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
인간이 평소 받아들이는 정보의 80%이상이 시각정보라고 한다.  어느 강연에서 시연하는 걸 보았는데 같은 정보를 수치와 문자로 설명하는 것보다 도형과 색깔을 통해서 시각화 해놓으니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만화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작가가 글로 설명하고 독자가 상상의 나래를 펴도 안갯속을 헤매는듯한 느낌만 들때  불쑥 단서가 되는 사진이나 그림 한 장 발견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지 않던가?  특히 시대가 다른 역사 속 이야기나,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외국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무려 외국역사 이야기다. 그래서 만화라는 형식이 더욱 빛난다.

 

십자군
우리나라는 미국과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탓에 '십자군'이라는 단어에 매우 익숙하고, 또 '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순교자'라는 대략적인 용례도 어느 정도 공유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천 년전 실재한 역사에 대한 지식은 거의 바닥에 가까운 수준임도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십자군 전쟁'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첫번째로 집어들어야 하는 책일 것이다.  

단지 만화이기 때문은 아니다. 
 역사속 주인공들이 너무 무게를 잡지 않고 인간적으로 다가오며,  작가와 인물들이 띄엄띄엄 짧게 이야기하되 큰 줄기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만 지면을 채운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가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정리하기 위해서 사전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생각하면.... 어후...)  
 또한 현재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비판을 역사속 인물과 상황에 빗대어 (은근슬쩍?) 펼쳐내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못해 통쾌하다. 더불어 꾸준하게 패러디와 말장난을 툭툭 던져 잔재미를 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그러니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을 유지하는데에는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한편 책 전체에서 골고루 등장하는 '현시대의 상황을 녹여낸 유머'는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생생한 현재의 사실들을 녹여 냈기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각주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외국어를 잘 한다고 외국의 시사 개그에 바로 웃을 수 있는 건 아닌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장점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단점임은 감안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개정판을 낸다면 아무 문제 없을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와 이슬람

 이 책의 미덕중 한가지만 꼽으라면 이슬람에 대한 재인식의 단초를 놓는다는데 있다. 저자도 이 점을 많이 의식한듯 서문에서 조심스레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실제 3권의 내용도 이슬람쪽에 대한 비중이 더 큰 편이다.(이건 저자의 편견이 작용한게 아니라 아마도 이야기 순서상 3권의 내용이 그렇게 된듯하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뿌리가 같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소소한 사실 중 하나는 그 유명한 인물 살라딘(원래 이름은 '살라흐 앗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란다. 길다.)의 선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유스프요셉, 아이유브이라는 이름의 이슬람식 표현이라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기독교와 이슬람이 연관성이 높은 사이인지 이것만으로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1권, 2권..................그리고 3권
1권과 2권을 읽을게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  완벽한 휘발성 기억력 때문에 사실 3권을 읽기 전에 1,2권을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데 귀차니즘과 3권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무작정 3권부터 집어 들었다.   
아무튼,
기다렸다는 사실조차 잊을때쯤 3권의 출간 소식이 들렸는데  갑작스런(?) 소식이라 더 반갑고,
 바라건대 이것이 또다른 오랜 기다림의 시작이 아니길 빌어 본다. ^^    가뜩이나 3권 내용 중에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나옵니다', '4권에서 나옵니다' 하는 설명이 많아서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것 같다는 기대는 든다능.

 

  

 사족.  '십자군 전쟁'이야기 끝나면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한 번 작업해 주시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는 관련 책을 봐도 전체적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누군가 대신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11-07-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과장을 조금 덧붙여서 십자군이 깡패집단이라고 가르쳤어요.
그랬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중2)이 반발하더라구요.
거의 대부분이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었고,
게임 등의 영향으로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더라구요.

귀를기울이면 2011-07-19 23:53   좋아요 0 | URL
나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십자군의 실체에 대해서는 오해조차 할 기회가 없었던듯 합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에서의 십자군이란 영화나 교회 찬송가에나 나오는 걸로만 학습이 된듯..(당연한 이야기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닐테니까요)
 
[블랙스완에 대비하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의 전작 <블랙 스완>에 대해서는 대강 소문만 들어본 적이 있을 뿐  제대로 알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블랙 스완>에 대한 후기쯤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읽어나가면서 조금 분주한 기분이 들었다.  본편을 모르니 후기를 이해하려면 차근차근 곱씹어 봐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 스완> O장에서 다룬 내용을 보면..."  식의 내용이 많다. 아니 많다는 정도로는 부족할것 같다.  거의 전체가 이런 식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독립적인 주장을 가지고 있는 책이 아니라 책 <블랙 스완>의 후기이자 해설서 또는 부록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싣고 있을 뿐이다.
전작을 읽지 못했던 독자들에게는 아주 불리한 상황에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책 앞머리에 기자회견등의 내용을 요약한 구체적인 저자의 주장이 수십페이지에 걸쳐 소개가 되고 있어(읽으면서 '뭔데 이렇게 서론이 길어?'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보니 전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꼭 전작을 봐야만 하는 정도는 아니긴 하다. 

