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작가의 <올드걸의 시집>.

생활과 시의 적절한 배합. 늘 배우면서 사는 삶이란 풍성하고 생기로울 것이나,

또 얼마나 피곤한가.

진정한 배움은 앎과 행동의 일치이니 곧 번뇌의 삶이지 않을까.

 

올 한해는 번뇌하지 않고 맘껏 내맘대로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불혹의 나이가 부끄럽도록 맘껏 유혹에 나를 맡겨보고 싶은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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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마지막주는 의도치 않게 실용서만 읽게 되었다.

 

<바른 생리와 여성건강>

큰 아이가 초경할 나이가 되었다. 요즘은 워낙 빠르기에 내년 아니면 후년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나 때에는 누구도 생리가 여성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자세히 가르쳐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처치하는 방법만 알려줬을뿐.

 

<냉기제거의 놀라운 비밀>

<바른 생리와 여성건강>을 집어들다가 옆에 있기에 한번 읽어보았다. 나도 몸이 찬 편이라 항상 그 부분이 신경쓰였는데, 특별히 새로 알게된 점은 없다.

약간은 약장수 약파는 것 같은 이야기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 얻을 만한 것은 반신욕을 해야겠다는 생각.  안되면 족욕이라도. (반신욕을 20분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나 과식은 하면 안되겠구나. 꼭꼭 씹어 먹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
몰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가끔 책을 읽으면서 다시 각성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언스립티드>

두꺼운 책이다. 나랑은 좀 상관 없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이런 나라도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가끔은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가끔, 들때도 있는데 혹시 퇴직후라도 쓸모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읽었다. 나름 좋은 책이었다.

 

드디어 2018년이 갔다.

2017년이 나에게 무척이나 힘든 한 해였다면,

2018년은 좀 자유로워진 해였다. 그게 슬프기도 했지만.

 

2019년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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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읽은 책. 셋 다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뒤의 두 책은 언듯보면 상반된 내용의 책처럼 보였지만 (둘 다 살인자의 가족이 쓴 책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다 읽고 나니 묘하게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들어서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한 해가 가고 있다. 올해는 목표치(96권)을 다 채워간다. 권수가 뭐가 중요하겠냐만, 읽은 책들을 떠올려보니, 2018 결산을 한번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지막 일주일도 신나게 읽고 나서.

 

남은 일주일도 책과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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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글을 읽노라면 어렸을 때의 경애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아랫목에 깔린 조각 이불에 두 손 두 발을 붇고 어른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을 때의 편안하고, 느긋하고 느릿느릿 이어지는 진진한 옛이야기들.

그래설라무네(그래서)”의 토를 다는 순간은 한 박자 휴식 시간이다. 재빠르게 입에 고인 침도 삼키고 쥐나는 다리도 고쳐앉고, 엄마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눈짓을 한다. ‘들어가 공부하라는 경고다. 한 주먹만 하게 삐져나온 두 입술 사이에서 힘들이지 않고 풀어내는 겪은 전쟁 이야기는.....

 

70년대가 배경이었던 감칠맛 나는 꽁트집인 셈이다. 우리 올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고, 그가 내 이웃에 살았다면 나조차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을는지.

 

그때 그 사람의 주인공 상철은 마치 대학 동창 경희의 오빠 같다. 김자옥의 화사한 미소, 남정임의 깜찍함을 겸비한 신부감을 찾더니 놀러가서 본 올케언니는 맨발에 오빠의 런닝셔츠를 걸쳐 입고 마루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른 꽃잎의 추억네 편은 그녀가 처녀 때 받아 두었던 책갈피의 주인공들을 우연히 접하면서 번번히 깨어지는 낭만이 속살 드러내듯 그려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앟은 음모역시 4편으로 쓰여 있다. 자식의 합방을 원치않는 분희 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집착(여기서는 가슴앓이의 증상으로 표현된다.), 직장 여성에 대한 사회의 냉대에 맞서는 분희의 딸 후남이 여성의 서러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일식(日蝕): 아들 에 대한 부모의 엇나간 애정과 기대, 빗나간 자식조차 잠시동안의 태양의 일식 증상으로 간주,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의 칼같은 아픔이 욱에게 비로소 자각을 갖게 한다.

