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넝마를 주워 걸치고 손등이 곱아터진 눈썹 없는 천사가 네 곁에 다가와 "고쟁이 안에 감추어 둔 대추열매가 몇 개나 되는지 알겠니?" 하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니? 나는 오늘도 다분히 경로석에 쭈그리고 앉아 조는 척하겠지.
온몸이 땀에 절도록 산채에 오르면 일엽초 뜯어서 차 달여먹고 심상치 않은 기분에 도취 된다. 윙윙 소리내는 소나무 그림자 사이로 스쳐 지나간, 늑대 꼬리가 무서워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강아지 주둥이를 끌어안으면, 어느덧 초침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돌아가는 듯 한 새벽녘인데 손 맵시도 어여쁜 태국인형이 비스듬히 우아한 미소를 던진다. 불같은 환송 연도 없이 지리멸렬해진 허전한 마음을 웃옷 안주머니에 구겨 넣고서 홀홀 무리들로부터 빠져나와 스산한 밤 공기를 가르며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마치 길섶에 버려진 못쓰게된 거지인형을 주운 느낌과 같다.
이성에 대한 무자비가 화염 속에 형상을 드러내는 오후, 마음 저편에 불처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혼돈스런 순간에 들이닥친 친구의 부음을 젖은 황색이 스미고 지나간 잔디 위에 떨어지는 냉랭한 은빛 조각 같은 애잔함이었다. 하물며 내일도 해가 뜨면 아귀같은 욕망들 이 나를 사로잡겠지. 그래도 매일같이 벼랑 끝에 서서 호된 바람을 맞는 기분으로 내 영혼에 화답한다면 저기 땡볕에 내팽개쳐진 내 모습을 그려보련다.
천금같은 순간들을 캬라멜 까먹듯이 허비하고 따개비처럼 온몸을 뒤집어 쓴 불필요한 허 물을 벗어 던지기 위해, 이제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잠시 꿈의 세계를 찾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