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면 강연을 한다. 무려 서울하고도 마포. 딸아이가 다니는 대학이 있는 동네라는 사실만으로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딸아이와 함께 걷던 경의선숲길도 있는 곳. 나도 모르게 다작하는 작가가 되어 있는데 실속은 없다. 오죽하면 원고를 쓴다고 서재에서 끙끙거리면 아내가 ‘별 소득도 없는데’ 뭐 하러 책을 내냐고 타박하겠는가. 아내 말대로 별 소득은 없는데 하는 일은 많다. 한겨레와 교육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이따금 강연도 하며 또 계약에 치인 원고를 쓴다.
책을 내서 성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라는 허황한 꿈을 버린 지 오래다. 다만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원고 청탁이 오면 글을 쓰고 출간 계약이 들어오면 계약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것은 내가 정작 읽고 싶은 책보다는 글을 쓰기 위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들춰봐야 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보다는 책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책을 틈날 때마다 사들인다. 요새 특히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인문학 관련 절판 본이다. 재출간이 되지 않는 이상 극소수만의 지식이니 강연이나 원고를 쓸 때 요긴하다. 다만 책값이 비싼 것이 흠이다. 어제는 오래전 절판된 제임스 조이스 평전을 무려 7만 원에 구매했다. 이번 강연이 금서에 관한 내용인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금서가 된 사연과 우여곡절을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