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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의 세계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하유진 옮김 / 지호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탁자 위의 세계>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요즘 나날이 표지와 종이질 만을 챙기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재생지를 쓰고 표지도 현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 수록 재생지의 누리끼리한 종이가 주는 느낌이 말할 수 없이 푸근합니다. 책에 들어있는 세상은 종이와 유리와 커피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재들이 하나의 까페에 앉아있는 '나'라는 화자와의 관계속에서 하나로 엮이는 것도 놀랍지만 그 각각의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신선합니다.
유리를 만드는 사람, 벌목일을 하는 사람, 커피콩을 재배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듣게 되면, 까페의 작은 탁자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유리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커다란 세계와 수평적으로 엮여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소재들의 역사를 듣게 되면 과거와 현재가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렇게 <탁자 위의 세계>라는 책의 제목은 완성이 됩니다. 한낱 과장이나 억지가 아닌 커다랗고 오래된 세계가 탁자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내용이 주는 풍성함이 요란하지 않아 즐겁고, 표현하는 방식이 작위적이지 않아 푸근하고, 이야기를 엮어내는 글솜씨가 자극적이지 않아 유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