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최승자)


근본적으로 세계는 나에겐 공포였다.

나는 독 안에 든 쥐였고,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쥐였고,

그래서 그 공포가 나를 잡아먹기 전에

지레 질려 먼저 앙앙대고 위협하는 쥐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계가 나를

잡아먹지 않을는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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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엔 무진장 약합니다. 어제 그 시도 얼떨결에 올렸다는^^;;;
최승자 시인의 시는 좀 겁나는군요.

돌바람 2005-07-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저 시인은 제 우상이었다죠. 불문과를 당연히 가야하는 건 줄 알았죠. 최승자선생 땜시. 물론 틀어졌지만 몇 년 뒤 옆방에서 수업하시는 선생의 목소리에 온몸이 곤두서던 기억이 짜안하네요.^^

검둥개 2005-07-2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 시에 약하다는 ㅎㅎ 그에 대해서는 저도 이하동문~~ ^^* 겁이 많아서 아예 첨부터 손톱을 세우고 과잉방어로 나가는 이 시인의 시들이 저는 좋더라구요.

와 시인의 목소리는 어떨지 궁금해요. 돌바람님 상당히 부럽군요... ^^ 저도 김윤식 선생을 한 번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저 선생님이 젊었을 적에 전혜린을 좋아했다며~~, 이런 유치찬란한 생각밖에 안 했다는... (부끄 ^^;;;)

릴케 현상 2005-07-2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승자씨 요즘 뭐하시나

물만두 2005-07-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저도 무지 좋아했죠. 무죄추정을 이 양반이 번역했단 이유로 더 좋았으니까요...

검둥개 2005-07-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뭐하시는지 산책님이 좀 갈쳐 주세요 ^^

아 그랬군요, 만두님, 그건 몰랐더랬어요 ^^