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述(자술) - 이옥봉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근래의 안부는 어떠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사창에 달 떠오면 하도 그리워.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꿈 속 넋 만약에 자취 있다면 門前石路已成沙(문전석로이성사) 문 앞 돌길 모래로 변하였으리.
-13쪽
시조 - 무명씨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14쪽
춘일(춘일) - 서거정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버들엔 금빛 돌고 옥빛은 매화 뜨니 小池春水碧於苔(소지춘수벽어태) 작은 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푸르도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봄 시름과 봄 흥이 어느 것이 더 깊은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아직 안 피었네. -17쪽
好鳥一聲(호조일성) - 신석정
갓핀 靑梅 성근가지 일렁이는 향기에도 자칫 혈압이 오른다.
어디서 찾아든 볼이 하이얀 멧새 그 목청 진정 서럽도록 고아라.
봄 오자 산자락 흔들리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속에 청매에 멧새 오가듯 살고 싶어라. -19쪽
病餘吟(병여음) (첫째 수) - 강희맹
楊柳凝煙翠幕低(양류응연취막저) 버들에 엉긴 안개 푸른 장막 깔렸는데 新荷出水葉初齊(신하출수엽초제) 새 연꽃 수면 위로 잎들이 나란하다. 滿庭綠樹重陰合(만정록수중음합) 뜰가득 푸른 나무 그늘과 하나 되자 忽有黃鸝來上啼(홀유황리래상제) 꾀꼬리 날아와 올라앉아 우누나. -23쪽
九曜堂(구요당) (첫째 수) - 이제현
溪水潺潺石涇斜(계수잔잔석경사) 시냇물 잔잔하고 돌길이 비탈진 곳 寂廖誰似道人家(적료수사도인가) 적막하기 도인 사는 거처와 비슷해라. 庭前臥樹春無葉(정전와수춘무엽) 뜰 앞에 누운 나무 봄인데 잎은 없고 盡日山蜂咽草花(진일산봉열초화) 진종일 산벌만 풀꽃에서 잉잉대네. -33쪽
九曜堂(구요당) (둘째 수) - 이제현
夢破虛窓月半斜(몽파허창월반사) 빈 창서 꿈을 깨니 달은 반쯤 기울었고 隔林鐘鼓認僧家(격림종고인승가) 숲 저편 쇠북 소리 절 있음을 알겠네. 無端五夜東風惡(무단오야동풍악) 뜬금없이 새벽녘 봄바람 고약하니 南澗朝來幾片花(남간조래기편화) 아침에 남쪽 시내엔 몇 점 꽃잎 져 있으리. -34쪽
龍門春望(용문춘망) - 백광훈
日日軒窓似有期(일일헌창사유기) 약속이나 있는 듯이 날마다 들창가에 開簾時早下簾遲(개렴시조하렴지) 주렴 걷기 일러지고 내리기는 더뎌지네. 春光正在峯頭寺(춘광정재봉두사) 봄빛은 하마 벌써 산 위 절에 왔건만 花外歸僧自不知(화외귀승자불지) 꽃 밖으로 가는 스님 저 혼자만 모르누나.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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