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풀잎에서 메뚜기가 떨고 있구나 - 이야기 조선시대 회화사 2
조정육 지음 / 고래실 / 2002년 7월
품절


"지자요수(智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

"......어진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은 그 기상이 마치 산의 높고 중후함이나 물이 통하여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것에 부합되기 때문에 좋아할 뿐입니다. 언제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 연후에 어진 사람이 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까?"
- 관아재 조영석 -212쪽

모름지기 그림은 서릿발 같은 사대부의 기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가슴 밑바닥에 아무리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해도 그 피를 차갑게 식혀야 한다. 몸이 병들었다 해서 죽는 소리를 치고, 벼슬길에서 물러났다 해서 울분을 토로한다면 그것은 이미 그림이 아니었다. 내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절제해서 표현하는 것. 그것이 그림이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시선 같은 것은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붓을 들면서 자신이 먼저 순화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 능호관 이인상-259쪽

"메뚜기가 가을 풀잎에서 떨고 있구나!"
5~6월에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메뚜기는 가을이 되면 알을 낳고 죽는 곤충이다. 그런데 어느 가을 날 바위 틈에서 자란 풀잎을 보니 메뚜기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그때 심사정은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름의 싱싱한 풀 위가 아닌 찬 이슬 내리는 가을 풀 위에 힘겹게 앉아 있는 메뚜기가 왠지 자신의 모습 같았다. 풀잎에 곧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모습, 그것은 그림 하나로 이 험한 세상에서 떨어져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신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 현재 심사정-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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