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도책을 집어 들고 경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펠리시테가 어리등절해하자 그는 멋진 미소를 지으며 유식한 체했다. 마침내 들쭉날쭉한 타원형에 보이지도 안흔ㄴ 검은 점 하나를 연필꽂이로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여기라네." 그녀는 지도에 몸을 기울였다. 가로세로로 색칠되어 그물망을 이룬 선들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눈만 아프게 했다. 부레가 그녀에게 분명치 않은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자, 그녀는 빅토르가 머무는 집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무레는 두 팔을 들고 대채기를 하며 엄청나게 웃어 댔다. 이런 순박한 모습에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펠리 시테는 그가 웃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조카의 얼굴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 P32

그 그림을 사서, 그녀는 아르투아 백작의 초상화가 있던 자리에 걸러 두었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앵무새와 그림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생각 속에서 그것들은 서로 연결되었다. 앵무새는 성령과의 관계를 통해 성스러워졌고, 성령은 그녀가 볼 때 살아 있는 듯 이해하기 쉬워졌다. 당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하나님이 비둘기를 선택할 리 없어. 비둘기에게는 목소리가 없거든. 차라리 룰루의 조상 중 하나를 선택했을 거야. 펠리시테는 그림을 바라보며 기도를 했고, 때때로 몸을 약간 돌려 새를 바라보았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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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책방>

서점이나 독립 출판에 대한 책들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 중인데도 불구하고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썼다는 것은 비록 기억나지 않지만 꽤 중요한 이유에서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에는 꾸역꾸역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정말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었다.

예를 들어 공기책방이라든지, HON x MONO BOOKS, 책방 기스이이키에 있다는 비밀의 작은방, 토리노스 북스토어의 꿈책 서비스 등등.

 

또 저자가 기획했다는 생일문고나 브랜차트, 문액(文額).

 

이 중 문액은 도서관뿐 아니라 우리 집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런 서비스의 실행 여부에 의문이 들었는데 도서관도 아니고 서점이라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는가였다. 물론 서점마다 어느 정도 마케팅에 관한 예산이 배정되어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서점의 일을 잘 모르니까.

여하튼 예전에 막연히 퇴직하면 책방이나 해볼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내가 가야 할 길은 이 책에 나오는 프리랜서 서점 직원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보면 알바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단어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여하튼 재미있는, 그리고 실험적인 책이었다.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라일락 붉게 피던 집>

추리소설을 읽을 때 반전에 의해 팔뚝언저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순간. 그 순간이 없다면 아무리 술술 읽어지는 소설이라도 김빠진 사이다 아니겠는가.

그런데, 반전이 오기도 전에 숨막히는 전개로 인해 설마, 혹시, 하는 순간들마다 몸에 소름이 돋는다면, 그래서 정말 읽는 내내 짜릿하고 결말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기까지 하다면. 정말 올해 최고의 추리소설을 읽은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이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겪어 보지는 않았어도, 쉽게 추억해 볼수 있는 80년대 한 지붕아래 몇 가구가 함께 복작였던 배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친숙하고 정겨운 것으로부터 생경한 것을 뽑아내는 작가의 역량 덕인지도.

다만 오히려 그래서 결말이 좀 더 싱거웠다고나 할까.

여하튼 나는 이게 너무 빨리 끝날까봐 아껴읽고 싶은데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아쉬워하며 읽었더랬다. 재미있게 잘~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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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모두가 매대 이야기보다 손님 이야기뿐이었다.
- P58

책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가게에서 사고 싶습니다. 책방이란 ‘장소‘보다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러 가는 것보다 가게 주인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 큽니다.
- P62

원래 어느 쪽이 본업이고 어느 쪽이 부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방이 부업이라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번다는 건 너무 욕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아주 좋아하고 평생 책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좋습니다.
- P102

‘꿈 책‘을 희망하는 투숙객은 뇌파를 측정하는 간이형 헤드셋을 장착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꿈의 내용이 자동으로 문장으로 만들어져 3~4일 이내에 문장을 교정, 제본해서 투숙객의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는 시스템입니다. 수면 중에 꿈을 꾸지 않은 경우와 매우 무서운 꿈을 꿔서 책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요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 P118

가나가와 현 미우라 시에 있는 미우라 해안에 만월의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수수께끼의 책방이 있습니다. 휑뎅그렁한 모래 해변에 우두커니 서 있는 파라솔이 표지 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책방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밤의 모래 해변에 파라솔 한 개와 접이식 의자, 눈에 띄지 않는 간판이 가게 앞에 있을 뿐입니다. 책 판매는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게쓰 서점 中)
- P124

책을 선물하는 것은 사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책 내용이 선물하는 상대에 맞을지 안 맞을지 알 수 없고, 어쨌든 강요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 P144

구레 씨가 선택하고 만든 책장을 보고 느낀 것은 지금까지의 북디렉터가 만든 책장과 전혀 다른 풍모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장 만들기의 콘셉트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인접한 책들 사이에 만드시 문맥이 연결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이 책장을 보고 저는 이전에 구레 씨와 만났을 때 ‘나의 선택은 멋지지, 어때? 이런 책장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확실히 여기에 있는 것은 만드는 쪽의 일방적인 자기만족이 아니라 이 가게의 손님과 정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손님과 함께 책장을 완성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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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그녀>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이지만.

여기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악인이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주변인물들까지도, 아니 이 소설에서 대중이야말로 가장 나쁘다.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을 수도.

그런 점에서 어쩌면 현실적이라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서 내내 마음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역시나 나는 권선징악적인 스릴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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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10대 소녀가 실종되고 그 가족이 며칠 전부터 슬픔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신이라는 존재가 진정 선을 위한 존재라면 결코 허용할 리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일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장본인이 바로 신인데 무슨 이유로 지금 이 상황을 바로잡고 되돌리겠는가? 신이 세상에 존재한다 한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게 뻔하다. 창조는 파괴를 선행하고 동시에 그 파괴를 뒤따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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