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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소설을 읽기 전에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영화 홍보 문구 때문에 로리타 아류작은 아닌가 싶어 거부감이 있었다.다 읽고난 뒤에는 내 가버린 젊음에 대한 아련함에 가슴이 먹먹해졌고 늙어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적요 시인이 사랑한 것은 과연 은교일까... 꼭 은교여야만 하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시인이 사랑한 건 가버린 자신의 젊음이었고 은교가 발산하는 싱그러운 젊음이었던 것 같다.
민주화운동으로 젊음을 보내고
계획적으로 시만 쓰며 명성을 만들고
세속적 욕망들을 숨긴채 품격과 지성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살았다.
그런 자신의 잃어버린 젊음을 일깨워주고 육체적인 욕망을 되찾게해준 은교
철저하게 세상을 속였던 자신의 위선을 자각하게 해준 은교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자신을 고결한 영혼으로 추대하는 제자 서지우.
-다른 이유도 많지만- 사랑하는 이를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바라듯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은 서지우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위선적인 모습을 싫어할 수밖에 없듯이.
거저 얻어지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젊음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아는 늙은 우리들은 슬픈 것이다.
다만... 읽으면서 은교가 사용하는 은어들은... 거슬렸다. 나도 늙은게지...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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