이상 확보해야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음식물의 소화, 흡수 시간을 고려하면 이것은 타당하다. 

 

고로 한 끼 식사량을 줄여서 여러 차례 먹기보다는 식사 횟수를 줄여서 단식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소화기관에 부담이 되지 않고, 영양 흡수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더군다나 단식은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를 초기화하는 작용까지 있어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가열된 음식이 더부룩함의 원인
아주 높은 온도로 가열된 식품은 소화기관에서 감당하기가 어려워 속이 더부룩해지는 원인이 된다. 가열에 의해 손실되는 영양소도 있어서 원래 단백질과 지질은 가열하지 않은 상태로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인류는 식중독을 극복하고자 가열이라는 획기적인 조리법을 고안해냈으나 식중독과 같은 급성 질환을 피하는 대신 만성 소화기계 질환을 얻게 되었다. 이 사실은 인식해야 한다.

 

■미네랄이 부족하면 소화기관이 움직이지 않는다
철분, 마그네슘, 칼륨 등이 부족하면 소화에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기관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배가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참고로 여성은 철분, 남성은 마그네슘 등이 부족해지기 쉽다. 미네랄은 채소와 해조류에 다량 함유되어 있으니 해당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이때 규칙은 다음과 같다.
①채소는 가급적 생으로 먹는다
②물에 끓였다면 국물까지 마신다

 

채소는 끓이면 칼륨 등이 소실되므로 가열은 최소화해야 한다. 끓였다면 국물까지 마셔야 미네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규칙적인 식사는 위장에 해롭다
위장 건강에는 식사시간을 고정하지 않고 배고플 때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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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반찬, 국 식단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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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쌀밥은 밥그릇의 3분의 1까지만
반찬에도 당질이 다소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끼에 허용되는 쌀밥의 양은 3분의 1공기 정도다.

 

■한꺼번에 씹어 삼키면 많이 먹고, 빨리 먹는다
밥과 반찬, 국물을 한꺼번에 입안 가득히 넣고 우적우적 먹는 행위는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현미도 건강식품은 아니다
현미는 그저 백미에 비해 식이섬유가 많고 우수할 따름이지, 다른 식품과 배교하면 그렇게까지 건강한 식품은 아니다. 현미가 좋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백미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밥을 제외한 반찬만 먹어라
흰쌀밥을 제외한 일즙삼채(1종류의 국과 3종류의 반찬으로 구성)는 고유하고 훌륭한 식문화라고 생각한다.

 

■지중해 사람들의 식습관
의학적으로 주목받는 식문화가 바로 지중해식이다.

 

■소고기는 몸에 나쁘다?
현 단계에서 알레르기 문제까지 고려하면 소고기, 돼지고기보다는 생선, 닭고기가 안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매일매일 소고기나 돼지고기만 먹는 사람은 없을 터이므로 편식하지 않고 주의하고 있다면 일단 문제가 없다. 

 

물론 더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 심근경색을 앓아 재발의 우려가 있는 사람은 불포화 지방산을 주로 섭취해야 더 안전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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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질 제한으로 올바르게 다이어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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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과잉 섭취로 살찐다는 옛말
DIT란 음식을 먹었을 때 이를 소화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를 가리킨다. 당연하게도 살은 에너지 소비가 많을수록 쉽게 빠진다. 그런데 당질을 제한하고 단백질을 과하게 섭취하지 않으면 포도당 신생합성 회로가 가동되어 기초대사량이 늘어난다.

 

이뿐 아니라 DIT에 의한 에너지 소비량도 달라진다. 식사를 통해 몸속에 흡수된 영양소는 분해되면서 일정량이 체혈로 변해 소비된다.

 

요컨대 섭취 칼로리보다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살 빼기가 쉬워진다.



■살찌는 원인은 인슐린 추가 분비
인체의 칼로리 소비량(특히 기초대사량)은 식사 내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는 원인은 과도한 당질 섭취로 인한 고 인슐린 혈증(인슐린 추가 분비)에 있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포도당 신생합성이 억제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살이 찌기 쉬워진다.

 

결국 핵심은 당질, 지질, 단백질의 에너지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지방도 뇌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
케톤체는 지방의 일종이며 몸에 축적된 중성지방을 간에서 분해해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게 된 상태의 지방산을 말한다.

 

케톤체는 뇌가 이용하는 에너지원으로도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장시간 밥을 먹지 않았을 때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공복감이 사라지더니 머리가 맑아진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는 몸의 에너지원이 포도당에서 케톤체로 전환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포도당은 이차적인 에너지원이며, 케톤체를 통한 에너지 이용이야말로 생물의 근원에 가깝다.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차이
어느 에너지 회로를 우선해서 사용하느냐는 각자의 식사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당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은 '포도당-글리코겐 회로'를 써서 에너지를 만들고, 지질을 중심으로 당질이 적은 식사를 하는 사람은 '지방산-케톤체 회로'를 사용 비율이 높다.

 

포도당-글리코겐 회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체지방 자체가 분해되기 어려워 겉모습이 뚱뚱해 보인다. 반면 지방산-케톤체  회로를 활용하는 사람은 체지방이 소비되므로 살이 잘 찌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질은 마치 산소처럼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되지만 지나치게 많아지면 몸속에서 염증을 일으켜 건강을 망가트린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몸에 당질이 대량으로 들어올 시에는 지방산-케톤체 회로가 아닌 포도당-글리코겐 회로가 앞장서서 에너지를 만든다.

 

과도한 당질이 몸에 독이나 다름없으니 독을 제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당질을 섭취하는 한은 포도당-글리코겐 회로를 중심으로 에너지가 생성되어 살을 빼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살찐 사람은 사실 영양부족이다

'살찐 사람=영양부족'인 사례가 수두룩한데 왜냐하면 살찐 사람들은 대부분 당질에 편중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몸을 구성하는 지질과 단백질이 부족해져서 체지방은 있는데 나머지 신체 조직은 굶주린 상태가 된다.

 

■필수 영양소부터 제대로 챙겨 먹어라
굶기보다는 제대로 먹기부터 시작하여 다이어트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핵심은 지질을 늘려 만족감을 자아내는 데 있다. 갑작스럽게 탄수화물을 끊을 필요는 없으나 당질 섭취량은 하루 100g 이내, 1식당 30g 이내로 제한하도록 한다.

 

■배가 잔뜩 불러야만 먹은 것 같다면
평소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 사람은 탄수화물 특유의 '위가 찢어질 듯한 배부름'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배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은 본래 비정상적인 상태다. 그러므로 먼저 정상적인 식욕부터 되찾아야 한다.

 

요리에 소금 이외의 조미료는 쓰지 않는 것이 좋은데 거의 맛을 내지 않으니 당연히 먹다 질리겠지만, '질렸다, 이제 됐다'라고 생각한 양이 자신의 정상적인 위 용량이고, 정상적인 포만감이다.

 

본디 식사란 싱겁고 재미없는 일이다. 식사는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름 없는 드레싱은 X, 마요네즈는 O
지방은 만족스러울 때까지 먹어도 상관없으나 당질과 함께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랬다가는 지금보다 더 살이 찔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에는 엄밀한 규칙이 있으므로 편한 부분만 골라 실천하는 것은 금물이다.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포만감이 들게 먹으려면 기름과 조미료도 중요하다. 기름은 혈당을 올리지 않고, 장내 세균에 유익하다.

 

조미료와 관련해서는 마요네즈를 두루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마요네즈는 거의 기름이므로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하지 않으면 살찌지 않는다.

 

반면, 케첩, 돈가스 소스 등은 당질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되도록 멀리해야 한다. 간장은 당질이 적은 한편으로 염분이 많은 조미료이니 정도껏 내에서는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커피로 포만감을 느낀다
조미료와 관계없이 커피로 포만감을 느끼는 방법도 있다. 커피는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아침에 마시면 좋다. 최근 유행하는 버터 커피도 추천한다.

 

■출출할 때 먹으면 좋은 간식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혈당을 높이지 않고, 포만감이 큰 식품으로 견과류를 추천한다. 씹는 맛이 좋은 데다가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E가 풍부하여 영양가도 높은 식품이다. 그중에서도 아몬드와 호두는 미네랄과 질 좋은 지질이 많고 당질은 적어서 밤낮 상관없이 섭취할 수 있다.

 

<당질 제한 다이어트 시 주의할 점>



■저혈당 증상
별안간 당질 섭취를 줄이면 일시적으로 저혈당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후 포도당 신생합성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저혈당이 나타나지 않고, 살도 빠진다.

 

■에너지 부족
당질을 제한하려 탄수화물은 쏙 빼고 원래 먹던 정도의 반찬만 먹는다면 1식당 섭취량이 400kcal가 된다. 보통 1식당의 절반 수준인데 이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때는 탄수화물을 뺀 만큼 반찬을 늘려 대응해야 한다. 몸속에 단백질과 지질이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어든다.

 

■케톤 냄새
당질 제한을 시작하고 일시적으로 체취가 바뀌는 사람도 있다. 당질 제한의 영향으로 케톤 냄새(시큼한 냄새 또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서 얼마간 체취가 달라진다고 한다.

 

 


<다이어트 중에 절재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콜라로 대표되는 가당 음료라든가 에너지 음료 등은 다이어트 중은 물론 평소에도 마셔서는 안 된다. 액체여서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급격하게 혈당을 끌어올린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과일은 자제해야 하고 시판되는 과일 주스는 더욱 위험하니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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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바꾸면 장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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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란 무엇일까? 노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리적인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반대로 말하면 세포 하나하나에 손상을 주는 요인을 제거하면 몸 전체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생물의 세포는 분열하는 횟수가 정해져있는데, 개별 세포는 정해진 횟수 이상은 분열하지 못한다. 이것은 오래된 세포가 암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추정된다.

