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 한 권 원고를 마감했다. 올 11월에 나올 원고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 나올 원고를 마쳤다. 이제 내년 하반기에 나올 원고를 시작하면 된다. 한결 여유가 생겼다. 원고를 마쳤다는 것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 일 때가 많다. 무심하게 5만원권을 세는 은행원의 심정이랄까. 책을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는 얼마나 큰 축복인가.
주위 사람들이 종종 대단하다고 말을 해주는데 사람마다 관심사와 취미가 다르고 글쓰기는 내 흥미거리 일 뿐이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데 어쨌든 11권째 계약을 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미스테리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아무리 잡문을 쓰고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내 글쓰기에도 창작의 고통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글을 쓰는 시간은 골프처럼 내가 가진 고민과 짐을 잊게 해준다. 언성을 높이고 다툴 때도 있지만 편집자와 함께 나누는 일을 한다는 것 또한 즐겁다. 편집자는 골프장의 캐디와 비슷한 것 같다. 모름지기 편집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출간이라는 외로운 여행의 유일한 동반자이며 나침반이니까.
글을 쓸 때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문장만 쓰면 반은 쓴 것이나 다름없다. 써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쓰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10년은 무의미하지만 첫 문장을 쓰는 5분은 황금이다.
좋은 글은 끊임 없이 줄여나가는 작업의 소산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쓰고 나면 퇴고를 거듭하면서 필요 없거나 중복이 되는 말을 줄여 나가야 한다. 줄일 수록 좋은 글이 될 확률이 높다. 눈을 시뻘겋게 뜨고 내 글에서 쫓아낼 구절을 색출해야 한다.
글쓰기는 책상에 앉을 때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틈만 나면 머리 속으로 구상을 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글의 전개를 그려 보아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는 주로 머리 속으로 정리된 구상을 옮겨 적는 시간이다.
글쓰기를 논할 자격은 없는 무명 글쟁이의 잡소리다. 한 달 간 압박이 심한 글쓰기에 매진했다가 해금이 되어서 홀가분한 기분에 긁적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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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5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능력자이십니다.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박균호 2020-09-25 14: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09-26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앞으로 남은 기간에 책을 한 권 더 출간하시는 거군요.
그리고 내년 원고까지 쓰셨다니, 놀랍습니다.
진짜 능력자이십니다. 하반기 출간될 책도 기대 많이 하겠습니다.
좋은 좋은 주말 보내세요^^

박균호 2020-09-26 16:09   좋아요 1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2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쌤. 가족과 함께 즐겁게...
그리고 달콤한 휴식이 있는 추석 연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박균호 2020-09-29 15:59   좋아요 0 | URL
아 은경님도 즐거운 연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