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이 비틀리는 기분이었다. 잠시 잊고 있떤 두려움이 머리를 들었다. 미래를 떠올리면 어김없이 엄습해오는 두려움이었다. 내 삶에 잠복한 ‘상실의 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시기는 그런 두려움에 휩싸일 때였다.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하여 죽음을 결심할 능력마저 잃어버리기 전에 끝내고 말자고.

(3부 광란자 中)

- P185

눈을 떠보니까 이상한 곳에 흘러와 있었어. 잿빛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구름 밑바닥에서 번개가 맥없이 깜박거리고, 머리 위엔 밤하늘이 있었어.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그토록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어. 세상에 존재하지 낭ㅎ는 바다로 흘러 들어온 기분이었어. 비가 내리듯 별똥별이 떨어지고 갖가지 색의 별들이 궁륭(穹窿)을 이루는 바다. 별들의 바다. 아름다웠어. 숨이 막힐 만큼, 그대로 죽고 싶을 만큼. 신기하게도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심장이 정지한 것처럼 고요해지더라. 뻑뻑하던 숨결은 편안해지고 눈이 스르르 감겼어.

(4부 내 심장을 쏴라 中)

- P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