 

■세포 노화가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노화한 세포의 수가 적으면 자가면역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많아지면 제거가 되지 않아 조직에 만성 염증이 발생한다. 이것이 노화를 가속함과 동시에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염증에는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이 있는데 급성 염증은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생기는 화농, 화상 등의 현상을 말하고 만성염증은 급성 염증처럼 붉게 부어 오르거나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으나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면서 조직의 섬유화를 일으킨다.

 

섬유화를 일으킨 조직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뿐더러 정상적인 조직을 압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만성 염증이 생긴 장기 자체의 기능이 상실된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더라도 만성 염증은 매우 무서운 질병이다.

 

■비만은 노화를 가속시킨다
일상적인 식사가 원인이 되는 비만도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만을 방치하면 지방세포에서 만성 염증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지방을 저장하는 동안은 그나마 나은 셈이다. 그마저 불가능해지면 온몸의 장기에 지방이 들러붙어서 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이 같은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 '그을음(당화)'과 녹(산화)'의 동반 작용이니, 가볍게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장수란 약을 먹기만 하면 어느 날 갑자기 달성되는 결과가 아니다. 만성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과다.

 

■수명의 열쇠를 쥔 장수 유전자
현재로서는 유전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80%는 생활습관과 같은 환경 요인에 좌우된다는 가설이 고려되고 있다.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의 대부분은 생활습관에 있는데, 노화를 늦춰 수명을 연장한다고 알려진 유전자는 여럿 존재하지만 보통 '장수 유전자'라고 총칭된다.

 

이러한 장수 유전자는 생활습관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반대로 생활습관이 나빠지면 활성화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생활습관이란 단식과 칼로리 제한을 가리킨다.

 

요컨대 생물은 생활습관이 나빠지면 몸 상태를 조정하여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그러느라 수명 연장을 포기한다. 이렇게 생명의 장수를 가로막는 생활습관 악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식이다.



■장수를 방해하는 2가지 스위치
인슐린/IGF-1 신호와 mTOR(엠토르) 신호로 두 신호를 발생시키는 회로의 스위치를 누르면 노화 방지로 이어지는 길이 끊어지게 된다.

 

혈액 속으로 방출된 인슐린 또는 IGF-1의 신호가 전달되면 장수 유전자가 억제되어 장수에 불리해지고 전달되지 않으면 장수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장수로 이어진다.

 

인슐린/IGF-1 신호의 스위치를 '인슐린 스위치'라고 표현하면, 인슐린 스위치가 꺼져있어야 수명은 늘어난다.

 

mTOR는 세포의 영양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처럼 작동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mTOR가 활성화되면 세포 증식이 촉진되므로 수명 연장과 암 발생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단식이나 칼로리 제한을 하면 mTOR는 활성화하지 않고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해서 장수로 이어진다.

 

mTOR는 인슐린 신호에도 영향을 받는데, 신호가 강해지면 mTOR까지 활성화되어서 장수와 암 억제에 불리해진다. 이처럼 인슐린 스위치와 mTOR 스위치는 각각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한다.

 

■케톤체가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한다
장수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활성화하면서도 저칼로리가 아닌 에너지원이 있다. 케톤체와 그것을 늘리는 케톤식(지방 중심 식사)이다.

 

생리적인 지방 대사의 케톤체는 증가한다 해도 그 의미가 전혀 다른데, 켄톤체에는 아세토아세트산, 베타하이드록시뷰티르산, 아세톤 세 종류가 있다.

 

그중 아세토아세트산과 베타하이드록시뷰티르산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데, 베타하이드록시뷰티르산은 자연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혈액 속 제일 많은 케톤체가 된다.

 

간에서 생성된 케톤체는 몸에 당질이 부족할 때 혈액 속으로 분비되어 뇌, 심장, 근육 등으로 보내지고, 각각의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재료가 된다.

 

베타하이드록시뷰티르산은 적혈구를 제외한 주요 체내 기관의 에너지원이 되고 그 밖의 중요한 역할도 담당한다.

 

■미토콘드리아 초기화로 장수를 손에 넣는다
노화 방지에 중요한 미토콘드리아는 거의 모든 세포의 내부에 존재하는 작은 기관으로 세포를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한다. 세포에 딸린 한 기관이지만 핵의 DNA와는 별도로 독자적은 DNA를 가지고 있어서 자가 증식 및 자가 분해가 가능하다.

 

미토콘드리아 내에서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활동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85%를 생산한다고 해서 '세포의 에너지 생산 공장'이라고도 불린다.

 

미토콘드리아는 합체에서 배제하여 리소좀이라는 세포 소기관에 의해 분해, 제거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품질은 위와 같은 '초기화 기능' 있기에 유지된다.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단식, 지구력 운동, 적정한 일광욕, 한랭 자극 등 예로부터 경험적으로 이어져내려온 건강법을 이용하면 된다.

 

■단식이 미토콘드리아에 좋은 이유
단식은 일정 기간 식사를 중단함으로써 위장에 휴식을 주고 음식물의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몸을 되돌리고자 하는 건강법이다.

 

'아침은 안 먹어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앞서 설명한 미토콘드리아의 초기화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미토콘드리아의 초기화 기능은 오토파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기 자신을 먹는다'라는 뜻으로, 영양 공급이 없어졌을 때 몸의 세포가 제 일부를 스스로 분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는 불필요해진 세포를 분해하여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는 일종의 재활용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음식물을 먹고 18시간째에 접어들면 드디어 몸속에서 오토파지가 활동을 시작한다. 이와 같이 초기화되는 것은 마이토파지라고도 불리며, 항상 활성산소와 맞서 싸우는 미토콘드리아를 초기화하는 중요한 체계이다.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케톤식
애당초 모든 생활습관병의 원인은 고 인슐린혈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렇기에 노화를 방지하고, 암에 걸리지 않는 몸을 만들려면 당질 제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식사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케톤식'이다. 케톤식은 섭취 에너지의 60~90%를 지방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원래 뇌전증 치료식으로 개발되었으나 암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노화 방지 필수 미네랄 칼륨
칼륨이 노화 방지에 필수적인 이유는 콩팥에서 일어나는 나트륨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소변 배설을 촉진하여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칼륨은 키토제닉 식이요법으로 미처 보충하지 못하는 미네랄의 균형을 조절해 혈관을 보호하고 이로써 노화를 방지하는 중요한 영양소이다.

 

칼륨은 해조류, 채소류, 과일류, 콩류, 어패류 등에 다량 함유되어 있고 가공이나 정제가 진행되면 함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비롯하여 해조류, 생선회 등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할 식품이다.

 

게다가 키토제닉 식이요법에 고칼륨 식품을 곁들이면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심혈관 질환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암의 먹이가 당분이라는 생각은 낡았다
오직 당질에만 집중하는 암 대책은 이미 낡았다. 이제는 고 인슐린혈증을 표적으로 한 항암 대책이 요구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구나 고 인슐린혈증을 억제하면 기존의 암 치료법이 가지는 치료 효과도 더욱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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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질 제한식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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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건강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밥상 위의 음식부터 바꿔야 하는데, 당질을 제한해 위장을 보호하고 지질의 섭취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레시피를 통해 이를 실천할 수 있다.

 

 


우리 삶에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는 곧 식생활은 우리의 건강과 노화 문제, 각종 질환 등 무수히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로, 시대에 따라 먹는 것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말과도 직결된다.

 

과거에는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기회가 될 때 비축하고 가급적 많이 먹는 것이 우선되었다면, 이제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족해진 만큼 오히려 횟수와 양을 줄이고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각종 성인병과 두통, 복통, 복부팽창 등 일상에서 겪는 자잘한 통증과 증상들은 어쩌면 이러한 우리의 잘못된 식생활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순간적으로 달콤하게 다가오는 것들을 멀리하고, 단식과 적절한 한 끼 식사로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튼튼한 신체를 가꿔보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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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의 노래·아이와 전쟁 책세상 세계문학 7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송기정 옮김 / 책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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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두 이야기는 저자의 유년 시절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어쩐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없는, 잊혔거나 없어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강제적 혹은 시스템적으로 변화되었거나 혹은 산업화와 같은 문명의 이기에 따라 없어진 문화들이 떠오르며 더 그리움을 자아낸다.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극과 극의 느낌을 전하는데, 하나는 어린 시절 여름휴가차 잠시 머물렀던 브르타뉴 지방에서 보냈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또 다른 이야기는 태어난 직후부터 약 5년간 겪었던 전쟁으로 인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가장 끔찍했던 시절을 담고 있다.

 

이렇듯 완전히 극과 극의 이야기 속에는 상황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동시에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어쩌면 여든 살이 된 작가가 70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썼기에 양립이 가능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마 겪고 있던 당시에 썼다면 이와 같은 감정들을 엮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쓴 기억 속 파편들은 어느새 이야기가 되어 당시에 존재했던 인물과 장소들을 끄집어 내어 몽상적인 노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전쟁 속 당연한 듯 자리한 일상들을 덤덤히 그려내기도 한다.

 

기억에 의존했기에 모든 것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얼기설기 엮인 기억의 조각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마치 소설처럼 감동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문장 사이에 이 책이 고백도, 추억담도, 자서전도 아님을 강조하는데, 분명한 건 저자 자신이 겪은 유년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연대순으로 진행되지 않아 추측으로만 시대를 가늠할 뿐이지만, 실상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저자가 추억한 유년 시절의 화양연화와 끔찍했던 나날들을 되짚어 보며 나의 어린 시절 속 가장 행복했던 날과 가장 끔찍했던 날로 기억되는 때는 언제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브르타뉴의 노래>에서는 유년 시절 가장 많은 감동과 추억이 깃든 장소인 브르타뉴 지역에서 있었던 일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태어나지도 않았고, 오랜 시간 살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꿈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그리움을 자아내는 그곳에 대한 추억을 풀어낸다.

