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임하는 반 아이가 총 다섯 명이다. 시골 중학교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함께 산책하기 딱 좋은 인원이다. 그래서 자율활동 시간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골목 구경을 자주 한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는데 시바견이랑 고양이 다섯 마리가 사는 집이다. 시바견은 실물로 처음 보았는데 역시 귀엽고 앙증맞다.

그런데 오늘 시바견을 어루만지다가 깜짝 놀랐다. 목줄을 너무 가는 것을 해놔서 목줄이 닿는 부분에 털이 다 빠졌고 심지어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분명히 목줄이 당기면 아플 텐데 시바견은 사람만 가면 안기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닿지 않는 사람을 향해서 뛰어오른다. 우리 반 아이에 따르면 ‘사람 손이 많이 탄 개’라고. 그래서 낯선 사람이 가도 짖지 않고 반겨준다.
그 시바견은 혼자 있을 때는 분명히 가만히 웅크리고 있고 얌전하게 목줄이 당기지 않는 안의 범위에서 걸어 다닐 뿐이다. 그 개가 속살이 드러난 것은 그만큼 사람에게 안기고 싶고 사랑받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기 때문이다. 그 개처럼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 가면서까지 타인을 사랑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도 생각하게 되고.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3-2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3-23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담임반 아이가 5명이라는데 눈이 번쩍합니다. 아 시골학교들의 상황이 지금 그렇군요. 그래도 5명이 아이들과 알콩달콩 살고있을 박균호님을 생각하니 절로 부러워지네요. ^^
사랑은 배려인데 저 시바견은 개만 사람을 사랑하나봐요. 조금만 주인이 관심을 기울이면 목줄 정도는 쉽게 바꿔줄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박균호 2022-03-23 12:00   좋아요 1 | URL
네 요즘 시골 중학교가 대체로 이래요. 인구감소가 정말 뻐저리게 체감이 되는...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순박하고 착해서 뭐든지 같이 하고 싶고 교실가는게 즐겁죠. ^^

얄라알라 2022-03-2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박균호 선생님, 인사드린지 한참 만입니다. 감사의 인사가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늦어졌는데 바다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실는지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박균호 2022-03-23 13:39   좋아요 1 | URL
아...바쁘시면 그러실 수도 있죠. 그리고 제가 미리 말씀을 드린 것도 아니구요 ㅎㅎㅎ 이해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게의치 마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용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