책 후반부로 가면 '바벨 전략'이니 '블랙스완에 대비하기 위한 지침'이니 하는 것들이 소개되기는 하는데, 추측컨대  전작 <블랙 스완>의 내용과 중복되는 내용일 것 같다.  계속 자신의 히트작을 부연 설명하다가 뜬금없이 대응 전략이라고 뭔가를 내 놓으니 그럴밖에.  


책 전체에 걸쳐 드러나는 저자의 자부심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듯 하다. 몇 몇 지인을 뺀 나머지(특히 오바바를 위시한 미국 정부와 금융권력)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용이 아니라 책 제목이.   실실 비웃음을 날리며 (자신을 무시했던) 세상의 바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세상의 바보'축에도 들지 못하는 이 독자는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바보같은 경제학자들의 숫자 놀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자연앞에 선 인간의 오만에 대한
비판은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던 터라 <블랙 스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글쎄올시다...'로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의 가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의 가격'이라는 제목처럼 사물 뿐 아니라 추상적이거나 가격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대상들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지 분류하고 분석해 놓은 책이다. 여성, 행복, 생명, 노동, 문화, 신앙, 미래... 심지어는 '공짜' 의 가격까지. 

책은 모두 9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독립적이며 현실과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읽힌다. 혁명적 또는 전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부분도 없는 편이어서 오히려 조금 심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한국사회 = 미국사회
 이런 미국사회기반의 경제관련서들을 읽으면서 점점 확신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는 완전히 미국사회의 판박이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빈부격차의 현상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 미래에 대한 기대방향, 종교적인 열성, 각종 사회문제, 그리고 이 책과 무관한 분야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까지.   앞으로는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이건 미국사회 기반의 이야기라서 우리랑은 많이 달라'라는 생각은 조금 접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가격 형성의 메커니즘
 당연히 수요공급곡선에 의한 가격형성이 주축이다.  가격을 따지기 어려운 사람의 생명이나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의 가격은 사람들이 그것 대신 얼마만큼 (수치화할수 있는)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느냐하는 것으로 간접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것들의 가격이 구체적으로 얼마였느냐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개는 별 의미 없으므로.
 예를 들어 한국 시민 하나가 아프리카의 기아 10명의 생명을 살리는 프로젝트에 최대한 $1000를 낼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1인당 머나먼 타국 생명의 가치는 $100라는 식으로 계산하는데,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무렴 반대로 $100 준다고 한 명 죽이기야 하겠는가.  

 핵심은 물건이든 생명이든 뭐든간에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기회비용, 반대급부 등을 고려해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어느 누가 감히 "이 사람의 생명은 단 돈 ○○○원이요" 이럴수 있겠는가? 당연히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와 같은 값어치가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매달 단 돈(?)$100를 기부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또한 그것이 생명경시의 태도로 비쳐지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아마도 가격이 곧 가치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과 더불어 놀라운 가격 형성의 대상은 '신앙'이다.
주로 카톨릭의 역사를 훑어가며 신앙 또한 신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적응해 왔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를테면 시간당 수입이 많은 사람들(고소득층)일수록 투하하는 시간이 적은 종교 또는 교단을 선호하고 또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종교에서 강제하는 규율도 느슨해지거나 완화되었다는 식이다.  같은 한 시간을 종교의식에 참여하더라도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 희생된 돈의 크기가 바로 신앙의 가격이 된다.

 

행복의 가치 

사람이 본래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라면 .. 그저 사람들의 행복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대부분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경제 성장은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은 우리의 행복 증진에 기여한다. p.105

 이 부분은 약간 정교하지 못한 논리라고 봤다.  예를 들어보자. 어린아이는 초콜렛을 좋아한다. 식사를 거부할 정도로. 그리고 초콜렛을 입에 넣었을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 확률은 영양불균형, 비만과 충치발생 확률만큼 저하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진리 앞에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곧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 어린이의 행동에서 보듯 어리석은 일이다. 게다가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경제성장의 대명사인 GDP에는 로버트 케네디의 말처럼 우리의 불행까지도 수치화되어 합산되어 있다. 화폐화되지 않지만 행복감과 실질적 이득을 주는 많는 서비스들은 제외되는 반면에 말이다.  

 

미래의 가치 
특별히 주목이 되었던 부분은 '미래'의 가격에 대한 부분이다.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들 때문.