 

<아이와 전쟁>에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약 5년간 전쟁 속에 살아야 했던 저자의 끔찍했던 일상을 담고 있다. 전쟁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오로지 여성들 사이에서 자라야만 했던 저자의 당시 상황과 감정에 대해 담고 있다.

 

저자는 자전적 이야기이기에 변질된 기억일 수도 있다는 점을 수용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에세이 같은 소설의 느낌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이것을 문학의 분류 기준으로 보자면 레시(recit, 이야기)로 분류된다고 한다. 통상적인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 어떤 감동과 서사가 전개되는지 이제부터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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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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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부터 1954년까지는 그저 매해 여름 몇 달 정도만 보냈을 뿐임에도, 브르타뉴는 내게 가장 많은 감동과 추억을 남긴 곳이다.

(...)

브르타뉴, 그곳은 친숙했다. 가족적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가, 그러니까 어머니 아버지와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브르타뉴 사람이며, 기원을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먼 조상 때부터 대대로 그 지역과 보이지 않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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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 지역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오랫동안 머물지는 않았지만, 친숙하고 가족 같은 느낌이 드는 곳, 그곳이 바로 브르타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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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생트마린으로 오지만, 멈추지 않고 마을을 그냥 지나친다. 여름이면 관광객이 너무 많기에, 계속 길을 달려 끝까지 가서 그저 사진이나 한 장 찍고 바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나는 매년 여름 바로 이곳에서 매일매일을 살았고, 머릿속에 그 마을 이미지를 가득 담았으며, 바로 이곳에서 진정한 나의 유년기를 찾았다.

(...)

그런데 이곳의 변한 모습은 왜 유난히 나를 슬프게 할까? 마음속에 무슨 이미지를 소중한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기에,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뒤흔들면서 마치 보물을 도둑맞은 느낌을 주는 것일까?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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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를 떠올리며 서술된 장면들을 살펴보다 보면 옛 시골의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하나하나 세세하게 떠올리며 묘사한 사람, 장소, 풍경들은 읽다 보면 저절로 눈앞에 그려진다. 더불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현재의 모습과 비교되며 슬픔과 그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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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대 사람들은 아직 브르타뉴어를 쓰던 환경에서 태어났다. 공립학교에서는 브르타뉴 '방언'(당시에는 브르타뉴의 언어를 그렇게 불렀다)을 금지했을지라도, 여름방학이 되면 그들은 언어의 해방을 만끽했다. 그것은 밖으로 나가고, 고함지르고,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 서로 욕설을 퍼붓기 위한 언어였다. 다른 언어, 즉 파리지아네들의 언어는 잊어버린 채.

(...)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처럼 그들은 전부 브르타뉴 말을 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잃어버렸다. 언어를 잊어버려서가 아니라, 그것은 어린 시절의 언어, 과거의 언어, 돈을 벌 필요도 공부를 잘할 필요도 없던 시절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

왜일까? 그들은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왜 브르타뉴어가 자신들을 열등한 계층으로 밀어 넣는다고 생각했을까? 왜 그 언어를 사용하면 가난이나 무지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믿었을까?

(...)

그때의 그 소년 소녀들은 학교에서 브르타뉴어를 사용하면 벌을 받았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그랬다. 그것이 국가적 차원의 교육 강령이었고, 자신은 브르타뉴 말을 하면서도 교사들은 그 강령을 준수했다. 프랑스어는 공화국의 언어였다.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

브르타뉴어를 사용하지 않게 된 진정한 원인은 브르타뉴 사람들 자신에게 있었다.

(...)

그들은 현대적인 것에 대한 유혹을 출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착각했고, 조상들의 관습과 풍속을 계속 유지하면 후진성을 면할 수 없을까 봐 겁이 났으며, 수 세기 동안 시골 사람들이 감내했던 지긋지긋한 가난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국가는 통일에 균열이 생길까 봐, 그 기조를 유지했다.

2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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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특히 그 지역에서 사용하던 언어였던 브르타뉴어가 사라진 것에 대해 매우 슬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방학이면 마치 해방을 만끽하듯 사용하던 브르타뉴어가 마치 열등한 계층으로 밀어 넣는다는 생각 때문에, 가난과 무지의 언어처럼 여겨져 결국 그렇게 프랑스어에 밀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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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 시대는 모두 사라졌을까?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인가가 엉기고 움츠러들면서 뒤로 물러나고 사라져버렸다. 그저 나무로 만든 배들의 골격이나 그물들의 잔재 같은 몇몇 흔적만이, 그리고 모래사장에는 낚시찌로 사용하던 유리알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물론 사람들은 80년대에 모든 해안가 마을에 닥쳤던 어업의 위기를 말하곤 한다. 그 당시 전문지식을 갖춘 고위 관료들이 탁상공론으로 만든 유럽 연합의 법규는 과거 삶의 방식에 타격을 주었고, 브르타뉴에 살던 어부들은 자신들 소유의 선박을 버리고 통조림 제조공장의 노동자가 되었으며, 그렇게 활기차던 항구는 창고가 되어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 그 당시 어부들은 강력하게 저항했다.
(...)
그때 그렇게 저항했던 그 사람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트롤선으로 대량 수확한 생선들도 사라졌다.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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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유년 시절을 추억하지만, 반대로 현재에는 그 아름다운 추억 속 그 무엇도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더 서글픔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아주 짧은 시간 모든 것은 순식간에 과거 속으로 사라져 이제는 약간의 흔적들로 그저 '추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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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트와 마리즈와 해변에서 장난치고 난 후 우리는 그 아이들을 농장까지 데려다주었고, 르 두르 부인은 우리에게 간식으로 크레프와 사과주 한 사발을 준비해 줬다.

(...)

설탕도 버터도 없이 위에 부담을 주는 거친 밀가루로만 만든 크랑푸젱이라는 진짜 브르타뉴식 크레프였고, 사과주는 미지근했다.

(...)

나는 그때 먹던 크레프의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 연기 가득한 농가의 희미한 빛 속에서 느끼던 뜨겁고 깊은 그 맛, 도자기에 담긴 사과주의 탄닌, 뭔가 모르게 감미로우면서도 거친 그 맛을 기억한다.

35~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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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먹었던 추억에 대한 맛에 대한 서술 장면을 읽으며 나만의 추억 음식도 떠올려본다. 사실 제대로 된 재료가 없어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때 먹었던 맛, 분위기, 향 등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산물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랜 시간 그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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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퐁라베를 가로지를 당시에는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마을도 길도 광장도 보행자들로 가득했었다.

(...)

특히 자전거가 많았다.

(...)

사람들은 전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걷기 힘든 노인도, 헝겊 모자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여자도.

(...)

사람들은 자전거를 묶어두지 않았다. 종종 집의 대문도 잠그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주머니 속에 열쇠를 넣고 다녔던 기억이 없다.

40~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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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을 대신해 줄 자전거가 많던 시절. 길거리에는 보행자들과 자전거로 넘쳐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묶어두거나 문을 잠그지 않고 다녔다. 우리의 80~90년대 시절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골목 어귀에서 한데 어울려 다니던 아이들, 활짝 열린 대문들 속 따뜻한 밥 냄새가 풍기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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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브르타뉴의 교회는 초기 기독교의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었다. 권위적이면서도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교회였으며, 신도들이 수도승 주위로 몰려들고, 사제들이 법을 만들고 문화를 선도하는 수도원 중심의 교회였다. 기도, 마귀 쫓는 의식, 교훈, 추도사, 그리고 병자의 쾌유를 위한 기도 등이 사제의 일이었다. 내 어린 시절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세상, 특이한 풍경이나 관광객들의 호기심과는 아무 상관도 없던 세상이었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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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있어서도 완전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윤을 추구하는 현 교회와는 다르게 당시 브르타뉴의 교회는 사람을 보호해 주고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던, 정감이 느껴지는 따뜻한 교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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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달라진 것은 경제였다. 그때까지 독립국이었던 브르타뉴는 유럽의 모든 나라와 무역을 했다. 특히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와의 무역이 활발했다. 브르타뉴는 선박의 자재와 밧줄과 돛을 수출하고, 포도주와 향수를 수입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는 로크로낭 등의 브르타뉴 도시들이 누렸던 번영의 원천이었다. 생토뱅 드 코르미에서의 패배는 그 번영에 종말을 고했다. 그리고 브르타뉴는 무역의 자유와 독립을 포기하고 식민지 상태를 견디며 살아야 했다. 무역의 자유가 박탈되었을 뿐 아니라, 프랑스 국왕을 위한 세금과 소금이나 수입품에 대한 세금 징수가 추가되었다. 대혁명 직전, 과거에 번영을 누렸던 영토는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는 현대까지 이어졌다.

97~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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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 지역이 쇠퇴한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를 꼽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선하게 그려지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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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다시 하고, 기억의 조각조각을 맞추고, 삶의 흐름을 다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향수에 젖기 위함이 아니다. 먼 옛날의 마술적 힘을 묘사하고, 현재의 모습에서 순간순간 비치는 그 과거의 마력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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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웅을 따르고, 땅과 바람과 물의 힘을 믿던, 순박하고 행복하게 살았던 당시의 일들을 다시금 떠올리고자 쓴 글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절대 만나볼 수 없기에 더 소중하고 감동으로 다가오는 유년 시절의 그날들.

