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쇠러 파주 북시티와 헤이리를 다녀왔다.

북시티에서는 나비박물관, 아시아출판센터를 거쳐 출판사 살림의 엘리스 하우스에서 책도 사고, 엘리스 기차도 탔다.

엘리스 하우스의 담장 대신 놓인 철길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엘리스 기차는 탁월한 미케팅이었다.

승차권을 얻기 위해 3만원 이상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커피와 책에 관한 소책자, 그리고 오는 수요일 생일을 맞는 사진 좋아하는 매니저 선물로 우리 아파트에 산다는 지섭의 사진집을 샀다.

 

갑자기 아내가 결혼 5주년 즈음에 갔었던 헤이리를 가잔다.

그때 한길사에서 운영을 시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Foresta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던 추억을 더듬어 보고 싶어했다.

레스토랑은 북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2, 3, 4층을 쭉 둘러 봤다.

120권을 돌파한 한길그레이트북스, 함석헌저작집 30,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시리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들로 책들은 넓은 공간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호모 에티쿠스.

누런 표지색 그대로였다.

판은 여전히 1판이었고, 쇄는 거듭하여 23쇄였다.

10년 전에 읽은 책으로 당시 감명 깊었고, 집에 책 둘 곳이 없어 여러 차례 솎아 낼 때마다 다시 읽어 보아야 할 책으로 버려지지 않은 책이다.

김상봉교수.

어떤 인간은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을 위해 죽기조차 한다.

칸트

더 이상 기억 나는 게 없었다.

황당하고, 당황스럽다.

이럴 거면 도대체 책은 왜 읽는 건지

 

집에 오자마자 찾아 폈다.

1999, 1판 제3.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공부할 때다.

여백 메모에 어머니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니 당시 아버지와 나 사이에서 어머니가 많이 힘드실 때였나 보다.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

글로 쓴 것, 요약되어 누가 툭 치면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것은 다 삭제된다.

그래서 이렇게 적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실 창 탁자에 앉아 <삶을 바꾼 만남>을 읽고 있다.

본문 여섯 쪽째 읽고 있는데, 눈물이 터져 식탁 티슈박스로 달려 갔다.

황상,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었네.

 

나보다 180년 전에 나서 전남 강진에 살았던 한 사람이

지금 나를 울리고 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요즘 12:30까지 읽고, 생각하고, 쓰다가

점심 먹고, 설거지 하고,

13:30까지 일하러 간다.

 

오늘은 점심을 굶을 작정이다.

대신,

좀 더 울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박웅현·최재천에서 홍정욱·차인표까지 나다운 삶을 선택한 열두 남자의 유쾌한 인생 밀담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 갖고 싶은 것이다.

언제쯤 나도 가질 수 있을까?

막연히 마흔엔 주어지려나 했다.

어림도 없었다.

쉰엔 가질 수 있으려나?

 

집에 명목상 아빠 방이 있다.

현관 입구라 어린 아이들 방으로 쓰긴 뭐 해서 아내가 배당해준 방이다.

아이들이 아빠 방이라 부르고, 나는 얼마간 아빠 서재라고 했다.

내 책이 꽂힌 책장 하나뿐이다.

책상은 없다.

처제가 시집가기 전 쓰던 침대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끔 올라오시는 어머니께서 몸을 뉘시기도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그냥 방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평소 쓰지 않는 방을 서재로 잘못 개념화할까 싶어서다.

 

전략을 바꿨다.

방이 없으니 집 전부를 서재화 하는 것이다.

방 셋, 거실 하나를 전부 서재화 하기로 했다.

물론, 그냥 나만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했다.

안방에도, 아이들 방에도, 그 방에도, 거실에도 내 책들이 떡하고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내 가게에도 책을 갖다 놨다.

물론, 인테리어 소품기능이 크지만.

 

,

나는 이렇게라도 서재가 갖고 싶다.

노새를 준마로 여기고 타고서 동네를 휘휘 돌아다니는 꼬락서니다.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서재는 지적 호기심과 지적 허영이 교차하는 곳 맞다.

남자는 서재에서 책으로 성 쌓기 놀이를 한다.

세상 그 어떤 공격에도 견딜 성 안에서 세상 그 무엇도 쓰러뜨릴 수 있는 무기와 무술과 전략을 준비한다.

 

몇 유명 영주들께서 자신들의 성을 공개하겠단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웅현 영주,

제가 코디네이팅하는 독서클럽 여러 곳에서 두 책 홍보 많이 했어요!

<남자의 물건>에 등장하셨던 조영남 영주,

그런 주제로 책까지 쓰신 줄은 몰랐어요. 읽으면서 더 사랑, 아니 존경하게 됐어요.

<7 7>홍정욱 의원, 아니, 회장, 아니, 영주,

요즘 고전 읽고 알리기에 시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최재천 스타일>최재천 영주,

제가 교수님 딱 제 스타일이랬죠!

그리고, 차인표 영주,

이제 본인을 배우, 작가로 소개하시는군요.

부러울 따름입니다.

