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 같은데 벌써 장모님의 1주기 기일이 다가왔다. 나나 아내나 부모를 모두 여윈 신세다. 얼마 전 만난 처가 식구들 눈치를 보아하니 장모님 제사 모실 집이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사정이 그렇게 되었다. 나는 대뜸 우리 집에서 장모님 제사를 보시자고 말했다. 처형이 나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모양이다. 소심한 처형이 길가에서 나를 꼭 안았으니까 말이다. 장모님 제사를 사위인 우리 집에서 모시는 것이 대체 왜 미안하고 고마운 일인가. 집사람은 얼굴도 보지 못한 우리 집 조상을 위해 20년째 제사를 모시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존경하며 우리 집에서 제사 모시는 게 자랑스럽다. 그리고 늘 한적한 우리 집이 손님들로 북적이는 게 좋다. 다만 아직 살아계시는 듯한 두 분을 현고학생~으로 시작하는 글자로 뵙는게 어색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