 

학교의 교육이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지는 생생한 문화는 어느 세대에서 끊기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조상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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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고백이나 추억 앨범이 아니다. 그저 단조로우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브르타뉴의 노래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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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끝에 스며든 잔잔한 향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리움을 담아 남긴 화양연화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본 느낌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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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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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경우, 제 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3일에 시작되었다. 나는 1940년 4월 13일 니스에서 태어났다. 인생의 첫 다섯 해를 나는 전쟁 속에서 살았다. 나에게 그 전쟁은, 아니 모든 전쟁은 그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나는 전쟁을 하나의 현상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추론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없다.

(...)

그저 감정과 느낌, 태어나서 최초의 기억이 남아 있는 다섯 살에서 여섯 살까지의 아이가 겪었던 불안정한 감정의 흐름만 있을 뿐이다.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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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태어난 아이는 전쟁 속에서 성장한다. 저자가 그러했다. 이 이야기는 전쟁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오롯이 느낀 감정과 일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전쟁'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각종 전쟁과 테러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떠올라 더 먹먹했던 이야기였는데, 이것은 아이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잠재적으로 뿌리 깊이 남아있는 가장 끔찍한 기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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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모른다.
(...)
아이들에게는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전부 당연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삶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
어른들이 그것을 말해주지 않기에 아이들은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한다. 아이들이 불안해 할까봐, "사람들이 그러는데...", "~ 인 것 같아" 등의 모호한 말만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침묵이 더 두렵다는 사실이다.
(...)
전쟁 중의 아이였던 나는 늑대나 마녀의 이야기가 주는 공포를 알지 못했다. 내가 경험한 것은 얼굴도 이름도 이야기도 없는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감미롭지 않았다. 한 번도 감미로웠던 적이 없다.


내 삶의 첫 번째 기억은 폭력에 대한 기억이다. 전쟁이 시작될 때가 아니라 끝나갈 즈음의 일이다. 그 기억은 너무도 강렬하고 생생해서, 실제로 그것을 경험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13~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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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약 5년간 겪었던 전쟁에 대한 기억이라 완전하진 않다. 하지만 당시에 겪었던 감정이나 기분은 분명하다. 평화의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과는 달리, 전쟁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떤 어른들도 제대로 된 진실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침묵 속에서  묵묵히 공포를 견딜 뿐이다. 어릴 때 들었던 동화 속 캐릭터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그런 감미로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저 남아있는 강렬한 기억은 폭력에 대한 기억일 뿐이다.

 

임팩트 강한 이 기억은 아마 죽는 순간까지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저자가 그러했듯, 현재 전쟁을 겪고 있는 모든 아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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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온 힘을 다해 소리 질렀을 뿐이다. 그 소리가 너무도 날카로웠기에, 그때를 기억할 때면, 소리가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소리를 온 세상에서 튀어나와 나의 고막을 찢는 폭발음과 뒤섞인다. 그 소리를 내 몸과 하나가 된다. 소리치는 것은 내 목구멍이 아니라 나의 몸이다. 나는 그 소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순간도 선택하지 않았다. 어린아이에게 전쟁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아이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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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터지는 순간의 선명한 기억이 몸에 각인된 듯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 어떤 것도 선택한 적 없는 아이는 그저 그 모든 것을 겪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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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아버지는 적도 아프리카의 의사였다.

(...)

여자들 사이에서 전쟁을 겪는 것은 불안한 동시에 온화했다. 불안했던 이유는, 우리 할머니처럼 강인한 여성일지라도, 여자들은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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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 아버지 없이 여자들 사이에서 자란 아이는 양가감정 속에서 자란다. 불안한 동시에 온화함을 느낀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프리카에 발이 묶여 가족들과 합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할머니와 어머니를 주축으로 숨어서 전쟁을 겪어낸다.

 

아이러니한 이 감정이 어쩌면 아이를 성장시키고 견디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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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분명 밖에서 왔다. 왜냐하면 밖에는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실제로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분명 '죽음', '사망자' 같은 단어들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온화했다. 정말로 아주 온화했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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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들어서는 안되는 '죽음'과, '사망자'라는 단어가 아주 흔하게 들렸지만, 아이는 이 순간마저도 온화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위험한 밖에 아닌 안전한 안에서 아이들을 품어준 엄마와 할머니가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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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우리는 전쟁의 시기를 보냈다. 그 장소가 그토록 쾌적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여자들이 만들어낸 분위기 때문이었다.

(...)

나는 마치 고치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나마 따스하고 안락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 고치 안에서 우리는 안전하게 자랄 수 있었다. 밖의 공기는 음산하고 축축하고 추웠지만, 집안 분위기는 활력이 넘치고 따뜻했다.

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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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치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안락하고 따뜻한 공간처럼 느껴졌다는 문장에서 얼마나 여성들이 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는지 알 수 있다. 험악한 바깥 분위기와는 다른 안락한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 서술한 문장은 아이가 당시 피부로 느낀,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문장이다.

 

허기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육체적 허기를 경험한 사람이다. 나는 나는 몸 안에서 느껴지는 정신적 허기를 경험했다.
(...)
내가 말하는 허기, 나는 그것을 어린 시절 전쟁 중에 경험했다. 허기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속이 빈 것이 아니라 내 몸 한가운데가 뻥 뚫린 것처럼, 언제나, 매 순간 느끼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공허함이다.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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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이 안 된 아이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전쟁 중에, 폭력 속에서 태어났다.

 

나는 공허한 상태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속적인 결핍, 뻥 뚫린 구멍, 하나의 공간이다. 나는 이것이든 저것이든 무엇인가를 원했던 기억이 없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무엇이든 풍부하게 가져본 적이 없다. 그뿐이다.

1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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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그것은 우리 몸 한가운데의 텅 빈 공간을 절대 채울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그동안 나는 다른 세계에서 자랐다. 우선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던 곳, 음식도 충분하고 자유도 충만했던 아프리카에서 살았다. 그 후, 니스나 브르타뉴에서도 우리는 배급제 시절과는 거리가 먼 시기를 살았다.

(...)

전쟁이 내 뱃속과 머릿속에 파놓은 텅 빈 공간, 그것은 나라는 존재의 일부다.

138~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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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얻은 또 하나의 아픔은 바로 정신적 허기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얻게 된 산물은 그렇게 존재의 일부가 된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전쟁 통과는 다른 풍족한 상황에서 살아도 여전히 전쟁이 파놓은 텅 빈 공간은 메워지지 않는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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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아무도, 우리 같은 아이들을 해방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그날 그날을 살았다.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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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전쟁의 종말이 아무 의미가 없다. 아이는 대문자 역사 속에 살지 않았는다. 이야기, 동화, 순간적으로 알아들은 말, 백일몽, 이런 것들을 알 뿐이다.

1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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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마찬가지지만, 해방 역시 아이들에게는 무의미한 일일뿐이다. 아이에게는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전쟁이든 해방이든 아이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두 이야기를 흐름상 살펴보면 <아이와 전쟁> 이후 <브르타뉴의 노래>가 순서상 맞는 듯하다. 이 두 시대는 아주 극적인 상황을 연쇄적으로 겪었기에 어쩌면 더 저자의 인생에서 도드라지는지도 모르겠다.

 

태어난 순간 겪은 전쟁 속 환경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죽음'은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그 속에서 엄마와 할머니의 품속은 온화하고 따뜻했으며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아이들은 어떤 것도 선택하거나 사실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으며,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정신적 공허함을 쌓여갔고 그것은 곧 일상이 된다.

 

그렇게 궁핍과 불안 속에서 살던 중 마침내 해방을 맞이하게 된 이들 가족은 아버지와 다시 해후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바깥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숨을 필요도 없게 된다.

 

그리고 여름휴가마다 방문했던 짧지만 평화로웠던 브르타뉴 지방은 마음속 고향처럼 저자에게 가장 많은 감동과 추억이 서린 곳으로 자리 잡는다. 혼란하고 공허했던 내면을 가득 차게 해주었던 곳이 어쩌면 브르타뉴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방문한 그리운 브르타뉴는 어느새 과거의 옛 모습은 사라지고 낯선 현재의 모습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쩐지 서글프게 다가온다. 유년 시절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찬가를 부르짖는 저자의 노래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어쩌면 자신이 꿈꾸는 마음속 가장 이상적인 곳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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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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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핍과 고난을 각오하며 이 한 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것은 오히려 풍요로움이었다."
(411페이지 中)

 

 


요즘 어쩐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에 더 시선이 가선지 이 책이 유독 더 눈에 들어왔다. 미래 식품으로 인공육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라 이것들을 배제하고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 어떻게 조리하여 한 끼 식사를 채울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일 년을 오직 채집과 수렵한 동식물로 버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혹여 저자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다.

 

저자는 채집 생활을 하기 전 몇 가지 규칙과 예외사항, 과학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일 년간의 채취 생활을 이어나갔는데, 사전에 채집에 대한 기본 지식이 풍부한 것은 물론 주변 지형과 동식물에 대한 충분한 습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사히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주변에 있는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 덕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된다.

 

슈퍼마켓을 가지 않고, 돈을 쓰지 않고 오로지 채집 생활로만 사는 일 년간의 삶을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한다.

 

스스로 실험체가 되어 산과 바다를 오가며 보낸 수많은 나날들 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나누는 삶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풍요로움과 다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약간의 무모함에, 실험정신이 투철했던 저자의 일 년간의 채집일기 속에서 어떤 새로운 일상을 만나볼 수 있을지 지금부터 만나보자!

 

총 6부로 이루어진 이 일기에는 수렵과 채집의 일상들 속에 봄여름가을겨울 이외에도 두 계절 사이를 지나는 새로운 계절도 포함된다. 마치 보너스처럼 맞이한 그 계절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라 그런지 새로움과 설렘을 안겨준다.

