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업무는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고 새로운 업무가 창조되었다. 교육부 관리는 아무래도 조물주라고 해야겠다. 업무를 창조하는 조물주. 예전엔 주요 보직을 거치면 학교 돌아가는 사정과 업무는 웬만큼 눈에 들어오는데 요즘은 담당 업무가 아니면 까막눈이다. 그나마 교직에 남아 있을 날이 그다지 멀지는 않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랄까. 단순히 일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 아니다.
학생 3명 데리고 야구장을 가려고 해도 20쪽이 넘은 서류를 만들어야 하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가정통신문을 보내야 하고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버스 임차 계약도 해야 한다. 이건 준비 단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짜증이 나고 싫증 난다. 아이들과 재미난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기획했는데 일이 진행될수록 내가 왜 이 짓을 하냐는 자괴감이 든다. 7년 전 딸아이에게 교육대학 진학을 권한 일이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내 딸이 내 조언을 거절하길 천만다행이다.
이 와중에 어제 19번째 출간 계약을 했다. 17번째 책은 교정 중이고 18번째와 19번째는 이제 써야 한다. 일은 힘들고 복잡하다는데 책 쓸 시간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얼마나 내 생활이 피폐하고 지루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보다 더 좋은 여가 생활이 또 있을까? 그런데 17~19번째 책이 모두 내가 콘셉트를 제의해서 계약한 것이다. 나야 책 내는 것이 재미있으니까 좋은데 출판사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제 문득 든 생각이 내가 순진한 출판사에 약을 파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