 OECD에 따르면 상위 10퍼센트 미국인들의 소득은 하위 10퍼센트 미국인들의 6배이다. 이에 반해 영국은 4.2배, 스웨덴은 2.8배이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다른 여러나라의 국민들에 비해 경제적 이동성이 낮다. 소득 분포 하위 20퍼센트에 속하는 미국인들의 아들이 동일한 경제적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은 42퍼센트이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비율은 30퍼센트, 스웨덴은 25퍼센트다.  
....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다른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상위에 부가 집중되는 것을 어느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극심한 불평등은 각 소득 집단들 사이에 불신과 시기, 적대감을 유발한다. 평등은 공동의 목적과 단결심을 키워 주며, 이는 바람직한 사회적 결속에 기여한다.  p.193

 한국이 미국을 닮았다고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의 차이는 거주지의 구분을 가져오고 이는 곧 교육서비스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경제적 불평등의 세습이 이루어지는데 역설적이게도 자유 경쟁에 의한 경제적 격차가 자유로운 능력발휘와 경쟁을 막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부의 집중에 대한 제한과 분배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이 생기는데, 위 인용문의 하단부의 내용을 정책으로 추진하다가는 당장 빨갱이로 몰려 퇴출된다는게 우리가 미국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물론 이 책은 국방부 불온도서로 선정될테고)
  

 

모든 것을 화폐가격으로 환산하는 과격한(?) 발상으로 진행되었던 책은 마무리에 가서 공존공영의 미래를 꿈꾸는 것으로 맺음을 한다.  이런 결론은 사실 가격은 언제나 실패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덤 스미스의 가격을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저자가 집을 사고 팔면서 느낀 경험을 보더라도 가격은 그리 믿을 만한 게 못된다. 우리는 가격이 아니라 믿을만한 가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쉬웠던 점. 
통계와 수치를 기반으로 말하는 책인데, 수치가 수상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예를 들면,

p.81     3조2000달러.   숫자로 쓰면 $3,000,000,002,000.  뭔가 이상하다.
p.184    2억3200달러.  역시 숫자로 쓰면 $20,0003,200.  이것도..

또하나 믿기지 않는 수치가 있는데 정확한건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p.164에 보면 1992년 4세이하 여아에 대해서만 한국에서  1000명당 70명이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72년이나 82년이 아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의 본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할 뿐 책 본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돈'이라는 단어를 책 제목으로 쓴 것은 필시 무슨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실, "화폐의 본성"이라고 했다면 더 무게감과 신뢰감이 있어 보일텐데 말이다. 책이 가볍지 않은(실은 적잖이 무거운) 내용이므로 좀 더 가볍게 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우스개 소리로 (세상을)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 돈의 본성을 물어봤다면 거래의 매개물이라는 속성과 함께 그런 '회전력'을 우선 꼽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 책은 그런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돈'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화폐'에 대한 이야기이며 정통 경제학에서 간과했거나 또는 그르게 주장하고(있다고 주장되는) 있는 화폐론에 대한 반박이자 연구결과서다.  기존의 화폐론을 어지간히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좀 더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바탕이 없는 상황에서 접했기에 이 책 자체가 '처음 만나는 화폐론'인 셈이었고 그래서  연방 '아..그렇구나..'를 외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가지 간과했거나 너무나 당연시 해오던 과거 상황에 대한 선입관과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러한 내용들을 책을 평가/정리하는(그러기엔 능력부족) 대신 정리해 보고자 한다. 


화폐, 그리고 국가의 역할
책이든 영화든 연극이든지간에 지금까지 우리가 과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때 '화폐'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발견할 기회는 별로 없다.  고작해야 사극에서 엽전꾸러미가 뇌물처럼 쓰이는 장면이나 유명한 베니스의 고리대금업자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르는 정도이다. 그것조차 이미 묵시적으로 현대의 화폐성과 과거(역사)의 화폐성이 동일하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어서 별로 생각할꺼리가 없다. (삼국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 이민족까지 섞여있는 삼국 사람들이 모두 같은 표준어로 대화한다는것처럼, 이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21세기에도 저만큼이나 언어가 다른데 하물며..) 

하지만 실제로는 '화폐'문제 하나만 해도 복잡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간과했던 사항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하루는 신라, 하루는 고구려, 하루는 백제땅이 되는 식의 혼란스러운 지배국가, 게다가 그나마 존재하는 국경선도 명확하지 않고 국가의 통제력도 한계가 많았던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개념의 화폐가 있었다고 넘겨버렸던 것은 지적 게으름 탓이었을 것이다. 종이 발명 이전인데 종이에 편지를 쓰고 있는 장면을 이상하지 않게 본 것 처럼.