 

더불어 채집 생활 속에서 주를 이루는 '버섯'의 존재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버섯이 존재했었나 하는 생각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도 식탁에 올라오는 낯선 채취 식물들의 조리방법과 저자가 표현하는 맛과 향, 식감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 더 호기심을 자아낸다.

 

한편으로는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 고대 인류처럼 수렵과 채집 생활을 재현하는 것처럼 느껴져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자연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이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든다.

 

고대 인류에서 진화한 만큼 똑똑한 방식으로 도구를 활용하고, 저장을 통해 현명한 일상을 누리는 현명한 방식으로 차리는 야생 식탁에서 공존과 모두의 건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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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채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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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과 사랑에 빠진 채취인이자 약초 연구자인 저자는 4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보낸 어린 시절, 특히 케냐의 자연 속에서 지내던 대부터 식물과 허브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스코틀랜드 시골에 집을 짓고 버섯을 좋아하는 두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마음껏 '와이드'한 삶을 살고 있다.

 

"채취만으로 정말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채취 강습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 년간 야생식만 먹는 실험을 했다. 마치 고대 인류처럼. 지금 이곳의 자연에서 직접 구한 것들로만 스스로를 먹여 살린 사계절 동안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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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지구의 단절을 치유할 방법이라고 직감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정말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보기로 했다.
(...)
오늘, 즉 11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이곳 스코틀랜드 중부에서 직접 채취할 수 있는 음식만 먹기로 다짐했다.
(...)
야생식을 먹는 것은 요리인 동시에 치유이고, 사회적이자 정치적인 행위이며, 우리 후손들이 자연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지구 중심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다.
(...)
젊은 층에서 더 단순하고 진정성 있는 삶과 생활 방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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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채취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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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가 사는 집

 

▶게저
건축가이자 사과주, 맥주, 와인 양조의 달인이다. 게저는 22년 전 헝가리를 떠나 스코틀랜드에 정착한 이후로 쭉 저자의 절친인 친구로 바람 부는 언덕 위의 목조 주택을 직접 지은 사람이자 하우스메이트이기도 하다.

 

▶맷(버섯 맨)
이 집에는 온화하고 친절한 채취인 동료인 맷도 함께 사는데, 25년이나 버섯을 길러 와서 '버섯 맷'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 셋은 모두 독신이지만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기술과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한층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린다.

 


2. 식탁에 자주 올라왔던 다양한 버섯들


3. 다양한 식물과 채취도구들


4. 야생 식탁으로 꾸린 한 끼
텍스트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훌륭한 한 끼 식탁이 완성되었다. 다채로운 색상과 풍요로운 한 끼가 군침을 돌게 한다. 사계절을 넘나드는 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먹거리들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피고 지며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음을 이제서야 확인한다.

 

가까이에 두고 먹던 식재료가, 입안을 즐겁게 해주던 달고 매운 향신료들이 더 이상 크게 필요치 않음을 깨닫는다.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면 이렇듯 매 계절 색다른 야생의 재료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채취 생활은 어쩌면 필연 혹은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사람들에게 채취 생활을 가르쳐 온 지 15년쯤 되었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항상 똑같다고 한다.

 

"선생님은 정말 채취만으로 한 해 동안 먹고 살 수 있으세요?"

 

저자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숙고해 왔고, 마침내 11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채취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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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생활 전 점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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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채취 생활을 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것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채취 생활을 위한 네 가지 조건
1. 내가 한 해의 식생을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서식지에 관한 지식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2. 해변, 울타리, 숲 등 다양한 지형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발견한 음식을 마음대로 수확할 수 있어야 한다.
3. 지금까지는 90퍼센트 정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4. 겨울에 대비할 시간을 갖기 위해 춘분 직후에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채취를 하는 데 있어 현대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이점
1. 전기 : 겨울에 먹을 음식을 저장할 수 있다.
2. 연료 : 오븐과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
3. 은신처 : 지붕이 있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이 없었다면 얼어 죽지 않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데 훨씬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채취 생활 전 저자가 정한 규칙
1. 오로지 야생식만 먹는다.
2. 일 년 동안 다양한 서식지를 돌아다니며 현지 식량을 구한다.
3. 돈은 쓰지 않는다. 모든 식량을 채취, 사냥, 선물, 물물교환으로 얻거나 내 기술과 교환한 대가여야 한다. 선물 받는 음식도 선물한 사람이 자연에서 직접 얻은 식재료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4. 야생 조류의 알 대신 내가 직접 유기농으로 풀어 키운 암탉의 달걀을 섭취할 것이다.
5. 봄에 새끼 염소가 태어나면 농부들과의 물물교환으로 염소젖을 구할 수 있다.
6. 이상적으로는 제철 음식을 먹되, 특히 겨울철에는 미리 채취하여 냉동, 건조 또는 보존 처리한 야생식도 섭취한다.

 

■예외사항
1. 부족한 분량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 과수원에서 헤이즐넛을 구입해야 했다. 내년 여름과 가을에는 야생에서도 충분히 헤이즐넛을 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동일한 무게의 헤이즐넛을 직접 채취할 계획이다. 사전에 구입한 식량과 채취한 식량을 전부 목록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한 해가 지난 뒤 결산하기로 한다.



2. 단 하나 예외로 할 품목이 있으니 바로 올리브기름이다.

 

3. 설탕을 쓰거나 새로 구입하진 않겠지만, 이미 만들어 놓았고 일 년 넘게 보관할 수 없는 잼은 버리지 않고 쓰려 한다.

 

■과학적 요소
장내 세균을 분석하기 위해 첫날의 대변 샘플을 실험실로 보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하면서 장내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다. 체중, 지방과 근육 비율, 혈압과 혈중 산소 수치도 계속 체크하고 있다.

 

 


오랫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들어와서인지, 조금 급하게 채취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규칙과 가이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 년간 저자는 꾸준한 채취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곳을 직접 방문하여 채집하고 낚시 등을 통해 부족한 단백질을 충당한다.

 

간혹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긴긴 겨울에 떨어져 가는 식량을 채워주는 친구들의 선물이 어쩐지 눈물 나게 고맙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종종 이것은 물물교환이 되기도 하고, 직접 채집한 사냥감이나 식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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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에 대해 저자의 철학 혹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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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채취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한번 먹을거리를 찾아낸 곳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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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인으로서 스스로 자부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문장이었는데, 마치 자신이 숨겨둔 보물의 위치를 꿰차고 있는듯한 느낌으로 다가온 문장이었다.

 

저자는 채취에 있어 작물 찾기를 할 때는 투자 시간 대비 수익률이 확실히 좋은 것을 찾도록 했는데, 차로 이동하는 거리마저 철저히 계산하여 가급적 머무는 집 근처에서 채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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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라 땅이 꽁꽁 얼어 뿌리를 파낼 수 없고, 무리에서 벗어난 외톨이 산비둘기 말고는 알을 품는 새도 없다. 게다가 푸성귀도 없으니 먹을거리를 채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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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듯하다. 이럴 때 미리 저장해둔 식재료가 있다면 조금 안심이다. 하지만 재료가 부족하거나 떨어져 간다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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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서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매 끼니를 자연에서 구하려고 애쓰며 날마다 죽음의 존재를 확인하다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백해진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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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다 보면 종종 자연의 섭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채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새삼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사회적 상황에(기후변화, 낙농업, 육류의 기준, 건강 문제. 토지 불평등) 영향을 받는지 깨닫는다. 더불어 '죽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으며 자연을 가까이할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옴을 느끼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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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고 싶은 건 싱싱한 식물인데, 그들은 모두 아직 눈 속에 파묻혀 있다.
(...)
아이고 힘들다! 봄과 함께 싱싱한 식물이 돌아오면 얼마나 기쁠까.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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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는 365일 언제든 싱싱한 식물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속 채취를 통해서는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순응하고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겨울 싱싱한 식물이 더 그리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싱싱한 식물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때론 음식이 역겹게 느껴지거나 아무것도 먹고 싶어지지 않을 때도 발생한다. 먹는 게 전혀 즐겁지 않고 하루 종일 머리가 어질어질 한때는 아마도 저혈당과 칼로리 결핍 증상이 왔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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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하얗게 부풀어 오른 석잠풀 덩이뿌리를 캔다. 생으로 먹어도 되고 찌거나 절여 먹어도 좋다. 아삭아삭하고 즙이 많아 촉촉하며 콩나물이나 물밤을 연상시키는 풍비가 일품이다.

1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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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식물 종류도 많아 어떤 맛인지, 어떤 생김새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이렇듯 저자는 식감과 맛, 향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독자들의 입맛을 돋운다. 요리하는 방법도 함께 기재되어 있는데 요리방법은 대체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읽다 보면 평소 먹는 식품의 색다른 대체 식품으로 야생의 식탁을 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석잠풀 덩이뿌리를 콩나물 대신 사용하면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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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이 식물이 어디서 자라는지 떠올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갈아엎어서 시멘트로 덮은 땅에는 항상 그곳을 되찾으러 돌아오는 식물 종들의 질서가 있다고. 
(...)
첫째로는 해독과 영양 공급, 둘째로는 정체와 막힘 제거, 그다음에는 회복과 재정비와 균형잡기, 에너지 흐름 복구. 아마도 환경 건강의 회복과 인체 건강의 회복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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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 생활은 조금 더 내 주변을, 내 환경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듯하다. 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저자는 인간과 환경이 회복하고 바로 서는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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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채취하든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탐욕스러운 자유방임적 채취는 습지를 파괴할 것이다. 반면 신중한 솎아내기는 주변 식물들이 더 크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한다. 자연이 공짜로 내주는 것을 받을 때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228~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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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는 채취의 과정에서 욕심은 금물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로 신중을 기한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을 채취하는 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성장시켜 습득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탐욕이 부른 파괴는 돌이킬 수 없기에 채취에 있어 늘 주의가 당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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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인에게 자기만의 채취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존중과 우정의 표시다.
(...)
따라서 그런 공간에는 진정한 친구만이 입장할 수 있다. 그곳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소중히 여겨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탐욕스럽지 않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사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랑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람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한 채취인은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라는 게 자연의 기본 법칙임을 이해한다.

