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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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인간이 평소 받아들이는 정보의 80%이상이 시각정보라고 한다.  어느 강연에서 시연하는 걸 보았는데 같은 정보를 수치와 문자로 설명하는 것보다 도형과 색깔을 통해서 시각화 해놓으니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만화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작가가 글로 설명하고 독자가 상상의 나래를 펴도 안갯속을 헤매는듯한 느낌만 들때  불쑥 단서가 되는 사진이나 그림 한 장 발견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지 않던가?  특히 시대가 다른 역사 속 이야기나,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외국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무려 외국역사 이야기다. 그래서 만화라는 형식이 더욱 빛난다.

 

십자군
우리나라는 미국과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탓에 '십자군'이라는 단어에 매우 익숙하고, 또 '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순교자'라는 대략적인 용례도 어느 정도 공유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천 년전 실재한 역사에 대한 지식은 거의 바닥에 가까운 수준임도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십자군 전쟁'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첫번째로 집어들어야 하는 책일 것이다.  

단지 만화이기 때문은 아니다. 
 역사속 주인공들이 너무 무게를 잡지 않고 인간적으로 다가오며,  작가와 인물들이 띄엄띄엄 짧게 이야기하되 큰 줄기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만 지면을 채운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가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정리하기 위해서 사전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생각하면.... 어후...)  
 또한 현재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비판을 역사속 인물과 상황에 빗대어 (은근슬쩍?) 펼쳐내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못해 통쾌하다. 더불어 꾸준하게 패러디와 말장난을 툭툭 던져 잔재미를 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그러니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을 유지하는데에는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한편 책 전체에서 골고루 등장하는 '현시대의 상황을 녹여낸 유머'는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생생한 현재의 사실들을 녹여 냈기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각주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외국어를 잘 한다고 외국의 시사 개그에 바로 웃을 수 있는 건 아닌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장점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단점임은 감안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개정판을 낸다면 아무 문제 없을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와 이슬람

 이 책의 미덕중 한가지만 꼽으라면 이슬람에 대한 재인식의 단초를 놓는다는데 있다. 저자도 이 점을 많이 의식한듯 서문에서 조심스레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실제 3권의 내용도 이슬람쪽에 대한 비중이 더 큰 편이다.(이건 저자의 편견이 작용한게 아니라 아마도 이야기 순서상 3권의 내용이 그렇게 된듯하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뿌리가 같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소소한 사실 중 하나는 그 유명한 인물 살라딘(원래 이름은 '살라흐 앗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란다. 길다.)의 선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유스프요셉, 아이유브이라는 이름의 이슬람식 표현이라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기독교와 이슬람이 연관성이 높은 사이인지 이것만으로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1권, 2권..................그리고 3권
1권과 2권을 읽을게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  완벽한 휘발성 기억력 때문에 사실 3권을 읽기 전에 1,2권을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데 귀차니즘과 3권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무작정 3권부터 집어 들었다.   
아무튼,
기다렸다는 사실조차 잊을때쯤 3권의 출간 소식이 들렸는데  갑작스런(?) 소식이라 더 반갑고,
 바라건대 이것이 또다른 오랜 기다림의 시작이 아니길 빌어 본다. ^^    가뜩이나 3권 내용 중에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나옵니다', '4권에서 나옵니다' 하는 설명이 많아서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것 같다는 기대는 든다능.

 

  

 사족.  '십자군 전쟁'이야기 끝나면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한 번 작업해 주시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는 관련 책을 봐도 전체적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누군가 대신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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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7-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과장을 조금 덧붙여서 십자군이 깡패집단이라고 가르쳤어요.
그랬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중2)이 반발하더라구요.
거의 대부분이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었고,
게임 등의 영향으로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더라구요.

귀를기울이면 2011-07-19 23:53   좋아요 0 | URL
나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십자군의 실체에 대해서는 오해조차 할 기회가 없었던듯 합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에서의 십자군이란 영화나 교회 찬송가에나 나오는 걸로만 학습이 된듯..(당연한 이야기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닐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