이렇게 화폐 사용을 곤란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화폐의 신뢰성을 말해주는 최고 권위가 바로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신용창출 수단들이 나왔고 또 나오고 있지만(신용카드, 전자화폐, 포인트, 상품권, 어음, 수표 , 각종 유가 증권 등등) 결국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가 진정한 화폐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화폐의 본성 중 하나가 바로 국가의 역할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으며  이를 통해서 과거 역사를 이해할때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화폐문제임은 덤으로 얻게된 사실이다.

시행착오와 여러 제도를 통한 화폐 문제의 해결은 상업거래의 활성화와 대규모화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며 이는 무역의 발달, 새로운 거래처의 탐색, 나아가 서구사회의 세계 정복내지 침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니 매우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명예혁명은 '돈'때문에 벌인 혁명?
이 책으로 알게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명예혁명이 '돈'문제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상업으로 부를 축적하게된 부르주아 세력들이 큰 힘을 가진 상태에서 영국 왕의 국가 채무 처리 방식이 부르주아들에게 불리한 내용이었기에 반기를 들었고 그것이 명예혁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나 혁명의 동기와 과정을 이렇게 단순화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멀리는 십자군전쟁에서 가까이는 이라크 전쟁까지, 그럴듯한 투쟁 명분의 대부분이 재화에 대한 탐욕을 가리기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저 이야기가 그리 심한 비약도 아니라 생각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화폐(돈)의 본성은 사람들이 뭉치고 움직이게 하는 상당히 강한 동기유발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속성에 대해서 책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화폐의 생산은 사회 안에 존재하는 주요 경쟁집단과 이해 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결과다.  p.74 


화폐시장은 자본주의의 '총본부'
화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지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 도구 역할을 맡은 조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기존 관념이었으나 이 이 책의 저자는 '화폐는 자본주의의 총본부'라는 말을 인용해가며 화폐의 역할이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화폐는 자처럼 단위를 재기 위한 단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이렇게 반박한다.

무게나 길이를 재는 것은 단순히 유용한 기술일 뿐이지만 화폐는 그렇지 않다. 화폐는 여러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며, 이 사회적 관계들은 본질적으로 불평등과 권력을 담고 있다.  p. 85 

달러화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의 이득이 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그 외 국가들의 비용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이다. 특히나 현대의 국가 운영은 곧 재정운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만큼 화폐에 대한 통제권은 중요한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유럽국가들이 통화를 유로화로 통일한 것에 대해 국가운영에 심각한 제한이 생겼다며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저자의 견해대로라면 언젠가는 유로화가 국가별 통화로 공중분해 되지는 않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깊이 있는 내용을 파편화하여 이해할수 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독자의 형편에 따른 것이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돈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다가 마침 모 방송에서 마침 돈에 대해 한 마디 정의를 실은게 눈에 띄어 그 말로 마무리를 해 본다. 

   "돈은 비료와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은, 돈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면 최선, 모았다면 세상에 뿌리는 것이 차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멋지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을 단호하게 표현한다. 

"분노하라!"

특히나 이런 격렬한 구호를 외치는 이가 95세의 노인이라면 호소력은 더더욱 커진다. 

원문 13페이지, 번역본으로 30여 페이지(책은 인터뷰 및 추천사 등으로 90여 페이지) 짜리
이 소책자는 메시지의 단순함과 저자의 진정성이 강하게 발휘되면서 2010년 프랑스를 열광시킨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누구 말처럼, 프랑스보다 분노할 것이 더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호소력 있는 책이 
나오지 못한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뭐 어떤가?  저자가 작성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세계인권선언문처럼 '분노'의 이유와 정신은 국경없이 인류가 공유해야할 정신일테니! 

 

폭력, 당연한 반응, 그러나 기회를 날려버리는 행동 
에셀의 이야기중에 저항의 수단으로 폭력사용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아니 그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결국 폭력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이 유난히 눈에 들어 온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폭력적 저항은 있을수 있는 일이나 상황을
개선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온 한 노인의 결론이다. 
분노할 것이 많은 만큼 새겨두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마침 등록금 투쟁으로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선 시점에 책이 출간되었고, 출판사인 돌베개에서
직접 광화문에 나가 촛불집회 참여자에게 100 여 부를 나눠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분노하라'가 끝이 아니다.  '참여하라'가 따라간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부터
모범을 보인듯해서 보기 좋다. (그러고 보니 서점도 적립금으로 지원중이다)  

 

분노는 쉽다. 특히 현 정권하의 한국에선 밥먹는것 보다 쉬운게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력을 끝까지 유지하기란 어렵다. 그것도 폭력을 자제하면서.
그래서 이런 격문(?)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분노하기도 지쳐가는 즈음에
마치 마라톤 코스 중간에 있는 생수같은 그런 역할을 해 준 것 같다. 

이왕 분노하는거, 끝을 봐야겠다. 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