3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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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장이다. 나만이 알고 있는 맛집, 나만이 알고 있는 장소 등을 소중한 이와 나눌 때의 감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본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줄 것 같은 신의와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줄 것 같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공유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그만큼 비슷한 철학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가 비슷해야만 나눌 수 있는 유대감으로 비치기도 한다.

 

꼭 채취가 아니더라도, 나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공간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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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나무와 식물에 달려 있다. 나무와 식물 없이는 숨 쉴 산소도, 먹을 음식도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되새기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3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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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잊고 살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 나무와 식물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본다. 삶의 근간이 되는 것들은 모두 나무와 식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없어지면 가장 절실한 것들 중 하나인 나무와 식물의 소중함을 한 번쯤 되새겨볼 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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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훼손되긴 했지만 아직 전부 다 잃은 것은 아니다. 개척종 식물은 지구를 치유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쐐기풀, 엉겅퀴, 소리쟁이 같은 잡초는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수 있으며, 느타리버섯은 석유 찌꺼기를 분해할 수 있다. 도시의 버려진 부지는 언제나 순식간에 야생 상태로 돌아간다. 식물 군락이 뿌리를 내려 다시 토양을 조성하고 공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식물은 유능한 조력자인 균류와 함께 자연을 복원할 수 있고, 또 복원할 것이다. 나는 식물에 큰 희망을 품고 있다.

3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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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 가는 지구 속 우리가 그나마 아직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식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식물이 가진 고유의 특성들이 지구를 치유하기 때문인데, 망가진 도시에 돋아난 식물들은 군락을 이뤄 뿌리를 내리고 공기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자연을 복원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식물들조차 이제는 자세히 보고,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온난화와 생태 파괴로 점점 축소되고 있는 자연의 형태를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한 우리의 작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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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에서 10년 동안 버섯을 땄더니 내가 채취한 모든 버섯 균 자체의 범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딴 버섯 하나하나가 머릿속 지도에 중간 기착지를 표시하는 점으로 남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점점 더 점들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시야가 완성되었다. 나는 심지어 버섯이 없는 시기에도 균사체를 '볼' 수 있다. 서로 겹치는 동시에 뚜렷이 구분되고, 균사체 전체를 통해 파동 신호를 보내는 각각의 솜털 같은 신경망들, 마치 상대가 말하려던 것을 내가 먼저 말해 버릴 만큼 서로를 잘 아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 같다. 집단 무의식의 놀라운 동시성이다.

3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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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과는 서로 통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저자에게 있어 버섯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함께 하면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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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의 상황은 위태롭다. 비만 증가와 그에 따른 건강 문제로 인해 수명 연장은 지연되고 있으며, 우리 자녀 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수명이 짧은 세대가 될 것이다.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인류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제약회사가 기적을 일으키기만을 바라며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조치를 취할 것인가?
(...)
식습관 변화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3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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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 도래했다는 말속에는 '건강한' 신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 상황은 매우 위태롭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론적으로는 수명연장이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만약 건강한 삶 혹은 수명 연장을 꿈꾸고 있다면 가장 먼저 식습관의 변화부터 시작해 보자.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식습관 개선'이 우선되어야 차선책의 다른 대안도 대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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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모두 야생초를 채취하여 요리에 쓰거나 약차를 끓였다. 놀라울 정도로 명백한 연결고리였다.
(...)
식물에는 비타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항산화제뿐만 아니라 면역 강화, 항염, 항암 효과가 있는 화합물이 풍부하며, 향기로운 허브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차(특히 녹차)를 마시는 것이 중국과 일본에서 초고령층의 사망 위험을 10퍼센트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한다.

3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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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이들에게 비결을 묻는다면 생각보다 꽤 다양한 소견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야생초를 가까이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채식 식단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차를 가까이하는 문화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강을 지키겠다고 멀리에서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자연에서 얻는 야생초로 매일을 장수의 길로 이끌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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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새로운 사람, 아니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더 밝고 젊고 가벼워진 기분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빈틈없고 민첩하며, 한층 더 영적이면서 동시에 더욱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다. 인생에 대한 접근 방식도 더 다정하고 온화해졌으며 삐딱하고 냉소적인 생각이 줄어든 것 같다.

40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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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생활을 통해 확실히 그녀는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 이는 스스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포함해 신체적,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어쩌면 우리 역시 그녀처럼 평소 느끼지 못하던 우울과 불안을 채취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온화하게 품어주는 자연에서 건강은 물론 삶의 방향을 새로이 다져보자. 생각보다 훨씬 더 생기 넘치는 하루하루를 선물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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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생활 동안 기록한 체중 및 신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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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야생식을 시작한 지 65일차. 처음보다 체중이 12킬로그램이나 줄었고 청바지 솔기도 더 이상 찢어지지 않는다. 체중을 줄이려고 야생식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쁜 일이다. 

 

▶3월 31일
아침 식사 전에 체중을 측정한다. 내 체중이 4개월 동안 18킬로그램이나 줄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맷은 8킬로그램 줄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소식은 맷의 혈당 수치도 급락했다는 것이다. 3년 전 맷이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추천하고 혈당 조절 효과가 있는 야생초를 복용하라고 권했다.

 

▶10월 12일
지금 내 체중은 76.7킬로그램이다. 야생식의 해를 시작한 뒤로 정확히 31킬로그램이 줄었다.

 

▶11월 26일
오늘 밤 자정이면 오직 야생식만 먹어온 365일간의 대장정이 끝난다. 최종 측정 결과 맷의 몸무게는 70킬로그램이다. 전체적으로 12킬로그램이 빠졌다가 다시 4킬로그램이 쪘다. 그는 마른 편이다.

 

나는 비만에 가까웠는데 무려 31킬로그램이 빠졌다. 현재 체중은 76킬로그램이고 BMI도 양호하다. 코로나 봉쇄 절정기에 내 옷 사이즈는 18이었지만 지금은 25년 전과 같은 12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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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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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를 위해 작은 고리버들 바구니와 함께 쇠스랑과 한국산 호미도 챙겨 왔다. 호미는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때 쓰는 괭이의 일종인데, 맛있지만 끄집어내기 쉽지 않은 땅 감자를 캐는 데 완벽한 도구다.

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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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외국 저자가 쓴 에세이에서 우리나라 '호미'를 발견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농기구와 농기계가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으나 직접 실감하기는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만난 '호미'에 반가움이 일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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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계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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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보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 어쩐지 '계절의 소리'를 담고 있는 단어들처럼 느껴져 더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야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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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른 계절보다 길고, 식량 접근 가능성의 관점에서 두 단계로 나뉜다. 해산물과 봄나물에 의존해야 하는 춘궁기가 지나면 나무에 잎이 돋고 새가 알을 품는 진짜 봄이 온다. 켈트어로 봄은 '야라흐'라고 하며, 1월에서 2월로 바뀌는 이몰륵에 시작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봄은 부활절 이후 4월 말과 5월에 가깝다.

 

야라흐는 '배고픈 시기라는 뜻으로, 겨울 전에 비축한 식량이 떨어졌지만 밭에 심은 과일과 채소는 아직 싹트지 않은 사춘절 기간에 해당한다.

1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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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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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의 루나스탈(또는 루그나사드)은 처음 딴 과일을 바치며 수확철의 시작을 축하하는 날로, 현재는 남부의 전통 수확제인 라마스 데이와 통합되었다.

(...)

루나스탈은 여름과 가을이 겹치는 시기다.

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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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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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먹기 위해 채집하는 활동을 내내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먹는 것'에 온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채집하는데 반나절, 다듬고 요리하고, 치우는데 또 반나절을 보내고 하면 하루가 그냥 저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반복되는 일상을 지켜보다 보니 묘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숲과 나무 구석구석을 살피며 식물과 버섯을 채집하고, 또 이것을 볶거나 말려서 저장하는 일상이 어느새 편안하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채집을 위해 먼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채집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어 색다른 식감과 향, 맛을 음미하기도 하는 등 패턴 자체가 단순해지면서 이번에는 어떤 걸 채취할지, 또 어떻게 다듬고 요리할지 점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실제 요리한 한 끼가 대체재로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서는 실상 명확히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자연 속에서 생각지 못한 맛과 향을 얻어 배도 채우고 마음도 어느새 넉넉히 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저 흐뭇하다.

