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병원에 실습 나간 제자들을 찾았다. 원래는 짬뽕을 사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치킨으로 대신했다. 인턴으로 일하는 딸아이가 가끔 측은하게 생각된다. 월급을 250만 원이나 받는 딸아이는 그러고 보니 벌써 23살이고 성년이 한참 지났다.
그런데 매일 생사를 오가는 병원에서 무급으로 고생하는 내 제자는 겨우 18살이다. 덩치가 산만 한 남학생 녀석이 실습을 나가면서 안아달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러거나 어쨌거나 비 오는 날 치킨은 언제나 행복하다. 제자들은 그저 먹는 즐거움이 행복하겠지만 정년이 8년밖에 남지 않은 나로서는 이 순간 또한 내 인생에서 가장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될 것임을 안다.
치킨을 먹고 나서 계산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치킨 4마리와 콜라 1.8ℓ를 두 병 먹었는데 6만 원이 좀 넘게 나왔다. 알다시피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에 가면 웬만한 메뉴가 2만 원이 넘는다. 치킨집에 약간 늦게 도착한 내가 아이들에게 먼저 메뉴를 시켜 놓으라고 했더니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가장 저렴한 것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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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치킨을 먹자는 아이들이 콜라를 시키지 않았다. 내가 콜라를 시키지 않았다면 그 아이들은 아무런 음료 없이 각각 다른 치킨 4마리를 먹을 처지였다. 한 참 자라는 아이들이 치킨을 먹을 때 콜라만큼 땡 기는 게 또 있을까. 선생을 배려하느라 그 유혹을 참아낸 것이다. 생각할수록 울컥해진다. 내 아이들이 자라서 큰 성공을 거둘지는 장담 못 하겠다. 그러나 그들은 무척 좋은 사람이고 자라서도 좋은 사람이 될 것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