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내가 모르는 작가, 게다가 엄청 훌륭한 작가들이 무지하게 많다.

이번 주에는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다.

얼마전 친구가 추천해 준 <뭇 산들의 꼭대기>

동네도서관에서 큐레이션 되어있던 추리소설 리스트에서 얻어걸린 <13.67> 

둘 다 우연찮게 중화권 작가들이었고, 나는 처음 보는 작가였다.

그리고 둘 다 모두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였지만.

 

<뭇 산들의 꼭대기>

중국 소설 특유의 문체가 신선했다. 수사 가득한 한시를 읊는 듯한 묘사들.

또 PC방과 말타고 나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공간적 배경이 독특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의 파란만장하고 희비극적인 삶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고.

 

<13.67> 

뛰어난 추리 능력을 가진 홍콩 경찰 관전둬가 풀어내는 여섯개의 이야기.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특이했지만, 마지막 이야기가 처음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서 재미가 배가되었다.

관줜둬는 특이한 캐릭터인 것 같다.

나는 읽으면서 그에게 무척이나 빠져들었는데,

그의 능력은 탐정 캐릭터 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홈즈에 버금가면서도

홈즈와는 정 반대다. 조용하면서도 인간적이다.

게다가 그는 범인을 잡기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거짓말도 하고, 미끼도 던진다. 이런 점은

내가 얼마 전 열심히 봤던 드라마 <왓쳐>의 캐릭터 도치광같기도 한데,

그에 비하면 관줜둬는 같은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양반이라 하겠다. 그는 도치광같은 광기도 없고

증거를 조작하거나(조작했다고 독자를 속이기는 했다.) 위법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을 의심할 뿐이다.

그러니

홈즈처럼 뻐기는 재미도 없고, 도치광처럼 광기도 없으니

한마디로

정말 지루한 캐릭터인데,

이상하게 정이 간다. 믿음직하달까. 어쩌면 그의 신분이 경찰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경찰이 홈즈같이 제 잘난 맛에 살거나, 도치광처럼 물불 안 가리면 또 우리는 읽는 내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말이다.

여하튼 나는 그의 이야기가 시리즈물로 계속 나왔으면 하는데, 마침 그는 그 소설의 첫번째 이야기에서 죽어버렸다. 

하지만 전작만한 후속작은 없다지 않는가. 그저 추억으로 기억할밖에.

대신 저자 찬호께이의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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