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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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도 않고 늘어놓는 궤변과 수위를 넘나드는 막말이 불쾌해서 중단했다가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지 하고 의지적으로 붙들었다가

끝을 보고는 분노한 책.


""는 책에서 고대로 옮긴 구절.


-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 알게 된 책에 추가됨.

- "사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한다 해도 잊어버린다." 확실히 이 책은 잊어버리고 싶군.

- "책을 사들일 뿐 아니라 산 책을 읽기까지 하잖소. 난 그자들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요. 나 자신에 대해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을 써도 아무 뒤탈이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지." 브라보! 이게 의도라면 성공하셨어요. 뒤탈이 없을 뿐더러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니.


작가가 천재인 건 알겠는데 절대 좋아하는 작가에 집어넣을 순 없다.


한결같은 상태로 책에서 빠져 나오거든.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거지. 그게 다요.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 아는 거고

‘그 책이 당신을 변화시켰소?’라고 말이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날 쳐다보는 거요. 꼭 이렇게 묻는 것 같았소. ‘왜 그 책 때문에 내가 변해야 하죠?

‘사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한다 해도 잊어버린다.’ 이토록 실상을 명쾌하게 요약하는 말이 어디 있겠소. 안 그러오?

뭔가 양심에 걸리는 게 있어서가 아니라 ‘체면’이니 ‘자존심’이니 하는 말로 장식되는 졸렬한 자기만족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오. 또 남들에게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정직하고 사악한 거짓말, 남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사이비 거짓말, ‘라이트’한 거짓말을 하는 거요. 그러니까 미소를 띤 채로 욕을 해댄다고. 호의를 베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오.

인간을 미워할 이유는 무수히 많다오. 내 생각에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허위요. 결코 떨쳐낼 수 없는 특성이지. 요즘만큼 허위가 승승장구하는 시대는 없었소. 아시다시피 난 여러 시대를 살았다오. 하지만 단언할 수 있소. 이 시대만큼 가증스러운 시대는 없었다오. 한마디로 허위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대요. 허위적인 건 불성실하거나 이중적이거나 사악한 것보다 더 나쁘지. 허위적이라는 건 우선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오.

그가 보여주려는 건 그의 책을 읽는 몇 안 되는 사람들조차……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오…… 읽기는 하지만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오.

책을 사들일 뿐 아니라 산 책을 읽기까지 하잖소. 난 그자들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요. 나 자신에 대해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을 써도 아무 뒤탈이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지. 그 행위, 당신의 정확한 표현을 빌자면 그 자아비판 행위는 진실된 것이오.

문제는 읽는 장소가 아니라, 읽기 그 자체요. 내가 바라는 건 내 책을 읽되, 인간 개구리 복장도 하지 말고 독서의 철창 뒤에 숨지도 말고 예방 접종도 하지 말고 읽으라는 거요. 그러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부사 없이 읽으라는 거지.

이 세상은 살인자들로 득실대고 있소.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놓고 그 사람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사람들 말이오. 누군가를 잊어버린다는 것,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소? 망각은 대양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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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달걀 2016-06-2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코 두목님이 별2개 준건 첨본것 같군요... ㅎㅎㅎ

블랑코 2016-06-22 21:47   좋아요 0 | URL
제가 별 하나도 아깝다고 하는 책이 있어요. 0개를 못 줘서 하나 준 책.. 책방주인이라고.. ㅋㅋ 읽은 목록에 추가해야겠네요.

Gothgirl 2016-06-22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자의 건강법까진 재미로 봤는데 세살 보고 완전히 싫어하게 됐어요

블랑코 2016-06-22 21:48   좋아요 0 | URL
엇, 밥님은 세살이 괜찮다고 하시던데요. 흐음...

Gothgirl 2016-06-2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글은 일종의 정신적 폭력이라고 생각

블랑코 2016-06-22 21:49   좋아요 0 | URL
전 그냥 역겹다 정도... 다른 책들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나중에 나중에 읽을래요.

밝달 2016-06-2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을 보니 손대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까요? ㄷㄷㄷ

Gothgirl 2016-06-22 19:02   좋아요 0 | URL
취향에 따라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대충 눈치봐서 난 괜찮을 것 같다 싶으면 보셔도 되죠

블랑코 2016-06-22 21:51   좋아요 0 | URL
빌려서 읽으실 수 있으면 한번 봐보세요~ 정신건강을 해칠 만큼은 아니에요. 의외로 잘맞을수도~ ㅎㄷㄷ
 
[eBook]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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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모든 인문정신의 핵심이 솔직함과 정직함’이라고 내세운다.
독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위로해주기에 급급하며 ‘자기 위로와 자기 최면의 방법을 알려주는 인문학’이 아니라 ‘주어진 고통을 일시불로 갚게 만드는’ 힐링이다.
그래서 책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나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와 주변-타인 및 환경-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사실 48명의 저자들 이름과 그들의 저서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 부담이 되는 챕터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철학이 주는 이름의 무게 탓이리라. 그런데 무려 철학박사인 저자 강신주는 ‘대중 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게 매우 쉽게 내용을 풀이해준다. (쉬워도 깊이는 깊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벌써 챕터가 끝났어?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아쉬움이다. 저자의 쉬운 설명과 함께 더 철학의 세계에 빠져보고 싶은데 너무 짧다. 48명을 다 소개해주고픈 저자의 욕심 혹은 배려라고 본다. 다행히 장이 끝날 때마다 더 읽을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번역이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저서들과 관련 책들을 2-3권 소개하고 있으니 나처럼 아쉬워하는 독자를 생각한 듯하다.