 

죽순같이 뻗어 올라간 아파트 구멍 구멍마다의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땅집에서 살아요, 아파트 부부, 열쇠 가장, 이민 가는 맷돌, 할머니는 우리 편, 꿈은 사라지고,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삼박 사일간의 외출등에서 허탈한 웃음 가슴을 따뜻이 해주는 미소, ‘그럼 그렇지의 감탄사를 불러내는 기막힌 사연들을 재치있게 끄집어내 백지 위에 그려내는 그녀의 재주에 다시금 존경심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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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허삼관이 피를 팔아 살아가는 인생 역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어리석음이 안타까움이나 연민이 아닌 사랑과 이해로, 또 지혜로움으로까지 받아들여짐은 나이탓일까.

소설의 매력일게다.

 

1960년생. 전직 치과의사, 장이모 감독의 영화 인생의 작가였던 위화가 시대착오적(?)인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풍부한 상상력인가. 신선한 휴머니즘의 완벽함인가.

 

19살 근룡이는 허삼관에게 진지한, 자신이 터득한 삶의 방법을 일깨워준다. “여자를 얻고, 집을 짓고 하는 돈은 전부 피를 팔아서 번 돈으로 하는 거라구요. 땅파서 버는 돈이야 겨우 굶어 죽지 않을 정도니까요.”

 

결국 허삼관의 피는 부인과 세 아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요, 돈이라는 삶의 등식을 이루게 된다. 피를 팔아 얻은 아내 허옥란이 낳은 첫아들 일락이가 자신의 핏줄이 아님을 알았을 때 부자간의 단절을 선언하면서도 드러내는 끈끈한 부정애.

둘째 아들 이락이의 귀가를 위해 피판 돈으로 책임자에게 극진한 대접과 술상대를 해주어야하는 비굴함과 허약함, 단순한 슬픔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비애가 소설 전체에 깔려있으나 너무나 인간적인 살아가는 방식에 내가 오히려 빈곤함을 느끼게 된다.

 

부부간의 대화를 다시 들추어 본다.

허옥란은 5년 동안 아들 셋을 낳았는데 각각 허일락, 허이락, 허삼락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루는 삼락이가 13개월이 되었을 때 허옥란이 허삼관의 귀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 당신은 바깥에서 희희낙락 했겠다?”

난 웃은 적 없어. 좀 희죽댔을 뿐이지. 소리를 내서 웃은 적은 없다구.”

아이야.” 허옥란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니까 아들을 일락, 이락, 삼락이지. 내가 분만실에서 고통을 세 번 당할 때 당신은 밖에서 세 번 즐거웠다는 거 아냐?”

 

희비극의 삶을 거치며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조금 더 나은 생의 길을 가고 있다. 노부부가 된 그들이 젊어서 피를 팔고 먹었던 돼지간볶음과 따뜻이 데운 황주를 먹으러 가는 모습이 왜 그리도 윤택하게 느껴지는지.

 

허삼간이 근엄하게 내뱉는 자신의 평등관 한 마디.

좆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라는거라구.”

 

한편의 철 지난 중국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가슴 언저리를 떠나지 않는 인물들-일락이의 생부인 하소용과 아내, 임분방 부부, 방철장, 피 팔러 갔다가 물을 많이 마셔 오줌보가 터져 죽은 방씨, 과로와 영양 실조로 죽은 근룡-에게 느꼈던 뭉클하게 번지는 아리함을 단순히 연민이라고만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내가 50을 넘겨 살면서 무의 속에서 가리워졌던 내 인생의 그림자를, 내 생애 중 가장 깊은 나락의 늪을 고독하게 넘기고있는 이 때 허삼관을 보면서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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