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덜린의 그집은 삼층이다  (오규원)
--튀빙겐에서--

그집은 넥카강변에 있다
그집은 지상의 삼층이다
일층은 땅에
삼층은 뾰죽하게 하늘에
속해 있다 그 사이에
사각의 창이 많은
이층이 있다
방안의 어둠은 창을 피해
서 있다
회랑의 창은 모두
햇빛에 닿아 있다
그집은 지상의 삼층이다
일층은 흙 속에
삼층은 둥글게 공기 속에 있다
이층에는 인간의 집답게
창이 많다
넥카강변의 담쟁이 넝쿨 가운데에
몇몇은
그집 삼층까지 간다



시인 황인숙의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이런 시가 나왔다.
오규원은 시인의 은사라고 했다. 선생과 학생으로 처음 강의실에서 만났던 때의 일화가 재미있다.

당시 마흔 하나이던 오규원 선생은 강의실을 채운 학생들에게 앞으로 뭘 어떻게 쓰고 싶은지 돌아가며 이야기해보라고 했단다. 차례가 되어 젊은 황인숙이 여차여차하다고 대답을 하자, 선생은 "여기 왜 이렇게 겉멋 든 사람이 많아!"라고 고함을 쳤다고.  하필 자기 순서 직후에 그런 말을 듣고 불끈한 시인은 자기도 모르게 "뭐라고!"라고 맞고함을 쳤단다. 선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레 강의로 돌아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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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5-2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일화가 너무 재미있네요. ^^

검둥개 2006-05-28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감사합니다. ^^
서재 이미지 멋진데요. (특히 헤어스탈이!)
철학자 누구신가요? ^^

balmas 2006-05-28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힛!
스피노자 캐리커처랍니다.
그럴 듯한가요? ^^

잉크냄새 2006-05-28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오랫만이네요.
참 부러운 사진을 가지고 오셨군요.

검둥개 2006-05-2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아주 그럴 듯 합니다. ^^

잉크냄새님 ㅎㅎ 저두 부러운 사진이야요. 구글에서 횔덜린 집 이렇게 이미지 서치해서 찾아봤답니다. 시를 읽고보니 어떤 집인지 참을 수 없이 궁금하야. ^^

진주 2006-05-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기속에 둥글게 떠있는 삼층방을 제게 준다면,
창가에 마른꽃가지를 자잘하게 걸고 둥그런 벽을 따라 맞춤제작한 침대만큼 넉넉한 둥그런 소파를 들여놓을 거에요. 햇빛이 들어오면 속옷같이 얇다란 옷에 맨발로 뒹굴어야죠. 조금 떨어진 곳엔 둥근 티데이블도 하나 놓고요. 한쪽에는 책상을 놓고 책꽂이를 놓아야죠. 반그늘 식물들도 적당히 들여놓고요. 그러니까 여긴 아무나 들여놓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서재로 만들고 싶네요. 횔덜린씨, 3층만 세 좀 놓지요? ㅋㄷㅋㄷ

검둥개 2006-05-2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주님! 계획이 너무 멋지십니다. 이참에 그럼 저랑 같이 임대하시죠. ^.^
저도 삼층방에 그렇지 않아도 눈독을 들이구 있던 참이었걸랑요.

어머 올리브님, 이게 얼마만여요!!! (와락, 부비부비)
잘 지내셨지요? 정말 2006년도 반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어요.
ㅎㅎ 저는 올리브님과 진주님이 함께 하얀 린넨 원피스를 입고 맨발 차림으로 독서하시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너무 멋있어요 헤헤.

로드무비 2006-05-2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껌정 박스티에 회색 추리닝이야요.^^

검둥개 2006-06-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로드무비님, 저와 선호도가 비슷하시군요.
전 회색 추리닝 반바지에 낡은 티셔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