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결국은 찬호께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찾아 읽었다. 이번 작품도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고.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작가는 에세이가 좋다.

그리고 여기 나온 레시피들은 정말 간편한 것들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요리들은 직접 해먹어보느라 읽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그 중 꽤 쓸만했던 것은 브로콜리 샐러드랑, 굴무침이랑, 또...시금치 샐러드, 꿀바나나 ...ㅎㅎㅎ

아, 특히 콩나물 해장국은 정말 맛있었다. 막 해도 실패하지 않았고.

가끔 읽으면서 요즘 나오는 작가와 에세이 속의 작가의 괴리감에 반감이 들기도 했지만.

요리를 안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읽으면서 이 작가가 정말 이렇게 해먹고 산단 말인가. 라는 의문이...

근데 또 레시피를 보면 나같이 살림 못하는 사람도 정말 쉽고 맛있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었다.

뭐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두말 할 것 없이 훌륭했고 말이다.

 

<사라진 후작><왼손잡이 숙녀>

나의 홈즈에게 여동생이 있었다니. 그것도 열네살의.

그녀의 이름은 에놀라고 거꾸로 읽으면 alone이다.

태생부터 그녀는 홀로서기 위한 존재였다. 혼자서, 그러니까 고위 공무원인 큰오빠나 유명인사인 작은 오빠(셜록 홈즈)의 영향력을 벗어나 여자, 그것도 어린 여자의 몸으로 우뚝 서기 위한.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청소년 소설인데, 성인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 시리즈는 캐릭터의 힘보다 남성의 힘 없이 여성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배경에 반하여 오빠들을 골탕먹이는 여성탐정이 벌이는 스토리의 구성이 매력인 소설이다.

그래서 가끔 지루하기는 하지만,

또 천하의 셜록이 여동생에게 당하는 장면들은 얼마나 통괘한지.

 

<당갈>

아미르 칸 주연의 <세얼간이>를 재미있게 보아서 <당갈>도 거부감 없이 집어들었다.

역시나 재미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도 최초 여성 레슬러의 이야기인데 스포츠에 관한 영화는 정말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레슬링은 조금도 모르는 나였는데, 꽤나 흥미로웠다.아이들도 재미있게 보았다. 여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꽤 진지하게 보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번주는...

페미니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 주였다. 의도치 않게.

딸만 둘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의 과격한 페미는 좀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 입장에서  여권이란게 만족할 만큼 좋아진 것 같지도 않다.

나는 그저 우리 아이들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자신들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는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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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내가 모르는 작가, 게다가 엄청 훌륭한 작가들이 무지하게 많다.

이번 주에는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다.

얼마전 친구가 추천해 준 <뭇 산들의 꼭대기>

동네도서관에서 큐레이션 되어있던 추리소설 리스트에서 얻어걸린 <13.67> 

둘 다 우연찮게 중화권 작가들이었고, 나는 처음 보는 작가였다.

그리고 둘 다 모두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였지만.

 

<뭇 산들의 꼭대기>

중국 소설 특유의 문체가 신선했다. 수사 가득한 한시를 읊는 듯한 묘사들.

또 PC방과 말타고 나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공간적 배경이 독특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의 파란만장하고 희비극적인 삶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고.

 

<13.67> 

뛰어난 추리 능력을 가진 홍콩 경찰 관전둬가 풀어내는 여섯개의 이야기.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특이했지만, 마지막 이야기가 처음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서 재미가 배가되었다.

관줜둬는 특이한 캐릭터인 것 같다.

나는 읽으면서 그에게 무척이나 빠져들었는데,

그의 능력은 탐정 캐릭터 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홈즈에 버금가면서도

홈즈와는 정 반대다. 조용하면서도 인간적이다.

게다가 그는 범인을 잡기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거짓말도 하고, 미끼도 던진다. 이런 점은

내가 얼마 전 열심히 봤던 드라마 <왓쳐>의 캐릭터 도치광같기도 한데,

그에 비하면 관줜둬는 같은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양반이라 하겠다. 그는 도치광같은 광기도 없고

증거를 조작하거나(조작했다고 독자를 속이기는 했다.) 위법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을 의심할 뿐이다.

그러니

홈즈처럼 뻐기는 재미도 없고, 도치광처럼 광기도 없으니

한마디로

정말 지루한 캐릭터인데,

이상하게 정이 간다. 믿음직하달까. 어쩌면 그의 신분이 경찰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경찰이 홈즈같이 제 잘난 맛에 살거나, 도치광처럼 물불 안 가리면 또 우리는 읽는 내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말이다.

여하튼 나는 그의 이야기가 시리즈물로 계속 나왔으면 하는데, 마침 그는 그 소설의 첫번째 이야기에서 죽어버렸다. 

하지만 전작만한 후속작은 없다지 않는가. 그저 추억으로 기억할밖에.

