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세계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하유진 옮김 / 지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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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의 세계>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요즘 나날이 표지와 종이질 만을 챙기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재생지를 쓰고 표지도 현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 수록 재생지의 누리끼리한 종이가 주는 느낌이 말할 수 없이 푸근합니다. 책에 들어있는 세상은 종이와 유리와 커피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재들이 하나의 까페에 앉아있는 '나'라는 화자와의 관계속에서 하나로 엮이는 것도 놀랍지만 그 각각의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신선합니다.

유리를 만드는 사람, 벌목일을 하는 사람, 커피콩을 재배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듣게 되면, 까페의 작은 탁자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유리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커다란 세계와 수평적으로 엮여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소재들의 역사를 듣게 되면 과거와 현재가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렇게 <탁자 위의 세계>라는 책의 제목은 완성이 됩니다. 한낱 과장이나 억지가 아닌 커다랗고 오래된 세계가 탁자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내용이 주는 풍성함이 요란하지 않아 즐겁고, 표현하는 방식이 작위적이지 않아 푸근하고, 이야기를 엮어내는 글솜씨가 자극적이지 않아 유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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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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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이 책 제목이 꽤나 잘 어울리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울과 몽상'이라.. 사실, 이 책은 약간의 지적 허영심을 메꿔보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포'라는 인물이 가지는 현대 추리소설의 대부격인 위치를 재확인하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의 소설은 전체적으로 '우울'함이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광기'와 '집념','초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저자와의 코드 맞추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포'의 감정상태와 그가 소개하는 것들로 호기심이 생겨나고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가 펼쳐내는 다양하고 예측못할 세계로 쉽게 빠져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삐걱거리게 되면 그의 글은 도대체 알 수 없는 지루하고 기괴한 암호처럼 변하게 되죠. 책 전부 코드를 맞춘다고 하는 것은 솔직히 힘듭니다. 4개의 챕터중 더 쉽게 읽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특히 '풍자'와 '공포'쪽의 글들에 푹 빠졌습니다. 의외로 '추리'는 밋밋하더군요.

그의 글이 갖는 우울한 성격은 바로 저자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삶은 그가 그려낸 소설만큼이나 상상을 뛰어넘는 궤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뒷부분에 있는 포의 인생역정을 한번 읽어보세요. 그가 쓴 어떤 소설보다 믿기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책두께가 만만치 않아서 들고 읽을때 팔에 무리가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의 글속에 흐르는 '우울'때문에 유쾌한 표정을 짖지 못하게 되죠. 그래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은 단지 책값이 아깝기 때문은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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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의 유혹 - 철학이 세상 이야기 속으로, 세상 이야기가 철학 속으로
신정근 지음 / 이학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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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은 늘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적어도 서양철학에 비해서 덜 이질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야기들을 해주기 때문이지요. 물론, 대부분 한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유혹'이라 불리울만 합니다. 저자가 쉽게 쓰기 위해서,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모티콘을 포함한 온갖 장치들을 '감히' 철학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몇몇은 아주 적절했고, 몇몇은 썰렁했지만 말입니다.

동양철학이 가진 두얼굴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습득한 이야기와 생각들에 대한 풀이를 하는 것으로 친밀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담아내고 있는 틀이 '한자'라는 점에서는 퍽이나 다가가기 힘든 것들입니다.

저자의 시도는 이 두가지를 모두 잡아내려고 했고 어느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책표지도 괜찮았고 두께에 비해서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빨랐으며, 보통의 무게잡는 철학관련 책들에 비해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아무리 '유혹'을 해도 역시 '철학'은 만만한게 아닌거 같기는 합니다. 아무리 쉽고 야들야들하게 풀어내려고 했어도 다 소화시키기에는 버거운것이 사실입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맘에 드는 부분만 받아들이더라도 즐거운 '유혹'을 갖게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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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시대의 빛과 그늘 박한제 교수의 중국역사기행 1
박한제 지음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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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를 읆게 되면 아주 가볍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남북조'시대입니다. 5호 16국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대부분의 동양인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진나라와 고구려를 침략했던 '수','당'시대를 이어주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시대를 3권의 책에 나누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오랑캐'라고 하여 멸시했던 유목민족들에 대한 반감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말한 야만족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되는데 말입니다.

이 시기는 유목민족들이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하여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독자적인 국가를 세우는 시기입니다. 덕분에 중국에서는 별로 대접을 받을리 없겠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시험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는 않았습니다.-_-

이 책의 저자는 발로뛴 자료와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이 시대를 조명해 주고 있습니다. 유목민과 한족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중국이 만들어진 아주 역동적인 시기라는 것이 주장의 골자입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주제를 각각의 시대적 소재(도시, 지역, 유적, 뮬란의 이야기까지)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접 직은 사진들은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 줍니다. 저자의 얼굴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로 많이 들어있는 점은 흠이라고 할만 하겠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우리나라와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구성한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은 탁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국지라는 소설이후와 정관정요로 대표되는 시대의 의도적인 빈틈을 메꿔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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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지음, 이동진 옮김 / 그린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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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 대한 시각은 아직까지도 서구에 의해 길들여진 모습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예루살렘이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모습속에서 '이슬람'이라는 하나의 축은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가장 쉽게는 '이스라엘'민족의 땅이라는 시각에서, 성경속의 주 무대가 되었던 땅. 그리고 유럽인들이 이상하리만치 목숨을 걸고 십자군까지 일으켰던 목적이 되었던 땅. 이것에 엮여있는 사실은 3대 종교가 서로 주장할 만한 충분한 근거와 사실들을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믿는 유대교에서는 당연히 그들에게 주어진 땅이자,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이 신성시 하는 땅이 됩니다. 그 다음은 기독교인들의 성지가 되는 시대로 넘어갑니다. 로마의 지배하에서 뿔뿔이 흩어진 유태인들 대신,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도들이 숭배할 만한 땅이 되죠. 로마가 멸망한 후에 이슬람이 점령합니다. 그리고는 중간에 십자군이라는 황당한 전쟁을 경험하게 되죠.

이 모든것들을 균형적으로 배분하여 설명함으로써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갖는 특징을 알려줍니다. 상식적으로 그 땅의 역사를 보면 누구 한명이 주장할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이죠. 마치 솥발같은 형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라는 3개의다리가 균형을 잡고 서있어야만 하는 땅이 현재의 예루살렘입니다. 그 다리 중 하나를 꺾어버리거나 하나로만 서있으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있습니다. 책의 분량도 다분히 의도적이겠지만 3개의 종교에게 거의 같은 양을 배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자신에게 익숙한 하나의 기준으로 들여다볼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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