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이 비틀리는 기분이었다. 잠시 잊고 있떤 두려움이 머리를 들었다. 미래를 떠올리면 어김없이 엄습해오는 두려움이었다. 내 삶에 잠복한 ‘상실의 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시기는 그런 두려움에 휩싸일 때였다.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하여 죽음을 결심할 능력마저 잃어버리기 전에 끝내고 말자고.

(3부 광란자 中)

- P185

눈을 떠보니까 이상한 곳에 흘러와 있었어. 잿빛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구름 밑바닥에서 번개가 맥없이 깜박거리고, 머리 위엔 밤하늘이 있었어.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그토록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어. 세상에 존재하지 낭ㅎ는 바다로 흘러 들어온 기분이었어. 비가 내리듯 별똥별이 떨어지고 갖가지 색의 별들이 궁륭(穹窿)을 이루는 바다. 별들의 바다. 아름다웠어. 숨이 막힐 만큼, 그대로 죽고 싶을 만큼. 신기하게도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심장이 정지한 것처럼 고요해지더라. 뻑뻑하던 숨결은 편안해지고 눈이 스르르 감겼어.

(4부 내 심장을 쏴라 中)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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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리작가 협회 에드거 엘런 포우상을 수상하고, 영화화된 작품으로, 손꼽히는 미스터리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아내를 죽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알리바이를 입증해줄 수수께끼의 여자를 찾아내지 못해 살인자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각장의 제목을 사형집행일로 대신함으로써 스토리에 박진감을 더해주는 작가의 기발함이 돋보인다.

결국 찾아내지 못한 (환상의) 여인 역할을 애인 캐롤이 해냄으로써 범인 유일한 친구는 죽은 부인과 연인관계을 잡게 된다.

 

미스터리의 공통점은 기상천외의 결말, 범인은 아주 가까이에. 선함으로 무장되었던 인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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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여서의 시조라면 동굴을 뛰쳐나온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기발하고 쾌할한 상상이 만들어낸 젊은 작가의 소설.

 

신선하다고 해야할지,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 웃어넘겨야 할지......”

읽고 난 내 소감이다.

농담같은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어 설화에 묵직한 무게를 실어주었다는 기특함을 생각하니 젊음에 희망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늘도 백일도 극복해내지 못한, 호랑이의 후예들은 천대받은 여성들을 규합하며 평범한 가정을 파괴하기 위해 식모로 투입된다.

그녀들을 그들의 조상들은 궁궐에서 왕권의 찬탈에도 상궁으로 한 몫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슴에 묻고 맡은바 역할을 충분히 해 낸다.

아이들의 귀에 배양한 작은 쥐를 넣어 환상, 환청으로 인한 인간성의 파멸을 ㅗ끼하거나 감성을 이용한 가정의 혼란도 야기시킨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을 괴롭혔던 과긩 식모에게 모든 전말을 듣게 되고, 비밀스런 비인간적 행위를 폭로하 그녀는 전해내려오는 단죄의 대가로 온몸이 돌같이 굳어져 죽게된다.

 

하찮게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듯한 등장인물들은 곰에게 밀려 무대에서 사라진 호랑이에 비유할수 있을는지. 호랑이의 후손인 그녀가 때 묻은 자신의 정체를 벗어내듯이, 그들 역시 후퇴된 각자의 인생살이를 털어내고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의 안착을 향해 노력한다.

 

이런 상상도 해 볼 수 있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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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눈에 띄어 첫장을 들추니 1995. 8. 17. 홍바울라와 이크리스티나의 짧은 메모가 눈에 띈다. 아마도 공릉동 본당에서 성서봉사로 활동하다가 분당으로 이사오면서 받은 선물인 모양이다.

결혼하며 오랫동안 냉담하던 생활을 공릉동에서 정리하고 성당활동으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고 그곳에서 두 아이들 유아세례도 받았다.

그 당시의 교유들(함께 구역장, 반장을 했던)과는 지금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으며, 가장 추억이 많았던 시절, 자식들을 향해서도 내 삶에 대해서도 가장 희망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느님과의 진정한 첫 대면인 동시에 하느님의 맛을 비로소 느낀 일명 청구 아파트 시절을 이 책을 접하면서 새삼 추억해 보았다.

 

안 읽었는지, 읽었으나 몽땅 잊었는지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전혀 새로운 내용이었으나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저자인 신부님의 깊고, 신실한 영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기억나는 내용을 되새겨 본다.

 

하느님도, 내가 상처 준 그도 날 용서하는데, 내가 타인을 용서하기에 인색해서는 안될 말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도덕적 과오보다는 영원한 삶의 길을 갈 우리의 발걸음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다. (: 어린이의 걸음마에서 부모는 40회의 넘어짐보다 3발자국에 감동한다.)

하느님이 당신을 드러낼 때 고통을 이용하시는 이유는 고통이 불멸의 영혼을 갖는 무한한 값에 근사하기 때문이다.

선민은 하느님의 존재를 너무 당연히 여겨 그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느님께서는 시간과 공간이 없으시기에 과거의 인물과 내가 결코 무관한 창조물이 아니며 후대의 누군가와도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받는다.

하느님은 결코 과실이 없다.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 :

 

인간들이 생겨라그분이 마지막으로 말씀하셨다. 그러자 수십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생겨나 땅 위에서 기고 악다구니를 쓰고, 벌렁 나자빠지며 야단법석을 떨어댔다. 모두가 당신 아드님의 형상이었다.

그분은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

제법 쓸만한 실수로군.”

하느님은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동시 그런 생각도 하셨으리라. “나는 언제고 나의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무한한 수단과 방법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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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해방이 된 후 한국 전쟁의 종전을 맞이한 시기.

월북한 아버질 인해 남한에서 뿌리내릴 수 없었던 철학을 전공한 지식인 명준은 아버지의 친구집에 의지해 살면서 부정, 부패, 비리가 난무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환멸을 느끼던 중 애인 윤애를 남겨둔 채 월북을 한다. 이상적인 코뮤니스트를 꿈꾸던 청년 명준은 북조선의 틀에 박힌 곡두각시 정치에 실망하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국전쟁을 맞아 공산당원으로 남한에 내려와 애인이 친구와 결혼한 사실을 목격한다. 종전 후 남과 북 즉 고국이 아닌 제3국 중립국을 향하던 중 바다에 투신 자살한다.

 

젊은 지성인의 방황하는 현실을 비유한 광장.

낙동강에서 간호병으로 전사한 북의 무용가 은혜가 북에서 그에게 안겨준 상처와 남쪽의 연인이 안겨준 배반감을 겪은 가슴앓이를 뜻하는 광장.

젊은이의 혈기가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사회적 분노가 들끓는 광장.

자신의 짐작보다 더 강하게 자신을 몰아대는 삶의 순리를 의미하는 광장.

쉬임없이 살아내기 위해 부딪쳐야 했던 이웃한 인간들과의 갈등의 현장이었던 광장.

 

난 제목 광장을 이렇게 해석했다.

 

내가 옥의 티라고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면 우리 부모 세대의 여주인공들의 이름들.

영미, 윤애, 은혜 모두가 내 세대나 내 자식들 대의 이름들이다. 정순, 정례, 정자. 고작해야 정임. 이런 이름들로 불리웠다면 읽는 동안 히대가 혼돈되지 않았을텐데. 이건 내가 역사에 대해 무식한 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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