대신 저자 찬호께이의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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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즈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작달막한 키, 성긴 눈썹, 큼직한 코, 좁쌀만 한 눈, 두꺼운 입술을 하고 있었다. 비록 귀가 호감을 살 만한 당나귀 귀로 잘생겼다고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얼굴 측면에 붙어있었다. 그의 이목구비 중 가장 눈부신 기치였지만, 얼굴에 빛을 더해주지는 못했다. 아버지를 닮은 탕메이는 키 1미터 68센티, 긴 목, 가는 허리, 불끈 솟은 가슴과 엉덩이로 날씬하고 섹시했다 할머니를 쏙 빼닮아 버들눈썹 아래 봉황의 눈을 지녔다. 매혹적인 몸매에 마음을 끄는 눈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지만 거기에 기어코 피부마저 희고 깨끗해 오관을 받쳐주었고 오뚝한 콧날은 얼굴의 자존심을 이끌었으며 아래턱의 우아한 곡선은 요염함의 끝판이었다. 정말이지 여자의 풍광이란 풍광은 다 차지하고 있었다.

(3장 룽산의 날개 中)
- P64

안핑은 신신라이를 잡지는 못했지만, 독수리가 토끼를 낚아채는 것을, 뱀이 두더지를 집어삼키는 것을, 작은 새가 벌레를 포위해서 섬멸하는 것을, 개미가 소나무 껍질을 갉아먹는 것을, 벌이 들꽃의 심방에 침입해 탐욕스럽게 꽃가루를 빨아먹는 것을 목격했다. 만물 사이에도 학살과 능욕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것은 아름다운 명분을 지닌 채 이루어지고 있었다.

(7장 추격 中)
- P159

눈의 도래는 비와 같지 않았다. 비는 간이 작아 인간 세상에 올 때 항상 우레와 번개를 통해 그 길을 열지만, 눈은 호기가 하늘을 찌르고 세상 무서울 게 없어 언제나 혼자 와서는 하룻밤 사이에 대지의 색깔을 바꾸어놓았다. 부드럽고 연한 첫눈에 요염한 상고대가 형성되어 한 번 더 숲의 모든 나무를 꽃나무로 바꾸어 놓았다. 그저 더없이 찬란한 하얀 꽃만 피워냈다.

(17장 토지사 中)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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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 

읽는 초반에는 별로다, 읽기 실다 싶다가 덮을 때 즈음엔 울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자살의 전설>은

데이비드 밴의 자전적 연작소설이다.

 

그의 가족과 나의 가족손톱만큼도 닮은 구석이 없었지만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의 옛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초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와 비견되는 이유를 알수 없었는데,

이 소설집의 가장 핵심이 되는 소설인 <수콴섬>에 이르렀을 때에야 왜 그런지 알수 있었다.

여하튼 좋고, 좋고, 또 좋았다.

 

<말레피센트>

<말레피센트2>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고.

딸내미들이 보고 싶다고 하여

참고용으로 보았다. 난 예전에 한번 봤었던 영화였는데

그때도 재미가 없었는데

역시나... 재미가 없었다. 아이들은 재미있었다고 한다.

어느 부분이?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이라는 답을 들을것 같아서 그냥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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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신기하구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만나면 늘 다른 사람이야."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나도 남자들은 가장무도 의상을 입으며, 등 어딘가에 지퍼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다가 문득 언젠가 나도 어른 남자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퍼 문제를 고민했다.

(선인의 전설 中)
- P44

세상은 원래 널따란 들판이고, 지구는 평평했단다. 이름없는 짐승들이 들판을 어슬렁거리며 큰 놈이 작은 놈들을 잡아 먹었지만 아무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러던 중 인간이 나타났다. 처음엔 세상 변두리에 웅크린 채 숨어 있기만 했어. 털북숭이에 멍청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거든.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수도 많아지고 사악해지고 잔인해져 세상 변두리를 왜곡하기 시작했지. 변두리는 조금씩 구부러지고 비틀렸어.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이 세상에 남기 위해 서로 기어오르고, 기어오르면서 서로의 등가죽을 벗겼지. 그리고 그 바람에 인간은 모두 헐벗고 벌거벗고 춥고 잔인해지고 세상의 변두리에 매달린 거야.

(수콴섬 中)
- P56

로이? 내 말 들리니?
예, 지금 깼어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만 마음이 아주 안 좋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밤마다 그러는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우는 소리를 했다. 미안하다, 로이. 노력은 한다만 버틸 자신이 없어.
로이도 이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우는 건 정말 싫다.
로이?
예, 듣고 있어요. 죄송해요, 아버지. 기운 내요.

(수콴섬 中)
- P102

짐은 몇 걸은 떨어진 곳에서 44구경 매그넘을 집어 총구를 머리에 댔다. 잠시 후엔 다시 내리며 미친 듯이 웃었다. 맙소사, 자살할 용기도 없다니! 그가 크게 소리쳤다. 자살마저 연기를 하려는 게냐? 앞으로 50년 동안, 매 순간마다 살아 이 상황을 곱씹어야 할 텐데?
그리고 또 울었다. 로이를 위해 울고 자기 연민 때문에 울었다. 스스로를 위해 운다는 사실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수콴섬 中)
- P179

넌 아직 살아 있다, 로이. 내내 그 생각을 했지. 지금이야 더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하고, 죽는 순간 생명도 끝이 났지만, 그 대신 나한테 이렇게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나잖니. 그러니까 아직 살아있다고 볼 수 있어. 게다가 아무도 모르잖아? 네 엄마도 모르니까 완전히 죽지 않은 셈이다. 엄마가 소식을 들으면 다시 죽기야 하겠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엄마 때문에 살아 있어야 할 게다.

(수콴섬 中)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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