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진집 전문 수집가가 되려고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텍스트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데도 가격도 비싸서 천천히 한 권 한 권 모으는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이유로 꿈은 포기했다. 일반 단행본과는 금액의 단위가 다르니. 최근 여기 알라디너 덕분에 사울 레이터 라는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섬주섬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구판 신판 전권을 소장하고 있는 열화당 사진 문고 신간으로도 사울 레이터가 추가되어서 함께 주문했다.

내가 사진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물성 때문이다. 사진집은 비싼 이유가 다 있다. 장정이 훌륭하고 독특하며 아름답다. 언어의 장벽이 없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 이유로 무슨 박사학위 논문처럼 생긴 우리나라 사진집은 실망스럽다. 사울 레이터 사진집은 장정이나 디자인이 독창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다만 사진은 뭔가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