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새벽별 보고 나와 달 보며 돌아가는 나는 무엇인가 

새벽에 좌석버스 타고 가는 친구가 손짓한다.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고 나는 만원버스에 타 있다.  

오후에 강제학습시간 기침한다고 눈총 받다 잠이 든다.  

밤에 시들은 육식을 끌고 배춧잎 버스는 간다.  

 

이 책에 실려있는, 한 고3 학생이 지은 시의 일부분이다. 이 학생은 입시경쟁 속에서 겪는 고통을 여러 편의 시로 표현했다. 그리고는, 자.살.했다.  

 

이는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진 우리 교육현실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장 푸른 싹을 뻗칠 나이에 목숨을 던지는 건 비단 이 학생만이 아니었다. 입시스트레스로 인한 10대들의 자살은 계속 늘어만 간다. 물론 죽지 않고 살아준 학생들이 다수이지만 그들이든 저들이든 '영혼의 피폐'는 피할 길이 없다.   

 

이렇듯 성과없을 고통을 하루하루 대량생산해내는 교육체계에 어른이건 아이건 모두가 얼굴을 찌푸리지만 동시에 그 교육현실에 충성을 다하는 이율배반의 모습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이율배반으로 인해 교육문제의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고통을 겪는 '우리'들이 고통을 떨쳐내려 하기는커녕 고통 생산에 적극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공할 수 없는 운동이지만 피할 수 없다"며 무익한 입시전쟁 없는 세상,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거짓 없이 꿈꾸는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그들이 모여 만든 단체 '사교육걱정업는세상'에서 주관한 시민교육 강좌의 모음이 바로 이 책 '굿바이 사교육'이다.  

 

교육 전문가들의 7인7색 강좌는 '사교육 없는 공부'란 공통주제를 갖지만 각각은 강사에 맞게 각기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과 전망을 세세히 분석하며 바람직한 개혁방향까지 제시하고 있고, 사교육없이도 자녀를 '영어천재'로 키운 이남수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관을 이야기한다.  

이우학교 교감 이수광의 강의에선 아이들을 엄친아, 똑똑이, 탈선아, 잠돌이 네 유형으로 분류하고 탈선아들에게 희망을 거는 얘기가 재밌다. 이화여대 교수 조기숙은 죄수의 번민게임을 통해 우리가 교육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를 분석한 후 '리더형 부모'가 될 것을 제안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송인수는 흑인인권운동을 길게 인용하며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해선 앞장서서 땀 흘리고 희생을 감내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런 대안의 길을 함께 걷길 제안한다.  

그 외에 상담학자 신을진의 강의는 공부 잘하기 방법을 나열하고 있고, 인디고서원 대표 허아람의 강의는 인디고서원 얘기가 주이기에 다른 글들보다는 밀도가 낮게 느껴진다.   

 

송인수 대표의 말대로 사교육 없는 세상을 만들 "대안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지만 세상이 바뀌지 않는 건 대안세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송대표의 말과 같이 책 <굿바이 사교육>은 현실적인 '대안'들을 소개, 제시하기 보다는 '대안세력'을 만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가치심기"에 목표를 두고 있는 듯 하다.  

따라서 혹자에게 이 책은 다소 뻔한 얘기들의 나열인 '쉬운 책' 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나부터 현 경쟁교육에 얽매이지 말고 다르게 살면 된다"란 말들이 (물론 맞고 소중한 말이지만 다소 무책임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사교육의 덫 속에서 한창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누군가에겐 새로운 눈으로 교육을 바라보게 돕는 친절한 준비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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