 

매 끼니로 무얼 먹어야 할지, 어떤 것을 채집해야 할지 늘 고민이지만,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가뿐해진다. 계절에 변화에 따라 열매를 얻기도 하고, 인생 첫 낚시에 도전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도 얻는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은 먹거리를 찾기 위한 모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듯하다. 때론 달콤한 것들이나 견과류들은 아껴먹어야 하지만, 숲과 바다를 쏘다니며 식물과 버섯 등을 채취하는 일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곳곳을 누비며 버섯을 찾아내는 법, 채취하는 방법들을 전하는 저자의 발걸음은 그저 가벼워 보인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계절의 변화를 느낄수록 저자는 자연에 대한 존중과 법칙을 더 절절히 느끼게 된다. 끝도 없이 내어주고 품어주는 자연 속에서, 새삼 망가져가는 지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식물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복원력에 새삼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자신이 한때 우울함에 빠져 기력을 잃었던 그날을 이겨내고 다시 에너지를 되찾았듯 야생에 숨어있는 수많은 생명의 움틈과, 햇살, 새싹이 곧 에너지가 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는 자연과 공존해야 함을 강조하며,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한다. 실상 저자처럼 극단적으로 매일을 자연에서 채집하는 것만으로 식탁을 차리지는 못하더라도, 종종 가까이에 있는 바다와 숲을 둘러보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조금 무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야생의 식탁이, 어느새 풍족한 식탁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목도하면서, 어쩌면 우리가 자연과 멀어졌기에 다양한 불행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때론 단순함이 더 큰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가까운 숲을 산책하거나 나를 위한 근사한 한 끼를 직접 요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생기발랄한 하루를 보내봤으면 좋겠다. 아마 예상치 못한 달콤 쌉싸름한 야생의 다채로운 맛이 인생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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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방구석 시리즈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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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다른 공연들에 비해 쉽게 접하기가 어려워서인지 한번도 공연장을 찾아 직접 관람해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나와 같이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 있어 책을 통해 오페라의 구성이나 스토리 등을 먼저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은 흥미를 끄는 한편, 나의 속도에 맞춰 알아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바다.

 

무엇이든 알아야 보는 맛이 있는데, 이 책에서 그런 핵심적인 부분들을 콕콕 짚어주어 빠져들듯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저자의 경험을 통해 단순한 소개를 넘어 작품 그 너머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더 유용한 시간이었다.

 

평소 몇몇 유명작품들의 이름만 들어왔었는데, 이렇게 글을 통해 먼저 만나볼 수 있어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작품을 이해하는 눈이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이다. 글로 읽어서인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왔다는 점은 안비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다섯편의 작품이 실려있어 총 25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흔하게 보는 우리의 삶의 모습에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보내는 내내 즐거움을 자아낸다.

 

더불어 노래로 들었으면 놓쳤을 각 가사들을 글로 마주하면서 내용이 더 쏙쏙 눈에 들어왔는데 스토리와도 잘 어우러져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심정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QR코드를 통해 실제 공연한 오페라의 영상을 만나볼 수도 있었는데, 영상에서는 극적 분위기나 상황들을 느낄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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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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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작품들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몇가지 사항들을 정리해두었다.

 

오페라 용어해설, 구성요소, 전문용어 등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진행되는 구성을 알 수 있어 유용했다.

 

▶▶오페라의 기원
오페라는 르네상스 말기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구성요소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서곡에서 시작해 세 막의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피날레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오페라의 매력이 다채로움인만큼 작품의 성격과 작곡가의 스타일에 따라서 구성요소와 작품의 흐름은 종종 달라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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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오페라를 책으로 집필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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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작은 것들이 큰 것을 허물고 문학은 건축을 무너뜨리지"

 

이 문장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노래 가사의 일부분으로 전작 <방구석 뮤지컬>에 소개되었던 문장이자,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로, 이 책 <방구석 오페라>를 집필하기로 마음먹게 한 문장이기도 하다.

 

저자가 오페라를 처음 접한 순간을 돌이켜보면, 홀로 떠난 호주여행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을 접하게 되면서 이끌리듯 오페라를 찾아다니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오페라는 파도파도 끝이 없는 감동의 우물 그 자체였는데, 명작 오페라의 기원부터 수많은 오페라 아리아를 탐독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저자가 받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둘러싼 숙명적 서사의 오페라 25편을 알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고 하니 오페라를 처음 접하거나 오페라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먼저 도전해봐도 좋을듯 하다.

 

더불어 저자는 오페라도 결국 하나의 단편 문학이기 때문에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이라고 전하며 뮤지컬과 오페라의 다른 매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 차이점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뮤지컬
개인의 꿈과 사랑의 드라마를 노래한다.

 

■오페라
역사나 인생의 역경을 표현하는 문학적인 줄거리를 노래하는데, 다채로운 매력으로 완전한 문학적 서사를 펼치는 무대, 성악가의 육성으로 전해지는 전율을 '오페라'에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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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구성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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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 장별 다섯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작품은 줄거리, 각 곡의 가사, 인문학적 해석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QR코드를 삽입하여 대표곡을 듣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스토리는 흥미를 끌만한 다양한 소재를 넘나드는데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엄격한 검열을 거치지 않아서인지 파격적인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근친상간, 스트립쇼, 살인, 참수당한 머리까지 오싹하고 비위 상하는 요소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오페라는 무삭제 공연도 가능하다고 하니 어쩌면 리얼리티의 최고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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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오 Fidelio
사랑하는 이를 구출하기 위한 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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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오페라 <피델리오>는 1805년도 작품으로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로 알려져 있다. 총 2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을 위해 베토벤은 약 8년을 노력했고, 초연 이후에도 수정을 거듭하여 여러 번 새로 발표했다.

 

베토벤이 "<피델리오>를 쓰다 질려 오페라를 그만 두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공들여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적 천재성에 따라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을 받고 있다.

 

1805년의 초연은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1814년 공연된 개정본은 초연과 달리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고, 베토벤의 위대함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게 되었다.

 


▶스토리
1700년대, 스페인 세비야 인근의 한 교도소. 교도소 지하의 깊숙한 골방에는 혁명 주도자 '플로레스탄'이 감금되어 있다. 그를 골방에 집어넣은 왕당파 교도소장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그를 납치했다.

 

피차로는 완전범죄를 위해 플로레스탄이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리지만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는 이 소문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남장을 하고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교도소에 보조 간수로 취직한다.

 

'로코'라는 간수의 딸, '마르첼리네'는 피델리오에게 사랑에 빠지기까지 하는데, 피델리오는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애만 태우는 딸의 모습을 본 로코는 피델리오에게 권력보다는 돈이 최고라면서 피델리오를 설득하지만, 피델리오(즉, 레오노레)는 남편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미적지근하게 반응만 보인다.

 

피델리오는 로코를 통해 지하 감옥의 독방에 남편이 수용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놀라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한다. 그때, 악질 교도소장 피차로에게 긴급 편지가 도착하게 되는데, 총리대신이 교도소로 시찰을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로코를 불러 속히 플로레스탄을 처형하라고 지시하지만, 로코는 피차로의 지시를 거부한다. 자신이 잔인한 살인자라고 기록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피차로는 지하감옥에 구덩이 하나를 파놓으라고 명령한다.

 

한편,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남편의 처형 소식을 알게 된 피델리오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리는데, 바로 산책이다. 어두운 방에서만 지낸 죄수들에게 하루만이라도 햇볕을 쬘 수 있게 해주자며 로코를 설득하게 되는데, 결국 허락을 받게 된다. 하지만 플로레스탄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피차로는 죄수들을 감방에 돌려보내라고 화를 내고 이내 죄수들은 감방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 있는 상처투성이 플로레스탄은 레오노레가 언젠가 자신을 구해 줄 것임을 확신하는데, 빛났던 과거를 회상하는 노래를 부른 후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는다.

 

때마침 로코가 피델리오와 함께 피차로가 지시한 구덩이를 파기 위해 지하로 내려오게 되고 이때 깨어난 플로레스탄이 아내에게 유언을 전하고 싶다고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다만, 죄수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포도주와 빵을 주게 해달라는 피델리오의 요청은 받아들여졌는데, 아내를 알아보지 못한 플로레스탄은 피델리오에게 감사와 축복을 표한다.

 

시간이 흐르고 형 집행 시간이 가까워져 호출 소리와 함께 지하 감옥에 내려온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을 죽이기 위해 직접 칼을 빼 들고 처형하려고 하는데, 이때 피델리오가 모자를 벗고 머리를 풀면서 자신이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라고 소리친다. 그리곤 "죽이려면 그의 아내부터 먼저 죽이시오!"라고 외치며 남편의 앞을 가로막는다.

 

피차로는 둘을 모두 죽이겠다며 칼을 휘두르지만, 레오노레가 숨겨놓았던 권총을 뽑아 겨누자 놀라 칼을 떨어뜨리게 되고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기적처럼 총리대신이 등장한다.

 

총리대신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게 된다. 악행을 일삼던 피차로는 감옥에 잡혀 들어가고, 총리대신이 플로레스탄의 옛 친구였다는 반가운 사실도 밝혀진다. 마침내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은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듀엣을 부른다.

 

내용을 살펴보면 끝까지 자신을 구하러 올거라고 믿는 남편 플로레스탄과 그런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남장까지 하며 찾아간 아내, 피델리오(즉, 레오노레)에게서 굳은 믿음과 사랑이 엿보인다. 이는 그들이 노래한 가사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그 믿음이 굳건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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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
사랑할 사람을 착각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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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작품이다.

 

떠들썩한 익살극으로, 로시니의 유명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피가로의 결혼>의 전편으로, 두 극에서는 서로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작곡가 모차르트는 뚜렷한 계몽주의 성향의 작가 다 폰테와 함께 이 작품을 만들어냈는데, 그래서인지 기존의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정치성을 담고 있다.

 

연극으로 파리에서 초연될 당시 루이 16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작품의 상연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으나, 극작가 보마르셰의 이 문학적 저항은 몇 년 후 결국 프랑스 대혁명으로 실현된다.

 

<피가로의 결혼>은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신분사회의 뿌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시민계급의 분노를 집약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로맨스와 정치의 긴장감을 동시에 느끼며 작품을 지지할 수 있게 된다.

 

그 속에서, 지배계층인 백작에게 사랑을 빼앗겨도 저항할 수 없는 피가로의 분노에 공감하고 재치를 발휘하여 사랑을 되찾으려는 피가로의 분투를 관객들은 지지할 수 있다.

