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한 운동량을 메꾸느라 주말마다 아내와 산행이나 산책을 한다. 해발 500m가 채 되지 않는 산을 오르는데 급경사가 심해서 나무를 부둥켜안고 생사를 헤매다가 마침내 평지를 만났다. 좀 살만해지니까 장난기가 발동한다.
누가 봐도 잡초인데 아내를 향해서 ‘산삼이다’라고 소리쳤다. 당연히 ‘야이 등신아’라는 호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빨리 안 캐고 뭐 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어이가 없어서 다시 한번 욕을 들으려고 사람이 많이 다녀서 반질반질한 산길 옆에 있는 문제의 산삼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예상과 달리 아내는 산삼 곁으로 오더니 “와, 정말 삼삼하고 비슷해. 산삼인 것 같아”라고 호들갑을 떤다.
웃음을 참고 이 사건을 페이스북에 올려 좋아요 100개를 얻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급한 대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눈치를 챌 줄 알았다. 그런데 아내의 말이 이랬다. “아, 인터넷으로 진짜 산삼인지 확인해 보는 거지?”
나한테 훈계를 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