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대학 기숙사에서 사는 딸아이가 이번 학기에 최악의 배정을 받았다고 한다. 우선 방이 원래는 장애인을 위한 구조라서 일반 학생들이 사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으며 룸메이트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룸메이트가 누구냐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되는데 이번엔 아주 최악이란다.
룸메이트는 미얀마에서 유학 온 학생인데 입사 첫날부터 딸아이가 정성껏 청소한 방에 여행용 가방 바퀴를 닦지도 않고 끌고 온 순간부터 선을 넘기 시작했다고.
딸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이 룸메이트가 종일 방안에서 끊임없이 전화 통화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제나 공부를 하면서도 전화 통화를 한다고. 살을 에는 듯한 한겨울에도 전화 통화를 할 때는 반드시 복도로 나가는 딸아이의 기준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고 힘든 일이기도 할 것이다. 딸아이는 룸메이트 때문에 방안에서도 이어폰을 끼고 생활한다고 한다. 이 상황 때문에 딸아이는 몹시 힘들어하는데 부모라고 다르겠는가.
당연히 우리는 딸아이의 불운에 안타까워했다. 아내는 혼자서 분노를 삭이다가 “도대체 도윤이가 기숙사에서 몇 년째 살고 있냐는 말이야”라고 말했다. 아내의 포효를 들은 나는 불똥이 나에게 떨어진 것은 아닌지 파르르 떨었다. 사실 아내와 딸은 가끔 기숙사에서 나가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절대 불가를 외쳤기 때문에 이 사단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다음 절차로 이어질 “당신 때문에 ~”라는 원망이 눈에 그려졌다. 그러나 아내의 다음 말은 이랬다. “대체 그 대학은 기숙사 단골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