 

▶스토리

스페인 세비야 인근, '알마비바' 백작의 저택. '피가로'와 백작 부인의 하녀 '수산나'의 결혼을 앞둔 지금, 피가로는 신혼방에 새로 들여놓을 침대의 치수를 재고 있다. 그런데 수산나는 신혼 방이 백작의 침실과 가까운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알마비바 백작은 아름다운 '로시나'와 결혼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듯 했으나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호색한이었던 그는 결혼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껴, 결국 수산나를 노리게 된다.

 

낌새를 알아챈 피가로는 복수를 계획한다. 그런데 피가로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데, 저택에서 오랫동안 일한, 중년을 넘어서 할머니가 되어가는 가정부 '마르첼리나'가 피가로와의 결혼을 원한것이다. 이 모든 일은 피가로가 마르첼리나에게 돈을 빌리면서 시작된다.

 

마르첼리나는 비열한 변호사 '바르톨로'와 모의하여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마르첼리나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서약을 받아내는데, 바르톨로는 로시나에게 눈독 들였다가 피가로의 훼방으로 망신을 당했던 인물이었다.

 

결국 돈을 갚지 못한 피가로에게 마르첼리나는 서약한 대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결혼을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백작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닐 동안 홀로 남겨진 백작 부인 로시나는 남편의 무관심을 한탄하게 되는데, 이런 백작부인에게 피가로가 묘안을 제시하게 된다. 백작 부인이 다른 남자와 사귀는 것처럼 꾸며 백작의 질투심을 자극하면 다시 부인에게 관심을 돌릴 테고 수산나에게 더는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백작부인이 피가로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마르첼리나는 변호사 바르톨로와 함께 백작을 찾아오고 그녀는 피가로가 돈을 갚지 않으니 약속을 이행할 것을 판결해달라고 요청한다.

 

백작은 우선 피가로의 기를 꺾기 위해 원고 마르첼리나에게 승소를 판결하고 이에 억울함과 속상함을 느낀 피가로는 그녀와 바르톨로를 때려눕힐 기세로 팔을 걷어붙인다.

 

그때, 마르첼리나는 피가로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그녀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아들임을 확신한다. 그렇게 마르첼리나와 피가로의 결혼은 무효가 된다.

 

한편 백작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백작 부인은 신혼 시절을 그리워하며 수산나와 계략을 도모하는데, 백작에게 보낼 편지를 미리 써두고 이를 수산나와 피가로의 결혼식이 무르익을 무렵 수산나가 백작에게 슬쩍 건네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피가로는 수산나를 오해하게 되고 백작과 수산나의 밀회 현장을 잡기 위해 그들이 만나기로 한 정원에 몰래 숨어 기다린다. 눈치가 빠른 수산나는 피가로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데이트를 하려는 듯 작전대로 백작 부인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반면, 백작 부인은 수산나로 변장하여 약속 장소로 나가는데, 캄캄한 밤중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백작은 백작 부인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피가로는 수산나를 유혹하기 위한 백작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르던 중 어두운 곳에서 둘을 지켜보는 백작 부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가 백작부인이 아니라 수산나임을 알고 크게 놀라게 된다. 그런 한편 백작 역시 수산나의 옷차림을 한 여자가 백작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백작은 이번 사건에 가담한 모든 사람을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하지만, 백작 부인이 전원 사면을 선포하며 극은 행복하게 막을 내린다.

 

>>살펴보면, 호색한 남성들 사이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수산나와 피가로의 사랑 이야기로, 어처구니없는 내용들(할머니가 아들뻘 되는 피가로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장면과 그가 그의 아들이었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지만, 어쨌든 무사히 이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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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 Die Zauberflote 
밤의 여왕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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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아름답고 품위 있고 진지한 주인공 커플의 러브스토리 곁에서 우스꽝스러운 조연 커플이 개그를 펼치는 것이 기본 형식으로, 대중적인 로맨스 양식을 따른 <마술피리>는 초연 당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마법'인데, 풀리지 않는 고대의 수수께끼나 주술, 마법이 크게 유행하던 모차르트의 시대, 뛰어난 흥행 감각을 지닌 대본작가 에마누엘 쉬카네더는 환상적인 요소로 가득 찬 핀란드 동화집 속,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를 토대로 오페라 대본을 썼다.

 

반면, 작곡가인 모차르트에게는 여유가 없었는데, 당시 모차르트의 예약 연주회가 사라지면서 수입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 일을 하던 모차르트는 <마술피리>와 다른 두 작품의 곡을 함께 썼는데, 이때 건강을 크게 해치면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환상과 비참한 현실이 교차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곡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탄생한다. 해당 아리아의 유명세로, <마술피리>는 오페라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작품으로 자주 선정되는데, 이처럼 어렵지 않게, 익숙하게 감상하기 좋은 작품이다.

 

▶스토리

'타미노'왕자가 길을 걸어가다 커다란 뱀을 맞닥뜨린다. 놀란 타미노 왕자는 기절하고 뱀이 왕자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세 명의 여인이 나타나 타미노 왕자를 구해준다.

 

뱀 괴물을 제압한 세 여인은 밤의 여왕의 시녀들로 모두 그에게 반해버리게 되면서 서로 자기가 그를 지키겠다고 떠들지만, 결국 그의 곁을 지킬 사람을 정하지 못한 채 여왕에게 이 일을 알리러 간다며 함께 퇴장한다.

 

그때 근처에서 팬플루트(관악기)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를 들은 타미노는 나무 뒤에 숨는다. 괴상한 차림의 남자가 팬플루트를 불며 등장하는데 바로 '파파게노'다.

 

타미노는 밖으로 나와 정체를 묻고, 그는 자신이 새잡이라며 자신과 밤의 여왕에 대해 소개한다. 타미노는 뱀을 죽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당신이냐 묻는데, 파파게노는 자신이 뱀의 목을 부러뜨려 죽였다며 허풍을 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 시녀가 파파게노의 거짓말을 듣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며 윽박지른다. 세 시녀는 파파게노의 거짓말을 죄목으로 그의 입에 자물쇠를 걸어버리고, 이후 뱀을 물리친 것은 자신들이라며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보여준 뒤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 타미노는 초상화 속 여인에게 반해버린다.

 

시녀들은 밤의 여왕님께서 당신이 그녀를 구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며 그 초상화의 여인은 '파미나' 공주로, 그녀는 지금 악마 '자라스트로'에게 잡혀 있다고 전한다. 이에 타미노는 바로 그녀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추후 파파게노가 반성하고 있음을 알게 된 시녀들은 그의 입에서 자물쇠를 풀어주고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다. 그리고는 타미노에게는 피리, 파파게노에게는 은빛 종을 선사한다. 타미노는 파파게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오시리스 신전을 향해 떠난다.

 

장면이 이집트 풍의 실내로 옮겨지면서, 자라스트로의 흑인 부하 '모노스타토스'가 보이고 한 여인이 노예들에게 잡혀 끌려온다. 그녀가 바로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다. 모노스타토스의 목표는 파미나의 몸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타미노와 동행하다 촐싹거리는 바람에 길을 잃은 파파게노는 혼자 모노스타토스의 방으로 오게 되고 마침내 그와 마주치게 된다. 모노스타토스는 괴물이라며 소리치며 도망가 버리고 파파게노는 소파 위에 쓰러진 파미나를 발견하게 된다.

 

파파게노는 자신을 먼저 소개한 뒤 초상화를 보여주며 타미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하러 왔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타미노는 대변인에게 붙잡혀 있었는데, 악마 자라스트로를 물리치고 '사랑과 미덕을 지닌 것'을 찾는다는 그의 말에 대변인은 타미노를 칭찬하며 자라스트로는 악마가 아니라는 것과 파미나도 무사히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때, 어디선가 파파게노의 팬플루트 소리가 들려오자 타미노는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하고 그가 사라지자마자 파파게노와 파미나가 타미노가 있던 장소에 나타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엇갈리고 만다.

 

위기에 처한 파파게노는 세 시녀에게 받은 은빛 종을 꺼내서 연주하고 이에 모노스타토스와 그의 졸개들은 그음과 박자에 맞춰 춤을 추다가 돌연 사라져버린다.

 

그때 갑자기 웅장한 행진곡 연주와 자라스트로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파미나는 절망하며 죄를 고백하기 위해 자라스트로를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파미나는 자신이 도망치려고 한 죄와 그 두 가지 이유를 고백하고 이에 자라스트로는 파미나를 용서하지만, 어머니인 밤의 여왕에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

 

이때 파파게노의 팬플루트 소리 때문에 모노스타토스에게 붙잡힌 타미노가 끌려 나오고 파미나와 타미노는 보자마자 포옹한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모노스타토스는 분개하면서 자라스트로에게 타미노를 벌해 줄 것을 부탁하지만 자라스트로는 그들에게 정당한 판결을 내린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시련을 견뎌야 했던 타미노와 파파게노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드디어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하게 된다. 더불어 파파게나를 눈앞에서 놓친 파파게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 하지만 이 역시 천사들의 도움으로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며 퇴장하게 된다.

 

>>뱀에 물려 죽을뻔한 '타미노' 왕자가 세 명의 여인에게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장면이 시작되는데, 그들이 전해준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한 그가 밤의 여왕의 딸인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는 수많은 시련이 도사리고 있는데, 마침내 이것을 모두 통과한 이들은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는 첫 포문을 연 장소를 우연찮게 지나던 파파게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데, 촐싹거리는 그의 행동과 그 행동 덕에 타미노 왕자보다 먼저 파미나 공주를 만나는 것은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간단한 줄거리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풍부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오페라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인문학적 해석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작곡가와 대본작가의 이야기는 오페라를 한층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 작품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 작품을 쓴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에도 큰 관심이 갔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따로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방구석에서 문학과 영상을 통해 수준 높은 작품들을 새로이 알게 되어 남다른 희열과 감격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작품 하나하나를 다시금 살펴보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오페라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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