서재도 있고, 작가도 돼고

 

참고로, 저자는 딴짓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 보다 나다움을 먼저 고민하고 자기 행복을 실현할 구체적인 몸짓으로 정의합니다.

얼레껄레리 아니구요.

 

지금 당장 사서 읽고 진짜 리뷰 수 일 내에 또 올릴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의식, 심리, 감성 본능, 불합리

뭐 이런 것들의 전성시대다.

감성마케팅은 들어 봤어도 이성마케팅은 못 들어봤다.

감성마케팅은 왠지 고급스러운데, 이성마케팅은 싸구려 티가 절절 흐른다.

 

어설프게 배운 서양세계사 지식으로 보면 근대 이후는 현대까지는 이성의 시대였다.

그 전엔 종교의 시대였다.

그 전전엔 신화의 시대였고.

 

신화의 시대와 종교의 시대 사이에 이성의 시대가 있었다.

그리이스와 로마가 주도했던 철학의 시대다.

신화와 자연숭배에 대한 반동이었다.

1차 르네상스였다.

 

그러다, 종교에 주도권을 넘겨 준다.

1,000년의 중세 끝자락에 다시 이성의 반동이 시작된다.

2차 르네상스다.

모던함은 똑똑한 세련됨을 의미한다.

포스트모던에 접어들면서 똑똑함 앞에 자가 붙었다.

헛똑똑이.

 

지금 다시 이성이 설 자리를 잃었다.

정치를 보라.

이성이 먹히든가?

민심은 본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대통령 후보는 기타를 치고, 길에서 춤을 춘다. 아니, 추어야 한다.

곧 말춤을 출 것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철학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도 행동경제학이다.

더 이상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다.

충동적으로 소비하지 합리적으로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일찌감치 무의식과 잠재의식으로 이성을 거세해 버렸다.

 

생물학적으로 우리 존재는 이미 DNA 속에 갇혀버렸다.

 

하지만,

이것들로는 매일 신문의 3분의 1을 도배하는 성범죄나 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감히 곧 닥칠 3차 르네상스를 예언한다.

이성의 시대, 그 이성의 실천으로서의 의지의 시대가 권토중래할 것이다.

 

인간은 왜 인간인가?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가?

인간의 대표적 특징은 무엇인가?

 

중세와 현대후기에 신과 인간 자신으로부터 공격 받았던 이성이 업그레이드 되어 귀환할 것이다.

고대 1차 르네상스시대의 무모함을 넘어,

근대 2차 르네상스시대의 교만함을 넘어

 

이름하야,

르네상스 3.0

 

내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고, 내 아들들에게 철학 공부를 권할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eBook] 이런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함영훈 외 / 미래의창 / 2012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마르크스는 동양인은 스스로 자신을 대변할 수 없고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변되어야 한다며 우리를 모욕했다지만, 그 누군가 우리를, 나를 제대로 대변해 줄 때 만큼 반갑고 고마운 일도 또 없을 것이다.

 

요즘 내 독서 궤적은 자기발견 독서라 할 수 있다.

하면 된다에서 되면 한다로 생각이 바뀐지는 꽤 됐다.

무슨 일이라도 해 낼 수 있다고 덤빌 때는 지났다.

나만, 내가 특히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픈 생각 뿐이다.

나의 특징을 알지 못하고선 나의 삶을 살 수 없다.

 

<이런 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읽게 된 계기는 지난 달 읽은 <욕망해도 괜찮아>의 미주에서 비롯됐다.

5. 중산층의 은밀한 욕망에서는 헤럴드경제의 F세대 기획연재를 인용했다.

헤럴드경제 거기 다니는 기자 한 분이 Night에 오시는데

 

선배들처럼 데모도, 후배들처럼 공부도 하지 않은 나

그래서 존재감 없이 잊혀진 나

그리고, 나 같았던 친구들

 

잊혀진(Forgotten) 세대에 대해 헤럴드경제 기자들이 쓴 이야기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상기 신문에 기획 연재된 기사를 책으로 역은 것 같다.

 

재작년인가, 어떤 모임에 초대된 마법천자문의 기획자는 자신은 절대 90학번 전후해서는 안 뽑는다고 했다.

80초학번은 추진력이 있고, 90중말학번은 신선한 아이디어라도 있는데 그 가운데 낀 학번은 이도저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다.

속으로 픽 웃어줬다.

, 당신이 무시하는 그들이 일 낼거라고

민규, 김영하, 김탁환, 김연수 등 모두 그 학번이다.

지금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방송, IT, 연예의 핵심 인물들이 몇 학번인지 한번 살펴보라.

 

그래도 66년생 ~ 74년생은 잊혀진 세대였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사회에서는 잊혀진 세대였다.

사회에서 잊혀졌기에 스스로도 순간순간 무기력을 경험하는 세대였다.

헌대, F세대를 Forgotten 세대가 아니라고, 오히려 작년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보여 준 것처럼 정치적으로 분노(Fire)하고, 세대와 좌우, 동서양의 가교(Fusion) 역할을 하고, 소셜 네트워크(Facebook)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 숫자 면에서도 가공할 만한(Formidable)한 세대로 조명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