다 읽고나니, 제목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우리 시대와 우리 자신에게 ‘철학이 필요한 때’라는 뜻도 있지만 ‘철학에게 필요한 시간’이란 뜻도 있지 않나 싶다. 서너 장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철학자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철학에게 필요한 시간을 내 시간에서 더 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저자의 추천을 따라 한 권씩 읽으며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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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달 2016-06-1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와 유리되어 단어의 의미 하나가 맞네 틀리네 싸우는 철학자가 아닌 거친 세상을 함께 걸어가며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일갈을 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지닌 강신주 박사의 책은 모두 명저입니다. 💝

블랑코 2016-06-17 15:39   좋아요 0 | URL
전 강신주 박사님 참 좋아하는 게 제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라 여긴 철학의 문턱을 조금 낮춰주신 거예요. 학문적 성취와 대중적 인기를 둘 다 잡은 몇 안 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eBook]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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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전에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영화 홍보 문구 때문에 로리타 아류작은 아닌가 싶어 거부감이 있었다.다 읽고난 뒤에는 내 가버린 젊음에 대한 아련함에 가슴이 먹먹해졌고 늙어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적요 시인이 사랑한 것은 과연 은교일까... 꼭 은교여야만 하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시인이 사랑한 건 가버린 자신의 젊음이었고 은교가 발산하는 싱그러운 젊음이었던 것 같다.

 

민주화운동으로 젊음을 보내고
계획적으로 시만 쓰며 명성을 만들고
세속적 욕망들을 숨긴채 품격과 지성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살았다.

 

그런 자신의 잃어버린 젊음을 일깨워주고 육체적인 욕망을 되찾게해준 은교
철저하게 세상을 속였던 자신의 위선을 자각하게 해준 은교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자신을 고결한 영혼으로 추대하는 제자 서지우.
-다른 이유도 많지만- 사랑하는 이를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바라듯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은 서지우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위선적인 모습을 싫어할 수밖에 없듯이.

 

거저 얻어지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젊음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아는 늙은 우리들은 슬픈 것이다.

 

다만... 읽으면서 은교가 사용하는 은어들은... 거슬렸다. 나도 늙은게지...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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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 삶의 목적 - 네 번의 삶.단 하나의 사랑
W. 브루스 카메론 지음, 이창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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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A dog's purpose. 개의 시선으로 쓴 개가 사는 목적에 대한 소설. 주인공이 개.
개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감동적이다. 주변에 개 키우는 사람들은 이 책 읽고 울었다고. 개를 키워볼까.. 란 생각을 조금 갖게 만들어줌.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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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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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현대사가 노골적이진 않게 굴곡진 개인의 인생으로 드러나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완전 내 취향. 슬픈 이야기지만 신파적이지 않고 익살과 해학으로 승화시킨 작가에게 박수.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마션의 첫 문장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함.

"그걸 가리켜서 좆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지만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번역도 아주 찰지고 맛깔지다.

전자책으로 안 나왔는데 전자도서관에 있어서 깜놀. 무려 6권이나... 차례대로 빌려봐야지. 위화 작가의 작품은 '인생'이란 영화로만 접해봤는데 왜 인기 작가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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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달걀 2016-06-1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첫부분 감상은 제가 얼마전 재미나게 읽었던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감상과 똑같군요... 급 관심이 가네요.

블랑코 2016-06-14 18:02   좋아요 0 | URL
저도 천명관 작가님 소설 좋아해요. 고래만 빼고요 ㅋ 허삼관이 브루스 리보다 조금 더 막장이고 슬프고 재미있어요 ㅋㅋ

Gothgirl 2016-06-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어릴 때
붉은 산이랑 아Q정전을 정말 좋아했는데.. 요즘 갈수록 순수문학과 멀어지고 있네요

블랑코 2016-06-14 18:04   좋아요 0 | URL
하정우 감독 영화 말씀이시죠? 보고 싶어요. 붉은 산이 뭔가 찾아봤는데 김동인 단편 맞아요? 단편이라 아침에 얼른 읽었어요.

나는달걀 2016-06-1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대댓글도 안되넹... 암튼... 고... 고래는 왜요!!! 고래 사두었단 말입니다!!! ㅠㅠ

블랑코 2016-06-14 18:09   좋아요 0 | URL
고래도 재미는 있어요. 그냥 책장이 쑥 쑥 넘어가는데 제가 불편해했던 부분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감점입니당.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