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사 출근을 며칠 앞둔 딸아이와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회사 밥은 주나?”라고 무심결에 물었는데 내가 한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2002년 늦여름 어머니와의 저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대구한의대 부속병원 앞뜰에서 우리 둘이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을 드시게 하고 기저귀를 갈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번거로운 절차를 끝낸 터라 나는 제법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본 어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 눈물이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더랬다. “이제 내 밥은 누가 해줄지 모르겠다.” 평생 남의 밥만 해주시던 분인데 당신의 몸이 불편해지자 당장 당신의 끼니 때울 걱정을 하게 만든 불효자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