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10대 소녀가 실종되고 그 가족이 며칠 전부터 슬픔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신이라는 존재가 진정 선을 위한 존재라면 결코 허용할 리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일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장본인이 바로 신인데 무슨 이유로 지금 이 상황을 바로잡고 되돌리겠는가? 신이 세상에 존재한다 한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게 뻔하다. 창조는 파괴를 선행하고 동시에 그 파괴를 뒤따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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