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덜린의 그집은 삼층이다 (오규원)
--튀빙겐에서--
그집은 넥카강변에 있다
그집은 지상의 삼층이다
일층은 땅에
삼층은 뾰죽하게 하늘에
속해 있다 그 사이에
사각의 창이 많은
이층이 있다
방안의 어둠은 창을 피해
서 있다
회랑의 창은 모두
햇빛에 닿아 있다
그집은 지상의 삼층이다
일층은 흙 속에
삼층은 둥글게 공기 속에 있다
이층에는 인간의 집답게
창이 많다
넥카강변의 담쟁이 넝쿨 가운데에
몇몇은
그집 삼층까지 간다
시인 황인숙의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이런 시가 나왔다.
오규원은 시인의 은사라고 했다. 선생과 학생으로 처음 강의실에서 만났던 때의 일화가 재미있다.
당시 마흔 하나이던 오규원 선생은 강의실을 채운 학생들에게 앞으로 뭘 어떻게 쓰고 싶은지 돌아가며 이야기해보라고 했단다. 차례가 되어 젊은 황인숙이 여차여차하다고 대답을 하자, 선생은 "여기 왜 이렇게 겉멋 든 사람이 많아!"라고 고함을 쳤다고. 하필 자기 순서 직후에 그런 말을 듣고 불끈한 시인은 자기도 모르게 "뭐라고!"라고 맞고함을 쳤단다. 선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레 강의로 돌아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