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아셰트클래식 3
빅토르 위고 지음, 성귀수 옮김, 장 미셀 파예 그림 / 작가정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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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출근만 하지 않는다면 밤새 읽고 싶은 소설이다. 아주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은 시간을 걱정하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파리의 노트르담>이 대충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사람이 여간해서 있을까? 그런데도 교수형을 선고 받고 지하 감옥에 감금된 집시 처녀를 구하기 위해서 주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오금을 저려가면서 읽었다. 


세상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어린 시절에 축약본 고전을 읽는 일이다. 출판사에서도 그런 책은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요약본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고 평생 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원전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 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4세기에 완공되었는데 <파리의 노트르담>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이 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2019년 화재가 발생해서 13세기부터 있던 목조 지붕과 19세기에 축조된 중앙 청탑이 유실된 비극을 겪었지만 파리 전체를 통틀어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관광 명소다. 


프랑스 혁명전에는 기득권층의 상징과 같은 건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혁명이 발생하자마자 성난 민중들에 의해서 여러 조각이 훼손되는 시련을 겪었다. 위고가 <파리의 노트르담>을 집필 할 당시 노트르담 성당은 과거의 명예를 뒤로 하고 낡고 훼손되어 방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철거하자는 여론도 등장했다.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서 노트르담 성당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 유산인지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강조하였다.  위고의 눈물겨운 노력 덕택에 여론은 반전되었다. 10년 뒤에 성당 복원 공사가 시작되었고 1864년에 마무리되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재건하기 위해서 <파리의 노트르담>을 집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오늘 날 우리가 감상하는 노트르담 성당이 모습은 그 상당수가 빅토르 위고 덕분이다. 소설 제목 자체가 성당이름인데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사랑이야기에 웬 건물 이야기를 왜 주저리 주저리 적어놨어?라고 불평하지 마시라. 빅토르 위고에게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영화는 원작 소설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매체가 아니라는 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 명확해진다. 빅토르 위고가 심혈을 다해서 쓴 파리의 건축물 이야기는 영화로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닌데 정작 위고가 생각한 소설의 정수는 건축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독자를 급격한 긴장감으로 몰아가는 서사 능력을 생각하면 빅토르 위고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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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9-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약본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 동감!그렇죠.영화는 감독의 시선이고 책은 저자의 사유와시선이죠

박균호 2020-09-09 10:21   좋아요 0 | URL
네 그럼요...

막시무스 2020-09-09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뮤지컬로만 봤는데 읽어보고 싶어지네요!ㅎ 레미제라블은 책도 뮤지컬도 정말 위대했는데!

박균호 2020-09-09 11:22   좋아요 0 | URL
네 네 일독을 권합니다

moonnight 2020-09-09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에 하수도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덕분에 지금도 연구자료로 잘 이용되고 있다고 작가님께서 쓰셨지요. 이번엔 건축이로군요. ^^ <파리의 노트르담>은 아직 못 읽었네요. 저도 읽고 싶어요♡

박균호 2020-09-09 20:2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그냥 역사학자라고 봐야 할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